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승 31패.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의 레이커스가 기록하고 있던 성적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레이커스는 이번 시즌 르브론 제임스와 앤써니 데이비스를 중심으로 부활을 노렸으나 좀처럼 경기력을 끌어 올리지 못하며 부진에 시달렸다. 

그러자 레이커스는 또 하나의 변화를 시도했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하치무라 루이를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트레이드 마감 당일에는 디안젤로 러셀, 말릭 비즐리, 재러드 벤더빌트 등 알짜 자원들을 대거 보강했다.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할 레이커스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21-2022시즌의 실패, 그리고...

2019-2020시즌 버블에서 우승을 달성했던 레이커스는 2020-2021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자 그들은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초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레이커스가 영입했던 선수가 바로 러셀 웨스트브룩. 워싱턴과 레이커스, 브루클린, 샌안토니오, 인디애나가 참여한 무려 5각 트레이드였다. 카일 쿠즈마와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 몬테레즐 해럴 등이 반대급부로 나가긴 했으나 웨스트브룩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영입한 레이커스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르브론 제임스, 앤써니 데이비스라는 특급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던 레이커스는 웨스트브룩이라는 MVP 출신 선수를 로스터에 추가하며 BIG3를 완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코트 내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슈팅 능력이 떨어지고 공이 손에 있어야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웨스트브룩이 르브론과 공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다. 

안타깝게도 레이커스를 향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33승 49패. 2021-2022시즌 레이커스가 거둔 최종 성적이다. 웨스트브룩을 영입할 당시의 기대치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 성적표다. 웨스트브룩을 영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레이커스는 서부 11위에 그치며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충격적인 시즌을 보냈다. 

웨스트브룩 역시 기량이 크게 떨어졌다. 78경기에 출전해 18.5점 7.4리바운드 7.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스탯은 나쁘지 않았으나 효율이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코트 위에서 르브론과의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었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슈팅 약점 역시 고스란히 드러났다. 2021-2022시즌 레이커스는 3점슛 성공률 34.7%에 그쳤다. 리그 22위에 해당하는 처참한 수치다. 경기 당 3점슛 성공 개수도 12.0개로 18위에 그쳤다.

현대 농구에서 3점슛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3점슛과 관련한 수치가 리그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레이커스는 우승에 도전하기 힘든 팀이었다. 

다만 지난 시즌 레이커스의 실패를 온전히 웨스트브룩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힘들다. 레이커스의 발목을 잡았던 또 다른 요소는 르브론과 데이비스의 건강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부상이 늘어난 르브론은 단 56경기 출전에 그쳤고, 데이비스는 이번에도 단 40경기에만 나설 수 있었다. 즉, 레이커스의 실패에는 BIG3 모두가 지분이 있었다. 

그렇게 처참한 시즌을 보낸 레이커스는 2022년 여름 또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패트릭 베벌리, 데니스 슈로더, 토마스 브라이언트 등 다양한 선수들을 보강했다. 그러나 오프시즌 레이커스의 최대 과제 중 하나였던 웨스트브룩 처리에는 결국 실패했다. 이미 기량이 크게 꺾인 노장 선수에 관심을 드러내는 팀은 없었다. 그 결과 레이커스는 웨스트브룩과의 불안한 동행을 다시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 레이커스의 2022년 여름 *
IN : 패트릭 베벌리, 데니스 슈로더, 트로이 브라운, 토마스 브라이언트, 데미안 존스, 로니 워커, 후안 토스카노-앤더슨
OUT : 카멜로 앤써니, D.J. 어거스틴, 켄트 베이즈모어, 에이브리 브래들리, 웨인 엘링턴, 테일런 홀튼-터커, 드와이트 하워드, 스탠리 존슨, 말릭 몽크

그리고 이어진 2022-2023시즌. 레이커스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었다. 시즌 개막 이후 내리 5연패. 이후 덴버와 뉴올리언스를 잡아내며 2연승을 기록하긴 했으나 이후 다시 5연패에 빠졌다. 개막 첫 12경기 성적이 2승 10패로 최악의 모습이었다. 

부진이 이어지자 레이커스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주전 라인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던 웨스트브룩을 벤치로 내리기로 한 것. 웨스트브룩 입장에서도 이는 크게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결정이었으나 그는 팀을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 

르브론과 데이비스는 또 다시 부상에 시달렸다. 르브론은 전반기 팀이 치른 59경기 중 45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사실 리그에서 20년을 뛴 노장 선수를 경기 당 36.3분씩 뛰게 하며 엄청나게 많은 역할을 맡겨놨으니 탈이 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시즌을 앞두고 전 경기 출전을 목표로 언급했던 데이비스의 호언장담은 역시나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르브론보다 더 많은 경기를 전반기에 결장한 데이비스다. 그는 전반기 단 35경기 출전에 그쳤다. 

원투펀치가 또 다시 부상에 시달린 레이커스는 결국 전반기를 27승 32패, 서부 13위의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대로라면 2년 연속 플레이오프 탈락이 유력한 상황. 결국 레이커스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변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폭풍 트레이드 영입과 후반기 도전

레이커스가 가장 먼저 가져간 변화는 하치무라 루이의 영입이었다. 이번 시즌 레이커스는 사이즈를 갖춘 포워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자원 상황에서 로니 워커와 오스틴 리브스도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하치무라는 레이커스가 찾던 조각이었다. 출혈도 크지 않았다. 부상 복귀 이후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켄드릭 넌과 2라운드 지명권 3장이 워싱턴으로 향했다. 

* 레이커스-워싱턴의 트레이드 *
레이커스 Get : 하치무라 루이
워싱턴 Get : 켄드릭 넌, 2라운드 지명권 3장

워싱턴 역시 나쁘지 않은 장사였다. 이미 하치무라는 올 여름 워싱턴을 떠날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가던 상황. FA 시장에서 그냥 그를 떠나보내는 것보다는 2라운드 픽을 3장이나 챙긴 이번 트레이드가 훨씬 쏠쏠한 상황이었다. 

레이커스의 폭풍 영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트레이드 마감일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유타, 미네소타와 함께 삼각 딜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트레이드에서 레이커스는 마침내 웨스트브룩과의 작별을 고했다. 또한 그들은 올랜도와의 트레이드로 모 밤바 역시 보강했다. 
  
* 레이커스-유타-미네소타 삼각 트레이드 *
레이커스 Get : 디안젤로 러셀, 말릭 비즐리, 재러드 벤더빌트
유타 Get : 러셀 웨스트브룩, 후안 토스카노 앤더슨, 데미안 존스, 2027년 1라운드 보호픽
미네소타 Get : 마이크 콘리, 니켈 알렉산더-워커, 2라운드 픽 3장

* 레이커스-올랜도 트레이드 *
레이커스 Get : 모 밤바
올랜도 Get : 패트릭 베벌리

* 레이커스의 트레이드 총 정리(선수만) *
In : 디안젤로 러셀, 말릭 비즐리, 재러드 밴더빌트, 모 밤바, 데이본 리드
Out : 러셀 웨스트브룩, 패트릭 베벌리, 토마스 브라이언트, 후안 토스카노-앤더슨, 데미안 존스

레이커스는 팀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웨스트브룩을 정리함과 동시에 쏠쏠한 자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후반기 대반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사실상 르브론과 데이비스의 코어만 남긴 채 주요 로테이션 자원들을 대거 갈아엎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변화였다. 

앞서 언급했듯 하치무라 영입은 레이커스에 부족한 사이즈를 채워줄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여기에 디안젤로 러셀과 말릭 비즐리의 합류는 레이커스의 또 다른 문제였던 외곽슛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카드로 손꼽힌다. 트레이드 이전 이들은 시즌 총 3점슛 성공 개수 부문에서 리그 15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자원들이다.  

밴더빌트 역시 숨은 알짜 영입이다. 수비력과 허슬, 운동능력 등이 장점인 밴더빌트는 르브론, 데이비스와 함께 뛰기에 너무나 어울리는 조각이었다. 밴더빌트의 영입으로 레이커스는 상대 포워드 스코어러 선수들에 붙일 수 있는 핵심 수비 자원을 얻게 되었다. 과연 새롭게 탄생한 레이커스가 후반기 대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