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손꼽혔다. 5각 트레이드를 통해 러셀 웨스트브룩을 영입해 기존 르브론 제임스, 앤써니 데이비스와 함께 빅3를 구성했으며 수준급 롤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하며 로스터를 살찌웠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절반 가까이가 지난 현재 레이커스는 5할 승률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태다.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좀처럼 기대치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레이커스에 들이닥친 위기를 자세히 살펴보자. 

야심차게 보낸 비시즌

버블에서 치러진 2019-20시즌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레이커스. 그러나 지난 2020-21시즌을 실망스럽게 마무리됐다. 르브론과 데이비스의 연이은 부상 속 정규시즌을 42승 30패, 서부 컨퍼런스 7위의 저조한 성적으로 마친 레이커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 무대에서 피닉스를 만나 6차전 만에 시리즈를 내주며 조기탈락의 굴욕을 겪었다. 

사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레이커스의 조기 탈락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ESPN 패널 18명 중에서도 피닉스의 승리를 예상한 이는 단 1명이었다. 그만큼 대부분의 이들이 레이커스의 업셋을 예상했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3차전까지 2승 1패로 앞서던 시리즈에서 마지막 3경기를 내리 내주며 허무한 탈락을 경험했다. 

 

르브론 제임스에게도 1라운드 탈락은 상당히 낯설었다. 르브론 제임스는 커리어 동안 15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는데, 이 중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은 지난 시즌이 최초였다. 주축들의 연이은 부상, 버블 시리즈 우승 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새로운 시즌 개막 등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어쨌든 르브론 제임스와 레이커스에게는 실망스러운 시즌이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아쉬운 시즌을 보낸 레이커스는 비시즌 대대적으로 전력 보강에 나섰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영입은 역시 러셀 웨스트브룩이었다. 당초 레이커스는 러셀 웨스트브룩이 아닌 버디 힐드 영입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러셀 웨스트브룩 측이 레이커스에 이적 의사를 타진했고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타며 그가 레이커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무려 5개 팀이 참여한 5각 트레이드. 레이커스는 이 트레이드로 문트레즐 해럴,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 카일 쿠즈마 등 핵심 롤플레이어들을 떠나보냈다. 

 

러셀 웨스트브룩과 르브론 제임스, 앤써니 데이비스로 이어지는 강력한 ‘BIG 3’를 완성한 레이커스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이후 우승 반지를 노리는 롤플레이어들이 속속 레이커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드와이트 하워드, 웨인 엘링턴, 켄트 베이즈모어, 켄트릭 넌, 트레버 아리자, 카멜로 앤써니, 말릭 몽크 등이 새롭게 레이커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들. 이를 통해 레이커스는 화려함과 탄탄함을 모두 갖춘 엄청난 로스터를 구축해냈다. 

 

우려, 현실로

이처럼 엄청난 로스터를 구축한 레이커스였지만 이들을 향한 우려도 분명 존재했다. 우선은 높은 선수단의 연령이 지적을 받았다. 러셀 웨스트브룩, 카멜로 앤써니, 르브론 제임스, 드와이트 하워드, 웨인 엘링턴, 디안드레 조던, 라존 론도, 켄트 베이즈모어, 트레버 아리자 등 팀의 핵심 선수들과 핵심 로테이션에 포함될 선수들 대부분이 80년대생. 10년차 이상된 선수가 무려 10명에 달하는 노인정 로스터를 구축한 셈이다. 

고령화된 로스터는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부상 문제와 에너지 저하 등 여러 문제가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레이커스는 시즌 초반부터 심각한 부상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까지 팀이 치른 31경기에 모두 나선 선수는 러셀 웨스트브룩과 카멜로 앤서니 단 2명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잔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출전을 강행하던 앤써니 데이비스는 결국 왼쪽 무릎 MCL 염좌 부상을 당하며 향후 4주간 결장이 예상되는 상태다. 

더이상 예전의 금강불괴의 모습과 거리가 먼 르브론 제임스 역시 19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트레버 아리자는 개막을 앞두고 당한 부상으로 12월 20일이 되어서야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치렀다. 나머지 선수들 역시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잦아 정상적인 라인업을 거의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레이커스다. 

 

르브론 제임스와 러셀 웨스트브룩의 공존 문제 역시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지적받아왔던 부분이다. 두 선수 모두 공이 손에 쥐어져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타입. 거기다 3점슛을 메인 옵션으로 가져가는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둘이 동시에 뛸 때의 외곽 효율 역시 물음표가 남았다. 

당시 프랭크 보겔 감독은 오히려 트랜지션 게임에서 장점을 발휘할 것이라며 이들의 공존 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레이커스의 트랜지션은 얼마나 장점을 보이고 있을까.

지난 시즌 레이커스는 전체 공격 중 15.4%를 트랜지션으로 가져갔다. 이번 시즌에는 해당 수치가 18.6%까지 증가한 상태다. 레이커스보다 더 많은 트랜지션 공격 비중을 가져가는 팀은 샬럿(19.3%), 토론토(19.0%), 멤피스(18.7%) 뿐이다. 

보겔 감독의 이야기대로 많은 트랜지션 비중을 가져가는 중인 레이커스는 평균 15.4점을 속공으로 뽑아내고 있다. 리그 3위의 수준급 수치다. 지난 시즌 13.3점으로 11위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발전한 수치다. 

* 레이커스의 트랜지션 수치 *
2020-21시즌: 비중 – 15.4%, 득점 – 13.3점
2021-22시즌: 비중 – 18.6%, 득점 – 15.4점

이처럼 트랜지션에서는 분명 발전한 모습이지만 르브론 제임스와 러셀 웨스트브룩이 같이 뛸 때의 생산력은 여전히 물음표다. ‘바스켓볼레퍼런스’에 따르면, 레이커스의 2인 라인업 중 르브론 제임스와 러셀 웨스트브룩이 함께 뛸 때의 득실점 마진은 +1.3점에 불과하다. 이는 2인 라인업 중 5위에 해당하는 수치. 또한 앤써니 데이비스까지 포함된 3인 라인업은 +2.6점으로 레이커스의 전체 3인 라인업 중 6위의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레이커스는 시즌 전 우려들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하며 저조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남은 시즌 반등을 노리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31경기를 치른 현재, 레이커스는 16승 15패의 성적으로 서부 7위에 머무르고 있다. 5할 승률도 간당간당하다. 시즌 전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최대 연승이 3연승에 불과할 정도로 좀처럼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레이커스는 사실상 르브론 제임스와 앤써니 데이비스를 제외한 로스터를 모두 갈아엎었다. 시즌 초반 호흡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시즌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시점까지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호흡 등이 결국 레이커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격 효율도 좋지 못하다. ‘바스켓볼레퍼런스’ 기준 레이커스는 평균 110.5점을 뽑아내며 리그 8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는 리그 1위의 페이스(100.7점)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 오펜시브 레이팅 수치를 보면 레이커스는 106.8점을 기록하며 리그 25위에 머물고 있다. 

수비는 어떨까. 우선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는 107.6점으로 리그 8위다. 크게 나쁘지 않다. 그러나 평균 실점이 111.3점으로 27위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실점 수치 자체가 많다는 의미다. 

 

기대를 모았던 3점슛 관련 지표 역시 아직까지는 미흡하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는 리그에서 가장 3점 효율이 좋지 못한 팀이었다. 경기당 3점슛 시도(24위), 3점슛 성공(25위), 3점슛 성공률(21위)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팀에서 3점슛 성공이 가장 많은 선수가 2.3개의 르브론 제임스였다. 한마디로 전문 슈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웨인 엘링턴, 켄드릭 넌, 카멜로 앤써니 등의 영입은 레이커스의 이러한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엘링턴은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고 평균 2.5개의 3점슛을 42.2%로 꽂은 엘리트 슈터이며 넌(2.24개, 38.1%), 앤써니(1.9개, 40.9%) 역시 정상급 3점 능력을 보유한 선수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이번 시즌은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시즌 레이커스는 3점 시도 부문 리그 2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성공은 17위, 성공률은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레이커스의 3점슛 지표들*
2020-21시즌: 시도 – 31.2개(24위), 성공 – 11.1개(25위), 성공률 – 35.4%(21위)
2021-22시즌: 시도 – 33.9개(22위), 성공 – 12.0개(17위), 성공률 – 35.4%(12위)

이대로라면 우승은커녕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조기 탈락의 아픔을 맛볼 수도 있는 레이커스다. 현재까지의 모습이 이어진다면 이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전혀 들지 않는다. 사실 플레이오프 진출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순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지난 시즌 발목을 잡았던 부상 이슈 역시 반복되고 있다. 르브론 제임스와 앤써니 데이비스는 이번 시즌에도 쉴 새 없이 병원을 들락거리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남은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레이커스가 피닉스나 유타처럼 특정 선수가 부상을 당해도 팀이 경기력이 상당 부분 유지되는 팀도 아니다. 

결국 이대로는 레이커스의 야심찬 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레이커스가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남은 시즌의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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