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스타즈의 지휘봉을 잡게 된 김완수 감독은 기존의 진경석 수석코치를 유임시키는 동시에 삼성생명의 전력분석원이던 오정현 코치를 신임코치로 선임했다. 오정현 코치는 선수 은퇴 후 오랜 기간 전력분석 업무를 맡으며 지도자 수업을 한 인물이다. 지난 시즌 삼성생명의 우승에 일조했던 오 코치는 이제 KB스타즈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소속팀의 V2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2라운드로 프로 데뷔, 그리고 전력분석원으로 6년

오정현 코치는 상주중과 상산전자고, 건국대를 거쳐 KBL 무대를 밟았다. 당시 입단 동기가 하승진과 김민수, 윤호영 등으로 나름 쟁쟁한 멤버들이었다. 그는 198cm의 신장을 자랑했지만 빅맨을 맡기에는 왜소한 체격이 걸림돌이었다. 

“대학 때까지 빅맨을 맡았는데 워낙 체격이 왜소하다보니 몸싸움에서 너무 밀렸다. 골격 자체도 작고 살이 찌는 체질도 아니어서 벌크업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외곽을 보기에는 발이 느리고, 빅맨을 보기에는 웨이트가 떨어지고 문제가 많은 선수였다.(웃음) 그나마 열심히라도 해서 프로에 간신히 갈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6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삼성의 고상준 스카우트가 그를 좋게 평가해준 것이 바탕이 됐다. 

삼성에서는 군대 시절을 빼고 네 시즌을 있었다. 2008-2009시즌과 2009-2012시즌을 뛰고 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에는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을 뛰었다. 통산 기록은 4시즌 동안 총 13경기에 나와서 경기당 평균 1분 46초 출전에 1.0점 0.3리바운드. 코트를 밟기보다는 벤치를 달구는 선수에 가까웠다.  

기회가 아주 없던 것도 아니었다. 프로에서 첫 시즌이 끝난 뒤 당시 코치를 맡던 서동철 현 KT 감독이 비시즌에 그를 붙잡고 훈련을 시켰다. 당시만 해도 KBL에 외국선수가 둘이 뛰던 시절이었는데 서동철 감독은 그에게 “다음 시즌에 네가 10분은 뛰어줘야 한다”며 매일 그를 데리고 골밑 플레이를 연습했다. 

오정현 역시 나름 부푼 기대감을 안고 훈련을 하던 찰나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가 열렸고 하필 삼성이 이승준을 선발했다. 이 소식을 들은 농구선수 오정현의 기대감은 순식간에 좌절로 바뀌었다. 

“물론 이승준 선수가 안 뽑혔어도 내가 경기를 뛴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드래프트 결과를 들었는데 처음에는 좀 허무했고 자신감이 떨어지더라. 당연히 출전 기회는 부여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삼성 선수라는 생각에 훈련은 열심히 임했다. 그때 모습을 구단 프런트나 스태프에서도 좋게 봐줬던 것 같다.”

군 제대 후 두 시즌을 거의 앉아만 있던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 사실상 높은 프로의 벽을 넘기는 어려운 제2의 삶을 빨리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면서 딴 교사 자격증을 바탕으로 기간제 교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은퇴 후 부천의 한 중학교에서 5개월간 교사 생활을 하던 중에 그는 당시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때 이호근 감독님의 계약기간 마지막 해였다. 팀에 전력분석 자리를 만들었는데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하시더라. 당연히 계약기간은 5개월 밖에 안됐는데 사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고민을 좀 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5개월 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도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시작을 한 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처음에는 전력분석 관련 업무를 몰라서 남자팀에 있던 (이)두훈이 형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한테는 전력분석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 마침 이번에 두훈이 형도 삼성 썬더스 코치가 되셨는데 축하드린다고 말하고 싶고 감사하다고도 말하고 싶다.” 

예상치 못한 김완수 감독으로부터의 전화

오정현 코치는 삼성생명에서만 6년 동안 전력분석원으로 일했다. 사령탑이 이호근 감독에서 임근배 감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남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짬짬이 야간 훈련 때는 다른 코치들과 함께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지난 2020-2021시즌 삼성생명의 우승에 일조한 것은 물론이다. 

짜릿한 우승 뒤 휴가를 즐기던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바로 김완수 감독으로부터의 전화였다. 

“김완수 감독님이 KB스타즈의 신임 사령탑에 선임됐다는 기사가 난 다음날에 (감독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실 온양여고 시절 인사를 드린 게 처음이고 자주 연락을 주고 받던 사이도 아니어서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일단 축하드린다고 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갑자기 같이 한번 해보자면서 코치직을 제안하셨다. 사실 바로 ‘네, 좋습니다’라는 말은 못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코치직 제안은 당연히 좋은 건데, 삼성생명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이 됐다. 그러자 김완수 감독님이 며칠 동안 생각해보고 답을 달라고 하셨다.”

이후 오정현 코치는 당시 소속팀이었던 삼성생명의 한치영 사무국장과 임근배 감독에게 전화로 사정을 이야기했다. 가든 안 가든 간에 일단 보고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제안이었지만 삼성생명도 좋은 인재를 잃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한치영 국장은 구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지원스태프로서는 나름 파격적인 액수의 연봉까지 제시하며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오정현 코치 역시 삼성생명의 이런 마음에는 감사함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삼성생명에서 지원스태프 치고 나름 연봉도 올려주겠다는 제안을 하셨고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떠나서 이런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도전해야한다는 마음이 컸다. 임근배 감독님께서도 ‘고민 좀 해봤어?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으셨는데 며칠을 고민하다 '이런 좋은 기회 왔을 때 도전해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임 감독님은 ‘네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시면서 보내주셨다.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다.”

“만약 같은 전력분석원으로 오라고 했으면 당연히 오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게 아닌 코치직 제안이었고, 나 역시 언젠가는 코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삼성생명에서 보고 배운 것도 있었고 지도자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김 감독님이 제안해주셨을 때 새로운 곳에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컸다. 저를 불러주신 김완수 감독님과 KB스타즈 구단에도 감사드리지만, 저를 키워주고 가르쳐주신 임근배 감독님과 삼성생명 구단에도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코치 되고파

<루키 더 바스켓>이 오정현 코치의 인터뷰를 위해 천안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연수원을 찾은 날은 6월 16일이었다. 오정현 코치가 KB스타즈에 합류한지 6주차가 되는 시점. 처음에는 아무래도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가르친다는 게 어색하기도 했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삼성생명 때도 빅맨들의 훈련 때 파트너도 해주고 임근배 감독님이 야간에는 한 번 가르쳐봐라라고 역할을 주셔서 나름 빅맨 코칭은 많이 공부하고 있었다. 그래도 코치로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이 처음에는 좀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또 삼성생명 시절에는 훈련 때 나에게 발언권이 없었지만 지금은 감독님이 언제든지 ‘너희들이 의견을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멈추고 말해도 된다’고 하셨다.”
 
“김완수 감독님이 나름의 확고한 농구관이 있지만 코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신다. 의견도 먼저 물어보시고. 그러면서도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코치들이 선수들을 끌고 와줘야 한다고 하신다. 코칭스태프가 하나로 똘똘 뭉치는 이미지를 줘야 선수들에게도 팀워크를 강조할 수 있다고 하신다. 다 맞는 말씀이고 이런 걸 옆에서 보고 배우고 있다.”

현재 KB스타즈는 선수 엔트리 중 절반이 빠져 있는 상태다. 박지수는 WNBA에서 뛰고 있고 FA로 영입한 강이슬은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있다. 이외에 염윤아, 김민정, 박지은, 박은하 등은 부상으로 빠져 있어 실제로 훈련에 임하는 선수가 7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KB스타즈는 체력 훈련보다는 선수들의 기본기를 닦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는 물론이고 특히 야간 훈련까지 코칭스태프가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야간 훈련 때는 포지션별 맞춤형 지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가드 출신인 김완수 감독이 가드를 맡고, 진경석 코치가 포워드, 그리고 오정현 코치가 빅맨과 센터를 중점적으로 조련하고 있다. 

KB스타즈가 이렇듯 포지션별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온 힘을 쏟는 이유는 다가오는 시즌에 선수 운용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상대팀 입장에서 사실 KB스타즈가 주전은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구성이 완벽한 팀인데 가용 인원이 적다보니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주전 선수 외에 2~3명 정도는 더 성장시켜서 다가오는 시즌에는 9명 정도를 가용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아무래도 시즌이 되면 이기기 위해서 주전 위주의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시즌 때부터 어린 선수들이나 벤치 선수들한테 애정과 관심을 줘야 한다. 훈련이든 그 외적인 것이든 간에 진심어린 조언을 하면서 이 선수들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감독님을 비롯해 진 코치님과 내가 몸으로 땀 흘리며 가르치는 것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로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성생명에 있으면서 느낀 게 임근배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나 구단 프런트가 선수들을 그냥 단순히 경기를 뛰는 존재가 아닌 ‘너희는 우리의 가족이다’라는 마음으로 대했다는 점이다. 때로는 선수들이 못 따라와도 믿음과 신뢰로 대하고 다소 어긋나더라도 포용을 잘해줬다. 그런 게 결국 승부처에서 변수로 작용했고 우승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지금 김완수 감독님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선수들이 부족해도 어떻게 하면 더 동기부여를 시킬까 고민하시고 애정과 관심을 많이 주려고 하신다.” 

“KB스타즈가 지난 시즌 준우승을 한데다 FA로 강이슬까지 데려왔기 때문에 오기 전에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우승해야 본전이라는 느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렇게 좋은 멤버로 도전해본다는 게 인생에서 잘 찾아오지 않는 기회라 생각했다. 꼭 우승해야지라는 생각보다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팀워크를 강조하다보면 우승에 대한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한다. 김완수 감독님, 진경석 코치님과 이야기한 게 우승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에 충실하다보면 결과물이 나오고 좋은 팀이 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이걸 위해서 나 역시 선수들과 소통을 하면서 이해시켜주고 동기 부여를 많이 끄집어내는,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목표가 생기게끔 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사진 =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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