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KT의 유니폼을 입고 전성기를 보냈던 송영진 감독은 은퇴 이후 KT의 코치로 부임하며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연세대와 휘문고를 거치며 경력을 쌓은 송영진 감독은 지난 시즌 수석 코치라는 직함으로 다시 KT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던 KT는 시즌 종료 후 감독 교체 카드를 활용해 분위기를 바꿨다. 그 결과 송영진 감독이 새롭게 KT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팀을 이끌게 됐다. 

 

첫 발을 내딛다

수원 KT 소닉붐은 지난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팀이었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많은 감독들에게 지목됐고 시즌 전 열린 컵대회에서도 우승컵을 거머쥐며 우승후보다운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들어서자 KT는 삐걱거렸다. 새롭게 선발한 두 외국선수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시즌을 앞두고 준비했던 플랜 역시 어그러졌다. 그 결과 KT는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결국 시즌 종료 후 KT는 계약이 만료된 서동철 감독과 재계약을 선택하지 않았다. 새로운 감독을 두고 여러 후보를 고민하던 KT는 송영진 감독을 새롭게 승격시키는 선택을 했다.

“저도 시즌이 끝나고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그냥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구단에서 연락이 와서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었고요. 시간이 좀 지나니 기대 반 걱정 반이 되더라고요. 놀라긴 했지만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감독 제의를 흔쾌히 수락을 했던 것 같아요.” 

KT에서 처음으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 역시 송영진 감독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송영진 감독이 현역 시절 전성기를 보낸 팀이 바로 KT였기 때문. 2001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으며 LG 유니폼을 입었던 송영진 감독은 LG에서는 다소 아쉬운 활약을 펼쳤으나 KTF(현 KT)로 이적한 후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이후 2014-2015시즌까지 KT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송영진 감독이다. 

“KT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했었고 은퇴를 하면서 바로 코치도 시작을 했죠. 저한테는 뜻 깊은 팀에서 이렇게 감독을 맡게 되어서 영광스럽기도 해요. 이전부터 애정이 많았던 팀인 만큼 애정과 열정을 쏟을 생각도 가지고 있고 기대하는 것만큼 결과가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바쁜 준비들

은퇴 이후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쌓은 송영진 감독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프로팀에서 감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셈. 부임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송영진 감독은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임 이후 처음으로 해야 했던 것은 코치 선임이었어요. 이후에는 외국 선수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아무래도 외국 선수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좋은 선수를 잘 선발하기 위해서 영상도 열심히 보고 이야기도 많이 듣고 의견도 서로 나누고 있는 과정이에요.”

송영진 감독을 보좌할 코치로는 기존의 박종천 코치와 더불어 박지현, 김영환 코치로 결정됐다. DB에서 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한 후 휘문중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박지현 코치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택한 김영환 코치가 새롭게 합류했다. 

“박지현 코치는 현역 시절 터프함과 냉철함을 갖췄고 게임 시야도 넓었어요. 1번과 2번 포지션이 중요한데 그 포지션에서 성장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런 부분에서 충분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죠.”

“김영환 코치는 지금까지도 현역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노하우나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요소가 있을 것이라 봐요. 또 선수들과 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도 있고요. 그런 부분에서 큰 영향력이 있을 것 같아요.”

외국 선수 선발도 송영진 감독이 가장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팀의 한 해 농사를 가장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외국 선수 선발이다. 

또한 이 외국 선수는 지난 시즌 KT에서 가장 크게 아쉬움을 남겼던 요소 중 하나다. 지난 시즌 KT는 이제이 아노시케와 랜드리 은노코라는 새얼굴들로 외국 선수를 구성했다. 아노시케는 컵대회에서 MVP를 받으며 기대치를 높였고 은노코는 수비에서 팀에 큰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시즌에 들어서자 둘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고 이후 KT는 재로드 존스와 레스터 프로스퍼를 영입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결과는 아쉬웠다. 이러한 지난 시즌의 실패를 지켜봤던 송영진 감독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아무래도 외국 선수 문제가 컸다고 느꼈어요. 어쨌든 KBL에서는 확실한 5번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좋은데 아무래도 저희 팀의 구성 상 스트레치 빅맨으로 4번 역할도 할 수 있고 빨리 뛸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어요. 하윤기나 이두원이 뛸 수 있는 선수이고 빅맨이 뛰게 되면 다 같이 뛸 수 있는 팀이 만들어질 수 있거든요. 또 2옵션은 스코어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를 생각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심사숙고를 하고 있습니다. 폭 넓게 살펴보고 있어요.”

지난 시즌 하윤기가 외곽슛이 가능한 자원인 재로드 존스와 뛸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던 것 역시 송영진 감독이 스트레치 빅맨을 살펴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 부분이 있어서 정통 5번보다는 외곽도 할 수 있는 선수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국내 5번들도 살아야 하거든요. 국내 선수들이 외곽 비중이 큰 선수 구성이었으면 중심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를 먼저 생각을 했을 텐데 하윤기나 이두원의 성장을 같이 이끌어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외곽 플레이도 가능한 선수를 먼저 생각을 하고 있어요.”

KT는 6월 초 소집을 앞두고 있다. 송영진호의 닻이 본격적으로 오르는 시점이다. 

“우선은 한 달 혹은 5주에서 6주 정도까지는 몸을 만드는 기간을 확실히 두려고 해요. 지난 시즌에도 그렇게 했었는데 부상이 확실히 적다고 느꼈거든요. 선수들이 최고의 상태에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기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또 지난 시즌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스태프들과 의논을 해서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아요.”

 

 

Win Now

지난 시즌 아쉬운 성과에 머무르긴 했지만 여전히 KT는 리그 내에서 손꼽히는 전력을 갖춘 팀으로 평가를 받는다. FA 시장에서 양홍석이 이탈하긴 했지만 문성곤이라는 최고의 수비수가 새롭게 합류했고 지난 시즌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던 하윤기의 존재도 든든하다. 여기에 팀의 에이스인 허훈 역시 전역 후 복귀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KT는 당장의 성적이 기대가 되는 팀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현재의 승리를 노려야 하는 ‘윈나우’ 팀이라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이제 막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송영진 감독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이 있어서 처음 감독 제의를 받고 수락을 할 때도 걱정이 정말 많았어요. 다만 걱정이 되는 만큼 자신도 있었고요. 솔직히 두 가지 마음이 공존을 하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팀 구성이 잘 갖춰진 만큼 모두 하나로 뭉치는 예상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확실히 이제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노련미는 부족할 수 있어요. 다만 제가 현역 시절에 반지를 껴보지 못하고 은퇴를 했는데 그만큼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커요. 그런 부분을 지도자로서 열정을 코트에 쏟으면 초보 감독이라는 우려를 기회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팀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줄 수 있는 허훈의 합류 역시 송영진 감독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리그 최고 수준의 가드인 허훈이 합류한다면 KT는 1번 자리에 대한 고민을 확실히 덜어낼 수 있게 된다. 

“걱정하는 만큼 자신도 있어요. 멤버 구성이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진다고 느끼지 않아요. 외국 선수 작업과 FA가 잘 마무리되면 6강이 아니라 그 이상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허훈이라는 선수는 확실히 좋은 선수고 능력이 있는 선수죠. 다만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합류 이후 팀워크를 잘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또 허훈이 54경기, 40분 내내 다 뛰지는 못하잖아요. 그래서 다른 1번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분발해서 비중을 덜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줘야 할 것 같아요.” 

현역 시절 리그에서 손꼽히는 스트레치 빅맨으로 이름을 알렸던 송영진 감독이다. 마침 KT에는 하윤기와 이두원 등 좋은 빅맨 자원이 많다. 이들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 역시 송영진 감독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다. 

“처음에는 이 선수들이 대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됐고 프로에서의 체계적인 운동을 그렇게 전문적으로 하지 않다 보니까 밸런스가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도를 할 때 볼을 잡았을 때나 드리블을 시작했을 때나 그런 부분들에서 기본적인 것부터 들어갔어요. 볼이 없을 때 움직이면서 찬스를 만드는 방법, 볼을 가지고 하면서 움직이는 방법, 그리고 포스트업 등을 단계적으로 연습을 했어요. 열심히 따라와 줬고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또 이 선수들도 전문적으로 슛을 쏘지는 않더라도 나중에 수비가 떨어졌을 때는 1~2개 정도는 쏠 수 있는 역할까지는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다만 아직 당장은 아니고 점진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게끔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특히 먼저 프로 생활을 시작한 하윤기는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엘리트 빅맨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평균 15.3점 6.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앞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많은 선수에요. 운동하는 자세나 태도가 워낙 좋기도 하고요. 신체 능력과 조건도 좋기 때문에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느끼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이제는 받아먹고 리바운드해서 하는 플레이를 넘어서서 본인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한두골을 넣기 시작하면 상대 수비가 헬프를 들어오거든요. 그 때 패스아웃까지 할 수 있는 선수까지 되면 정점에 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여전히 많이 성장하고 배우고 있고, 또 발전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윈나우를 표방하는 팀의 감독이 된 만큼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송영진 감독은 4강 이상은 무조건 가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선은 팀 멤버가 워낙 좋기 때문에 목표는 4강 이상으로 잡을 수밖에 없어요. 그 목표를 위해서는 분명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에 서로 대화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좋은 방향,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에요.”

처음으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는 감독들에게 가장 궁금했던 부분 역시 물었다. 그것은 바로 본인만의 농구 색깔. 송영진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는 과연 어떤 색일까.

“저도 나름 현역 시절에 수비에서 열정을 가지고 잘 막았다고 평가를 들었거든요. 개개인마다 분명 수비력의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를 줄여서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수비를 갖추려고 해요. 또 저희가 지난 시즌에 속공을 나갔을 때 성공시키는 확률이 너무 떨어졌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속공 시도도 많이 하고 확률도 올려야 할 것 같아요. 원칙적으로는 5명이 다 움직이는 농구를 하고 싶고 요즘 트렌드에 맞는 빠른 농구를 추구하려고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수비가 기본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기본을 바탕으로 빠른 농구를 하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우선은 빅맨들이 다 뛸 수 있는 선수들이라 빠른 농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어요. 또 훌륭한 수비나 공격 리바운드를 뺏기지 않으면 조건이 추가가 되는 거고요. 허훈처럼 휘젓고 나갈 수 있는 선수도 있기 때문에 빠른 농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자신의 전성기를 보냈던 KT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송영진 감독. 과연 송영진 감독은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까. 

“저는 제일 처음에 농구를 시작할 때도 전희철 감독님을 우러러봤었고 동경도 했었어요. 코치가 된 후에도 전희철 감독님을 바로 옆에서 본 것은 아니지만 2~3발자국 떨어져서 봤거든요. 그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지신 감독님처럼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그리고 저는 선수들에게 농구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많이 강조해요. 그 부분은 코트에서 열정을 보이라는 이야기거든요. 운동선수가 운동을 싫어하면 안 되잖아요. 뭘 하면서 밥을 먹고 살고 있는지, 우리가 뭘 하는 것이 맞을지를 되돌아보고 스스로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많이 이야기를 해주곤 해요.”

마지막으로 송영진 감독은 KT의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분명히 우려하시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저를 응원해주시거나 격려를 해주시는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저도 잘 수용해서 걱정이나 우려하시는 부분을 제가 응원이나 격려로 바꿀 수 있도록 KT라는 팀을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 가보려고 해요. 많이 지켜봐주시고 응원을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사진 = 강정호 기자

영상 촬영 및 편집 = 이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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