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민재 기자 = 알렌 아이버슨의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란 말을 최근 실현하고 있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그 주인공이 있다. 바로 보스턴 셀틱스의 아이재아 토마스다. 175cm의 작은 키로 누구보다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장
토마스하면 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75cm, 84kg으로 NBA 선수로는 지극히 평범한 신체조건을 갖춘 선수다. 이를 통해 그는 대학 시절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2011 드래프트 전체 60순위로 뽑혔다. 잠재력은 인정하나 작은 키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NBA 구단의 평가였다.

그러나 토마스는 NBA 입성 이후 존재감을 꾸준히 키워오기 시작했다. 데뷔 3년차 만에 평균 20점을 넘겼고, 이후 매년 팀 내 득점 리더로서 활약했다. 토마스는 2015-16시즌 시즌 전에 “6피트(183cm) 이하 선수 중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 내 개인적인 목표이고, 이를 달성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점점 실현되고 있다. 특히 2015-16시즌에 올스타전에 뽑혔다. NBA 드래프트가 2라운드로 축소된 1989년 이후 올스타전에 나선 가장 낮은 순위의 드래프티가 되었다. 또한, 캘빈 머피(175cm) 이후 최단신 선수로 별들의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 

토마스는 학수고대하던 올스타전에 뽑히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올스타 선정은 내게 정말 큰 의미다. 셀틱스 선수들은 공동의 목표를 신경 썼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개인 기록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자연스레 올스타전이란 영광까지 누리게 되었다.” 토마스의 말이다.

토마스는 첫 올스타전에서 18분 59초를 뛰었다. 9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 FG 36.3%(4/11)로 그리 큰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어느 때보다 즐겁게 경기를 뛰었다. 

보스턴
토마스는 새크라멘토 킹스에서 데뷔 시즌을 보냈다. 당시 새크라멘토는 리그 최약체 중 하나였다. 특히 가드진이 부족한 새크라멘토는 선수 수급에 문제를 드러냈다. 자연스레 토마스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토마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데뷔 3번째 시즌 평균 20.3점 2.9리바운드 6.3어시스트 1.3스틸 FG 45.3% 3P 34.9%로 펄펄 날았다. 팀 내 공격 자원이 많이 없었다는 걸 감안해도 뛰어난 활약이었다. 

그러나 새크라멘토는 토마스에 만족하지 않았다. ‘더욱 유능한 포인트가드가 필요하다’면서 라존 론도와 에릭 블렛소 영입에 뛰어들었다. 시즌 이후 제한적 FA가 된 토마스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새크라멘토를 떠나 여러 팀과 미팅을 했다. 그중 하나가 피닉스 선즈였다. 

결국 피닉스는 사인-앤-트레이드로 토마스를 데려왔다. 토마스는 “새크라멘토에게 실망했다. 매해 새로운 포인트가드를 구하려고 했다. 나는 주전 포인트가드로서 정말 잘할 수 있었다. 빅맨과 연계 플레이도 자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며 이별을 선택했다.

토마스는 피닉스에서 태양처럼 떠오를 것으로 보였다. 더욱 안정적이고 자신을 배려하는 피닉스에서 전성기를 누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도 쉽지 않았다. 당시 피닉스는 고란 드라기치와 블렛소가 있었다. 2명의 포인트가드를 주전으로 돌리고, 토마스가 벤치에서 나왔다. 중요한 상황에는 드라기치-블렛소-토마스가 모두 코트에 나서는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을 펼치기도 했다. 득점은 할 수 있어도 수비가 되지 않았다. 각자 맡은 역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급기야 피닉스는 1년도 되지 않아 팀 개편에 나섰다. 

토마스는 당시 트레이드 상황을 『플레이어 트리뷴』을 통해 밝혔다. “우리는 원정 경기를 떠날 참이었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가 트레이드 마감기한이 끝날 때까지 출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때 드라기치가 트레이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주 전부터 트레이드 루머가 떠돌았는데, 마감기한 5분을 남기고 그가 떠나게 된 것이었다. 어시스턴트 코치가 걸어와 그 소식을 알렸다. 드라기치는 혼자서 짐을 싸고 우리와 포옹하고 떠나갔다.”

“드라기치가 떠난 뒤 버스가 출발할 줄 알았다. ‘이제 트레이드 마감기한은 끝났다.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버스가 출발하지 않았다. 마감기한이 5분이 지났음에도 말이다. 그때 브랜든 라이트가 내 앞에 앉더니 핸드폰 문자를 보여줬다. ‘토마스, 너 트레이드됐어’라고 말이다. ‘무슨 말이야? 트레이드 마감기한은 이미 지났어’라고 했는데, 라이트가 보여준 문자 내용을 보고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아이재아 토마스는 셀틱스의 마커스 쏜튼, 2016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과 트레이드된다.”

“당시 나는 충격을 받았다. 블렛소와 함께 팀을 이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짐을 챙기고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버스를 벗어나 보스턴으로 향했다. 보스턴은 매우 추웠다. 사막으로 가득한 피닉스에서 오느라 겨울 외투도 없었다. 공항에서 패딩 점퍼과 여러 개의 비니 모자를 사서 보스턴으로 향했다.”

토마스는 NBA 데뷔 이후 처음으로 동부 컨퍼런스에서 뛰게 되었다. 그것도 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뽑히는 보스턴. 그는 보스턴 데뷔전을 화끈하게 ‘퇴장’으로 장식했다. 당시 토마스는 벤치 멤버로 출전해 21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FG 46.2%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테크니컬 파울 2개를 범하면서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데뷔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에 의욕이 앞섰다.

그렇게 라커룸으로 터벅터벅 들어서는 순간, 셀틱스 구단 직원이 토마스에게 말했다. “보스턴 팬들이 너를 좋아할 거야”라는 말이었다. 그 순간 토마스는 “무슨 말 하는 거야? 그들이 나를 좋아할 거라고?”라고 말하자, 직원은 “그래. 토마스 너는 오늘 21점을 올리면서 퇴장을 당했어. 보스턴 팬들은 이런 선수를 좋아해”라고 말했다. 그 순간 토마스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열성적인 보스턴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게 되었고, 당시 직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토마스는 보스턴 생활이 즐겁다고 말한다. 보스턴은 그에게 찾아온 ‘진정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새크라멘토 시절에는 팀에서 큰 중용을 받지 못했고, 피닉스에서는 반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 찾아온 기회를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전설 아이재아 토마스는 트레이드 당시 토마스에게 “너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 보스턴 토마스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말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토마스는 “진정한 농구가 무엇인지, 진정한 팬이 누구인지, 진정한 조직이 어떤 것인지 보스턴을 통해 배우고 있다.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며 보스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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