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듀란트의 부활은 2020-2021시즌의 최고 ‘서프라이즈’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2019년 파이널 도중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당한 케빈 듀란트는 지난 시즌 복귀와 동시에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명승부의 주인공이 됐고, 7월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도 경이로운 경기력으로 미국 농구 대표팀의 4연속 금메달 획득을 견인했다.
한편, 케빈 듀란트와 마찬가지로 2019년 파이널에서 큰 부상을 당했던 클레이 탐슨은 올해 크리스마스 매치를 목표로 코트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파이널에서 왼쪽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던 탐슨은 지난해 복귀를 앞두고 오른쪽 다리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면서 총 2년이 넘는 시간을 코트 밖에서 보내야 했다.
클레이 탐슨의 복귀 시점에 대한 이야기부터, 케빈 듀란트의 부활 요인까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최근 열린 U-19 FIBA 농구월드컵에 남자농구 대표팀 메디컬 스태프로 동행한 김두한 임상조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질문 및 정리: 이동환 루키더바스켓 기자
- 답변 및 관련 자료 제공: 김두한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

● 이동환> 클레이 탐슨의 크리스마스 복귀 소식이 최근 NBA 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탐슨의 복귀 시점이 의학적으로 합리적인지 궁금하다.
○ 김두한 계명대 교수(이하 김두한)> 탐슨은 아킬레스건을 다치기 전에 전방십자인대 쪽은 이미 회복과 재활을 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기준으로 복귀 시점을 잡은 거라고 보면 된다. 크리스마스까지 계산해보니 아킬레스건 회복 및 재활 기간만 총 14개월 정도 되더라. 탐슨이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은 게 2020년 10월 25일이다. 그리고 복귀 목표 날짜가 2021년 12월 25일이니, 예상대로 돌아올 경우 정확하게 14개월 만에 복귀하는 셈이 된다.
14개월이면 괜찮은 수준의 회복 기간이라고 본다. 보통 프로 선수들은 아킬레스건 수술이 끝나면 6개월 정도는 수술 부위를 안정시키면서 일상 생활에 잘 복귀하는 데 집중한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복귀를 추진하는 건 이후부터다.
이걸 기준으로 보면 탐슨은 복귀 준비 기간을 8개월(14개월에서 첫 6개월 제외)로 잡은 셈이 된다. 이론적으로 8개월이면 농구선수로서 퍼포먼스를 올리는 시간으로는 괜찮은 기간이다. 때문에 탐슨의 크리스마스 복귀는 결코 이르거나 조급한 복귀는 아니라고 본다. 프로 선수의 아킬레스건 수술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14개월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보편적인 회복과 준비 기간이다.
● 이동환> 혹시 아킬레스건 수술을 한 운동선수 중 유난히 빨리 복귀를 하거나 오래 준비를 한 사례도 있었나?
○ 김두한> 찾아보기 힘들다. 아킬레스건 수술은 보통 1년을 복귀 기한으로 잡는다. 수술 후 첫 6개월은 회복에 집중하며 운동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수술 후 6개월에서 9개월 사이에 운동을 시작한다.
물론 이것도 수술한 선수가 어떤 레벨에서 뛰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건 있다. 아마추어 레벨의 일반인 선수는 6개월 만에 복귀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적인 운동능력이나 참여하는 경기의 수준이 아주 높진 않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 선수들은 다르다. 최소 6개월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고, 이후에는 타임라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재활 단계를 세분화해 복귀를 준비한다.
프로 농구 선수들의 경우 첫 6개월까지는 회복에 집중하고, 운동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담당 의료진이 제시한 퍼포먼스 목표치에 맞춰 재활 단계를 통과하고 높여간다. 며칠, 몇 주, 몇 달식으로 잡아둔 타임라인은 따로 없다. 기준점은 기한이 아닌 몸 상태다.
예를 들어서 어떤 단계에서 ‘75%의 속력으로 드리블을 하며 세 차례 풀코트를 왕복한다’는 퍼포먼스 목표치가 있으면, 그걸 해내고 다음날 통증, 붓기가 없으면 다음 재활 단계로 이어가는 식이다. 때문에 운동을 시작한 뒤부터는 의료진에 제시한 퍼포먼스 조건을 이행하면 재활 단계도 더 빨리 넘어갈 수 있다. 즉 프로농구 선수들의 아킬레스건 수술 재활은 타임라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재활 과정에서 기준점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탐슨의 복귀 시점을 크리스마스로 잡고 있다는 골든스테이트 구단 발표의 정확한 의미는 ‘크리스마스 복귀를 목표로 재활 레벨을 끌어올리고 있다’가 아니라 ‘현재 탐슨이 재활의 각 단계를 통과하는 속도와 추세를 봤을 때 크리스마스에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구단 의료진이 판단하고 있다’로 봐야 한다. 시간적으로 어떤 목표치를 두고 무리하게 재활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탐슨의 복귀 추진 과정이 서두르다고 볼 수는 없다.
● 이동환> 혹시 클레이 탐슨처럼 양쪽 다리에 전방십자인대와 아킬레스건을 번갈아 가며 다친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을까?
○ 김두한> 전혀 없다. 스포츠의학 레퍼런스에는 전혀 보고된 적이 없는 사례다. 커즌스처럼 한쪽 다리에서 전방십자인대와 아킬레스건을 한꺼번에 다친 사례는 있다. 하지만 탐슨 같은 경우는 없었다. 여기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탐슨은 케빈 듀란트처럼 완벽하게 부활하기는 힘들 것 같다. 부상 전 탐슨은 민첩성과 수비가 정말 좋은 선수이지 않았나. 재활이 잘 됐다면 슈팅력은 부상 이전만큼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민첩성이나 활동성, 수비력은 부상 전에 비해 떨어지는 모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이동환> 탐슨의 건강한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에겐 아쉬운 얘기가 될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다리에 잇따라 큰 부상을 당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같기도 하다.
○ 김두한> 탐슨처럼 하체 부상을 잇달아 당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아직은 없다. 다만 몇 가지 가설은 존재한다.
● 이동환> 어떤 가설이 있나?
○ 김두한> 첫 번째 가설은 동작 매커니즘의 변화가 또 다른 하체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이다. 먼저 당한 하체 부상 이후에 재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통 농구 선수들은 점프 후 착지 동작이나 컷인할 때 다리 동작에 변화를 주게 된다.
예를 들어 부상 방지를 위해 착지 동작의 매커니즘을 보다 안정적인 양발 착지로 바꾸는 식이다. 문제는 그렇게 동작 매커니즘에 변화를 주면 건강했던 다른 하체 관절도 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무릎, 발목, 고관절이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달라진 동작 매커니즘에 의해 다른 하체 관절에 무리가 가고, 그렇게 또 다른 하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두 번째 가설은 신체의 퇴행성 변화다. 매일 같이 운동하던 프로 선수가 큰 수술을 받으면 갑자기 반년 가까이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몸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NBA 선수를 기준으로 보면 1년에 100경기씩 뛰던 선수가 수술을 받으면 6개월 가까이 아무것도 안 하고 갑자기 쉬게 된다. 그러면 몸의 근섬유계에 어느 정도의 퇴행성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가 하체의 또 다른 부상을 일으킨다고 보는 가설도 있다.
세 번째 가설은 유전적 요인이다. 기본적으로 근육이나 인대가 약한 선수라면 한 번 다치고 나면다른 부위도 연달아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가설은 신경계의 긴장도 증가가 연쇄 부상의 원인이 된다는 설이다. 어떤 선수가 무릎을 한 번 크게 다쳤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 선수의 뇌에서는 그 부상에 대한 기억을 계속 가지고 가게 된다. 이런 선수가 부상 회복 후에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과거의 부상 기억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신경계가 이전보다 더 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이것이 다른 관절에도 좀 더 많은 긴장을 유발해 부상을 일으킨다는 것이 이 가설의 핵심 내용이다.
이건 연구를 통해서 이미 검증된 사실인데, 예를 들어 전방십자인대를 다친 선수의 경우 무릎이 앞으로 크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릎 주변의 햄스트링 근육이 상당히 타이트해진다. 신체 구조상 무릎이 앞으로 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근육이 햄스트링 근육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허벅지 근육이 타이트해지는 등의 근신경계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후에 다른 관절이 영향을 받고 부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 이동환> 아킬레스건 부상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른 질문을 해보고 싶다. 사실 브루클린의 케빈 듀란트는 굉장히 놀라운 사례인 것 같다. 2019년 6월에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을 때, 당시 많은 사람이 듀란트의 커리어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나이도 적지 않았던 데다, 아킬레스건 부상 이후 이전의 기량을 회복한 사례가 농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복귀 후 듀란트의 모습을 보면 아킬레스건 파열을 경험한 선수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기량이 대단했다. 듀란트의 부활은 어떻게 봐야 할까?
○ 김두한>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한 것 같다. 하나는 듀란트의 플레이스타일이다. 듀란트는 워낙 뛰어난 테크니션이다. 운동능력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플레이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킬레스건 부상의 여파가 그리 두드리지 않는 게 있다. 사실 지금도 듀란트를 보면 점프는 부상 이전보다 낮아진 느낌이 있다. 하지만 득점을 올리는 스킬은 이전과 변함없이 뛰어나다. 그래서 득점력이 부상 이전과 비슷하게 유지된 것은 사실은 아주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하나는 현대 의학의 메리트가 주치의 시스템을 통해 듀란트에게 무척 잘 적용된 점이다.
2019년에 듀란트의 주치의인 닥터 J. 마틴 오말레이(Dr. J. Martin O’Malley)가 당시 서울에서 열린 대한스포츠학회에 참석하셔서 케빈 듀란트를 치료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었다. 당시 닥터 오말레이가 이야기한 주제가 듀란트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당했던 중족골 피로 골절 부상이었다.(해설: 듀란트는 2014-2015시즌에 중족골 피로 골절 부상으로 27경기 출전에 그쳤다.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을 모두 날린 2019-2020시즌을 제외하면 출전 경기 수가 가장 적었던 시즌이었다.)
하키 스틱처럼 변형된 듀란트의 발목 사진, 새끼발가락 쪽이 변형된 듀란트의 발 사진 등을 닥터 오말레이가 보여주면서 듀란트의 중족골 골절 수술과 재활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이었는지 이야기를 해줬었다.
이후에 듀란트는 2019년 파이널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쳤고, 바로 다음날 뉴욕으로 가서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 수술을 진행한 사람이 바로 듀란트의 주치의인 닥터 오말레이였다. 닥터 오말레이는 중족골 수술과 재활을 직접 케어하면서 듀란트의 독특한 발목 상태와, 발 모양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사람이지 않은가. 듀란트의 하체가 가진 특이한 바이오 매커니즘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까다로운 재활 방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수술을 맡았다 보니, 듀란트의 아킬레스건 회복과 재활도 더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이건 그냥 들은 이야기이지만, 2019년 여름에 FA가 된 듀란트가 다른 팀이 아닌 브루클린으로 간 이유도 아킬레스건 수술과 재활을 담당한 주치의와 주치 팀이 모두 뉴욕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만큼 닥터 오말레이와 주치 팀이 듀란트에겐 중요했던 셈이다.



▲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김두한 교수. 맨 아래 사진은 2019년 대한스포츠학회 당시의 닥터 오말레이(오른쪽)와 김두한 교수.
● 이동환>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인 것 같다. 듀란트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맞춤형 수술과 재활이 이뤄진 게 아닌가.
○ 김두한> 맞다. 자신을 너무나 잘 아는 주치의 존재 덕분에 듀란트는 자신에게 완전히 최적화된 수술과 재활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확인해보니 듀란트는 수술 후 16개월 만에 코트에 복귀했더라. 시간이 오래 걸린 편인데, 그 이유도 아마도 자신에게 최적화된 재활 루틴을 가능한 한 세분화해서 안정적으로 재활을 진행했기 때문인 것 같다.
● 이동환> 듀란트의 사례를 듣고 나니, 운동선수의 회복과 재활에는 자신의 몸 특징과 컨디션을 잘 아는 주치의의 존재와 그들의 도움이 상당히 중요한 변수인 것 같다.
○ 김두한> 정말 그렇다. 그래서 저는 케빈 듀란트의 성공적인 복귀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과거에 함께 성공적인 수술과 재활을 경험하며 서로 신뢰를 다져온 의료진의 존재라고 본다. 2014년에 중족골 수술을 진행했을 당시, 듀란트의 회복과 재활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 닥터 오말레이의 말로는 속도가 정말 안 났다고 하더라. 실제로 그때 듀란트는 NBA에 잠깐 복귀했다가 다시 문제가 생겨 시즌아웃됐었다. 그때의 실패와 경험이 몇 년 후의 아킬레스건 수술과 재활에 큰 도움이 된 셈이다.
2019년에는 주치 팀이 중족골 수술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듀란트에게 적합한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이미 세팅해둔 상태였었고, 그걸 바탕으로 듀란트가 재활을 진행하면서 아킬레스건 수술 이후에도 성공적으로 코트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이동환> 뜬금없는 얘기지만, 일반인들도 자신을 잘 아는 의사나 자주 가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좋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가. 농구선수의 수술은 훨씬 더 중대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 김두한> 맞다. 듀란트의 주치의인 닥터 오말레이는 스포츠 손상 쪽의 전문의인데다, 아킬레스건과 관련해서 논문도 몇 개 발표한 사람이기도 하다. 아킬레스건 쪽의 전문성까지 갖춘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더 듀란트의 수술과 재활이 잘 진행됐다고 본다. 굉장히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김두한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