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민재 기자 =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이번 시즌을 포함, 20년 연속 승률 50%를 넘기는 대업적을 쌓았다. 한결같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복 없이 꾸준하다 보니 실력보다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그렇다면 샌안토니오의 코트 밖은 어떨까.

샌안토니오는 뛰어난 성적과 함께 훌륭한 코치진을 배출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포포비치 감독이 뛰어난 인재를 채용, 적극적으로 기회를 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크 부덴홀저(애틀랜타 호크스), 브렛 브라운(필라델피아 76ers), 퀸 스나이더(유타 재즈), 마이크 브라운(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코치) 등이 그의 밑에서 가르침을 받은 뒤 자기 영역을 구축 중이다.

최근 포포비치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코치가 있다. 바로 윌 하디 어시스턴트 코치다. 그는 인턴으로 샌안토니오에 가세한 뒤 코치까지 성장한 케이스. ‘코치스쿨’ 샌안토니오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한 단계씩 밟고 있다.

하디는 대학 졸업 이후 샌안토니오의 인턴으로 취업한 뒤 2011년 어시스턴트 비디오 코디네이터로 승진했다. 그러면서 지난 6년 중 3년간 비디오 코디네이터로 활약했고, 지난 2년간 섬머리그 감독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 뒤에는 어시스턴트 코치 자리까지 꿰차게 되었다.

“기회를 얻게 돼서 정말 기분이 좋다. 지난 6년간 코칭 스태프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앞으로 더 많이 배울 것이다. 포포비치 감독부터 RC 뷰포드 단장까지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 힘든 일을 많이 하는 분들이다.” 하디의 말이다.

『San Antonio Express-News』는 하디를 두고 “샌안토니오의 또 다른 보석이다”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그는 점점 잠재력을 뽐내고 있다. 포포비치 감독은 “하디의 습득 능력은 좋다. 그는 승리와 패배보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발전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좋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채드 포시어(現 올랜도 매직), 칩 잉글랜드 코치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들의 훈련 방법, 기술,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등을 배웠다”라고 칭찬했다.

포포비치 감독은 젊은 선수들과 하디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점을 칭찬했다. 지난 2016-17시즌 트레이닝 캠프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이때 하디는 훈련에 합류, 선수들과 같이 코트를 뛰면서 호흡했다. 친밀함을 쌓은 덕분일까. 선수들은 하디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은 하디를 존경한다. 하디는 선수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안다. 강압적으로 하지 않아도 말이다. 선수들은 하디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한다.” 포포비치 감독의 말이다.

하디는 코치치고는 젊은 편이다. 만28세에 불과하다. 따라서 젊은 선수들과 이야기하기 더욱 쉽다. 유행하는 노래, SNS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안 좋은 점도 생긴다. 너무 사이가 가까워져서 선수들이 ‘코치’가 아닌 ‘친구’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디는 “코치와 친구의 경계를 잘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코트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한다.

비디오 코디네이터 시절, 하디는 포포비치 감독과 함께 한 시간이 꽤 됐다. 포포비치 감독이 비디오 분석을 할 때 가끔 그의 곁을 지켰다. 하디는 처음에 포포비치식 유머에 적응하지 못했다.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포포비치 감독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그린 라이트를 킨 셈이었다. ‘헤이, 어떻게 대답할래?’라고 말하는 듯했다. 실제로 스퍼스 구단에서 유머 능력을 보유하는 건 정말 큰 부분이다. 그는 우리 구단의 리더 중 한 명이다. 그의 유머센스는 최고다.” 하디의 말이다.

실제로 포포비치 감독은 사람을 채용할 때 ‘유머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지난 2016년 2월 ESPN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겸손한 사람을 찾는다. 그건 쉽게 알 수 있는 특징이다. 4~5분만 이야기해도 그가 자기중심적인지, 아니면 겸손한지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유머 감각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웃을 줄 알아야 하고, 남을 깔 줄도 알아야 한다.”

하디는 포시어, 잉글랜드 코치를 보조하던 그저 그런 인물이었다. 슛 훈련 때 리바운더 역할, 훈련 경기에서 심판을 보는 등 선배들이 필요할 때마다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믿음직한 코치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믿고 쓰는 샌안토니오 출신’이라는 말을 쓴다. 샌안토니오 출신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항상 기본 이상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아직 하디의 잠재력은 불을 뿜지 않았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다면 유능한 코치로서 이름을 날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카와이 레너드 역시 “그는 정말 훌륭한 코치다. 언젠가는 코치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이름을 날릴 것이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NFL까지 영향력을 뻗치다
샌안토니오의 조직 문화는 독특하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구단 수뇌부까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한다. 이는 이타적인 마인드 덕분이다. ‘가족’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모든 이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있다.

이러한 틀을 만든 인물은 포포비치 감독과 뷰포드 단장이다. 뷰포드 단장은 1988-89시즌 어시스턴트 코치로 샌안토니오에 입단한 뒤 2002년부터 단장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철학을 통해 포포비치 감독과 5번의 우승, 2번의 올해의 경영인에 선정되었다. 그야말로 리그에서 알아주는 단장이라는 의미.

뷰포드 단장은 무엇보다 기반을 중시한다. “팀내 문화를 바꾸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왜 변화가 필요한지 알고 싶어 한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뷰포드의 성공적인 철학이 널리 알려져서일까. 뷰포드 단장의 철학을 배우려는 학생이 등장했다. 바로 NFL 애틀랜타 팰컨스의 감독 댄 퀸이다. 그는 슈퍼볼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으로서 NBA 코치와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과 뷰포드가 가장 친한 사이다. 뷰포드는 NFL 플레이오프 당시 퀸 감독에게 ‘행운을 빈다’라는 문자를 보낼 정도였다.

그런 퀸 감독은 뷰포드에게 도움을 얻고 있다. 바로 선수 발전을 위한 조언이다. “뷰포드 단장은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다. NBA는 우리와 다른 스포츠다. 그러나 스퍼스 구단이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싶었다. 모든 이들에게 배울 수 있다.” 퀸 감독이 뷰포드 단장에게 도움을 청한 이유다.

애틀랜타는 지난 2월 6일에 열린 제51회 슈퍼볼에서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큰 점수 차 리드에도 경기 막판 역전당하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뷰포드 단장의 도움이 애틀랜타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뷰포드 단장의 말처럼 조직의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나는 건 아니다. 애틀랜타가 뷰포드 단장 도움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제공 =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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