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농구 대표팀의 아름다운 여정이 끝났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을 지휘했던 전주원 감독은 대회를 치르면서 느낀 점을 전했다.
비록 3패로 탈락하긴 했지만, 여자농구 대표팀이 이번 올림픽에서 남긴 발자취는 큰 의미가 있었다. 대회 전 쏟아졌던 비관적인 전망과 달리 한국은 조별예선 내내 경쟁력 있는 모습을 이어갔다. 특히 FIBA 랭킹 3위 스페인과 2021 유로 바스켓 우승팀 세르비아를 상대로 접전 승부 끝에 나란히 4점 차로 패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주원 감독은 "13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선수들이 대회에 나가서 자신감을 얻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세계 무대를 향해 한발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이를 제외하면 모두 올림픽 경험이 없는 선수들인데,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FIBA 랭킹 19위 한국은 스페인(3위), 캐나다(4위), 세르비아(8위)와 같은 조에 편성되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첫 경기인 스페인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친 한국은 이후에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전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수록 자신감을 가졌다. 도쿄에 가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붙어보니 이길 수는 없더라도 뭔가를 보여줄 순 있겠다고 믿었다. 강호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힘은 수비와 체력이었다. 슛은 기대만큼 들어가지 않았지만, 수비가 원동력이 되면서 끈적하게 상대에 맞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준비 과정에서도 악재가 많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연습 경기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고, 촌외 훈련이 금지되면서 WNBA 일정을 소화하고 합류한 박지수와 손발을 맞출 시간도 적었다.
전 감독은 "몸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전술 훈련을 할 시간이 부족하긴 했다. (박)지수가 오기 전까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는 것이 목표였다. 나머지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 지수가 들어온다고 크게 전력이 바뀌리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지수가 합류할 때 체력이 많이 떨어져 보였다. 장난으로 '너 일반인이지?'라고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근데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수가 잘 버텨줘서 대견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 중 하나는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지면서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미 대표팀의 대들보로 거듭난 박지수를 비롯해 박지현, 윤예빈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며 충분히 제 몫을 해줬다.
전 감독은 "(박)지현이가 경험 많은 선수들을 상대로 하고 싶은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윤)예빈이와 지현이가 어리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줬다. 또한 어린 선수들이 코트 밖에서도 활기찬 모습을 이어가 줘서 팀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칭찬했다.
끝으로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올림픽 출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자고 말했는데 잘 따라와 줬다. 다른 아시아 팀처럼 우리나라 선수들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얻었기에 개인 기술을 키워나간다면 여자농구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도쿄 올림픽이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