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슬이 KB와 다시 손을 맞잡았다.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로 손꼽히던 강이슬은 KB와 3년 재계약을 선택하면서 잔류를 선언했다. 

지난 2년 간 KB와 강이슬은 웃고 울었다. 이적 첫 해 압도적인 성적으로 통합 우승을 만들어내며 목표 달성에 성공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디펜딩 챔피언 답지 않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며 2년 연속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KB와 강이슬의 지난 2년은 어땠을까. 그리고 앞으로의 3년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모든 것이 완벽했던 이적 첫 시즌

2021년 4월 19일. FA 시장에 나온 리그 최고의 3점 슈터 강이슬은 하나원큐를 떠나 KB로 이적을 선택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당시 무려 4개 팀이 뛰어들었던 ‘강이슬 영입전’에서 최종 승리한 KB는 많은 화제 속에서 강이슬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강이슬의 연봉 규모는 총액 3억 9천만 원. 이는 당시를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이적 금액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KB를 넘어 리그를 지배하는 슈퍼 에이스 박지수에 강이슬이 더해지며 ‘국가대표 원투펀치’를 구성한 KB는 단숨에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KB는 박지수가 대표팀과 미국행으로 인해 비시즌을 거의 함께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대표팀에서는 손발을 맞췄으나 소속팀에서 손발을 맞출 기회가 사실상 없었던 박지수와 강이슬이 예상대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다. 

 

그러나 첫 경기부터 KB의 원투펀치는 위력을 발휘하며 이러한 의문을 지워냈다. 삼성생명과의 개막전에 나선 KB는 68-59의 승리를 따내며 직전 시즌 챔프전 패배를 만회했다. 박지수가 22점 1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확실히 골밑을 지킨 가운데 강이슬 역시 18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B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경기를 무사히 마쳤다. 

이후 KB는 리그를 지배했다. 개막 후 9연승, 그리고 다시 14연승.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구축한 KB는 단 24경기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며 단일리그 이후 역대 최단 경기 우승 기록을 썼다. 

강이슬은 KB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시즌 평균 18.0점 5.3리바운드 2.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점슛은 무려 42.9%의 확률로 성공시켰다. 직전 시즌 37.9%의 수치와 비교해서 5%나 증가한 수치다. 

기록과 수상도 잇따랐다. 2021년 12월 31일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는 역대 최연소 600개 3점슛 신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정규리그 종료 후 열린 시상식에서는 박지수와 나란히 BEST 5에 이름을 올렸고 3득점상과 3점 야투상 역시 차지했다. 

이적 첫 시즌부터 완벽히 팀에 녹아든 강이슬을 앞세운 KB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절대 1강’의 행보를 이어갔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우리은행을 단 3경기 만에 꺾은 KB는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유니폼에 2번째 별을 새겼다.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KB에 합류한 강이슬은 팀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며 무관의 한을 풀어냈다.

 

아쉬움 남긴 2번째 시즌

그렇게 완벽한 2021-2022시즌을 보낸 강이슬과 KB. 이들의 미래는 탄탄대로인 것처럼 보였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거머쥔 KB는 ‘왕조 건설’에 성큼 다가간 상황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즌을 앞둔 KB에게 변수가 발생했다. 강이슬과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았던 박지수가 시즌을 앞두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으며 이탈하게 된 것이다. 팀을 지탱하던 기둥의 이탈은 KB에게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였다. 

결국 강이슬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박지수의 시즌 합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강이슬은 흔들릴 수 있는 KB호를 지탱해야 할 핵심이었다. 이런 강이슬의 존재로 인해 KB는 박지수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뚜껑을 연 KB는 예상보다 훨씬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사실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신한은행과 개막전에 나선 KB는 무려 2차 연장까지 흐르는 접전을 펼쳤으나 77-84로 패배를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비시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던 선수들에게 이날의 패배는 생각보다 큰 타격으로 돌아왔다. 

이후 KB는 거듭되는 추락을 겪었다. 개막 3연패로 시즌을 출발했고 1라운드 성적은 1승 4패에 머물렀다. 유일하게 승리를 따냈던 하나원큐전에서의 경기력도 썩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이후 KB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1승 4패의 성적에 그쳤다. 거듭되는 패배에 선수들의 자신감 역시 계속해서 떨어졌다. 그나마 시즌 중반 박지수가 복귀하며 잠시 희망을 보기도 했다. 박지수 복귀 이후 곧바로 연승 흐름을 탄 KB는 상위권 팀들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떠올랐다. 

그러나 박지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다시 이탈하면서 KB를 비췄던 희망의 불씨도 꺼져버리고 말았다. 이후 다시 시즌 초반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돌아간 KB는 10승 20패를 아쉬운 성적과 함께 시즌을 마쳤다. 12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의 아픔을 경험했고, 역대 2번째 디펜딩 챔피언의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KB다. 

강이슬 역시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평균 15.2점 6.6리바운드 2.7어시스트. 볼륨은 그렇게까지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으나 문제는 효율이었다. 

특히 강이슬의 가장 큰 무기로 손꼽혔던 3점슛이 완전히 고장났다. 직전 시즌 42.9%의 정확도를 자랑했던 강이슬의 3점슛은 29.9%까지 떨어졌다. 무려 13%의 엄청난 낙폭을 보인 셈이다. 

강이슬이 20%대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한 것은 데뷔 후 첫 2시즌인 2012-2013시즌(25.0%)과 2013-2014시즌(27.6%) 뿐이었다. 그리고 당시 강이슬은 평균 출전 시간이 채 10분이 되지 않는 백업 선수였기 때문에 당시의 기록이 크게 유의미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즉, 강이슬은 팀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처음으로 20%대 3점슛 성공률에 머무르는 부진을 보인 셈이다. 

몸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스트레스로 인해 이석증이 찾아왔고 이후 허리와 발목 등의 잔부상이 끊임없이 강이슬을 괴롭혔다. 그러나 팀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핑계로 경기에 나서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강이슬은 에이스로의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끝까지 이를 악물고 뛰었으나 결과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계속되는 동행

KB에서 뛴 2년 동안 강이슬은 천당과 지옥을 각각 오갔다. 2년 계약이 만료된 강이슬은 이번 비시즌 다시 FA 권리를 획득했다. 여전히 최대어로 불렸던 강이슬이지만 시장의 상황은 2년 전과 사뭇 달랐다. 2년 전 당시에는 많은 팀들이 강이슬 영입을 위해 나섰다면, 이번에는 재계약 가능성이 처음부터 높게 점쳐진 가운데 다른 팀들의 실질적인 오퍼 역시 없었다. 

강이슬의 관심 역시 재계약에 쏠려 있었다. KB에 남아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씻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렇게 강이슬과 KB는 조율을 거친 끝에 재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 3년, 총액 3억 5천만 원(연봉 2억 8천만 원, 수당 7천만 원)이 계약 조건이었다. 

강이슬과 재계약을 마친 KB는 외부 FA 영입에도 성공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그 주인공은 지난 시즌 하나원큐에서 꽃을 피웠던 김예진. 

잦은 부상으로 인해 꾸준한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김예진은 지난 시즌 평균 1.9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수비 능력을 갖춘 김예진은 영입한 분명 KB에게 호재다. 김예진은 KB와 계약기간 3년에 연봉 총액 8천만원의 계약을 맺었다. 

강이슬 역시 김예진의 영입을 누구보다 반기고 있다. 둘은 과거 하나원큐에서 같이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 

강이슬은 “(김)예진이가 이번 FA 때 고민이 많았다. 1차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연락을 했다. 예진이 입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했다. 함께 있을 때도 아픈 손가락 같은 느낌이 들었던 선수다. 수비 센스도 좋고 가진 장점이 많은데 항상 부상이 아쉬웠다. 지난 시즌을 잘해서 뿌듯했고 함께 뛰게 되어서 더 좋다”며 김예진의 영입을 반겼다. 

사실 KB의 차기 시즌은 여전히 물음표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상태다. 강이슬이 지난 시즌의 부진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박지수의 건강 상태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 지난 시즌 KB가 부진한 사이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하며 통합우승을 거머쥔 우리은행의 존재감 역시 여전하다. 이번 비시즌 베테랑 김정은을 놓치긴 했으나 여전히 강력한 코어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이다. 

이처럼 KB가 지난 시즌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강이슬은 그 어느 때보다 비시즌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의 부진으로 인해 10년의 커리어가 통째로 부정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강이슬이다. 

팀의 우승 탈환과 더불어 강이슬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다음 시즌의 중요성은 말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KB와의 동행을 이어가게 된 강이슬의 다음 시즌, 그리고 그 이후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루키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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