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미스코리아가 <루키 더 바스켓>에 등장한다니. 그래 그럴 리가 없어.

사실 몇 년 전, 월간여신 섭외를 위해 미스코리아 본선 진출자들의 프로필을 찾아본 적이 있다. 그런데 취미나 특기에 ‘농구’를 쓴 이는 아무도 없었다. 스포츠 중에는 필라테스, 요가, 승마, 혹은 골프가 전부였다.

그런데 농구를 좋아하는 유학파 미스코리아 진이라니! 정말 농구를 좋아하는 건 맞는지, 정말 유학파 미대 누나는 맞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2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우리는 그녀를 농구인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솔직히 농구인은 아니죠. 농구와 연관이 있는 길을 걷지 않았으니까...”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월간여신 코너는 농구와 관련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온다고 해도 농구와 관계가 없으면 나올 수가 없는 곳이다.

“그래도 농구와 인연을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키가 커서 초등학교 때 농구를 조금 배웠던 적도 있었고요,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 가면서 미국 친구들이랑은 당연히 학교나 길거리 코트에서도 농구를 해봤죠. 그러다가 손가락을 다친 적도 있었어요. 미스코리아의 농구장 시투 같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그런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가야죠. 스포츠는 TV보다 직접 가서 봐야 더 재밌거든요!”

응? 농구인인데...?

농구를 배웠고, 미국까지 가서 본토 농구를 경험(?)한 거니 부족함 없는 농구인이잖아. 혹시 해서 손대범 KBSN 농구 해설위원에게 자문했더니 ‘의심의 여지없는 농구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길거리 농구를 하다가 손가락까지 다쳐봤는데 농구인이 아닐 수 있냐“며 강력하게 반문하기도 했다. 합격!

자, 그러면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미대 언니’라는 이력이 사실인지를 확인해보자. 농구와 큰 관계는 없지만, 여신의 진실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가늠자다!

미술 하는 누나

“어려서부터 시각적인 것에 예민했던 것 같아요. 미술과 과학이 접목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어요. 그래서 건축학과를 진학하려고 했는데, 주변에 계시던 건축가분이 여자가 하기에는 많이 힘들 거라고 조언하시더라고요. 고3때 갑자기 바꿨어요. 미술은 제가 좋아하기도 했고, 순수미술은 모든 예술적인 것들의 기본이 되니까, 졸업 후에도 뻗어나갈 길이 많을 거로 생각했어요.”

최서은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명문 사립 미술대학인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순수미술 회화를 전공했다. 이쯤 되면 본인 SNS에 자기 작품 하나 정도는 올려놨을 것 같은데,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제가 계정이 2개에요. 하나는 지금 활동하는 것들을 위주로 하고, 미술과 관계된 계정은 따로 있죠.”

그의 작품을 본다고 예술적 소양과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에 작품을 보여 달라기보다 조금 더 식견 있어 보이는 질문을 택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냐”고 물었다.

“요즘 우리나라에 있는 신진작가분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홍익대를 졸업한 조효리 작가님이라고, 마침 지금(5월) 전시를 하고 계세요. 시간의 개념에 대해 그림을 그리시는데, 장면 자체가 되게 초현실적이고, 색감 자체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은 색감이 있어요. 저는 회화를 전공했지만, 3D의 입체적인 요소가 들어간 걸 좋아하거든요. 조효리 작가님은 그냥 캔버스보다는 엠보싱이라고 해야 하나요?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는 부분도 있고, 그 위에 색감을 얹고, 또 플랫한 이미지들을 얹거든요. 그런 조합들이 오묘하고, 또 흔하지 않은 새로운 방향인 것 같아서 정말 좋아합니다.”

......

괜히 물어봤다. 미술 무지렁이 주제에 어설프게 덤볐다가 생각지도 못한 전문가적인 답변에 당황했다. 얼른 대화의 주제를 돌려야겠다.

프로필을 보니 최서은은 14살 때 미국행을 택했다. 조기 유학이다. 어려서부터 영어 공부를 많이 했고, 일찌감치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살짝 금수저의 느낌이다. 아니면 도피성 유학이거나...

“전혀요! 초등학생이 뭘 하면 도피성 유학을 갈 수 있을까요?(웃음) 어머니가 영어 조기교육을 하셨고, 미국 유학도 계속 말씀 하셨거든요. 주입식... 일종의 세뇌랄까요? 유학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졸업하고 비행기를 혼자 탔어요. 두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미국에 가서 홈스테이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죠. 금수저는 아니에요! 학교는 공립을 다녔고, 대학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장학금을 받았어요.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학자금도 열심히 갚고 있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예술대학 중 하나인 프랫 인스티튜트의 장학생이었다면, 최서은 역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 미스코리아의 영예와 활동도 있지만, 그런 재능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까운 게 아닐까?

“포기라니요? 미술 계속합니다! 올해 작은 전시라도 하는 게 꿈이거든요. 미국에서 졸업 전시를 하고,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는 딱히 기회를 못 만들었어요.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미술도 할 거라서, 전시를 여는 게 올해 목표이고 계획이에요.”

미스코리아 재수생? 미스코리아 진!

미국 가서 열심히 그림 그리다가 한국에 온 최서은은 갑자기 미스코리아에 도전했다. 대체, 미술과 미스코리아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 정말 중요한 질문인 것 같아요. 미술과 미스코리아는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걸 알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표현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게 공통점이고,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미스코리아도 남들에게 보이는 일이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을 잘 브랜딩해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연구하는 부분이 비슷한 것 같아요.”

예능으로 던진 질문인데, 다큐로 받았다. 나름 인터뷰이를 당황시킬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많이 받아본 질문인가 보다. 기다렸다는 듯이 모범답안처럼 자신 있게 대답한다.

던져봤자 걸리지도 않는 ‘미끼’인 미술은 이제 포기한다. 그냥 미스코리아에 대해서 물어보자. 대체 미스코리아는 어떻게 준비하는 걸까?

“저는 두 번을 나갔어요. 처음에는 신청 마감 사흘 전인가? 멋모르고 지원을 했어요. 스스로에 대한 연구도 없었고, 뭐 그냥 떨어졌죠. ‘경험했던 실패를 두 번 다시 맛보지 않으리라’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처음에는 떨어졌을 때 별생각이 없었는데, 2021년 미스코리아 공고가 나오는 걸 보니까 마음이 달라지더라고요. 지난번에는 준비를 안 했었고, 준비 하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전정신으로 해봤던 것 같아요. 접수 마감 2~3개월 전부터 공부를 좀 했어요. 미스코리아는 어떤 질문을 받는지, 어떤 포즈를 하는지,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지... 뭐, 그런 것들을요.”

그렇다. 2021 미스코리아 진은 승부욕이 만들어 낸 결과다. 만약 2021년에도 떨어졌다면, 최서은은 지금 2022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재수는 했는데 삼수는 못 할 거 같아요. 미스코리아도 정말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거든요. 집중도 많이 해야 하고... 이걸 두 번이나 했다는 것에서 스스로 기특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승부욕(?) 외에 그를 1년 만에 탈락에서 진으로 올려낸 원동력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앞서 말씀드렸던 연구와 또 다이어트가 있겠죠?(웃음) 제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알고, 어떻게 보이는지를 연구했던 게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정형화된 미의 기준보다는 재능과 사람으로서의 매력을 갖춘 재원들에게 더 높은 평가를 줬다’고 설명하고 있다. 2021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최서은에게 왕관을 허락한 재능과 매력은 어떤 것이었을까?

“성격 좋다는 말을 많이 듣거든요. 뭐, 예쁘다는 말은 그냥 친구들끼리나 하는 이야기고... 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많거든요. 미스코리아에 나온 분들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예쁜 분들이 참 많잖아요. 제가 댓글 같은 거 정말 잘 보는데,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얼굴이다’, ‘아이돌보다도 못하다’라는 말씀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알아요. 그냥 평균에서 조금 괜찮은 정도... 잖아요. 그런데 그걸 더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제 성격이고 또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외모보다 스스로에 대해 ‘자신 있다’, ‘당당하다’라고 느끼는 게, 제 성격이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하고 친근감 있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지금 미스코리아 진이 자기 외모에 대해 ‘평균보다 조금 괜찮은 정도’라고 말한 걸 보고 있다.

이분의 망언 수위. 용감무쌍하다. 심지어 본인 SNS에는 자신에 대해 ‘봄에 태어난 돼지’라고 써 놨다. 본인이 ‘돼지띠고 봄에 태어나서 그렇다’고 열심히 해명은 하는데, 뭐 듣는 돼지 입장에서는 썩 편치 않다. ‘외모가 평균보다 조금 높을 뿐’이라고 하면서 SNS에는 수영복 사진도 올려놨다.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특별히 야한 비키니... 뭐 그런 느낌이 아니잖아요. 수영장에 갔고, 수영해야 하니까, 수영하기 위한 수영복을 입은 거죠.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들어가지는 않잖아요. 저는 패션이라고 생각해요. TPO에 맞는 착장인 거죠.”

당당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바닷가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걸...

“미스코리아는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전후의 차이라면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졌다는 거겠죠. 다른 분들이 미스코리아라고 알아보시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미스코리아라고 소개해주시면, 혹시라도 내 행동으로 인해 다른 분들이 미스코리아에 대한 편견을 가지실까 봐 조금 더 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미래의 할리우드 스타

그의 장래 희망은 연기자다.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방송 조연출, 학원 강사, 모델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최서은은 미스코리아 진이 된 후, “연기에 관심이 많고, 영어를 잘하는 장점을 살려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현재의 추세를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도전일 것이다. 지금도 꾸준히 연기 수업을 받고 있다고. 그렇다면 최서은이 최근 좋아했던 작품은 어떤 게 있을까?

“최근에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인상 깊게 봤어요. 김태리 씨가 18살의 귀여운 모습, 생기발랄한 청춘의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하셨잖아요. 그런 자연스러움이 너무 좋았어요. 실제로 그 나이대도 아니시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그렇게 연기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렇다면, 기존의 작품 중, 해보고 싶은 배역은 어떤 게 있을까?

“제가 여배우분들 중에서 서현진님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가 <또 오해영>이에요. 나오시는 역할 자체가 우리 주변에 정말 있을 것 같은, 덜렁거리기도 하고, 술 마시면서 고민 상담 들어줘야 할 것 같은 이미지잖아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러블리한 역할이었는데, 그렇게 자연스러우면서도 러블리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니까 서현진 님이 닮고 싶은 배우인 것 같아요. 외국 배우 중에서는 앤 해서웨이요. 최근에 앤 해서웨이가 나온 <원데이>라는 영화를 봤거든요. 2011년 작품일 거예요. 배우로서 정말 다양한 도전을 했더라고요. 로맨스가 아니라 다큐적인 작품도 했고, 다양한 역할을 했고, 많은 걸 시도해보는 모습이 멋있는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미대 누나이면서, 차세대 할리우드 스타가 될지 모르는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농구인(?) 최서은. <루키 더 바스켓>으로서는 무척 만족스러운 월간여신 인터뷰였다. 독자 여러분도 이견의 여지가 없었으리라 믿는다.

“오늘 인터뷰를 편안하게 잘 해주셔서 저는 재미있게 한 것 같은데, 팬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미스코리아로서도 다양한 활동과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이 응원해주시고, <루키 더 바스켓>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뵙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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