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오른 대표팀은 비록 1승 달성은 실패했지만 세르비아, 캐나다, 스페인 등 세계적인 강팀들과 좋은 경기를 펼쳤고, 이번에 2년 연속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2024년 7월 말 개막 예정인 제33회 파리 올림픽에 허락된 농구 본선 티켓은 총 12장.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국의 본선 진출이 확정되며 남은 출전권은 총 11장이다.

우리나라가 본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오는 26일부터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시아컵에서 4강 안에 들어야 한다. 아시아컵이 FIBA 여자 올림픽 프리 퀄리파잉 토너먼트(FWOPQT)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토너먼트를 거치고, 최종 예선이라 할 수 있는 FIBA 여자 올림픽 퀄리파잉 토너먼트(FWOQT)를 통과해야 올림픽 본선에 나설 수 있다.

한국 여자농구의 국제 경쟁력과 위상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에 빛나는 결과는 이미 오래 전의 추억이다. WKBL의 인기 부진에 대해 분석할 때도 대표팀 경쟁력이 추락했다는 이유가 항상 등장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겨울 대표 구기스포츠 중 국제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이 여자농구다.

한국 여자농구의 FIBA 랭킹은 12위. 남자농구(38위)는 물론 올림픽에서의 연이은 선전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던 여자배구(33위)나, 남자배구(33위)보다도 순위가 높다. 유일하게 세계 순위 상위 10%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종목이 여자농구다.

그렇다고 아시아컵 4강이 쉬운 목표는 아니다. 명칭은 ‘아시아컵’이지만 이미 오세아니아 대륙의 강호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회다. 세계적인 강호인 호주, 위력적인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뉴질랜드가 대회에 참가한다.

게다가 높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팀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12위에 올라있지만, 아시아컵에서 경쟁을 펼쳐야 하는 나라 중 중국과 호주는 FIBA 세계 랭킹 2위와 3위에 위치한 전통의 강호다. NBA 출신으로 구성되는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보다 더욱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 여자농구를 제외하면 세계 정상의 수준을 다투는 두 팀이 아시아에 있다.

세계 9위인 일본도 지난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도쿄 올림픽 은메달의 주인공이다. 특히 아시아컵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3년 태국 방콕 대회를 시작으로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 세 팀은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우리보다 크게 앞서 있다.

우리나라에게는 아시아컵 정상도전보다 올림픽 진출을 위한 4위 확보가 이번 대회의 당면과제이며 현실적인 목표다. 뉴질랜드(29위), 대만(33위)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중 뉴질랜드가 가장 부담스러운 경쟁자다. 도쿄 올림픽 예선에서도 1승 1패를 기록했던 뉴질랜드는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압도적인 상대다.

세계랭킹이 29위까지 내려가 있지만, 이는 뉴질랜드가 최근 2년간 국제대회에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크다.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지만, 비공개적으로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꾸준하게 실시하고 있어 우리 대표팀에게는 여전히 경계가 될 수밖에 없다.

젊어진 여자 대표팀
점진적으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대표팀은 배혜윤(삼성생명)과 박혜진(우리은행)이 빠지면서 이전보다 평균 연령대가 낮아졌다. 대표팀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경은(신한은행)이 2015년 이후 8년 만에 대표팀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2000년 이후 출생 선수가 3명이나 대표팀에 포함되어 있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분위기는 이전보다 활기차다.

정선민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아무래도 안정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젊다 보니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차다.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눈치 보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하는 의지들이 좋다. 그렇다보니 분위기가 밝고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장인 김단비도 “솔직히 나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다. 주장이지만 ‘차렷’ ‘경례’ 외에는 특별히 하는 게 없다. 오히려 동생들이 나를 잘 맞춰주고 있는 것 같다. 말도 잘 듣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확실히 젊어서 그런지 휴가 중에 복귀했는데도 몸을 금방 올리고 있다”며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면서 생긴 긍정적인 부분을 언급했다.

지난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던 ‘주축’ 박지수도 “대표팀에 동생들이 셋이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보다 편해진 것 같다. 전에도 언니들이 잘 챙겨주고 편하게 해주셨지만 아무래도 나이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또래 선수들도 있고 동생들도 들어오면서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이)경은 언니도 오히려 우리한테 맞춰주고 배려도 많이 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특히 팀을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 입장에서는 베테랑의 부재가 부담이다.

특히 여전히 국내 최고 가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혜진의 부상 공백은 결코 작지 않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였으며, 대표팀 훈련 과정에서도 후배들에게 많은 모범이 됐던 것이 박혜진이다.

정선민 감독은 “관록과 경험의 부재는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박)혜진이가 없다는 건 숱한 고비나 승부처에서 확실하게 맡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줄었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국가대표 경험은 주장인 (김)단비 외에 강이슬도 있고, 젊은 선수지만 (박)지수나 (박)지현이도 충분하기 때문에 잘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지수가 인사이드에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지현이랑 (이)소희가 조금 더 해주고 가드 라인에서 중요할 때는 경은이가 조율을 해주리라 생각한다. 가드 포지션에는 안혜지도 있고, 신지현은 1번과 2번을 왔다갔다해야 한다. 적절하게 시간 분배를 하면서 선수들을 활용하는 게 내 몫일 것 같다”고 짚었다.

어린 선수들의 역할이 커졌다.

2000년 이후 출생 3인방 중 대표팀 경험이 적은 이소희와 이해란은 이번 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역할을 부여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소희가 2-3번 자리에서 강이슬의 백업, 혹은 강이슬과 함께 활약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정선민 감독은 이해란에 대해서도 “4번 혹은 3번 자리에서 뛰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팀에서도 핵심으로 떠오른 박지현
막내 라인에서도 가장 역할이 커진 것은 역시 박지현이다. 전현직 국가대표로 구성된 호화군단 우리은행에서도 해를 거듭할수록 비중이 높아진 박지현은 이미 대표팀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장신 가드이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에, 이번 대표팀에서도 박지현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태극마크를 달았기에 대표팀이 낯설지도 않다. 어린 선수지만 대표팀 경험이 부족한 선수도 아니다.

박지현 스스로도 “어렸을 때부터 기회를 많이 받았고, 진천(선수촌)도 고등학교 때부터 오다 보니 경험도 쌓인 상태고 ‘국가대표’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대표팀에서의 역할도 잘 알고 있다. 소속팀에서도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은 정작 소속팀보다 대표팀에서 더 많이 느끼고 있다.

박지현은 “오히려 팀에서는 옆에 언니들도 많고 같이 있는 기간도 길다. 오히려 대표팀에서 스스로 할 것들이 더 많다는 점을 더 크게 느낀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대표팀 경험은 다른 친구들보다 많다. 기회를 더 빨리, 그리고 많이 잡은 만큼 이제는 정말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작년까지만 해도 언니들이 만들어 준 좋은 분위기를 잘 따라가는 게 내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그런 분위기도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담이 커졌지만 특별히 어려움도 많아진 것은 아니다.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그의 역할은 큰 차이가 없다.

박지현은 “포지션별로 더 신경 써야 할 게 있기 때문에, (정선민) 감독님이 각자한테 해야 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외워야 할 것들을 얘기해 준다. 그런데 나한테는 2,3,4,5번을 다 준비하라고 하시더라. 막상 팀에서 하는 거랑 크게 다른 건 없는 거다. 오히려 이런 부분이 국제대회에서는 장점이 됐던 것 같다. 국내에서는 신장이 다 비슷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내가 오히려 큰 선수들을 데리고 외곽에서부터 할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이 잘 통했다. 이번에도 내 장점을 살려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한, “이번 대회는 과정과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대회다. 일단 이기는 것에 무조건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부상 없이 대회를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이겨야한다는 간절함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더 책임감을 갖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항상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몸 상태는 괜찮다. 이렇게 계속 만들어 나가면 대회 때는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여왕의 복귀
무엇보다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호재는 박지수의 복귀다. WKBL 7관왕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두 번이나 오른 박지수에게 지난 한 시즌은 큰 고난이었다. 공황장애로 인해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운동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어렵게 리그에 복귀했지만 손가락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박지수의 시련은 대표팀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월드컵 8강 진출을 목표로 했던 대표팀은 박지수의 낙마로 인해 월드컵에서 결과로 기대할 수 있는 목표 자체를 제대로 세울 수 없었다. 그만큼 박지수의 존재감은 절대적이고, 위력은 독보적이다.

그런 박지수가 돌아왔다. 완치를 확정할 수 없는 질환과 싸우며 이미 4월 초 소속팀 훈련에 참가해 몸을 만들어 오고 있지만, 거의 1년 가까운 공백을 채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 살도 많이 빠졌다. 정선민 감독도 “골밑에서 몸싸움을 많이 해야 하는 포지션인데, 몸 자체는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에 채워야 할 부분들이 많다”며 걱정을 나타냈다.

박지수 또한 시즌 중 팀에 복귀했을 때부터 정상 체중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살이 붙지 않았다. 비시즌 훈련 기간에도 몸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됐다.

박지수는 “많이 먹으면서 체중을 늘리는 부분을 의식하고 있는데, 예전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체중을 늘려도 살이 금방 빠진다. 우선은 지방이 빠진 부분을 근육량으로 보완하려고 하고 있다. 인바디를 측정해보면 체지방률이나 근육량은 선수 생활을 하며 가장 좋은 상태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한다.

정선민 감독도 “본인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조심스럽게 맞춰가면서 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 몸을 만들어야 하고, 거의 1년을 쉰만큼 농구 감각도 찾아야 한다. 분명 근육량이 많아지고 웨이트 기록도 좋아졌다. 이전 대표팀에 있을 때보다 낫다. 하지만 이걸 코트 안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지수가 한참 좋았을 때의 모습을 보인다면 대표팀의 부담도 줄어든다. 비록 아직은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지만, 그래도 박지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정 감독은 “(박)지수가 코트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팀이 가져갈 수 있는 플러스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한다.

박지현 또한 “지수 언니 없이 대표팀에서 뛸 때는 답답함이 있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의 차이가 너무 컸다. 최선을 다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고, 그렇게 한골 한골을 뺏기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그런데 지수 언니가 돌아오면서 그 자체만으로 이런 부분이 해소됐다. 활명수 같은 느낌”이라고 반색했다.

완전한 상황은 아니지만 경과가 나쁘지는 않다.

박지수 또한 “괜찮은 것 같다. 훈련을 잘하고 있고, 몸도 잘 만들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 대회를 앞두고 “나 또한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 팀이 원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여전히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몸을 만들고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번 도쿄 올림픽을 뛰면서 다시 느꼈지만, 그런 큰 대회는 꼭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올림픽을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번 아시아컵에서 성적을 올려야 올림픽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라트비아 원정
대표팀의 이번 소집 훈련도 몸 만들기부터 시작됐다. 비시즌 훈련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모인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선수들의 몸 상태와 체력이 제대로 올라와 있지 않았다. 소집 기간도 길지 않기 때문에 대회를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정선민 감독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시아컵과 WKBL 일정 상 선수들이 충분한 몸 상태를 만들고 훈련에 소집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시즌을 마친 선수들을 무리해서 일찍 소집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트비아 원정을 통해 선수들의 게임 체력을 끌어 올리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의 적응도 지켜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지난 10일과 11일, 라트비아 원정 평가전에서 60-82, 50-76으로 패했다. 지난 해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 두 차례 승리를 거뒀던 라트비아에게 모두 졌다. 하지만 이번 라트비아 대표팀은 1년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팀과는 선수 구성부터 전혀 다른 팀이었다. 우리와 평가전을 치른 라트비아는 1주일 후, 유로바스켓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67-63으로 이겼다.

정선민 감독은 “우선 지수가 걱정했던 것 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여 다행이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게임 체력과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단비도 라트비아 원정을 다녀오면서 몸이 많이 올라왔다. 어린 선수들이 대거 투입됐던 2차전 4쿼터의 마무리는 아쉽지만, 선수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번 주부터 오전 10시를 중심으로 주요 훈련을 진행한다. 대표팀의 아시아컵 경기가 대부분 오전 10시로 잡혀 있어, 미리 준비에 들어간다. 그리고 오는 22일, 호주로 출국할 예정이다.

중국, 뉴질랜드, 레바논과 B조에 편성된 우리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26일 오전 10시, 이번 대회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뉴질랜드와 첫 경기를 갖고, 이어 휴식일 없이 레바논, 중국과 경기를 갖는다.

사진 = 강정호 기자, 라트비아 농구협회

* 본 기사는 <루키>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수정-보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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