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거의 끝나간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농구계에서도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국내 농구계의 지난 1년을 ‘루키’가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12월호에 기재된 내용을 추가/각색했습니다.

 

 

1. 16회 연속 월드컵 진출 쾌거 이룬 여자농구, 12년 만에 첫 승

국가대항전 일정이 적지 않았던 2022년, 여자농구 대표팀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2월 중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 예선을 통과하며 1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당시 세르비아-호주-브라질과 같은 조에 배정되며 만만치 않은 여정이 예상됐다. 호주는 물론이고 당시 안방에서 경기를 치른 세르비아 또한 유럽에서 손꼽히는 강호였고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뛰어난 브라질 또한 난적이었다.

하지만 여랑이들의 저력은 강했다. 대표팀은 전력상 열세로 평가받았던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3점 차 패배를 당했다. 

비록 패했지만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긍정적인 면을 봤던 대표팀은 결국 브라질을 잡고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 박지수가 20점 13리바운드 11블록슛으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팀을 지탱했고, 간판 슈터 강이슬은 결정적인 3점슛을 터트리며 한국을 월드컵으로 인도했다. 최종 예선을 치르면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이어 9월 열린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는 대표팀의 절대적 기둥이었던 박지수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합류하지 못하는 초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어려움 속에 호주로 향한 한국은 첫 경기에서 중국에 63점 차 완패를 당하며 전력 열세를 실감했다.

그래도 한국은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벨기에에도 패한 한국은 존쿠엘 존스가 이끄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상대로 무려 33점 차의 대승을 따내며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승리를 신고했다. 물이 오른 슛감을 과시한 강이슬은 3점슛 7개를 포함해 37점을 몰아치며 대표팀에 승리를 안겼다.

한국은 미국, 푸에르토리코에 잇달아 패하며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8강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마지막 경기였던 푸에르토리코전 승리가 필요했지만 초반부터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가 어려웠다. 여러 면에서 긍정과 부정이 공존했던 월드컵 무대였다.

 

2. 남자농구 대표팀의 월드컵 도전 막은 코로나 악재, 그리고 아시아컵

여자농구 대표팀의 바통을 이어받아 2월 말 열리는 월드컵 예선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남자농구 대표팀은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며 어려움을 겪었다. 예비 명단에 있는 선수들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며 선수 선발이 힘들어졌다.

코로나 악몽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결국 긴급회의를 거친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선수들의 안전을 고려해 월드컵 예선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후폭풍은 컸다. 불가항력적인 불참이었지만 FIBA는 남은 월드컵 예선 전체 일정에서 한국을 실격 처리했다. 또한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이후 추일승 감독 체제로 재출발에 나선 남자농구 대표팀은 아시아컵 일정에 대비해 6월 안양에서 필리핀과 두 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린 대표팀 경기에 많은 관중이 몰렸고 포워드 농구를 중심으로 새롭게 나선 대표팀은 조직력을 다지면서 필리핀을 상대로 2연승을 거뒀다. 

자카르타에 입성한 대표팀은 아시아컵 예선에서 3전 전승을 따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중국을 상대로 12점 차 승리를 따낸 한국은 대만과 바레인까지 꺾고 8강에 진출했다. KBL 챔피언결정전 MVP 김선형과 슈터 전성현, 그리고 필리핀과 평가전에서 맹활약했던 여준석이 빠졌음에도 대표팀의 저력은 강했다. 

그러나 대표팀의 기세는 토너먼트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뉴질랜드를 8강에서 만난 한국은 주득점원 허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결장했다. 추가 확진자는 없었지만 주전 포인트가드 허훈마저 발목 부상으로 뉴질랜드전에 출전할 수 없었다.

가드진에 큰 균열이 생긴 한국은 뉴질랜드와 접전을 이어갔으나 이대성과 최준용이 테크니컬 파울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핵심이었던 두 선수의 이탈에 한국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뉴질랜드에 10점 차 패배를 당했다. 예선에서의 성과가 좋았기에 8강 탈락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아시아컵이다. 

 

3. 전희철호로 새롭게 출발한 SK의 창단 첫 통합 우승

SK는 지난 2020-2021시즌 24승 30패의 성적으로 8위에 머물렀다. 시즌 전 기대치는 상당히 높았으나 각종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너무나도 아쉬운 시즌을 보낸 SK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단행했다. 오랫동안 팀을 이끌어왔던 문경은 감독이 물러나고 전희철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 SK에서 각종 직책을 맡으며 오랜 시간을 팀에 있었던 전희철 감독은 이미 SK 선수단의 장단점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던 준비된 사령탑이었다. 

새롭게 출범한 전희철호는 시즌을 앞두고 열린 컵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정규리그를 앞둔 SK에게는 여전히 여러 가지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었다. 전희철 감독은 SK 선수들과 함께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이러한 물음표를 점차 느낌표로 바꿔나갔다. 

시즌 내내 위력적인 모습을 이어간 SK는 40승 14패의 성적을 거두며 정규리그 순위 최상단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려놨다. 불과 1년 전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했던 팀이 만들어낸 놀라운 반전이었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SK의 질주는 이어졌다.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낸 SK의 상대는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현 고양 캐롯 점퍼스). 정규리그에서 오리온을 상대로 5승 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던 SK의 강세는 4강 무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고, SK는 단 3경기 만에 시리즈를 끝내며 그대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SK의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직전 시즌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안양 KGC인삼공사였다. SK는 정규리그에서 KGC에게 1승 5패의 열세를 보였기에 쉽지 않은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무대는 완전히 달랐다. SK는 1차전부터 기선을 제압하며 앞서갔고, 이후 분위기를 이어가며 5경기 만에 시리즈를 끝냈다. 그렇게 SK는 컵대회와 정규리그, 플레이오프를 모두 휩쓸며 창단 첫 통합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SK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지대한 공을 세운 선수는 정규리그 MVP 최준용이었다. 직전 시즌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데 이어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며 최악의 모습을 보였던 최준용은 놀라운 회복 속도를 보이며 SK 포워드 라인의 중추로 활약했다. 평균 16.0점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최준용은 정규리그 MVP의 주인공이 되며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4. 임무 완수! 완벽한 시즌 보내며 정상에 선 KB스타즈

그야말로 완벽한 시즌이었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KB스타즈가 예상대로 압도적인 우승을 따내며 2021-2022시즌 WKBL 최정상에 올랐다. 

2018-2019시즌 우승 이후 KB스타즈는 연속 우승에 실패하며 이른바 ‘왕조 건설’을 이뤄내지 못했다. 2019-2020시즌에는 우리은행에 이어 정규리그 2위에 머물렀고, 플레이오프 무대는 코로나로 인해 펼쳐지지 않으면서 그대로 시즌이 마감됐다. 

KB스타즈는 이어진 2020-2021 시즌 역시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제압한 KB스타즈는 우리은행을 꺾고 올라온 삼성생명과 챔피언결정전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삼성생명의 투혼에 밀리며 우승트로피를 넘겨줬다. 

그렇게 2년 연속 우승에 실패한 KB스타즈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FA 최대어였던 강이슬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며 독보적인 전력을 구축했다. 기존 박지수의 위력에 강이슬이 가세한 KB스타즈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즌을 출발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대로였다. KB스타즈는 개막 9연승을 질주하며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우리은행에게 덜미를 잡히며 연승 흐름이 주춤하는 듯 했으나 곧바로 분위기를 다잡은 KB스타즈는 이후 14연승을 질주하며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단 24경기 만에 거둔 정규리그 우승. 이는 WKBL 역대 최단 경기 정규리그 우승에 해당하는 대기록이었다. 

그렇게 진출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KB스타즈는 압도적인 전력을 뽐냈다. BNK와 우리은행을 상대한 KB스타즈는 5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며 절대적 1강의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KB스타즈는 5경기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마무리하며 압도적인 우승을 거머쥐었다. 

 

5. 역대급 이동에 많은 관심 쏟아진 KBL/WKBL FA 시장

비시즌 농구계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FA 선수들의 행보다. 그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이동하지 않았던 KBL과 WKBL이었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달랐다. 

먼저 KBL 무대에서는 대어로 손꼽혔던 선수들의 연쇄 이동이 펼쳐지며 정신없는 FA 시장이 펼쳐졌다. 총 46명이 참여한 이번 FA 시장에서 대어로 분류되었던 선수들은 6명. 허웅, 이승현, 전성현, 김선형, 두경민, 이정현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른바 BIG 6로 분류되었던 선수들 중 무려 5명이 새로운 팀에 둥지를 틀었다. 원소속구단에 보상을 할 필요가 없어 알짜로 평가를 받았던 이정현은 KCC를 떠나 삼성과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은 첫 해 보수총액 7억원에 3년 계약. 지난 시즌 단 9승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던 삼성은 이정현을 잡는데 성공하며 전력을 살찌웠다. 

KCC는 대어들 중 무려 2명을 잡는데 성공하며 이번 FA 시장 최대 승자로 평가를 받았다. KCC에 새로운 둥지를 튼 선수들은 허웅과 이승현. 이들은 나란히 5년, 첫 해 보수총액 7억 5천만원의 금액에 도장을 찍으며 KCC의 우승 도전을 위한 뜻을 모았다. 

허웅을 놓친 DB는 발 빠르게 플랜B를 가동해 두경민을 붙잡았다. 계약 조건은 기간 4년에 첫 해 보수총액 5억원. 2021-2022시즌을 앞두고 한국가스공사로 트레이드 되며 팀을 떠났던 두경민은 1년 만에 다시 DB 유니폼을 입으며 MVP의 귀환을 알렸다. 

급격한 기량 향상을 이뤄내며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로 성장한 전성현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 결과 전성현은 KGC를 떠나 새롭게 창단한 캐롯에 새둥지를 틀었다. 전성현은 4년, 첫 해 보수총액 7억 5천만원의 대박을 터뜨리며 이적을 결심했다. 

BIG 6 중 유일하게 잔류를 선언한 선수는 김선형. 그러나 김선형은 SK와 3년, 첫 해 보수총액 8억원에 사인하며 원하던 연봉킹의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WKBL FA 시장 역시 크게 요동쳤다. 가장 이슈가 되었던 이적은 바로 김단비의 이적. 데뷔 이후 신한은행에서만 활약하며 영원한 신한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것 같았던 김단비는 우리은행으로의 깜짝 이적을 선언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여기에 한엄지마저 BNK로 이적하면서 신한은행은 순식간에 팀의 주축 선수 2명을 잃게 됐다. 

 

6. 굿바이 오리온! KBL의 신입생 고양 캐롯 점퍼스의 창단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가 열리던 당시부터 오리온이 시즌을 마친 후 구단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농구계에 파다했다. 당시 오리온은 공식적으로 이러한 소문을 부인했지만, 시즌이 끝난 후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 5월 11일. 오리온이 데이원자산운용과 구단 인수, 양도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매각 작업이 이루어졌다. 오리온을 인수해 새로운 출발을 알린 데이원은 허재 전 감독을 구단 최고 책임자로 내정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알렸고, KGC의 2년 연속 파이널 진출을 이끌었던 김승기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FA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간 데이원은 슈터 최대어였던 전성현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그렇게 데이원은 많은 관심을 받으며 KBL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데이원의 이후 행보는 불안했다. KBL이 6월 22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데이원의 연맹 가입을 유보하면서 불안한 행보가 시작됐다. 이후 KBL이 다시 승인을 결정하긴 했지만 불안함은 여전했다. 

이후 데이원은 캐롯손해보험에게 네이밍 스폰서를 맡기면서 고양 캐롯 점퍼스라는 이름으로 창단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데이원의 불안한 행보는 이어졌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가입금 미납 이슈가 불거진 것. 

KBL은 데이원이 가입금 1차분을 납부하지 않으면 정규리그 출전을 불허하겠다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고, 그제서야 데이원은 부랴부랴 가입금 1차분 납입을 마쳤다. 

불안한 행보 속 캐롯이라는 이름으로 출발을 알린 데이원은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김승기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을 첫 시즌부터 발휘하며 캐롯의 선전을 이끌어가고 있는 중이다. 

 

7. 안암골 호랑이의 독무대로 끝난 대학농구리그

코로나19 탓에 2년 연속 버블 형식으로 짧게 열렸던 대학농구리그는 올해 다시 장기 레이스로 펼쳐졌다. 관중도 다시 맞이했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리그가 정상화됐다.

올해 대학농구리그의 키워드는 역시 고려대의 초강세다. 이미 박무빈-문정현-이두원-김태완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3학년 라인을 보유하고 있었던 고려대는 고교 시절에 국가대표에 뽑힌 특급 신입생 여준석의 합류로 시즌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여준석 외에도 용산고에서 함께 맹활약했던 가드 박정환과 센터 신주영이 입학했다.

예상대로 고려대는 강했다. 탄탄한 전력의 고려대는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승리를 적립하며 선두를 질주했다. 비록 중앙대에 1패를 당하며 전승에는 실패했지만 고려대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여세를 몰아 고려대는 7월 38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상주대회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해외 진출에 나선 여준석의 이탈에도 고려대는 강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다소 부침을 겪었던 센터 이두원이 대학 입학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팀을 잘 이끈 가드 박무빈은 대회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9월 열린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도 고려대가 주인공이 됐다. 8강에서 성균관대에 완승을 거둔 고려대는 단국대와 건국대를 차례로 꺾고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대학 최고의 포워드 문정현이 기둥 역할을 해내며 MVP까지 수상했다. 

비록 결승에서 패했으나 정규리그 7위 건국대가 보여준 약진도 대단했다. 건국대는 8강에서 연세대, 4강에서 경희대를 잡으며 창단 후 처음으로 대학농구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도 4쿼터까지 고려대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건국대다.

여대부에서는 강자로 꼽혔던 부산대가 플레이오프 4강에서 탈락한 가운데 단국대가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김태유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백지은 감독은 부임 첫해에 우승을 차지했다.

 

8. KBL의 새로운 바람, 필리핀 아시아쿼터 제도 

KBL이 아시아쿼터 제도 확대를 결정함에 따라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됐다. 

KBL이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20년. 그러나 당시에는 이 제도를 활용하는 팀들이 많지 않았다. 당시 KBL이 아시아쿼터 제도를 일본을 대상으로만 시행하기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일본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구단은 없었다. 그나마 DB가 나카무라 타이치를 영입했지만 타이치 역시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KBL 무대를 떠났다. 

2022-2023시즌을 앞두고 KBL은 아시아쿼터 제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일본 선수 외에도 필리핀 선수들의 영입이 가능하게 됐다.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은 KBL 무대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뛰어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나라다. KBL의 결정에 따라 필리핀 선수들의 영입이 가능해지자 각 팀들은 앞다투어 필리핀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다. 일본 선수만 영입이 가능하던 이전과 비교하는 분위기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가장 먼저 KBL 무대를 밟게 된 선수는 SJ 벨란겔이었다. 벨란겔은 한국가스공사와 계약을 맺으며 국내 1호 필리핀 선수가 됐다. 이후에도 필리핀 선수들의 KBL 러시는 이어졌다. 한국가스공사 이후 DB(이선 알바노), 삼성(크리스찬 데이비드), LG(저스틴 구탕), 현대모비스(RJ 아바리엔토스), KGC(렌즈 아반도)가 아시아쿼터 제도를 활용해 필리핀 선수를 영입했다. 10개 구단 중 무려 6개 구단에 필리핀 선수가 합류하게 된 셈이다. 

 

9. 어린 태극전사들이 써 내려간 감동 드라마, U18 아시아선수권 대회 우승

많은 농구 이벤트가 있었지만 여름 막바지에 U18 남자농구 대표팀이 써 내려간 드라마는 올해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이세범 감독이 이끄는 U18 대표팀은 8월 말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2022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에 성공했다.

예선 첫 경기에서 이채형의 트리플-더블을 앞세워 인도를 완파한 한국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15점 차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은 대표팀은 이란과의 8강 경기에서 이주영의 짜릿한 결승 득점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4강행 티켓을 확보하며 2023 FIBA U19 남자농구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한국이다.

4강 상대는 예선에서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중국.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은 1쿼터를 12점 뒤진 채 마치며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으나 2쿼터부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끝에 4쿼터 들어 역전까지 성공했다. 결국 필요할 때마다 외곽포가 터진 한국은 만리장성을 넘어 10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만난 일본과의 경기는 영원한 라이벌답게 시종일관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국은 스코어러 이주영의 활약이 계속되며 일본과 접전을 이어갔다. 4쿼터 들어 힘이 빠지는 듯했으나 이해솔이 에너지를 불어넣는 3점슛을 집어넣은 것도 컸다.

집중력을 유지한 한국은 승부처 잇달아 일본의 공격을 막아내며 우승에 가까워졌다. 결국 이주영의 쐐기 득점이 나오며 22년 만에 U18 아시아선수권 우승이 확정됐다.

챔피언 한국은 대회 베스트5에 2명의 선수(이주영-이채형)를 배출했다. 대회 평균 23.2점으로 득점 1위를 차지한 이주영은 MVP에 선정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4강에서 29점, 결승에서 28점으로 중요한 순간 영향력이 돋보였다.

선수단을 지휘한 이세범 감독은 “모두 열심히 뛰어준 12명 전원이 수훈 선수”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MVP 이주영은 “대한민국의 농구를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10. WKBL 최초 외국국적동포선수 자격 선수 1순위, 특급 신인 키아나 스미스의 등장

WKBL은 좀처럼 신인 선수들이 활약을 하기 어려운 무대다. 갈수록 신인들의 풀이 좁아지고 있기도 하고 기존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의 기량 격차가 다른 리그와 비교해 현격하게 크기 때문에 신인들이 팀 합류 첫 시즌에는 1군 무대에 나서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매년 신인왕을 선정하는데 있어서도 골머리를 앓는 곳이 바로 WKBL 무대다. 

그러나 이번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는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WNBA 무대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키아나 스미스가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했기 때문. 드래프트 이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던 스미스의 참여가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드래프트 판도 역시 요동쳤다. 

지난 2020년 있었던 삼각트레이드의 결과로 이미 전체 1순위를 손에 넣은 상태였던 삼성생명은 스미스의 드래프트 참여로 인해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삼성생명은 드래프트가 열리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스미스의 이름을 전체 1순위로 호명했다. 그렇게 스미스는 외국국적동포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1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드래프트 이전 열린 컴바인에서도 스미스의 운동능력은 돋보였다. 맥스 버티컬 점프(74.15cm)와 3/4 코트 스프린트(3.432초)에서 컴바인 신기록을 달성한 것. 트라이아웃에서도 스미스는 차원이 다른 기량을 선보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진 = 로이터, 이현수, KBL, FIBA, 대학농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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