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KGC의 지휘봉을 잡았다. 직전 시즌 이재도가 이적한데 이어 전성현까지 떠난 KGC를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김상식 감독은 특유의 차분한 리더십을 앞세워 KGC의 반전을 이끌어냈다. ‘감독대행 전문’에서 ‘우승팀 감독’까지. 김상식 감독의 지도자 인생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 본 기사는 <루키>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

얄궂은 운명

현역 시절 김상식 감독은 정확한 슈팅 능력을 갖춰 ‘이동 미사일’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맹활약을 펼쳤다. 프로 출범 이후 광주 나산 플라망스에 소속된 김상식 감독은 첫 시즌 평균 20.3점을 기록한데 이어 이듬해에도 평균 18.3점을 올리며 팀의 주포로 활약했다. 이후 안양 SBS로 트레이드 된 김상식 감독은 2002-2003시즌까지 SBS의 유니폼을 입은 뒤 은퇴했다. 

이후 김상식 감독의 지도자 생활이 시작됐다. 미국으로 지도자 연수를 다녀 온 김상식 감독은 2004-2005시즌 김동광 감독이 부임한 SBS의 수석코치를 맡으며 본격적인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김동광 감독을 보좌하던 김상식 감독은 2006-2007시즌 도중 김동광 감독이 중도 사퇴하면서 감독 대행을 맡게 됐다. 김상식 감독의 지긋지긋한 ‘감독 대행 커리어’가 그 출발을 알린 시점이었다. 

당시 유도훈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김상식 감독은 다시 수석코치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시즌을 마친 김상식 감독은 사퇴를 선택한 후 대구 오리온스의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얄궂은 운명은 이번에도 김상식 감독을 가만두지 않았다. 당시 오리온스의 감독을 맡았던 이충희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또 다시 감독 대행 자리를 맡게 된 것. 이후 남은 시즌 팀을 잘 수습한 김상식 감독은 오리온스의 5대 감독으로 정식 부임하면서 처음으로 감독 대행이 아닌 정식 감독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오리온스가 부진한 성적에 머무르면서 김상식 감독은 금방 지휘봉을 놓았다. 이후 잠시 야인으로 지낸 김상식 감독은 2012-2013시즌 김동광 감독이 삼성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수석 코치를 맡게 됐다. 

그리고 2013-2014시즌. 김동광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또 다시 김상식 감독은 감독 대행이라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허재 감독을 도와 국가대표 코치를 맡고 있던 시절에도 허재 감독의 사퇴로 인해 다시금 임시 소방수로 나섰던 김상식 감독이다. 그렇게 프로와 국가대표를 넘나들며 무수히 많은 감독 대행을 맡았던 김상식 감독은 이후 정식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했다. 

 

김상식표 리더십, 빛을 발하다

국가대표 감독 생활을 마무리한 후 김상식 감독은 프로 무대로의 복귀를 희망했다. 그러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된 팀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젊은 지도자들을 선임하기에 바빴다. 

“제 농구는 여기까지인가보다 생각이 들어서 집에다 이야기를 하고 제주도에 가서 마음의 정리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고 구단에서 기회를 주셨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불태워보자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여러 생각이 섞여서 스스로에게도 감격스럽고 선수들이나 구단 관계자분들에게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7차전 혈투 끝에 SK를 꺾고 우승이 확정된 후 김상식 감독이 남긴 이야기다. 이 이야기대로 김상식 감독은 농구에 대한 미련을 모두 접은 채 제주도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했다. 

그런데 김승기 감독이 떠나면서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된 KGC가 김상식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끊어질 뻔했던 김상식 감독과 농구의 인연은 다시 이어지게 됐고 그 결말은 모두가 알다시피 해피엔딩이 됐다. 

전임 김승기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단을 장악했다면, 김상식 감독은 정반대인 부드러운 리더십을 앞세워 선수들과 소통했다. 선수들 중 그 누구도 김상식 감독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김상식 감독은 덕장의 면모를 앞세운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렇게 김상식 감독의 리더십은 KGC의 통산 4번째 우승과 함께 드디어 화려한 꽃을 피웠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기회를 멋지게 살려낸 김상식 감독이다. ‘감독 김상식’의 전성기는 이제야 시작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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