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전술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실제 코트에서 벌어지는 전술들을 모두 이해하기에 일반 팬들에겐 어렵고 낯선 부분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만 알고 봐도 농구는 훨씬 재밌어진다. <전술 딕셔너리> 코너를 통해 대표적인 전술 용어와 그 의미를 함께 알아보자.

*본 기사는 루키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스텝 업 스크린(Step Up Screen)

현대농구의 공격은 크게 두 가지 전술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코트를 넓게 쓰는 스페이싱, 또 하나는 드리블 능력을 가진 핸들러 중심의 농구다.

스텝 업 스크린은 위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극대화화는 공격 전술이다. 스텝 업 스크린은 일반적으로 걸어주는 탑 픽앤롤 스크린의 위치를 하프라인에 더 가깝게 옮긴 것이다. 미들 픽앤롤이 미드레인지 구역, 탑 픽앤롤이 정면 3점슛 라인 바로 앞에서 이뤄진다면, 스텝 업 스크린에 의한 픽앤롤은 3점슛 라인과 하프라인 사이의 어디쯤에서 이뤄진다.

왜 이런 스크린을 세팅하는 걸까? 뛰어난 득점력을 가진 핸들러의 공격력을 더 살리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탑 픽앤롤은 3점슛 라인 바로 앞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핸들러가 공격을 펼칠 공간이 넓지 않다. 미드레인지부터 페인트 존 근방까지로 제한된다. 여기에 양쪽 윙에서 다른 수비의 도움 수비까지 짜임새 이뤄질 경우 탑 픽앤롤은 금방 한계를 맞이한다. 좁은 공간에서 핸들러가 스크리너 수비수의 견제(헷지), 윙쪽 수비수들의 견제(스턴트)를 당하면서 위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스텝 업 스크린에 의한 픽앤롤은 그래서 핸들러에게 매력적이다. 3점 라인 바로 앞부터 미드레인지 구역까지 광활한 공간이 핸들러에게 주어진다. 스크리너 수비수의 발이 느리고 수비 범위가 좁은 경우, 핸들러의 슈팅 생산력이 좋은 경우 엄청난 파생 효과를 만들어낸다. 많은 팀들이 스텝 업 스크린을 통해 핸들러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NBA에서는 지난 파이널에 골든스테이트가 스텝 업 스크린을 통해 커리의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활용했다. 당시 보스턴의 드랍백 수비를 상대로 커리가 스텝 업 스크린을 활용해 손쉽게 무너뜨리면서 시리즈의 주도권이 골든스테이트로 넘어갔던 바 있다. 제임스 하든, 루카 돈치치 같은 핸들러들도 스텝 업 스크린을 받아 공격을 펼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KBL에서는 허훈이 스텝 업 스크린을 많이 활용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허훈이 가진 리그 최고 수준의 득점력 덕분이었다. 다만 NBA에서 보편적으로 스크린이 활용되는 데 반해서, 국내농구에서는 스텝 업 스크린을 많이 보기 힘들다. 핸들러의 공격력이 뛰어나거나 슈팅 레인지가 긴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릭 아웃 공격(Leak out)

현대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스피드다. 상대 수비 대형이 갖춰지기 전에 만들어지는 트랜지션 공격만큼 생산성과 효율이 높은 공격이 또 없다. 코트를 비교적 넓게 쓸 수 있고, 빠른 시간 안에 득점이 일어나기 때문에 사기 진작 효과도 상당하다.

릭 아웃 공격은 트랜지션 득점을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릭 아웃(Leak out)이라는 단어는 빠져나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걸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수비 시에 상대의 3점슛을 방해하는 수비수 혹은 외곽에서 수비를 펼치는 수비수가 자신의 수비가 성공하면서 공수가 전환되는 순간에 마치 빠져나가듯 프런트 코트로 치고나가는 것을 릭 아웃이라고 부른다.

이 같은 릭 아웃 공격은 한 번의 아웃렛 패스만으로 아주 손쉬운 원맨 속공 득점이 나온다는 점에서 위력적이다. 상대가 이를 눈치채고 빠르게 백코트를 하더라도, 릭 아웃 후 프런트코트로 달려 나간 선수가 수비수를 등지면서 페인트 존에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 또 다른 공격 옵션이 발생한다.

특히 스위치 수비가 잦은 현대농구에서는 이 같은 릭 아웃 공격을 통한 트랜지션 득점 생산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

빅맨이 외곽에서 상대 공격수를 막다가 공수가 전환되는 상황에서 빠르게 프런트코트를 넘어갈 경우, 미스매치가 자연스럽게 발생하면서 아주 손쉬운 트랜지션 공격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프런트코트로 뛰어난 빅맨이 덕인(Duck in) 동작을 활용해 상대 수비를 몸으로 밀고 들어갈 경우 곧바로 미스매치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것 역시 위력적이다.

NBA에서는 앤써니 데이비스, 자이언 윌리엄슨이 릭 아웃 공격을 통해 손쉽게 트랜지션 득점을 올리는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국내농구에서는 하윤기, 박지수 같은 선수들이 종종 릭 아웃 공격을 통해 속공 득점을 성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릭 아웃 공격은 공수 전환의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아주 쉬운 1차 공격 득점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동시에 위력적이다.

사진 = 이동환 기자,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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