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생.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 여타 선수들 같았으면 전성기를 넘어서 은퇴를 바라봐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지만 김선형에게는 전혀 해당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특유의 스피드와 탄력, 거기에 경험치를 쌓아가며 노련미까지 더해진 김선형은 여전히 KBL 최고 레벨의 가드라는 자신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 파이널 MVP에 올랐던 김선형은 이번 비시즌 FA를 맞아 SK와 3년 계약, 첫 해 보수 총액 8억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리며 연봉 킹에 올랐다. 여전히 전성기가 현재진행형인 사나이. 김선형을 만나 비시즌 근황과 새로운 시즌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무릎 부상

지난 시즌 파이널 MVP를 따내며 SK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이 된 김선형. 이후 그는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며 FIBA 아시아컵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김선형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6월 있었던 필리핀과의 평가전을 앞둔 시점에서 무릎 부상으로 인해 이탈하게 된 것. 당시 연골 부상으로 인해 8주 진단을 받은 김선형은 아시아컵에 나설 수 없었고, 대표팀 역시 팀 전력의 막대한 손실 속에 대회를 치러야 했다. 

“팬분들께서도 많이 아쉬워하셨고 저도 물론 아쉬웠죠. 이번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내년에 아시안게임이 있기 때문에 잘 준비를 해서 국가대표로서 팀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아시안게임을 3~4번씩 뛴 형들도 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도 아시안게임 참가를 반드시 하고 싶어요.”

“이번 대표팀 경기는 모든 경기를 챙겨봤어요.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죠. 무릎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태라 미안하기도 하고, 후배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같이 호흡을 맞추자고 선수들끼리 이야기도 많이 했었거든요. 잘하는 선수들끼리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대표팀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거든요.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한 것 같아요.”

사실 김선형의 무릎 부상은 지난 챔피언결정전 2차전 도중 처음 발생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초인적인 활약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셈. 그러나 이후 김선형의 무릎은 결국 탈이 나고 말았고, 그 결과 이번 비시즌에는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김선형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당시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니까 정말 별 것 아닌 것처럼 되더라고요. 그런 부상을 안고 뛰었는데 그래도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죠."

다행히 현재 김선형의 무릎은 상당히 좋아진 상태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없는 상황.

“지금은 거의 다 좋아졌어요. 애초에 수술까지 필요한 부상은 아니었거든요. 그런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잘 쉬고 재활을 잘하면서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점을 스스로 느끼고 있어요.”

“저희가 다른 팀들보다 시즌이 늦게 끝났잖아요. 그러면서 이번 시즌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도 늦었어요. 늦게 시작한 만큼 다른 팀들이 연습경기를 할 때 저희는 체력 훈련을 하고 있어서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다들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보니 손발을 맞추는 시간을 줄이면서 비시즌을 잘 보낸 것 같아요. 지금은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하면서 전력을 점검하고 있고요.”

 

 

파이널 MVP, 그리고 연봉 킹

평균 17.4점 6.8어시스트 3.2리바운드 야투율 50.8%.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김선형이 거둔 성적이다. 팬들로부터 1988년생이 아니라 사실은 1998년생이 아니냐는 농담을 들었을 정도로 놀라운 활약을 펼친 김선형은 파이널 MVP의 주인공이 되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모든 것이 다 잘 풀린 시즌이었죠.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실력뿐만 아니라 운도 다 저희 쪽으로 오는? 하늘이 돕는 것 같은 그런 기운이 있었어요. 중간에 손가락을 다치면서 액땜도 한 것 같고요. 2017-18시즌에도 부상을 당하고 우승을 했거든요. 이상한 징크스가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상이었지만 팀이 우승을 하면서 완벽한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선형 개인적으로는 3번째 치르는 챔프전이었다. 2012-13시즌에는 평균 8.3점 5.3어시스트, 2017-18시즌에는 평균 9.7점 3.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다소 부진했던 김선형은 지난 시즌 자신의 커리어 최고의 챔프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 경험이 많이 쌓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챔프전을 치르는데 재밌더라고요. 첫 챔프전은 뭐하는지도 모른 채 훅 지나간 느낌이었고, 두 번째 챔프전은 부상 탓에 즐기지를 못했거든요. 이번 챔프전은 스스로 겪을 것을 다 겪고 진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챔프전이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제일 기억에 남는 챔프전이었죠.”

그렇게 완벽한 시즌을 보낸 김선형은 비시즌 FA 권리를 행사하게 됐다.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지닌 김선형이었기에 SK 역시 최고의 대우를 해줬고, 그렇게 김선형은 3년 계약, 첫 해 보수 총액 8억원의 계약서에 사인하며 SK 잔류를 택했다. 더불어 김선형은 이번 시즌 연봉 킹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 

“연봉 킹이라서 특별한 부담이 있지는 않아요. 기쁘기도 하고 이번 시즌에도 다른 시즌들과 마찬가지로 기대 반 걱정 반인 것 같아요. 항상 매년 팬들이 생각하시는 저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있을지 몰라도 연봉 킹에 대한 부담은 없는 것 같아요. 평소와 똑같이 임하는 것 같아요.”

데뷔 이후 SK에서만 활약을 했지만 그동안 연봉 조정 신청을 하기도 하는 등 팀과의 협상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던 김선형이다. 그렇다면 이번 협상은 어땠을까. 

“저뿐만이 아니라 어떤 선수건 협상이란 것은 잘 풀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대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감정이 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이번에 FA 계약을 하면서 구단에서 많이 배려를 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떠날 생각도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유독 대어들이 쏟아졌던 이번 FA 시장이다. 김선형을 포함해 허웅과 이승현, 전성현, 이정현, 두경민 등 내로라하는 자원들이 대거 시장에 나왔다. 이들 중 김선형을 제외한 모두가 이적을 택하며 역대급 광풍이 몰아쳤던 이번 FA 시장이다. 그 속에서도 김선형은 최고 연봉을 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았다. 

“대어들과 상관없이 작년에 제가 팀을 우승시키고 MVP를 받으면 연봉 킹을 찍어달라고 구단에 미리 선전포고를 했어요.(웃음)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모두 잡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진짜 그게 이루어져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걸 이루게 해준 팀원들과 코칭스태프한테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대어들의 이적이 많았는데 워낙 저는 SK맨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다른 팀에서 연락을 안 주시더라고요.(웃음) 제 얼굴에 SK라고 써 있나 봐요.” 

2011-12시즌부터 KBL 무대를 누비며 이룰 수 있는 업적들은 거의 다 이뤄낸 김선형이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미 경험해 본 그이기에 새로운 동기부여를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 있을지 역시 궁금했다. 

“지난 시즌에 통합 우승을 하고 개인적으로는 챔프전 MVP도 받았으니까 아무래도 팬분들의 기대치도 더 높아졌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 기대에 부응을 해야겠다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이룰 것을 이미 다 이루지 않았냐고 하시지만 저는 MVP도 더 받고 싶은 욕심도 있고 아직은 더 이룰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아직 남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한 몸 관리는 필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김선형에게 이는 큰 문제가 아닌 듯하다. 커리어 초창기 때와 비교해 신체 능력의 감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험이 더해지면서 경기력 자체는 더욱 발전한 모습이다. 

“저도 물론 벤자민이 아닌 이상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옛날보다 체력이나 스피드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그만큼 경험이 그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어요. 플레이 자체로만 봤을 때는 오히려 코트 비전이 넓어진다던지 하는 농구에 눈을 뜨는 부분을 팬분들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경기를 잘 조립하고 만들어가는 선수가 되고 싶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작년보다 몸 상태가 더 좋아요.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어요. 1년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비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 이거든요. 작년에 그 부분을 겪어봐서 그런지 이번에는 농사를 잘 지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농구가 여전히 재밌어요. 이겨서 그런다기보다는 승패를 떠나서 농구가 너무 재밌고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것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어요.”

 

 

2022-23시즌의 SK

지난 시즌에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1년을 보낸 SK다. 그러나 이번 시즌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영준의 입대로 인한 공백이 그 불안요소 중 하나. 지난 시즌 평균 14.5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안영준은 군 복무로 인해 자리를 잠시 비우게 됐다. 뛰어난 포워드 자원들이 여전히 많은 SK지만 안영준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중요한 퍼즐이 하나 나갔지만 또 다른 퍼즐이 들어왔잖아요. 성격이나 매력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안)영준이는 영준이만의 실력과 퍼포먼스가 있고, 그 부분이 빠졌지만 다른 선수들이 각자 자기만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요. 이런 부분이 이번 시즌에 잘 돼서 영준이가 돌아오면 팀이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번 시즌 SK에는 홍경기와 송창용이 새롭게 합류했다. 또한 최성원 역시 시즌 중반 제대 후 합류할 예정. 

다만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이 팀의 전력을 드라마틱하게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자원들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안영준의 공백까지 생각하면 SK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다소 떨어진 전력을 가지고 이번 시즌에 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까도 언급했듯 이번 비시즌은 유독 대어급 FA들의 연쇄 이동이 있었던 시즌이다. 즉, 다른 팀들 중 다수가 전력 보강을 이뤄냈다는 의미. 기존보다 다소 떨어진 전력으로 시즌에 임하는 SK 입장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환경이다. 디펜딩 챔피언의 입장에서 특별히 경계가 되는 팀은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모든 팀이 경계가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일단은 다른 팀의 사정보다 우리 팀에 더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더 손발을 맞추고 안 되는 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초반이 지나면 다들 윤곽이 나오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의 상황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아무래도 챔피언의 자리는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을 지켜내기가 더 힘든 법이다. 특히 SK의 경우 성적이 좋았던 그다음 시즌에는 어김없이 추락을 했던 경험이 있는 팀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러한 부분에서의 징크스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SK에게 오는 2022-23시즌은 너무나도 중요한 시즌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우승한 시즌에 힘을 많이 쏟아서 그런 상황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유독 그 다음 시즌에는 부상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이번에는 감독님께서 이미 수석코치 시절부터 그런 상황들을 많이 겪으셔서 그런지 더욱 부상관리를 철저하게 생각하셨고, 그만큼 체력운동도 많이 했어요. 지금은 부상자가 예전처럼 많지도 않고요. 개인적으로도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징크스를 깨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아무래도 작년에 저희가 시즌을 시작할 때 선수들이 각자 개인적으로 가졌던 초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왜 우리가 우승을 했는지, 그런 부분들을 다시 상기하는 것이 중요해요. 지키는 게 당연히 더 어렵다고는 하지만, 반대로 다시 작년처럼 똑같이 목표를 세워서 감독님 말씀대로 6강을 먼저 올라가고 그다음 목표를 차근차근 가져간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의 또 다른 화두 중 하나는 아시아쿼터 제도의 확대다. 필리핀 선수들의 영입이 가능해지면서 수준급 기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를 받는 필리핀 가드 자원들이 대거 KBL 무대를 밟게 됐다. 

* KBL에 합류한 필리핀 선수들 *
DB : 이선 알바노
삼성 : 크리스찬 데이비드
한국가스공사 : SJ 벨란겔
LG : 저스틴 구탕
현대모비스 : RJ 아바리엔토스
KGC인삼공사 : 렌즈 아반도

“영상도 보고 연습경기에서도 같이 뛰어봤는데 확실히 개인기나 능력들이 더 좋더라고요. 가드들도 키는 작아도 굉장히 재간이 좋다고 느꼈어요. 재밌는 매치업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시즌 때 빨리 붙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김선형은 이처럼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항상 이를 즐기는 성향을 지니고 있는 선수다. 이번 필리핀 선수들과의 맞대결 역시 다르지 않다. 

“그런 매치업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뛰는 것 같아요. 빨리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또 그런 상황에서도 팀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 농구잖아요. 얼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새로운 동기부여의 탄생이죠. 새로운 바람이 많이 불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준비를 많이 해서 재밌게 경기를 치를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새롭게 KBL에 합류한 필리핀 선수들 중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도 있을까.

“경기를 봤을 때는 다들 한 가닥씩 하는 것 같아요.(웃음) 제일 재밌는 선수는 우선 붙어보고 나중에 따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웃음)

그렇게 김선형과 SK의 2022-23시즌은 착실하게 준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즌을 기대하고 있는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김선형은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시즌이 끝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새로운 시즌이 코앞으로 왔네요. 빨리 팬분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농구를 얼른 더 하고 싶어요.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으나 변함없는 응원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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