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바스키움 농구교실은 다른 곳과 비교해 수업 횟수가 많지 않다. 많은 수업과 그에 따른 회원 수가 곧 농구교실의 수입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뜻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원호 원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농구교실을 찾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농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 수업과 학생들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프로선수에서 지도자로 농구 인생의 2막을 열다

이원호 원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프로농구 여수 코리아텐더(현 KT)에서 선수 생활을 한 프로농구 선수 출신이다. 윤호진 연세대 감독이 구로중 시절 같이 농구를 했던 동기이자 친구다. 

"선수 시절을 되돌아보면 힘들긴 했지만 좋은 추억이 많다. 고등학교 때가 제일 재밌었는데 당시 신림고 감독이던 김승기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주셨고 내 장점을 잘 살려줬다. 중학교 때까지는 키만 컸다면 고교 시절에 기술을 배웠고 이것이 실전에서 마음먹은 대로 되니까 재밌었던 것 같다." 이원호 원장의 말이다. 
 
이런 과정 속에 이 원장은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한다. 당시 성균관대는 정훈과 진경석(KB스타즈 코치), 이한권(하나원큐 코치) 같은 선배들이 있을 때였다. 

그는 "사실 농구가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대학 가서 맞는 것은 정말 싫고 힘들었다. 당시 감독님이 엄청 때리던 분이었는데 나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특히 센터가 외곽에서 슛을 쏘거나 드리블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시절이었는데 이게 결국 프로에서도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원호 원장이 프로에 입단할 시점의 코리아텐더는 재정적으로 워낙 열악할 때였다. 경기도 수지의 아파트에서 선수들이 기거한 적도 있었고 연고지인 여수에서 월세방을 전전한 적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구단의 뜻에 따라 공익근무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팀은 부산 KTF로 바뀌어 있었다. 탄탄한 모기업이 생겼지만 정작 그가 뛸 자리가 없었다.

당시 KTF는 외국선수는 물론이고 현주엽 같은 국내 빅맨이 건재한 팀이었다. 대학까지 센터를 맡았다고는 하지만 198cm 정도의 신장으로 쟁쟁한 선배들의 벽을 넘기에는 사실 어려웠다. 이에 구단에서는 군복무를 마친 그에게 프런트 업무를 제안했고 매니저와 외국선수 케어의 일을 맡다가 은퇴를 선택했다. 

"프로까지 갔지만 당시에 198cm의 신장으로 센터로 살아남기는 힘들었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워드로 빠졌어야 했는데 대학 때까지 센터만 맡다보니 새롭게 외곽 플레이를 한다는 게 힘들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에 빨리 정리하고 팀을 나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의 프로선수 생활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그의 농구 인생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농구로 아이들의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었다

은퇴 후 그는 일산에서 농구교실 강사로 시작해 실장까지 올라 약 2년 정도 일을 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사업을 돕게 됐는데 이때 결혼까지 하며 약 7~8년간을 농구와 떨어진 삶을 살았다. 

하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법이다. 그 역시 아버지 사업을 계속 도운다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자신이 느꼈던 농구의 재미를 어린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무엇보다 본인이 농구를 통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마음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가 성격이 활발한 편이 아니었다. 덩치는 크지만 말도 없고 친구들에게 놀림도 당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나마 농구를 하면서 말도 많아지고 성격도 활발해지면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다. 인생을 살면서 사회성을 기르는 데 운동 특히 농구가 좋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농구교실을 물색하던 중에 지금의 바스키움 농구교실을 매각한다는 사람들과 만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으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때가 2019년. 처음 바스키움을 시작했던 사람들과는 현재 바스키움 농구교실의 노란색 유니폼 제작 의뢰도 하는 등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첫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이원호 원장은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과거 일산의 농구교실에서 말 그대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능력을 인정 받아 실장으로 사실상 운영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구 수업은 물론 셔틀과 회비 관리, 기타 농구교실 운영에 관한 것들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처음 바스키움을 시작하면서 운영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대신 여기에 나만의 지도 철학을 접목해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 농구를 시작했을 때 제대로 배워보자라고 마음 먹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농구를 가르쳐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재미를 갖고 부모님께 '친구들하고 농구하고 올게요'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원호 원장이 제일 먼저한 것은 유니폼을 맞추고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보통 농구교실들이 대회에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각자의 옷을 입고 하기 마련인데 그는 수업 때부터 복장을 통일하고 코트에서는 농구화를 제대로 갖춰 신게 하면서 농구에 임하는 마인드와 자세부터 잡아나갔다. 

처음에는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과 학부모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바스키움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시스템을 이해하고 자연스레 받아들인 아이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물론 지금은 취미반과 같은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준비로 제대로 된 마음가짐과 매너를 아이들에게 익히게 해주고 싶었다.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해 관둔 친구들도 많지만 이 방법을 받아들인 아이들은 시간이 가면서 마인드나 태도 여기에 농구 실력도 늘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런 아이와 학부형들과는 관계가 더 끈끈하게 오래 이어지고 있다." 이원호 원장의 말이다. 

바스키움의 클래스는 크게 선수반과 일반반으로 나뉘어 있다. 선수반은 흔히 말하는 각 농구교실의 대표팀 같은 것이고, 일반반은 같은 농구 수업을 하지만 타이트하게 하기보다는 농구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단, 같은 내용이어도 학년에 따라서 단계별로 맞춤형 교육이 이어진다. 

수업은 오후에 주로 이어지며 방학 때는 수강생 모집 상황에 따라 오전에 특강을 개설하기도 한다.

그리고 클래스와 상관없이 이원호 원장이 가장 신경을 쏟는 부분이 있다. 바로 선수들의 인성을 바로 잡아주고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게 하는 것이다.

그는 "나는 처음에 아이들의 인성부터 잡아준다. 애들이 한번 불러서 안 쳐다보면 집중시켜야 한다. 공을 주면 아이들은 신나서 일단 튀기기에 바쁘다. 그런 것을 제지시키고 교사의 말에 집중하게 한 뒤에 수업을 진행한다. 여기서는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걸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만들고 가르치면 나중에 들어오는 아이들도 옆에서 보고 배우면서 그런 스타일로 간다. 그래야 수업의 능률도 오르고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천 최고의 전문성을 자랑하는 농구교실

바스키움 농구교실은 경기도 부천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대부분 인천과 부천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송내역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또 바스키움의 강점은 강사인 이원호 원장과 최우연 코치 모두 자격증을 갖춘 전문 지도자라는 점이다. 

이원호 원장은 "저희는 코치진이 전부 2급 전문 지도자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이 자격증으로 대학, 프로까지 코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자격을 갖고 가르치는 농구교실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만큼 전문적인 지도가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깨끗한 코트와 내부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여서 아이들이 즐겁게 농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사진도 원생들도 소수정예지만 그만큼 수업 수준과 만족도가 높다. 일요일에는 오후에 단 한 클래스 밖에 수업이 없고 그것도 10명 남짓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욱 더 집중력을 갖고 수업에 임할 수 있다. 

이 원장은 "평소 아이들을 가르칠 때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보다는 어떻게 하면 농구를 제대로 이해시킬까를 많이 고민한다. 이걸 왜 하는지를 시범이나 혹은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제대로 설명해줘야 아이들도 받아들이는 게 빠르다. 물어보면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는데 그러면 아이들도 잘 이해하는 편이다. 물론 1주일 뒤에 기억하는 친구도 있고 모른다는 친구도 있지만.(웃음) 그래도 가르칠 때 이해를 시키려고 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바스키움 농구교실은 지난 5월 21일에 바스키움 2대2 농구대회를 가졌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아이들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이원호 원장이 고안한 바스키움만의 프로그램이다.

같은 농구교실 내 친구들과 2명씩 짝을 지어도 되고 학교 친구 같이 외부에서 사람을 불러 팀을 짜도 된다. 이러면서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고 자연스레 바스키움 농구교실의 홍보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그는 "일종의 축제 같은 개념이다. 친구를 데려와 다른 아이들과 2대2 경기를 하면서 농구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하지 못했다가 모처럼 부활을 시켰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2대2 대회에는 중등부 10개팀이 참가해 나름 피 튀기는 승부를 펼쳤다고 한다. 자체 대회지만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티셔츠 등 기념품과 우승과 준우승 등의 메달도 제작해 수여했다.  

이원호 원장은 마지막으로 "농구를 통해 우리 아이들을 소위 말하는 '인싸'로 만들어주고 싶다. 자기 주도적인 생각을 갖고 활발하게 생활하는 아이로서 또 농구를 즐기는 선수로 만들고 싶다. 농구를 하면서 처음 보는 아이들과도 어색하지 않고 소통하면서 즐겁게 농구하는 문화를 만들어서 밖에서도 친구들과 농구도 하고 사회성이 길러지는 친구들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ROOKIE BCO'는 'ROOKIE Basketball Club Operation association'의 약자로 루키가 만든 농구교실 운영 협의체를 뜻한다. 자세한 정보는 인스타그램 @rookiebco_official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가입 신청과 기타 문의는 이메일 rookiebco@kakao.com을 통해 가능하다. 

사진 = 박상혁, 이현수 기자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