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세우고 싶다”, “모든 기록을 다 깨고 싶다”, “다른 팀들이 ‘KB스타즈는 절대 못 이기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전승 우승을 하고 싶다”

KB스타즈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박지수가 이번 시즌, 인터뷰를 통해 밝힌 목표들이다. 상당히 도전적이고, 듣기에 따라서는 도발적이기도 하다. 내성적이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편이 아닌, 박지수가 직접 한 말이기에 더 의아하기도 하다.

팀 최다 연승, 단일 리그 이후 역대 최단 경기 우승 확정 등을 통해 자신감과 확신을 얻었기에 던진 메시지일까? 아니,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프로 입단 후 6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지수는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여자농구 선수다. 이미 수많은 기록들을 새롭게 작성하고 있고, 대항마 없는 가장 강력한 에이스로 KB의 절대 1강을 이끌었다.

국가대표에서도 마찬가지. 고교시절부터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로 불린 박지수는 대표팀에서도 핵심 전력이며 대체 불가 자원이다.

김완수 KB스타즈 감독은 “박지수 같은 선수를 데리고 감독을 할 수 있는 것은 지도자로서 정말 큰 복”이라고 한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박지수가 아니었다면 우리나라가 올림픽 본선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좋아질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경험한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 대행은 “중국에는 190cm 전후의 정말 좋은 포워드들이 많다. 하지만 박지수 정도의 높이에 박지수와 같은 운동 능력과 농구 지능을 갖춘 선수는 없다. 박지수는 WNBA에서 뛰는 선수다. 아시아 최고 센터”라고 인정했다.

박지수를 프로에서 처음으로 지도했던 안덕수 KBSN 해설 위원은 “일본에서 코치로 오래 있었지만, 일본에도 박지수 정도의 빅맨은 없다. 박지수는 25살 무렵부터 전성기가 올 것이다. 지금도 대단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적수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개인상을 휩쓴 프로 경력에서 우승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 항상 박지수에게는 상처였고 한계였다. “이룬 것이 없는 선수”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2018-19시즌에 통합 우승을 일구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세운 통합 6연패를 넘어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이후로 2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WKBL의 ‘확고부동한 비대칭 전력’인 박지수를 보유하고도 우승에 실패한 KB는 ‘박지수의 원맨팀’, ‘박지수를 잘 활용 못하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평가는 박지수에게도 큰 상처였다.

‘박지수와 함께 뛰면서 그것밖에 못 한다’는 비판을 받는 동료들과 팀에게도 미안했고, 시즌을 마친 후에는 “내가 모자라서 다른 선수들을 욕먹게 하는 것 같다”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는 올 시즌 유일한 패배였던 지난 11월 26일 우리은행 전 패배(72-74) 후에도 “나 때문에 팀이 졌다”고 자책했다. 박지수는 “이지슛을 너무 많이 놓쳤고, 중요한 자유투도 못 넣었다. 내가 그거 하나만 안 놓쳤어도 팀이 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 경기는 박지수가 31분 37초를 뛰며, 25점 21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한 경기였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20-20이라는 기록은 없었다. 8개의 자유투 중 3개를 놓쳤다는 것과 2점슛 야투율이 56%에 그쳤다는 것, 그리고 그 모자람 때문에 팀이 졌다는 생각이 더 컸다.

KB는 박지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승 후보의 반열에 올랐고, 좋은 전력 구성을 갖추며 지난 몇 년간 ‘1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 지도자들도 KB가 가장 강한 전력이라고 몇 년째 같은 말을 한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1강 KB’는 예측에만 존재했고 현실에는 없었다. 때문에 박지수는 KB에 대한 그 어떤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강팀이 아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단독 1위를 질주해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모든 팀들이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전부터 상대한테 위축되는 면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아니다. 우리를 보고는 쉽지는 않지만 해볼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강팀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만들고 싶고, 못 이길 것 같은 상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는 박지수의 강한 메시지는 상대에 대한 도발이라기보다, 주변의 평가에 결과로 증명하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이다.

우리은행 통합 6연패의 주축인 박혜진 역시 박지수와 같았다.

“잘하지도 못하는데 팀 성적이 나빠서 출전 기회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자신이 신인상을 받았던 이유를 설명한 박혜진은 “농구를 못하는 선수라서,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이것저것 다 조금씩 할 수는 있지만, 특별히 잘 하는 건 없는 선수”라고 자신을 혹평했다.

그러면서 5번의 정규리그 MVP와 3번의 챔피언결정전 MVP, 그리고 8번의 베스트5를 수상했다.

올 시즌에도 박혜진은 “나는 나이에 비해 수비에서 노련미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했고, 4쿼터 클러치 상황에서 맹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끈 후에는 “솔직히 짜증이 났다. 4쿼터에 한 것을, 그 전부터 했어야 했다. 오늘 졌으면 나 때문에 진 경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박혜진은 박지수의 자책에 대해 웃으며, “(박)지수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다.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그런데 누가 KB를 강팀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도 다들 KB를 1강이라고 뽑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박지수는 23승 1패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후, “아직도 다른 팀들이 KB를 해 볼 만한 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진정한 강팀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아직은요”라며 웃었다.

한 번의 우승이 아니라, 왕조를 세웠던 강팀들의 역사를 쓰고자 하는 박지수의 바람이 과연 이번 시즌부터 통합우승으로 시작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KB스타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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