그냥 봐도 정말 재밌는 NBA, 경기장 밖에서 떠도는 여러 흥미로운 사실을 알고 나면 더욱더 NBA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준비한 코너가 루키피디아다. 이번 시간은 NBA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형제 선수들에 대해 알아본다. 

*본 기사는 루키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농구 선수를 상징하는 NBA 리거는 보통 한 가문에 한 명도 나오기 쉽지 않다. 하지만 NBA를 시청하다 보면 종종 리그에서 뛰고 있는 형제 선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심지어는 멀리서 봤을 때 구별이 힘든 쌍둥이 선수들도 리그에 포진하고 있다. 현역 선수 중 형제가 나란히 NBA에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사례에 대해 살펴보자.

스테픈 커리-세스 커리

과거 샬럿 호네츠에서 오래 뛰었던 슈터 델 커리는 켐바 워커 이전 팀의 최다 득점과 3점슛 성공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를 슈팅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스테픈 커리와 세스 커리의 아버지로 먼저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3점슛 중심의 리그 트렌드를 이끈 스테픈 커리는 말이 필요 없는 현시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2009년 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NBA에 입성한 그는 골든스테이트의 황금시대를 열며 4번의 파이널 우승과 2번의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다. 

1라운드에 NBA 구단의 선택을 받은 형과 달리 동생 세스 커리는 드래프트 당일에 웃지 못했다. 형보다도 작은 신장, 슈팅 외에 다른 능력은 부족하다는 약점이 부각되며 모든 구단이 그를 외면했다. 형이 간판스타로 있는 골든스테이트에 입단했지만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한 채 방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프로 데뷔 후 첫 2시즌 동안 NBA에서 단 4경기 출전. 하지만 세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서머리그 등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계속 기회를 모색했고, 결국 댈러스에서 장점인 슛을 앞세워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필라델피아에서는 시즌 평균 15점에 가까운 기록을 내며 커리어-최고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스타 선수인 형에게 의존할 수도 있었지만 세스의 생각은 달랐다. 세스는 인터뷰에서 “때로는 연줄이 일을 시작할 때 도움을 준다. 그러나 팀에 들어간 뒤로 매일 본인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단은 바로 나를 방출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운이 좋게 팀에 들어가더라도 경쟁력이 없으면 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커리 집안은 이외에도 농구와 관련이 아주 많은 집안이다. 스테픈과 세스의 여동생인 시델은 또다른 NBA 리거인 데미안 리와 결혼했다. 또한 세스는 닥 리버스 감독의 딸과 결혼해 NBA 사령탑을 장인으로 둔 선수가 됐다.

타나시스 아데토쿤보-야니스 아데토쿤보

어린 시절 나이지리아에서 그리스로 이민을 온 아데토쿤보 형제. 형제는 가난 속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어린 나이부터 타나시스와 야니스는 길거리로 나가 시계와 안경, 가방을 팔아 집안 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아데토쿤보 5형제는 탁월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모두 스포츠계에 진출했다. 첫째인 프란시스는 축구 선수가 됐고, 이어 둘째 타나시스, 셋째 야니스, 넷째 코스타스, 막내 알렉스는 모두 농구 선수의 길을 걸었다. 현재 아데토쿤보 형제 중 NBA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타나시스와 야니스, 둘뿐이다.

가장 먼저 빛을 본 것은 셋째 야니스였다. 그리스 연령별 대표팀에 뽑히는 등 유럽리그에서 관심을 받은 야니스는 2013년 드래프트에서 밀워키에 입성, NBA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후 그는 성장을 거듭한 끝에 2번의 MVP를 차지하며 리그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야니스의 형인 타나시스도 동생보다 1년 뒤인 2014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51순위로 뉴욕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과 달리 NBA에서 그는 좀처럼 입지를 다지지 못했고, 다시 유럽 리그로 돌아가야 했다.

스페인 리그와 그리스 리그에서 뛰던 타나시스는 2019-2020시즌 밀워키에 입단하며 동생 야니스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타나시스는 강팀인 밀워키에서 주로 벤치 멤버로 활약하고 있지만, 응원단장 역할을 자처해 열렬히 동료들을 격려할 정도로 벤치에서의 존재감 자체는 상당히 크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코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넷째인 코스타스 또한 2018년 2라운드 60순위로 NBA 지명을 받았다. 2021년 4월 1일 밀워키와 레이커스의 경기에서는 역대 2번째로 세 명의 형제가 나란히 코트에 서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 신이 난 타나시스는 코스타스를 앞에 두고 스텝백 3점슛을 꽂았고, 경기 후 아데토쿤보 형제는 서로를 끌어안고 감동을 공유했다. 

저스틴 할러데이-즈루 할러데이-애런 할러데이
  
아데토쿤보 삼형제에 앞서 세 명의 형제가 모두 코트에서 활약한 사례는 저스틴, 즈루, 애런으로 이어지는 할러데이 삼형제다.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 중 한 명인 둘째 즈루가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저스틴과 애런도 많은 팀을 오가며 NBA에서 오랜 시간 뛰는 중이다.

둘째인 즈루가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것과 달리 NBA 스카우트들의 외면을 받으며 해외 리그를 전전해야 했던 저스틴. 하지만 2012-2013시즌 즈루의 소속팀 필라델피아에 입단한 것으로 시작으로 저스틴 또한 NBA에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수비력과 슈팅력에 강점이 있는 저스틴은 11시즌 동안 10개 팀을 거치는 리그 대표 저니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고정적으로 팀에 머물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만큼 불러주는 팀이 많았다는 뜻이다.

막내인 애런은 2018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3순위로 인디애나에 뽑혔고, 두 번째 시즌부터 첫째인 저스틴과 같은 팀 소속이 됐다. 그리고 2019년 12월 29일, 뉴올리언스와 인디애나를 통해 코트 위에서 삼형제의 만남이 이뤄졌다. 여담으로 삼형제의 여동생인 로렌 할러데이 또한 여자농구 선수로 농구와 연을 맺은 바 있다.

론조 볼-라멜로 볼

앞서 소개한 형제들이 비교적 한 명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반면 볼 형제는 드래프트 지명 순위(2순위, 3순위)부터 알 수 있듯이 형제 모두 적지 않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유별난 아버지 라바 볼의 영향도 적지 않다.

두 선수 모두 같은 집안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 듯 넓은 시야와 수준급의 패싱 센스를 자랑한다. 2021년 1월 9일에 처음 펼쳐진 형제 맞대결에서는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기록(12점 10리바운드 9어시스트)을 낸 동생 라멜로가 형을 울리고 팀의 승리까지 챙겼다.

현재 시점에서는 동생 라멜로가 형인 론조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라멜로 또한 부상이 적지는 않은 타입이지만, 론조가 너무 많이 다치면서 평가가 하락한 것이 큰 원인이 됐다. 론조는 이대로 커리어 내내 부상 이슈가 발목을 잡는다면 제 기량을 제대로 펼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론조의 동생이자 라멜로의 형인 리안젤로 볼도 농구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론조나 라멜로만큼 빛을 보지는 못하는 중이다. 샬럿, 디트로이트 등과 계약을 맺고 NBA 무대를 두들겼으나 리그의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현재는 샬럿 산하 G-리그 구단인 그린버러 스웜에서 뛰고 있는 리안젤로다. 

브룩 로페즈-로빈 로페즈, 마커스 모리스-마키프 모리스

형제 농구 선수도 흔치 않지만, 놀라운 점은 드물게라도 쌍둥이 NBA 리거가 꾸준히 리그에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NBA를 누비고 있는 대표적인 쌍둥이로는 로페즈 형제, 모리스 형제가 있다.

나란히 스탠포드 대학 출신인 로페즈 형제는 모두 213cm에 달하는 장신 센터들이다. 둘은 모두 2008년 드래프트에 참가해 각각 10순위(브룩), 15순위)로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형인 브룩이 2021년 밀워키에서 커리어 첫 우승을 맛본 가운데 동생 로빈은 데뷔 후 9개 구단을 거치며 NBA에서 장수하고 있다.

실력은 출중하지만 거칠고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한 모리스 형제는 커리어 초창기 피닉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하지만 둘이 뭉친 것이 큰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형제가 감독과의 불화, 팀 동료와의 갈등으로 라커룸 분위기에 해를 끼쳤다. 결국 마커스가 먼저 트레이드되고, 마키프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을 옮기게 됐다.

나란히 203cm의 신장에 뛰어난 수비력을 보유한 모리스 형제는 스몰 라인업 센터로도 활용되기도 할 정도로 폭넓은 범용성을 가진 포워드들이다. 그들은 더티 플레이나 부적절한 인터뷰로 도마 위에 오른 경험이 적지 않지만, 뛰어난 실력을 보유했기에 리그에서 오랜 시간 살아남고 있다.

EXTRA Story
2023 NBA 드래프트에서 주목해야 할 형제들

다양한 형제들이 NBA 무대를 누비고 있는 가운데 2023 드래프트를 통해 새롭게 리그 입성을 노리는 형제 선수들도 있다. 우선 주목해야 할 이름은 아멘 탐슨과 오사르 탐슨 형제. 

2m가 넘는 신장에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보유한 두 선수는 드래프트 예상에서 대부분 전체 10순위 이내에 지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이다. 탐슨 형제는 대학이나 G-리그 대신 어린 유망주들을 위한 독립 리그격인 오버타임 엘리트에서 뛴 독특한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아이오와 대학 출신의 크리스 머레이는 지난해 전체 4순위로 새크라멘토에 입단한 키건 머레이의 쌍둥이 형제다. 최상위권에서 지명을 받은 키건보다는 평가가 높지 않은 크리스. 여차하면 두 선수가 새크라멘토에서 한솥밥을 먹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