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들 간의 전력 평준화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새 시즌의 1라운드가 끝났다. 기대 이상의 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팀이야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물고 물리는 승부로 인해 앞으로도 재미있는 시즌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1라운드였다.

확실한 통계는 잘 모르겠지만 국내 선수들의 득점이 예년보다 상당히 늘었다는 느낌이다. 수치로 그렇게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국내 선수 활용도가 높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은 전체적인 플레이에 국내 선수 비중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외국인 선수에게 집중하고, 소위 국내 선수들이 들러리가 되는 모습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포스트업보다 2대2 위주의 농구로 형태가 전환된 것이 큰 이유인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늘었다는 점은 여러 모로 고무적이라고 본다.

또한, 신인 선수들의 활약도 보기 좋았다. 여러 명의 신인들이 개막전부터 이렇게 많은 출전 기회를 가져갔던 시즌이 최근에는 없었는데, 각 팀의 주요 신인들이 일찍부터 눈도장을 찍는 모습이 KBL에 좋은 활력소가 될 것 같다.

일단, 지금까지는 하윤기(KT)가 가장 큰 임펙트를 준 것 같은데, 1순위 이원석(삼성), 3순위 이정현(오리온)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신민석(4순위, 현대모비스), 정호영(7순위, DB)도 주목해야 할 선수들이다.

(1) 가장 인상적인 팀 - SK

1라운드에 가장 인상적인 팀은 SK였다.

7승 2패, 1라운드를 1위로 마친 것도 좋았지만, 내용 면에서도 정말 인상 깊었다. 트렌지션, 스페이싱, 디펜스. 어떻게 보면 거의 모든 면에서 정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SK의 1라운드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전희철 감독이 정말 팀을 잘 끌어올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SK가 빠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과거 SK의 속공은 주로 김선형의 지분이 절대적이었는데, 요즘에는 누구 한 명에 의해 이루어지는 속공이 아니다. 자밀 워니, 최부경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끌고 나갈 수 있는 선수들이다.

국내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이 다 달려 나간다. 3-4명이 빠르게 속공으로 달려 나가니, 단순히 골밑에서 레이업으로 마무리 하는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모습의 속공 전개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선수들도 모두 '돌격 앞으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속공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모습이다.

상대는 슛 쏘고 백코트하기 바쁠 지경이다. 이러면 상대로서는 슛 밸런스도 무너지기 쉽다.

스페이싱은 최준용의 슛이 좋아지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예전에는 최준용이 밖으로 나오면, 매치업 상대가 핼프사이드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끌려 나갈 수밖에 없다. 안쪽에 공간이 넓어지니. 워니가 포스트 플레이를 하는 데에도 훨씬 용이하다.

또한, 어떤 라인업을 구성하든, 항상 수비에 장점이 있는 선수를 코트에 두면서, 상대의 공격을 적절히 제어하고, 김선형의 수비 부담도 덜어주는 모습이다.

오재현, 최원혁, 최준용 등의 수비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워니도 예년과 달리 압박을 가하며 수비에서도 노력을 하는 모습이다. 지난 시즌, 팀의 1순위 외인답지 않은 플레이를 펼쳤음에도 재신임해 준 팀에 대해 본인 스스로도 책임감을 갖는 것 같다. 물론, 지난 시즌보다 외국인 선수들의 높이가 낮아졌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수비가 되니까 리바운드도 강해지고, 빠른 트렌지션을 통해 상대를 공략하며, 속공이 막혔을 때는 스페이싱을 활용해 2대2 플레이를 펼친다. 선수 대부분이 2대2 플레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김선형에 대한 의존도 줄어들었다.

SK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던 팀은 아니다. 그러나 성장세에 있던 선수들이 이제 어느 정도의 수준에 모두 올라선 느낌이다.

젊은 선수들은 물론 김선형도 여기에 포함된다. 과거에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혹은 경주마처럼 질주본능으로 달리던 김선형이 노련해지며, 이제는 템포를 죽여 가는 방법도 알고 있다. 이전에는 김선형이 결정적인 순간에 더욱 스피드를 올리다가 턴오버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멈출 줄도 아는 농구를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 모두가 개인적인 기량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섰고, 그러면서 팀 내 구성원 간의 조화도 제대로 맞아 들어가는 모습이다.

SK 외에 삼성도 인상적이었던 팀이다.

성적은 4승 5패로 승률 5할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개막 전에 삼성이 1라운드에 이만큼 하리라고 예상한 이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김시래와 아이제아 힉스 라인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다른 선수들의 지원도 기대 이상이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지난해와 달라졌다.

작년에는 리그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투쟁심이 없는 팀이 삼성이었다. 오죽하면 ‘워크에식 부재’라는 잔인한 평가가 있었을까?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마지막까지 포기 하지 않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비시즌에 코로나 이슈 등으로 다른 팀보다 시즌 준비가 더 어려웠고,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 요소가 많았음에도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줬다.

삼성이 시즌 내내 지금과 같은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사실 확신할 수 없다. 시즌은 길다. 모든 팀들에게는 최소 한 번씩 위기가 닥친다. 그런 고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터운 선수층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안타깝게도 삼성은 선수층이 두터운 팀은 아니다.

언젠가 닥칠 그 고비를 얼마나 슬기롭게 넘기느냐가 삼성이 기대 이상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 같다.

(2) 가장 인상적인 선수 - 최준용

최준용에게 정말 많이 놀랐던 1라운드였다. 플레이가 이렇게 변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슛을 정말 과감하게 쏜다. 이는 연습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부분이다. 그렇게 던지는 슛이 들어가면서 본인이 원래 갖고 있던 장점이 더 살아나고 있다.

드라이브인, 트렌지션, 패스까지 지금은 최준용이 못하는 게 없다. 김선형이 힘들 때 볼 핸들링을 하며 2대2 플레이를 직접 할 수도 있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슛 타이밍에서 살짝 머뭇거리는 경향이 있었다. 슛 뿐 아니라 모든 플레이가 한 박자 늦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캐치 앤 슛’처럼 바로 올라가고, 성공을 시키니까 다른 플레이까지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상대가 정말 막기 힘든 선수가 됐다. 본인 스스로 상당한 노력을 했을 것 같다.

자기 포지션에 필요한 기술만 강조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 농구는 슛이 없는 선수는 포지션을 막론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준용의 이번 시즌 성장은 이 부분들 실제로 증명하는 표본일 수 있다.

최준용 외에는 양홍석(KT)과 허웅(DB)이 눈에 띄었다.

양홍석은 3번 포지션에 정착하면서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생기고 본인의 장점을 더욱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수비에서 상대와 몸싸움을 많이 하게 되면, 슈터들은 공격에서 자기 슛 찬스를 가져갈 때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상대 선수 몸에 팔을 대고 적극적인 몸싸움을 하며 체력소모를 했을 경우, 공격에서 슛을 던질 때 걸리는 부하가 다르다.

이번 시즌, 하윤기의 가세와 여러 여건의 변화로 양홍석은 4번을 보는 경우가 확연히 줄었다. 본인의 성장과 더불어 스스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리에 정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여유도 생긴 것 같다.

허웅은 볼 핸들러 역할을 하면서 자신감이 더 확실히 올라온 것 같다.

두경민의 이적이 DB 앞 선에서는 손실이었겠지만, 허웅 개인적으로는 확실하게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박찬희는 두경민과 달리 볼 소유를 오래하지는 않고 있다. 허웅으로서는 시간이 쫓기는 상황에서 볼을 받던 이전과 달리, 여유를 갖고 자기 찬스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한, 에이스로서 팀에서 확실한 롤을 부여했고, 허웅 스스로도 자신에게 집중되는 주목도 등에 따른 책임감을 인식하고 견뎌내면서 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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