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임감독이고, 위성우 감독님은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위대한 감독이다. 오늘도 많이 배웠다” - 김완수 KB 감독

“우리은행의 농구를 보면 위성우 감독님이 얼마나 팀을 잘 만들었는지 느껴진다. 존경 받으셔야 하는 감독님이다” -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 대행

KB의 김완수 감독은 1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쳤다. 신한은행의 구나단 감독대행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팀을 잘 추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임 감독답지 않게 팀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시즌, WKBL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 두 명의 신임 감독이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코트에서는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는 적장으로 만나지만, 오랫동안 리그 정상을 지킨 위성우 감독에 대한 존중과 존경을 표현했다.

실제로 위성우 감독은 WKBL에서 지도자의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2012년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후, 9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 8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6회를 차지했다.

위성우 감독 부임 직전 시즌(2011-12시즌), 우리은행은 7승 33패로 리그 최하위였다.

단 1년의 문제가 아니었다. 4년간 꼴찌였다. 내용은 더 처참했다. 우리은행은 4시즌 동안, 단 한 번도 10승을 수확하지 못했다. 4년 성적은 28승 127패. 승률은 고작 18% 남짓이었고, 4년간 패배가 승리보다 거의 100번이나 많았다.

그러나 위성우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5년, 신한은행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위성우 감독은 2007겨울리그부터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를 도왔고, 이후 우리은행의 감독으로 다시 통합 6연패를 이끌었다. 무려 12년간 정상을 지킨 것.

또한, 최장기간 자리를 지킨 여자농구 감독이자 지도자다.

감독으로 거둔 정규리그 성적은 236승 63패. WKBL 최초이자 유일의 200승 감독이며, 다음 신한은행 전에서 감독으로 정규리그 300번째 경기를 맞이한다. 후배 감독들의 헌사를 받기에 충분한 경력이다.

KB 김완수 감독은 지난 4일, 우리은행과 첫 맞대결을 펼쳤고, 71-70으로 이겼다.

경기 전부터 “위성우 감독은 이미 WKBL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감독이고, 나는 이제 초짜 감독일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고, 재역전승을 거둔 후에도 “우리은행은 확실히 무서운 팀이다. 선수들이 잘 해줘서 어렵게 이기기는 했지만, 위대한 감독인 위성우 감독님께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은 “새로 팀을 맡아 주력 선수들을 중심으로 맞춰 볼 시간이 없었는데, 팀을 잘 만든 것 같다. 개막전에서도 쫓기는 상황인데 굴하지 않고 백업선수들을 충분히 활용한 걸 보면, 벤치에서 강단도 있고 당황하지도 않는 것 같다. 준비한 것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냐”며 덕담을 던졌다.

첫 맞대결에서 한때 15점차까지 뒤졌던 우리은행은 6점차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다시 역전을 당했다. 4.1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위 감독은 “수비에서 미스가 있었고, 김민정에 대해 견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박지수와 강이슬한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김민정을 놓쳤지만, 상대가 잘했다. 그게 KB가 무서운 팀인 이유”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마지막 공격에서 KB의 허를 찔렀다. 김완수 감독과 KB 선수들은 박혜진에게 집중했지만, 우리은행의 선택은 최이샘이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패스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으며, 제대로 슛을 던지지 못하고 경기를 내줬다.

경기 후, 상대가 준비한 것이 최이샘의 패턴이었다는 말을 들은 김완수 감독은 “몰랐다. 박혜진이라고 생각했다. 패스가 연결됐으면 큰일 날 뻔 했다”며, “김정은이 5반칙으로 나가지 않았다면 마지막 상황이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이기기는 했지만, 다음 경기도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은 “전반에 고전하던 상대 수비를 후반에 깼는데, 마지막까지 그 수비를 유지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내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반면, 나는 김완수 감독이 어떤 스타일인지 이제 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패턴을 KB가 알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KB는 역전을 만들었고 우리는 못했다. 굳이 따지자면 감독 싸움에서는 김 감독이 나한테 이긴 것”이라며 웃었다.

이제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을 만난다. 이번 시즌 WKBL 1라운드 마지막 경기다. 3승 1패,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두 팀의 진검승부다.

구나단 감독 대행은 시즌 전부터 팀의 지향점에 대해 “가는 방법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은행처럼 견고하고 단단한 농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성우 감독에 대해서도 “농구를 해보면 팀을 정말 잘 만드셨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은행이 거둔 성과 자체가 감독의 역량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들 아닌가? 위 감독님은 충분히 존경받으셔야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구나단 대행은 캐나다에서 선수 생활을 했기에, 국내 농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다른 지도자들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구 대행은 “상대가 어떤 변형을 가져가도 자신들이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팀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다르다. 자신들의 농구를 워낙 잘하는 팀이기도 한데, 우리가 미세한 변화를 가져가서 성과를 거두면 다음 경기 때 대비를 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그 작전을 쓰도록 기다리는 느낌도 들었다. 대단한 팀이다. 나는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끄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많이 배우고 도전하겠다는 마음”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삼성생명의 임근배 감독은 이번 시즌, 신한은행의 강점에 대해 “선수 모두가 볼을 갖고 놀 줄 아는 농구를 한다. 높이가 조금 낮은 우리은행 같다”고 말했다.

구나단 대행은 “감사한 말씀”이라며,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우승한 팀이고, 오랫동안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이었다. 우리은행처럼 강한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했다.

위성우 감독도 임근배 감독의 발언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신한은행이 정말 괜찮은 농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신한은행의 농구가 우리 농구와 비슷하다는 말은 우리에게도 좋은 평가다. 신한은행은 김단비에 곽주영까지 돌아왔다. 우리는 물론 KB한테도 앞으로 위협이 될 팀”이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위 감독은 “신한은행과 직접 붙어봐야 구나단 감독의 농구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현장에서 코치로 충분한 경험을 쌓은 것이 성과를 낸다고 본다. 1년만 현장을 떠나 있어도, 그 변화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구나단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잘 되어 있는 모습이다. 작전 타임 때 선수들에게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것도 확실히 다르더라. 김완수 감독도 말 할 나위 없다. 하나원큐에서 코치로 오랫동안 있었고, 그 전에는 온양여고를 지도했다. 여자농구 경험이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충분하다. 두 감독 모두 감독 첫 해라고는 하지만, ‘준비된 감독’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을 맡아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2012-13시즌. 당시 위 감독은 하나외환(하나원큐)을 이끌던 조동기 감독과 함께, 41세로 리그 최연소 감독이었다.

막내 감독으로 부임 첫 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위성우 감독은 리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만년 꼴찌 팀을 맡아 부임과 동시에 우승을 차지한 위 감독으로 인해, 이후 WKBL에 등장하는 신임 감독들에 대한 각 구단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우리은행이 연속 우승을 이어가자, 많은 팀들이 강한 체력과 압박, 강력한 수비를 강조하는 우리은행과 같은 형태의 농구를 추구하기도 했다.

수성과 도전.

9년의 시간이 지났고, 불혹이었던 위성우 감독은 어느덧 지천명이다. 중견 감독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WKBL 역사에 가장 화려한 족적을 남긴 지도자가 됐다. 매 경기 WKBL의 감독 최다승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반면 구나단 대행(39세)은 이번 시즌 최연소 감독이고, 김완수 감독(44세) 역시 두 번째로 젊은 감독이다.

패기 넘치는 초임 감독에서 최고의 커리어를 달린 중견 감독이 된 위성우 감독이 약 10년 전의 자신처럼, 꾸준한 코치 경험을 통해 리그에 충격을 던지고자 하는 젊은 감독들과 어떤 승부를 펼쳐 나갈지 관심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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