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남의 일이 아니게 된 단어, 은퇴
지영: 절친했던 김태술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는데 어떤 느낌이 들던가요?
희종: 개인적으로는 ‘조금 급하게 그만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컨디션도 괜찮은 것 같았고, 좀 더 같이 했으면 해서 아쉬웠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본인 입장에서는 은퇴할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김)태술이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운동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행복해 보이는 모습도 있었고요. 그리고 뭐... 워낙 제테크를 잘해놔서 걱정 없을 거예요.(웃음) 농구 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능력이 출중해서 뭘 해도 잘 할 친구니까요. 제2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지영: 친구가 은퇴를 하는 시기. ‘나의 은퇴’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희종: 다른 인터뷰에서 태술이의 은퇴가 남 일 같지 않다는 말도 했어요. 저도 은퇴할 때, 등 떠밀려 하는 것 보다,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퇴시기를 저 혼자 결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영: 은퇴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은요?
희종: 트랜디한 농구를 하기위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월드컵도 나가보고 국가대표로 세계농구를 경험해보면서 우리 선수들이 부딪히는 벽이 너무 높아서 당황했었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 농구도 여러 가지 공부해야 할 게 많은 것 같아요.

 

 

지영: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리즈 시절’은 언제였을까요?
희종: 그래도 챔프전에서...(웃음) 아... 제 입으로 얘기하기 쑥스럽네요. (양희종은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동부와의 6차전 경기 종료 9초전 동점상황에서 미들슛을 성공시키며 KGC가 이룬 역전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때가 가장 농구가 재밌었던 시기였어요. 당시, 그러니까... 인삼신기...(웃음) 고삐 풀린...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선수들이 모여서 모두가 다 안 된다고 얘기했을 때, 함께 우승하고 이뤄냈던 게 정말 재미있었죠. 당시엔 갖고 있던 체력과 피지컬로 승부했던 것 같아요. 정신없이 뛰어다녔거든요. 

지영: 얼마 만에 들어보는 ‘인삼신기’인가요? 
희종: 지금은 ‘구 인삼신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지영: 아무리 새 버전이 나와도 원조는 못 따라가거든요. 당시의 인기는 어땠나요?
희종: 요즘 어린친구들이 경기 끝나고 선물 받아오면, “형 이거 하나 드세요”라며 뭘 줘요. 그럴 때 살짝 ‘나 때는’이라는 생각이 불쑥 들어요. 그 ‘라떼’가 여기서 나오더라고요.(웃음) 저는 속으로 ‘나도 저랬던 때가 있었는데’ 생각만 하고, 팀 메이트들이 대신 얘기를 해줘요. “희종이 형이 임마! 이정도였어!” 라고요. 하하.

지영: 지금은 그 인삼신기가 모두 흩어졌지만, KBL의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되었잖아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희종: 10년 플랜을 짜도 만들기 어려운 조합이라고 생각하는데, 드래프트로 그 조합을 만들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정말 복이 많은 팀인 것 같아요. 운도 따랐고요. 터가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우리 팀에는 더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지영: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이나 동료는 누가 있나요?
희종: 같이 뛰었던 김성철 코치님(DB)이랑 은희석 감독님(연세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상범 감독님도 정말 존경하는 분이지만, 아무래도 선수들끼리 함께 생활하다보니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많거든요. 힘들긴 했지만 나중에는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형들이 당시 어떻게 했었는지 생각하고 곱씹게 되더라고요. 형들이랑 함께한 시간이 힘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정말 감사한 분들이고 고마웠던 시간들이었다는 걸 느꼈죠. 그래서 그 두 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지영: 선배들 말고 생각을 해보면요?
희종: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농구했던 태술이, (이)정현이도 KCC에서 워낙 잘하고 있지만 당시에 저를 잘 따라주기도 했었고요. 세근이나 (박)찬희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해줬고...
지영: 돌고 돌아 다시 인삼신기네요.
희종: 그러게요. 말하다보니 다 그쪽으로 갔네요. 태술이나 정현이는 챔프전에서 상대팀으로 만나보니까 기분이 이상했는데, 그러면서도 또 좋더라고요. 

지영: 은퇴 이후 제2의 인생 계획도 어느 정도 준비하고 계시나요?
희종: 구체적으로 세우진 않았어요.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게 저의 좌우명이기도 하고요. 사람 일은 당장 내일도 모르는데, 2-3년 뒤의 일을 어떻게 가늠하겠어요. 당장의 제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여러 가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희종의 결혼예찬론
지영: 오랜만에 만났는데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안양의 아이돌에서 아이 둘로...(웃음) 어떤 게 가장 달라졌나요?
희종: 지금 생각해보면 ‘연애 없이 바로 결혼 할 걸’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영: 네??
희종: 2년 정도 연애를 했는데, 6개월만 하고 바로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혼 생활이 너무 좋아요. 결혼을 하면 득과 실이 있겠지만 저는 득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은 솔직히 생각이 안나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이 사람이다’ 싶으면 결혼부터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아내를 정말 사랑하기도 하지만, 정말 배울 것도 많고 존경하거든요. ‘내가 연애할 때는 왜 아내의 이런 모습들을 못 봤지?’라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요. 한 번 씩 예쁜 짓 할 때, ‘아빠 미소’, ‘찐 웃음’, ‘찐 행복’이 절로 나와요. 소소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행복들이죠.

지영: 몇 년 전, ‘엠스플 크리스마스 인터뷰’ 기억나세요? 당시 제가 양희종 선수와 함께 김태술 선수, 정용검 캐스터를 노총각이라고 소개했었는데, 바로 연애 중이라고 밝히셨어요. 최초였죠?
희종: 가끔 그거 와이프랑 같이 보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연애를 오픈을 한 날이었죠. 박지영 아나운서랑 인터뷰를 하면 좀 말리네요.(웃음)
지영: 오늘은 털게 없어서 아쉽네요. 

지영: 그러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인터뷰 당시 결혼을 계획하고 계셨던 건가요?
희종: 그렇죠. 저는 마음의 준비를 했었고, “이 친구랑 결혼을 안 하면 평생 결혼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굳게 먹었었죠. 그게 또 제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라, 잘 꼬셨어요.(웃음) 어쨌든 잘 넘어와서 잘 살고 있습니다. 인생에 몇 없는 기회일 거예요. 그런데... 왜 못 하시고 계신거죠?
지영: ‘못’이라뇨? ‘안’입니다! 지금 결혼 몇 년 차죠?
희종: 얼마 전에 2주년이었죠. 2주년에 아이 둘! 주위에서 뭐가 그렇게 급했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시는데. 급했죠.(웃음) 아내랑 얘기하면서도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말자고 했었는데, 정말 바로 생겼어요.

지영: 앞으로 자녀계획이 더 있으신가요?
희종: 당분간은 없지만, 아이들이 더 큰 다음에 아내랑 상의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계획은 있지만, 뭐... 계획에서 끝날 수도 있고요.(웃음)

지영: 요즘도 육아 하느라 바쁘시죠? 
희종: 그렇죠. 시즌 끝나고 회복하면서 육아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지영: 회복과 육아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희종: 그래서 그런가? 회복이 더뎌요. 아들을 케어하다보니... 나중에 겪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너무 예쁜데, 힘든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긍정 요인이 훨씬 커서 무조건 자녀는 빨리 많이 낳는 게 좋다고 추천하고 싶어요.

 

 

지영: 지금까지 몇 점짜리 아빠, 몇 점짜리 남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희종: 저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남편으로는 60점, 아빠로는 90점이라고 할까요? 둘째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첫째는 태어나서부터 케어를 제가 다 했거든요. 좀 크게 나와서 무겁기도 하고, 아들이기도 하고, 엄마가 컨트롤하기에는 위험하기도 했고요. 너무 예쁘고, 지금도 남다른 교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점수를 좀 높게 줬어요. 아내에게는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60점을 줬습니다.

지영: 10점을 더 올릴 수 있는 기회! 드릴까요?
희종: 영상편지요?
지영: 네! 이거는 정말... 여자가 아니라고 해도 감동하거든요!

희종: 아, 그럼... 10점을 올려볼까요? 여보! 갑작스럽게 또 편지를 날리게 됐네. 둘째까지 출산하고 바로 일에 전념하는 여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대견하고, 내가 무언가를 해줘야하나 고민도 되고, 미안한 마음도 들어. 하지만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고맙게 생각해. 지금도 행복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부족하지만 내가 더 노력할게. 부족한 부분은 서로 맞춰가면서, 여보도 힘내고, 나도 더 노력할게. 항상 고맙고, 사랑해!

지영: 와... 이렇게 사랑꾼이라니!
희종: 제가 많이 부족해요.(웃음) 결혼기념일도 이벤트를 화려하게 해주지도 못했고요. 항상 미안하고 고맙죠. 제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가훈이 ‘행복한 가족’이거든요. 소소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영: 100점짜리 남편은 시간문제인 것 같아요! 자, 앞으로 나의 인생에서 꿈꾸는 것이 있을까요?
희종: 농구선수로서 우승도 해봤고, 이루고 싶은 것들을 다 이뤘다고 생각해요. 꿈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영어공부 같은 거? 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소소한 것들이에요.

지영: 거창한 꿈은 없나요?
희종: 거창한거요? 그런 꿈은 뭐. 저기 테헤란로 쪽에 빌딩하나 사서... 하하. 꿈입니다. 꿈! 하하하!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루키 사진팀,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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