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간으로 지난 19일, 2021 NBA 서머리그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열린 서머리그. 지난해의 아쉬움을 달래듯 올해는 눈길을 끄는 젊은 선수들이 유독 많았다. 그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선수들을 여러분께 소개한다.

 

제일런 그린&알프렌 센군(휴스턴)
- 한줄평: 미래의 원투 펀치 등장? 

지난 시즌 제임스 하든을 트레이드한 후 휴스턴은 리빌딩을 시작했다. 존 월, 에릭 고든 같은 베테랑들이 남아 있었지만 순식간에 기운 프랜차이즈의 가세를 바꾸긴 무리였다. 스티븐 사일러스 감독 체제 첫 시즌에 처절한 실패를 맛본 휴스턴은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새 시즌, 리빌딩 팀으로서 소기의 성과만 거두더라도 의미 있는 시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서머리그에서 제일런 그린(SG)과 알프렌 센군(PF/C)의 활약은 휴스턴에 반가운 일이었다.

그린은 지난 7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센군은 16순위로 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우스만 구루바(23순위, PF/C), 조쉬 크리스토퍼(24순위, PG)까지 합세해 4인방이 서머리그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경기력은 고무적이었다.

지난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G리그에 진출하며 일찌감치 NBA 규격의 코트와 룰에 적응한 제일런 그린은 서머리그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서머리그를 조기에 마무리하며 3경기만 코트를 누볐지만, 이 경기에서 그린은 평균 20.3점 4.3리바운드 2.0어시스트 야투율 51.4% 3점슛 성공률 52.6%를 기록하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였다.

특히 경기당 3.3개의 3점을 터트릴 정도로 슈팅 거리 카테고리에서 NBA에서 뛸 준비가 돼 있는 모습이었는데, 캐치앤슛으로 던지는 3점과 풀업 3점 모두 강력한 모습을 보이며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특유의 운동능력을 활용한 돌파도 위력적이었다.

알프렌 센군도 인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터키 출신의 19살 빅맨 유망주인 센군은 208cm의 신장에도 불구하고 감각적인 패싱 게임과 2대2 움직임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종종 기습적으로 보여주는 드리블 돌파는 감탄을 자아냈다.

당초 로우 포스트에서의 포스트업 공격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센군은 자신의 엘보우와 하이포스트에서도 위력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현대농구형’ 빅맨임을 서머리그에서 일단 보여줬다. 관건은 진짜 무대인 정규시즌에도 이런 모습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될 것이다.

 

다비온 미첼(새크라멘토)
- 한줄평: 수비 괴물 납시오~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가 트렌드인 지금의 NBA에서 즈루 할러데이, 마커스 스마트 같은 수비수들은 팬들에게 또 다른 농구의 매력을 선사한다. 뛰어난 수비수는 경기의 질을 높여주며, 한 팀의 경기력까지 뒤바꿔놓을 수 있다.

이번 서머리그에서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가 될 자질을 보여준 선수가 한 명 등장했다. 새크라멘토 킹스의 다비온 미첼이다.

1998년생인 미첼은 드래프트 동기들에 비해 2-3살 정도 많은 늦깎이 신인이다. 그리고 이번 서머리그에서 미첼은 자신이 왜 지난해 대학 무대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며 베일러 대학의 사상 첫 NCAA 토너먼트 우승을 이끈 핵심 멤버가 됐는지 수비력으로 증명해냈다.

사실 미첼의 사이즈는 NBA 기준으로 보면 평균 미달이다. 맨발 신장이 183cm에 불과하다. 하지만 탄탄한 몸, 민첩한 방향 전환 동작, 감각적인 수비 예측 능력으로 자신이 마크하는 공격수를 소위 ‘락 다운’ 시켜버린다.

유튜브에 서머리그 수비 하이라이트만 모은 영상이 이미 올라오고 있을 정도로 미첼의 수비는 팬들은 물론이고 관계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밀워키 벅스의 파이널 우승을 이끈 즈루 할러데이가 생각난다는 평가도 있다. 보스턴전에서는 서머리그에서 한 수 위의 실력을 뽐내던 가드 페이튼 프리차드를 완벽하게 틀어막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새크라멘토는 디애런 팍스와 타이리스 할리버튼으로 가드진의 미래가 이미 완성돼 있는 상태다. 버디 힐드 트레이드가 불발되면서 분위기가 조금 뒤숭숭하지만, 여기에 미첼까지 합류해 수비에서 힘을 보탠다면 다음 시즌 새크라멘토의 백코트 경쟁력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단장 교체 후 지난 시즌부터 빠르고 코트를 넓게 쓰는 농구를 보여주기 시작한 미첼이 새 시즌 새크라멘토 가드진에서 어떤 역할을 해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제임스 부크나이트&리안젤로 볼(샬럿)
- 한줄평: 픽과 피는 못 속인다

샬럿은 새 시즌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팀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인 토너먼트 진출을 이끈 핵심 자원들이 건재하고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적시장과 드래프트를 통해 전력 보강을 잘해냈다는 평가다.

유망주 라인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는 드래프트 당일 예상보다 순위가 미끄러진 제임스 부크나이트다.

당초 7순위 지명까지 거론되던 부크나이트는 11순위로 샬럿에 입단했는데, 서머리그에서 인상적인 기량을 보여주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화려한 볼 핸들링을 활용한 돌파, 탁월한 공중 밸런스를 앞세운 마무리 능력을 통해 NBA에서 자신의 제2의 자말 크로포드 혹은 루 윌리엄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리안젤로 볼은 이번 서머리그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볼 삼형제의 둘째인 리안젤로는 론조 볼(시카고)의 동생이자 라멜로 볼(샬럿)의 형으로 NBA 팬들에게도 꽤 잘 알려진 선수다.

2018년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한 리안젤로는 이후 NBA 진입의 기회를 엿보다 이번 서머리그에 샬럿 소속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대학 시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능력을 보여주며 큰 관심을 받았다.

장신 가드인 론조, 라멜로와 달리 리안젤로는 전형적인 슈터다. 다만 슛 릴리즈 속도, 슛 정확도가 NBA에서 전문 슈터로 뛰기엔 많이 떨어지는 탓에 팀들의 외면을 받았는데, 이번 서머리그에서는 그동안 아쉬웠던 부분을 대폭 개선한 모습이었다. 리안젤로는 총 5경기에서 17.4분 동안 뛰며 9.6점 3점슛 성공 2.0개 3점슛 성공률 34.5%를 기록했는데, 팀 동료들의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후문도 들리고 있기에 오는 9월 말부터 시작할 트레이닝 캠프에도 샬럿 소속으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캠 토마스(브루클린)
- 한줄평: 원툴은 원툴인데... 너무 날카롭다

이번 서머리그의 득점왕은 브루클린에서 나왔다. 193cm의 신인 가드 캠 토마스였다.

토마스는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7순위로 브루클린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평균 23.0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끈 주포였는데, 그 공격력이 서머리그부터 곧바로 드러났다.

사실 토마스는 운동능력이 평범한 편이다. 같은 사이즈를 가진 가드들과 비교했을 때 스피드가 탁월한 편이 아니고 점프력이 엄청나지 않다. 대학 시절에는 득점만 잘하는 ‘원 툴’이라는 평가도 있었을 정도로 다재다능함과도 거리가 있는 선수다.

하지만 토마스는 이번 서머리그에서 자신의 최대 강점인 득점력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며 우승후보 브루클린의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탄탄한 상체를 활용해 플로터로 득점을 올리기도 하고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민첩한 풀업 점퍼로 득점을 쌓았다. 수비수를 완벽히 제치지 못하더라도 점퍼를 던질 시의 공중 밸런스가 워낙 좋아 마치 수비를 제친 듯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워싱턴전에서 경기를 끝내는 ‘골든 골’을 터트리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토마스는 4경기에서 평균 27.0점 3점슛 성공 2.3개라는 훌륭한 기록으로 서머리그를 마무리했다. 물론 많은 턴오버와 자신의 공격만 보는 성향은 문제였지만, 이미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브루클린에서 토마스가 득점력만이라도 확실하게 발휘한다면 브루클린의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케이드 커닝햄(디트로이트)
- 한줄평: 기대 이상의 무기, 꽁꽁 감춰진 무기

올해 1순위 지명자인 커닝햄 얘기가 너무 늦게 나온 걸까. 하지만 언급된 순서와 무관하게 커닝햄은 이번 서머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냈다. 3경기에서 평균 27.7분을 뛰며 18.7점 5.7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자신이 기대대로 한 팀을 이끌만한 미래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할 만한 유망주임을 보여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슈팅력이었다. 경기당 4.3개의 3점슛을 터트렸고, 3점슛 성공률은 50.0%에 달했다. 드래프트 전 커닝햄은 슈팅력을 가진 벤 시몬스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서머리그에서의 모습은 단순히 슈팅력을 가진 수준이 아니라 NBA에서 당장 뛰어도 3점슛을 상당히 많이 터트릴 수 있는 정도였다.

이번 서머리그에서 커닝햄은 윙, 코너에서의 캐치앤슛 3점, 탑에서의 풀업 3점과 스텝 백 3점 등을 자유자재로 던지며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 여기에 탁월한 볼 키핑 능력과 저돌적인 신체 접촉을 통한 돌파 등도 인상적이었다. 과연 1순위가 맞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 했다.

다만 서머리그에서 의도적인 테스트가 진행된 건지는 몰라도,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모습은 생각만큼 많이 드러나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르브론 제임스, 루카 돈치치 같은 패서보다는 제이슨 테이텀 같은 스코어러의 느낌을 줬는데, 이 부분은 킬리안 헤이즈, 세이븐 리와 계속 호흡을 맞출 정규시즌이 돼야 무엇이 진짜인지 판단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머리그에서 커닝햄은 뛰어난 수비력을 발휘하며 투-웨이 플레이어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민첩한 수비 움직임, 뛰어난 농구 IQ를 활용한 상대 예측 능력, 긴 팔과 좋은 사이즈로 상당히 탄탄한 수비를 보여줬다. 커닝햄이 제라미 그랜트, 사딕 베이와 함께 이끌 새 시즌 디트로이트 윙 포지션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One More. 기대 이하의 서머리그를 보낸 선수는?

3순위 신인 에반 모블리(클리블랜드)의 모습은 케이드 커닝햄, 제일런 그린, 제일런 석스(올랜도)와 달리 불안해보였다.

211cm의 빅맨인 모블리는 서머리그부터 마른 몸으로 인한 몸싸움 문제와 서툰 마무리 등으로 우려를 샀다. 좋은 패스를 받아도 몸이 너무 말라 공중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잃어버리며 야투까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는 상황이 많았다. 워낙 몸이 길고 포지션 대비 스피드도 좋은 점은 확실히 장점으로 보였지만, 서머리그부터 불안감을 자아낸 몸싸움 문제가 정규시즌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우려스러웠다.

디트로이트의 가드 유망주 킬리안 헤이즈 역시 경기력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헤이즈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디트로이트에 입단한 196cm의 장신 가드 유망주다. 지난 시즌을 골반 부상으로 대부분 날리고 이번 서머리그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아직은 원석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번 서머리그에서 헤이즈는 커닝햄보다 더 많은 볼 소유 시간을 가져가며 전체 공격을 끌고 갔는데 2대2 게임을 통해 동료들의 찬스를 효과적으로 파생하는 장면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풀업 점프슛으로 마무리되는 공격 동작도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다.

디트로이트는 헤이즈가 커닝햄과 함께 향후 가드진을 이끌어줘야 하는 상황인데, 헤이즈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유망주 발굴 플랜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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