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민재 기자 =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이번 시즌을 포함, 20년 연속 승률 50%를 넘기는 대업적을 쌓았다. 한결같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복 없이 꾸준하다 보니 실력보다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그렇다면 샌안토니오의 코트 밖은 어떨까.
 

레드맘바 “코트여 안녕”
‘레드맘바’ 맷 보너가 은퇴를 선언했다. 보너는 지난 1월 자신의 은퇴를 알리는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했다. 영상은 보너의 유쾌한 성격답게 유머스러운 요소를 녹여냈다.

2003 신인 드래프트 전체 45순위로 뽑힌 보너는 토론토 랩터스에서 2시즌을 뛴 뒤 2006-07시즌부터 2015-16시즌까지 총 10시즌을 샌안토니오에서 보냈다.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샌안토니오에 헌신했다.

사실 보너는 실력이 훌륭한 선수는 아니다. 커리어-하이 시즌은 2008-09시즌이었다. 평균 23.8분을 출전하면서 8.2점을 올린 게 단일 시즌 자신의 최고 성적이었다. 그는 커리어 말년에 샌안토니오 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다. 적은 연봉으로 팀에 헌신하는 것은 좋았으나 아쉬운 경기력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보너는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였다. 특히 국내에서는 ‘가비지의 황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가비지 타임만 되면 보너가 출전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보너는 은퇴 이후 현지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팬들이 올린 질문을 직접 대답해줬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Q_ 만약 당신이 샌들을 신은 르브론 제임스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보너_ 어떤 샌들을 신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인 발가락과 발목 부분을 잡아주는 샌들을 신으면 르브론이 이긴다. 물론 YMCA 같은 체육관에서 뛰면 내가 이긴다. 나는 YMCA 체육관에서 커리어 평균 91%의 야투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웃음).
 
Q_ 취미는 무엇인가?
보너_ 집에서는 주로 아이들을 돌본다. 또한,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운동도 빼놓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 준비에도 힘을 쏟고 있다(보너는 은퇴 이후 지역 방송사의 스튜디오 해설위원으로 합류했다). 사실 쉴 시간이 많지 않은 편이다.
 
Q_ 당신의 유니폼을 사고 싶다. 그런데 찾기가 너무 어렵다.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보너_ NBA 사무국에 내 유니폼을 사고 싶다고 요청해봐라. 많은 사람들이 요청하면 받아주지 않을까?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당신이 집에서 내 유니폼을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더십 장착’ 카와이 레너드
이번 시즌 카와이 레너드는 중요한 역할 변화를 받아들였다. 바로 ‘보컬 리더’다. 그동안 레너드는 그저 젊고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였다. 그러나 팀 던컨이 은퇴한 뒤에는 달라졌다. 레너드가 팀내 에이스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에이스라면 경기 안팎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농구만 잘한다고 에이스가 아니다. 선수들을 이끌 줄 아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마누 지노빌리, 토니 파커 등의 베테랑보다 에이스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게 효과적이다. 따라서 레너드는 이번 시즌 더 많은 의견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레너드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레너드는 이번 시즌 보컬 리더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 플레이콜링에 힘쓰고 있고, 동료들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레너드의 리더십과 의사소통 능력은 1년 전만 해도 매우 부족했다. 과연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레너드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레너드는 던컨과 다른 유형의 선수다. 던컨은 필요한 행동만 했다. 팔을 들어 올리거나, 어깨를 감싼다든가 하는 행동 말이다. 그는 매일 코트에 일찍 나와 가장 늦게 들어갔다. 팀 선수들 모두 보고 훈련을 마쳤다. 던컨은 모범을 보이며 선수들을 이끌었다." 포포비치 감독의 말이다.

“레너드는 너무 조용하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능력이 부족한 편이다. 그는 더욱 사교성을 키워야 한다. 코트 안에서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고, 코트 밖에서는 미디어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그러나 레너드는 아직 그 단계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몇 년 후에는 그도 그 경지까지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레너드 본인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있다. 지난 2015년 1월 레너드는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레너드는 “리더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만의 방식으로 팀을 이끌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진 결과일까. 지노빌리는 지난 2016년 10월 “레너드의 리더십은 던컨과 많이 닮았다. 그는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묵묵하게 훈련하며 동료들을 이끈다”라며 후배를 격려하기도 했다. 레너드의 리더십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레너드는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데뷔 초창기부터 ‘좋은’ 선수보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여러 번 하기도 했다. 최근 레너드는 이러한 노력을 농구뿐만 아니라 의사소통과 리더십까지 쏟고 있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