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 부진일까 아니면 노쇠화일까. 하늘내린인제와 한솔레미콘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하늘내린인제와 한솔레미콘은 지난 몇 년간 한국 3x3를 대표하는 강팀들이었다. 지난 2019년, 하늘내린인제가 41연승을 구가하는 동안 하늘내린인제를 가장 강력하게 그들을 저지했던 것이 한솔레미콘이었다.
김민섭, 박민수, 방덕원, 하도현의 하늘내린인제를 늘 코너까지 몰아 붙였던 것이 이승준, 이동준, 김철, 임원준, 김동우가 버틴 한솔레미콘이었고, 두 팀의 라이벌리는 한국 3x3 흥행 카드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두 팀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하늘내린인제는 3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고 있고, 한솔레미콘은 3번의 대회에서 단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심지어 그중 2개 대회에선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결과를 떠나 두 팀 모두 경기 내용도 좋지 못하다. 힘겹게 결승까지 오르고 있는 하늘내린인제는 한눈에 봐도 '기량 저하'를 의심할 만큼 움직임이 예전만 못하고, 이동준의 은퇴와 이승준의 공백으로 높이가 낮아진 한솔레미콘은 내외곽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던 예전의 경기력이 종적을 감췄다.
하늘내린인제의 경우 올 초까지만 해도 KXO 윈터리그 1, 2차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별다른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된 이후 감춰졌던 문제들이 들불처럼 솟아올랐다.

김민섭, 하도현의 부진이 치명타가 되고 있다. 현재 허리, 발목 부상 중인 두 선수는 나란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남자 3x3 대표팀을 대표하는 슈터로 활약했던 김민섭은 코트에서 전혀 뛰지 못하는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허리 부상의 여파라고는 하나 30대 중반에 들어서며 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최근에는 일부러 김민섭을 자신의 매치업으로 만들어 1대1 공격을 하려는 선수까지 늘어나고 있다. 김민섭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지난 4월, 코리아투어 서울대회에서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하도현 역시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남자 3x3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당시의 전투력이 사라졌다. 방덕원의 은퇴로 높이가 낮아진 하늘내린인제이기 때문에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도 몸을 사리지 않는 1대1 플레이를 펼쳤던 하도현의 활약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의 하도현은 외곽을 빙빙 돌며 효율적이지 못한 공격을 전개하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포스트 업으로 상대 수비를 편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노승준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하늘내린인제로선 극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올 시즌을 기대하긴 힘들게 됐다.
하늘내린인제 김민섭은 "부상 여파가 있긴 한데 다 변명이다. 준비가 부족했다. KXO 윈터리그 1, 2라운드에서 연속 우승하면서 방심한 탓도 있는 것 같다. 선수들 모두 느끼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재정비 중이다"라고 말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팀 성적이 떨어지고, 우리를 대체하는 강 팀이 나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의 준비가 부족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당장 이번 주에 KXO 서울투어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며 하늘내린인제가 쉽게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역대 최악의 시즌 출발을 하고 있는 한솔레미콘의 부진도 심상치 않다.
올해 치러진 3번의 대회에서 두 번이나 예선 탈락을 한 한솔레미콘의 최근 행보는 어색하다. 이동준, 석종태, 이현승 등의 이탈로 전력의 공백이 생긴 한솔레미콘은 최근 이승준까지 루마니아로 떠나 김철, 임원준, 김동우, 서문세찬으로만 대회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2019년 남자 3x3 국가대표 박진수가 팀에 합류해 있지만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농구교실 스케줄로 인해 6월은 돼야 합류가 가능하다.
6월에 이승준, 박진수가 합류한다고 해도 이들 역시 3-40대 노장들이기 때문에 그 활약을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젊은 선수들의 3x3 무대 유입이 늘어나며 운동량에서 노장들과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
올 시즌을 앞두고 한양대 출신의 서문세찬을 야심차게 영입했지만 아직까지 큰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고 있는 것도 한솔레미콘의 걱정이다. 외곽에서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를 흔들어야 할 서문세찬이지만 팀 골밑이 불안하다 보니 아직까진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장기인 외곽슛마저 종척을 감춘 서문세찬이다.
한솔레미콘 김철은 "안 그래도 최근 들어 주변에서 우리 팀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 스코어러의 부진 등 많은 이야길 듣고 있다. 잘 새겨듣고 있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고, 선수가 많이 빠지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좋은 선수를 추가 영입하기 위해 많이 알아보는 중이다. 그리고 팀 내부적으로는 김정욱 대표님께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많이 노력해 주시고 계셔서 선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6월이 되면 이승준, 박진수 선수 합류가 가능하고, 서문세찬과의 호흡도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 선수들 자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돼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잘 이겨내서 조만간 원래의 한솔레미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반등을 예고했다.
한때 한국 3x3를 양분했던 하늘내린인제와 한솔레미콘이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노쇠화에 따른 쇠락의 길로 접어들지는 앞으로 남은 경기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김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