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서 삼성생명을 잡았다.

올 시즌 WKBL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는 팀 중 하나인 신한은행에게는 걱정이 많은 경기였다. 신한은행은 지난 20일, 우리은행과의 아산 경기에서 치열한 사투를 펼쳤다. 거친 몸싸움과 적극적인 리바운드 면에서 WKBL 최강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은행과 몸을 사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고, 내용은 시종 접전이었다.

40분으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우리은행 김정은이 퇴장 당하는 등, 신한은행 쪽으로 흐름이 기우는 듯 했지만, 아쉬운 바이얼레이션과 최이샘의 결정적인 3점슛으로 승패가 바뀌었다.

그렇게 아쉽게 경기를 놓친 신한은행은 하루밖에 쉬지 못하고 삼성생명을 맞이했다.

삼성생명은 2라운드 초반이 좋지 못했다. 연패를 당했고 KB와의 경기에서는 대패를 당했다. 65-76, 결과는 11점차였지만, 승리를 일찌감치 확정한 KB의 백업 멤버들에게도 투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이후, 배혜윤이 부상으로 결장하게 됐다.

삼성생명은 로테이션의 풀가동을 선택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에도 5라운드 무렵, 철저한 관리 농구를 통해 플레이오프를 준비했다.

정규리그 4위를 사실상 확정한 삼성생명이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는 상위팀과 무관하게 성의 없이 리그를 진행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삼성생명은 당시 상황에서 자신들이 펼칠 수 있는 최선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언더독의 반란’에 성공하며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번에도 삼성생명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엔트리에서 사실상 11번째, 12번째 선수를 투입하며 승부를 펼쳤지만, 우리은행을 잡았고, 이어 BNK도 잡았다.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렇게 만난 양 팀의 경기. 여러 면에서 삼성생명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베테랑 선수들의 비중이 큰 신한은행은 김단비와 한채진이 지난 경기에서 40분 이상을 뛰었다. 게다가 거의 다 잡았던 대어를 연장 접전 끝에 놓쳤다. 똑같은 체력전이라도 이겼을 때와 졌을 때, 선수들에게 가중되는 부담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경기의 결과는 뜻밖이었다. 신한은행의 완승이었다.

신한은행은 초반부터 앞서 나갔다. 경기 시작 3분 무렵, 김단비의 3점슛으로 5-4로 역전에 성공했고, 김단비의 장거리 3점슛 버저비터로 1쿼터를 20-7로 압도했다. 이후 끝날 때까지 단 한 차례의 동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는 꾸준히 10점 이상의 간격이 유지됐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배혜윤이 결장한 시점부터 선수들에게 ‘거침없이 당당하게 맞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험이 적기 때문에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의 베테랑들과 머리싸움을 해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곧 두려움 없이 맞서고, 투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신한은행은 투지에서도 삼성생명에 밀리지 않았다. 관록이 아닌 열정에서 삼성생명을 압도했다.

신한은행의 몸놀림은 무거웠다. 분명 이틀 전 우리은행 전과는 달랐다. 활기차고 빈틈없어 보이던 이전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리바운드 적극성, 루즈볼 다툼에서 로테이션으로 관리한 젊은 삼성생명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한채진, 이경은 등 베테랑을 필두로 코트에 나서는 선수들 모두 승리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17점 앞선 채 나선 마지막 4쿼터에도 신한은행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42분 29초를 뛰며 24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렸지만 결정적인 실수로 분루를 삼켰던 ‘에이스’ 김단비는 하루를 쉬고 나선 경기에서 34분 2초를 뛰며 25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어찌 보면 혹사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 대행은 “(김)단비가 경기 전부터 오늘 경기에 대한 열의가 높았다. 지난 경기를 보신 분들은 단비가 왜 그런 마음인지 아실 것이다. 그리고 우리 팀의 다음 경기는 4일 뒤다.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단비도 같은 생각.

김단비는 “17점 차였어도 여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 뛰고 싶었다. 오늘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상대에 (배)혜윤이가 있었다면 이 만큼 못 뛰었을 것이다. 우리은행 전 이후 바로 경기를 치르는 거라 우리 팀도 충분히 돌아가면서 뛰었다”며 구나단 대행과 생각을 같이 했다.

신한은행은 마지막 인저리 타임에 들어간 선수들도 집중력을 발휘했고,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구나단 대행은 말한다.

“우리는 아직 강팀이 아니에요. 아직 많이 더 하고, 더 올라가야 해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고, 당연히 매 경기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저희한테 져도 괜찮은 경기는 없거든요. 늘 어려운 팀들과 경기를 하지만, 언제나 이기겠다는 다짐으로 선수들 모두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올 시즌 5점차 이상의 패배를 당한 적이 없다.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이 날, 양 팀의 경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다만, 두 팀이 갖고 있는 최선의 크기가 차이를 만들었다. 76-59. 경기는 17점 차였다.

사진 : 이현수 기자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