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클리퍼스는 지난 1970년 버팔로 브레이브스라는 이름으로 리그에 입성했다. 이후 그들은 샌디에이고, LA로 연고지를 옮겨 다니며 50년 넘는 역사를 유지했다. 그러나 클리퍼스는 우승과는 항상 거리가 먼 팀이었다. 우승은커녕 파이널에 진출한 경험조차 한 번도 없는 팀이 바로 클리퍼스다. 그런 클리퍼스의 암울했던 도전기를 정리해봤다.

영원한 약체

클리퍼스가 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지난 1970-1971시즌. 당시 그들은 소도시인 버팔로를 프랜차이즈로 정했고 팀 이름은 ‘버팔로 브레이브스’로 정했다. 참고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클리퍼스와 함께 리그에 뛰어든 동기들이다. 

이제 막 리그에 입성한 팀이 곧바로 강팀이 될 수는 없었다. 여느 신생팀과 마찬가지로 버팔로 역시 초창기에는 바닥을 전전했다. 창단 후 첫 3시즌에서 모두 20승 초반 대에 머무른 버팔로는 리그를 대표하는 맛집 신세였다. 

그런 버팔로에게 첫 희망이 찾아왔다. 희망을 안겨줬던 주인공은 바로 밥 맥아두. 1972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버팔로의 유니폼을 입었던 맥아두는 루키 시즌 평균 18.0점 9.1리바운드의 기록으로 신인왕을 수상하며 암흑의 터널을 지나고 있던 버팔로에게 한줄기 빛을 선사했다. 

 

2년차가 된 맥아두는 전년도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오며 순식간에 팀의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1973-1974시즌 맥아두의 기록은 평균 30.6점 15.1리바운드. 득점왕 자리를 차지한 맥아두의 존재감을 앞세운 버팔로는 그해 42승 40패의 성적을 거두며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의 성과를 올렸다. 

비록 첫 플레이오프 나들이에서 보스턴에게 2승 4패로 패했지만 맥아두와 함께 성장할 버팔로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이듬해 맥아두는 MVP를 따내며 리그 정상급 선수가 됐고, 버팔로 역시 49승(33패)을 따내며 다시 플레이오프 도전에 나섰다. 

맥아두와 함께 버팔로는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시 구단주였던 폴 스나이더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며 존 브라운에게 구단을 팔았고, 버팔로에게는 재앙이 찾아왔다. 

브라운은 팀의 성적보다 자신의 호주머니를 지키는데 급급했다. 그 결과 그는 맥아두를 뉴욕에게 현금과 당시 평범한 센터였던 존 지아넬리를 받고 팔아버렸다. 그리고 팀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맥아두가 시즌 도중 떠난 1976-1977시즌 버팔로는 30승 52패의 성적으로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기록을 마감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후 만년 약체로 전락했다. 1978-1979시즌을 앞두고 연고지를 샌디에이고로 이전하며 팀명을 클리퍼스로 바꿨고, 1984-1985시즌에는 LA로 또 다시 연고지를 이전했지만 매년 처참한 성적에 머물렀다. 그들이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선 것은 1991-1992시즌. 그 사이 무려 15번의 플레이오프 탈락을 겪은 후였다. 

 

마침내 강호에 반열에 올라서다

이후 간간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긴 했지만 여전히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시즌보다 그렇지 못한 시즌이 더 많았던 클리퍼스다. 가끔 플레이오프에 나서더라도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2005-2006시즌 1라운드에서 덴버를 4승 1패로 꺾고 마침내 1라운드 통과에 성공했지만 2라운드에서 만난 피닉스에 3승 4패로 탈락했다. 

클리퍼스의 암흑기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긴 인고의 세월을 거친 클리퍼스에게 마침내 2번째 기회가 찾아온 시점은 2009년이었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1번픽을 손에 넣은 클리퍼스는 블레이크 그리핀을 지명하며 팀의 미래를 맡겼다. 맥아두 시절 이후 클리퍼스에게 2번째 희망을 줄 선수가 마침내 팀을 찾아왔다. 

 

다만 야심차게 지명했던 그리핀은 첫 시즌을 부상으로 아쉽게 날렸다. 시즌 개막 전 당한 어깨 부상에 이어 부상 회복 후에는 무릎을 다치며 루키 시즌을 통째로 날린 그리핀이다. 그러나 이듬해 부상을 털고 돌아온 그리핀은 사실상의 루키 시즌에서 평균 22.5점 12.1리바운드의 기록을 찍으며 클리퍼스 팬들을 설레게 했다. 

그리핀이 환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클리퍼스는 32승 50패의 성적에 그치며 또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미래의 희망을 본 클리퍼스는 과감한 버튼을 누른다. 당시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군림하던 크리스 폴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당시의 클리퍼스를 상징하는 문구와도 같았던 ‘Lob City’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원래 폴이 향하려고 했던 목적지는 클리퍼스가 아닌 레이커스였다. 실제로 레이커스는 뉴올리언스에서 뛰고 있던 폴을 영입하기 위해 휴스턴이 포함된 삼각딜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당시 뉴올리언스의 임시 구단주 역할을 하고 있던 데이비드 스턴 총재가 이 딜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 틈을 클리퍼스가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폴의 레이커스행이 좌절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클리퍼스는 폴에게 자신들의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한다. 당시 클리퍼스가 뉴올리언스에게 내줬던 자원은 알-파룩 아미누와 에릭 고든, 크리스 케이먼. 여기에 2012년 1라운드 픽이 추가됐다. 참고로 이 클리퍼스가 뉴올리언스에게 건넨 픽은 오스틴 리버스 지명에 사용됐다. 

폴과 그리핀이 뭉친 첫 시즌. 클리퍼스는 40승 26패의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1라운드 무대에서 멤피스를 만난 그들은 4승 3패로 2라운드 티켓을 따냈다. 비록 2라운드 무대에서 샌안토니오에게 패하며 탈락했지만 클리퍼스의 미래는 밝았다. 

이후 클리퍼스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크리스 폴은 디안드레 조던과 블레이크 그리핀이라는 두 괴수를 환상적으로 조련했고 수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이 양산됐다. 

2012-2013시즌에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디비전 우승을 경험했다. 또한 2013-2014시즌에는 자신들의 역대 최다인 57승을 따내면서 승승장구했다. Lob City 시절 동안 6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간 클리퍼스다. 

그러나 클리퍼스의 문제점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드러났다. 뛰어난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치고도 플레이오프만 들어서면 이상하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6년 동안 3차례나 1라운드 탈락을 경험했고, 나머지 3차례 역시 2라운드에서 떨어졌다. 파이널은커녕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조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2015시즌에는 샌안토니오를 1라운드에서 꺾었고 2라운드에서 만난 휴스턴과도 4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클리퍼스는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도전이 실패로 끝나고 2017-2018시즌을 앞두고 크리스 폴이 휴스턴으로 떠나면서 결국 Lob City는 해체됐다. 또한 클리퍼스는 그리핀 역시 디트로이트에게 넘기며 리툴링을 선언했다. Lob City 시절의 클리퍼스는 강팀의 지위를 획득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우승팀이 되지는 못했다. 

 

새로운 BIG 3와 함께 할 도전

절치부심한 클리퍼스가 다시 정상급 전력을 구축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소식이 NBA를 강타했다. 이적 혹은 잔류를 두고 무수히 많은 루머를 양산하던 카와이 레너드를 클리퍼스가 낚아 챈 것이다. 

당시 레너드는 레이커스와 강하게 링크가 되어 있던 상태였다. 분위기는 레이커스 이적 혹은 토론토 잔류 2가지의 카드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듯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레너드와 별다른 링크가 없었던 클리퍼스가 갑자기 레너드의 영입을 선언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클리퍼스의 놀라운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레너드의 영입과 동시에 폴 조지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이다. 레너드의 영입 소식만으로도 놀라운데 조지까지 동시에 영입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든 관계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레너드와 조지는 최고의 공수겸장 듀오였다. 거기다 현대 농구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우승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하다고 여겨지던 엘리트 스윙맨이다. 그런 자원을 클리퍼스는 무려 둘이나 동시에 확보했다. 직전 시즌 토론토를 우승시키며 파이널 MVP를 받았던 레너드와 NBA 퍼스트팀 포워드였던 조지의 조합에 클리퍼스는 순식간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클리퍼스는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팀의 미래를 송두리째 포기했다. 조지의 트레이드를 위해 무려 5장의 1라운드 지명권을 소모한 것이다. 이들을 동시에 영입한 클리퍼스의 의도는 명확했다. 미래를 일정 부분 양보하더라도 당장의 우승을 위해 내달리겠다는 뜻이었다. 

첫 시즌부터 이들 조합은 위력을 드러냈다. 전반기를 37승 18패로 마쳤던 클리퍼스는 후반기에서도 10승 2패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대로라면 그토록 염원하던 우승 역시 꿈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클리퍼스의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가 막 생겨나면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고 루디 고베어가 선수들 중에서 최초로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리그가 전격적으로 중단된 것이다. 

클리퍼스에게는 너무나 큰 불운이었다. 갑작스러운 리그 중단으로 한창 뜨거웠던 분위기가 사그라졌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많은 고민을 하던 사무국은 올랜도에서 ‘버블 시리즈’를 기획해내며 찬사를 받았다. 

클리퍼스는 버블에서 우승 도전을 이어갈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크게 달라진 환경이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버블에서 최종적으로 2번 시드를 확정한 클리퍼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댈러스를 만나며 4승 2패 승리를 거뒀다. 

클리퍼스의 2라운드 상대는 덴버였다. 이 시리즈에서 클리퍼스는 4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섰다. 그러나 이번에도 운명의 신은 클리퍼스에게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허락하지 않았다. 또 다시 남은 3경기를 내리 패하며 2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만 것이다. 

이어진 2020-2021시즌. 클리퍼스는 터란 루 감독을 새롭게 임명하며 도전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이번에도 무난히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7차전 접전 끝에 1라운드 상대인 댈러스를 물리친 클리퍼스는 2라운드에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던 유타를 만났다. 이 시리즈 도중 레너드가 부상을 당하며 클리퍼스에 먹구름이 찾아왔으나 클리퍼스는 4승 2패로 유타를 물리쳤다. 마침내 컨퍼런스 파이널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창단 이후 첫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무려 51년의 세월이 걸렸다.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피닉스를 만난 클리퍼스는 레너드의 부재 속에 폴 조지가 분전하며 피닉스에 치열하게 맞섰다. 그러나 결국 6차전 끝에 무릎을 꿇으며 우승 도전을 다음으로 미뤘다. 

레너드와 조지 콤비를 구성한지도 어느덧 4년의 세월이 지났다. 당시만 하더라도 당장이라도 우승컵을 들고 올 기세였던 클리퍼스였지만 아직 파이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클리퍼스는 우승후보라는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 레너드가 부상을 털고 복귀하며 다시 원투펀치가 가동됐으나 이미 지난 3년 동안 실패를 경험한 이들 조합은 당초보다는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비시즌 이들의 핸들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영입했던 존 월 카드 역시 처참하게 실패했다. 

 

클리퍼스는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시즌 중반 바이아웃 시장에 나온 러셀 웨스트브룩을 영입한 것이다. 레이커스에서의 모습만 놓고 보면 웨스트브룩의 영입은 시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실제로 웨스트브룩을 영입한 이후 5연패를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클리퍼스다. 

그러나 이후 클리퍼스는 4연승을 기록하며 다시 반등했다. 그러나 클리퍼스에게는 또 다른 어둠의 그림자가 들이닥쳤다. 3월 22일 오클라호마시티와의 경기를 치르던 도중 폴 조지가 루겐츠 도트와의 충돌로 인해 무릎 부상을 당한 것이다. 

부상 당시 조지를 향한 우려는 컸다. 무릎 과신전과 골멍, 인대 파열 등의 우려가 있을 정도로 조지의 상태는 심각해보였다. 최악의 경우 플레이오프에도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조지는 무릎 염좌 진단을 받았다. 여전히 남은 정규시즌은 결장해야 하는 상태이지만 플레이오프 복귀 가능성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회복 정도에 따라 플레이오프 출전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에 클리퍼스는 조지의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클리퍼스가 창단한 지도 어느덧 53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부분의 시절을 약체로 보낸 그들은 최근 들어서 설움을 씻어내고 강호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승은커녕 파이널 진출 경험조차 갖추지 못한 클리퍼스다. 

조지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미래 드래프트 픽을 대거 소모했기 때문에 레너드와 조지가 뛰는 기간 동안에는 무조건 매 시즌이 윈나우 모드인 클리퍼스다. 냉정히 말해 이번 시즌 역시 그들의 우승 도전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 새로운 BIG 3와 함께 이번 시즌에도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나선 클리퍼스의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