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NBA 플레이오프가 막을 연지 어느덧 9일이 지났다. 싱겁게 끝난 시리즈도 있지만 아직도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시리즈도 있다. ‘PO스토리’를 통해 1라운드 중반의 플레이오프 이슈를 살펴보자.

쓰러진 갈매기, 위기의 레이커스?
갈매기가 쓰러졌고, 레이커스가 위기에 처했다.
플레이-인 토너먼트에서 골든스테이트를 혈투 끝에 누르고 7번 시드를 차지한 레이커스는 1라운드에서 서부 2위 피닉스를 만났다. 현재 시리즈는 2승 2패 동률이다.
1차전까지만 해도 무척 불안해 보였다.
AD 트윈타워(앤써니 데이비스-안드레 드러먼드)는 정규시즌 막판과 마찬가지로 공수에서 시너지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 시즌 막판 코로나 프로토콜로 보름 가까이 공백기를 가졌던 데니스 슈로더 역시 컨디션이 정상적이진 못했다. 1차전에서 레이커스는 데빈 부커에게 34점을 내주며 90-99로 패했다. 점수 차는 한 자릿수였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당히 무기력한 경기였다.
2차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데빈 부커를 철저한 트랩 수비로 봉쇄했다. 1차전 도중 오른쪽 어깨에 타박상을 입은 크리스 폴은 출전을 강행했지만 100% 컨디션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2대2 수비 시 빅맨의 수비 라인을 엘보우 지점까지 끌어올리는 수비 변화 역시 성공적이었다.
2차전을 7점 차로 잡은 레이커스는 3차전에서는 14점 차의 완승을 거뒀다. 디펜딩 챔피언의 면모가 느껴지는 연승이었다.
하지만 4차전에서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앤써니 데이비스의 부상이었다.
2쿼터 종료 50여초를 남기고 골밑 슛을 시도하다 쓰러진 데이비스는 사타구니에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직접 걸어서 코트를 떠났지만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았다.
전반을 50-54로 근소하게 뒤졌던 레이커스는 3쿼터를 15-27로 압도당하며 크게 뒤졌고, 4쿼터 한때 18점 차까지 끌려다니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앤써니 데이비스는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고, 레이커스의 수비는 다시 크게 흔들렸다. 피닉스는 크리스 폴과 디안드레 에이튼의 2대2 게임으로 데이비스가 빠진 레이커스의 수비 라인을 손쉽게 흔들었다. 데이비스가 빠지자 크리스 폴은 미드레인지 점프슛으로 잇따라 가볍게 득점을 쌓았다. 데이비스의 공백이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위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디 애슬레틱’의 샴스 카라니아 기자는 1일 앤써니 데이비스가 사타구니 부상으로 5차전에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데이비스는 검사 결과 다행히 1단계(Grade 1) 수준의 사타구니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증이 남아 있거나 부상 재발 가능성이 있다면 당연히 경기에 뛰는 것은 위험하다. 5차전 결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레이커스는 남은 3경기 중 2경기(5차전, 7차전)을 원정에서 치러야 한다. 정규시즌 막판 순위가 미끄러지면서 간신히 하위 시드를 차지한 것이 지금에서야 꽤 뼈아프게 다가온다. 데이비스는 쓰러진 반면, 1차전에서 어깨 부상을 당했던 크리스 폴의 컨디션이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는 점도 레이커스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클리퍼스의 대반격 & 바툼이 프랑스 선배의 비디오를 찾은 이유
레이커스의 연고 라이벌, 클리퍼스 역시 1라운드에서 꽤나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댈러스와 현재 2승 2패로 시리즈 동률을 이루고 있다.
사실 예상치 못했던 접전이다. 시리즈 시작을 앞두고 ESPN의 패널 18명은 물론이고 ‘루키더바스켓’의 패널 12명 모두 클리퍼스의 시리즈 승리를 예상했다. 두 팀의 정규시즌 컨퍼런스 순위는 4위와 5위로 한 끝 차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승차는 5경기에 달했고 전력도 꽤 차이가 커보였다.
반전을 만든 주인공은 루카 돈치치였다. 1차전과 2차전에서 돈치치는 클리퍼스의 수비를 홀로 유린했다.
스위치 수비도, 드랍백 수비도, 헷지 앤 리커버 수비로도 돈치치의 2대2 공격은 제어되지 않았다. 붙으면 스텝 백 3점을 던지거나 페인트존으로 밀고 들어가서 가볍게 득점을 올리고, 떨어지면 중거리 슛을 펑펑 꽂았다. 이중, 삼중 수비로 막으면 45도와 코너로 손쉽게 어시스트를 뿌렸다.
1차전에서 31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 2차전에서 39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한 돈치치는 데뷔 후 플레이오프 첫 8경기에서 평균 32점 10리바운드 9어시스트 야투율 50% 이상을 기록하는 압도적인 활약 속에 원정에서 댈러스의 2연승을 이끌었다.
3차전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댈러스가 1쿼터를 11-0으로 시작했을 때만 해도 클리퍼스가 이대로 무너지나 싶었다. 1, 2차전에서 불을 뿜은 댈러스의 3점포는 3차전에서도 식을 줄 몰랐고, 1쿼터 중반 댈러스는 30-11로 19점 차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이후 클리퍼스의 수비가 급격히 안정을 찾으면서 댈러스의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흔들리던 스몰라인업의 수비가 탄탄해졌고, 공격에서는 카와이 레너드와 폴 조지의 분전이 이어졌다. 4쿼터에는 마커스 모리스와 레지 잭슨의 코너 3점이 잇따라 터지면서 클리퍼스가 승기를 잡았다.
4차전에서도 클리퍼스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어깨와 목에 부상을 안고 4차전에 출전한 돈치치가 평소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 경기력을 보이는 동안 클리퍼스는 카와이 레너드를 필두로 쉴새 없이 득점을 몰아치며 순식간에 리드를 벌렸다. 댈러스는 보반 마르야노비치를 활용하는 변칙 라인업까지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기 한때 28점 차 리드를 잡은 클리퍼스는 결국 4차전까지 가져가며 시리즈를 2승 2패 동률로 만들었다.

4차전이 끝난 후 클리퍼스의 니콜라 바툼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스몰라인업의 센터로 뛰기 위해 다른 선수의 비디오를 참고했다는 것이었다. 그 선수는 보리스 디아우와 드레이먼드 그린이었다.
디아우는 과거 샌안토니오 스몰라인업의 센터로 맹활약하며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던 선수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골든스테이트 스몰라인업의 핵심적인 센터였다.
바툼은 프랑스 농구의 선배였던 디아우와 현역 최고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린의 플레이를 모은 영상을 클리퍼스 스태프에 요청했고, 그 영상을 철저히 연구하면서 3차전과 4차전을 준비했다고 한다.
터런 루 체제의 클리퍼스는 올 시즌부터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바로 포워드만 3명 혹은 4명을 코트에 세우는 스몰라인업 활용 빈도 증가였다.
댈러스와의 시리즈에서도 클리퍼스는 스몰라인업 활용 빈도를 여전히 높게 가져가고 있고, 3차전부터 이 라인업이 비로소 플러스(+) 마진을 내면서 시리즈를 동률로 만들었다.
시리즈 첫 2경기를 모두 내주는 대위기를 넘긴 클리퍼스가 우승후보의 면모를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디펜딩 동부 챔피언’ 마이애미의 충격적 결말
지난해 올랜도 버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동부 우승을 차지하며 파이널 무대를 밟았던 마이애미. 하지만 올해는 실망스러운 모습 끝에 코트에서 퇴장했다. 3위 밀워키에게 4전 전패로 스윕을 당한 것이다.
두 팀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이미 맞대결을 펼쳤던 바 있다. 당시 마이애미가 밀워키를 누르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의 기억 때문인지 이 시리즈에서 마이애미가 업셋을 만들어낼 거라고 본 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시리즈가 시작되자 두 팀의 전력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1차전은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승부가 펼쳐진 경기였다. 크리스 미들턴의 위닝샷을 앞세워 연장 혈투 끝에 밀워키가 간신히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2차전부터는 일방적인 경기가 계속됐다. 4차전에서 마이애미는 전반에 괜찮은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후반부터 경기력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결과적으로는 완패를 당했다.
시리즈 내내 밀워키는 마이애미를 상대로 사이즈의 우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시즌 중반 메이어스 레너드를 오클라호마시티로, 켈리 올리닉을 휴스턴으로 트레이드한 이후 뱀 아데바요가 혼자 센터로 뛰는 원 빅(one big) 라인업을 즐겨 썼던 마이애미는 장신 군단 밀워키의 높이와 힘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지난해 맞대결 때처럼 기동성, 3점 생산에서라도 확실한 우위를 가져갔다면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었겠지만, 실제 경기에서 더 화끈하고 빠른 팀은 밀워키였다.
이 시리즈에서 4전 전패를 당한 마이애미는 1984년 이후로 전년도 플레이오프에서 파이널 무대를 밟은 뒤 이어진 시즌에 1라운드에서 스윕 패를 당한 세 번째 팀이 됐다. 이전의 두 팀은 2006-2007 마이애미와 2011-2012 댈러스였다.
*1984년 이후 전년도 파이널 진출 팀의 이듬해 1라운드 스윕 사례*
- 2006-2007 마이애미 히트: 2006 파이널 우승, 2007년 1R 스윕 패(vs 시카고)
- 2011-2012 댈러스 매버릭스: 2011 파이널 우승, 2012년 1R 스윕 패(vs OKC)
- 2020-2021 마이애미 히트: 2020 파이널 준우승, 2021년 1R 스윕 패(vs 밀워키)
미래도 걱정이다.
마이애미는 올 시즌이 끝난 후 빅터 올라디포가 비제한적 FA가 되고 켄드릭 넌과 던컨 로빈슨은 제한적 FA가 된다. 지미 버틀러(약 3,601만 달러), 뱀 아데바요(2,810만 달러) 등 주요 선수들의 연봉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 기존의 자원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에 마이애미의 다음 시즌에 대해 마냥 희망차게 바라볼 수 는 없는 상황이다.

라이징 스타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자말 머레이, 도노반 미첼 등이 스타로 발돋움했듯 올해도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있다.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자 모란트와 애틀랜타의 트레이 영이다.
골든스테이트와 플레이-인 토너먼트 8위 결정전에서 35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4스틸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던 모란트다. 창단 첫 리그 단독 1위를 차지한 서부 1번 시드 유타와의 1라운드 시리즈에서도 모란트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1차전에서는 클러치 타임에 플로터로 득점을 쏟아 부으며 멤피스의 승리를 이끌었고, 2차전에서는 유타의 견고한 수비를 상대로 무려 47점을 폭격하는 역사에 남을 활약을 펼쳤다. 이로써 모란트는 데뷔 후 첫 플레이오프 2경기 합계 득점 기록에서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자 모란트 최근 5경기 일지*
5/19 vs 샌안토니오: 20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5/22 vs 골든스테이트: 35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5/24 vs 유타: 26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5/27 vs 유타: 47점 4리바운드 어시스트
5/30 vs 유타: 28점 3리바운드 7어시스트
*커리어 첫 PO 2경기 합계 득점 역대 순위*
1위 조지 마이칸: 75점
2위 자 모란트: 73점
3위 루카 돈치치: 70점
4위 카림 압둘-자바: 69점
올해 생애 첫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트레이 영의 활약도 눈에 띈다.
영은 뉴욕을 상대로 치른 플레이오프 첫 4경기에서 평균 27.5점 2.5리바운드 10.0어시스트 3점슛 성공 2.8개를 기록 중이다. 야투율은 47.0%, 3점슛 성공률은 36.7%로 슈팅 효율도 좋다. 1차전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클러치 플로터를 성공했고 홈에서 열린 3차전과 4차전에서는 감각적인 패스와 위협적인 딥 쓰리(deep three)로 뉴욕 수비를 흔들었다.
트레이 영은 커리어 플레이오프 첫 4경기에서 평균 25점 1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역대 네 번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커리어 첫 PO 4경기 평균 25점 10어시스트 기록자 명단*
- 오스카 로버트슨(1962, 신시내티)
- 케빈 존슨(1989, 피닉스)
- 스테픈 커리(2013, 골든스테이트)
- 트레이 영(2021, 애틀랜타)
모란트와 영 외에도 멤피스의 딜런 브룩스, 피닉스의 디안드레 에이튼, 보스턴의 로버트 윌리엄스 등도 맹활약을 펼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어질 1라운드 시리즈와 플레이오프에서도 새로운 스타 탄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IDE STORY: 플레이오프에서도, 자나깨나 부상 조심
2020-2021 NBA 정규시즌에는 유난히 부상자가 많다. 너무 짧았던 오프시즌과 갑작스러운 시즌 개막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굵직굵직한 스타들이 부상 때문에 장기간 코트를 비우거나 출전을 관리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1라운드부터 부상 변수에 울고 있는 선수와 팀이 등장하는 중이다.
덴버는 자말 머레이의 시즌아웃, 보스턴은 제일런 브라운의 시즌아웃으로 벌써 ‘차’ 혹은 ‘포’ 하나를 떼고 1라운드를 치르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레이커스와 피닉스의 시리즈에서는 앤써니 데이비스(사타구니)와 크리스 폴(어깨)의 부상이 시리즈 흐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무릎 부상으로 4차전을 결장한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도 눈에 띈다.
시리즈 첫 2경기를 잡으며 업셋의 기반을 다졌던 댈러스는 홈에서 3차전과 4차전을 모두 내준 상황에서 루카 돈치치가 어깨와 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자칫하면 역스윕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리즈 스윕승을 거두며 가볍게 2라운드행 티켓을 따낸 밀워키도 부상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3차전에서 왼쪽 발 부상을 당한 돈테 디빈첸조가 결국 시즌아웃됐다. 공수가 모두 훌륭한 디빈첸조의 아웃은 밀워키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마이애미와의 4차전에서는 팻 코너튼을 선발 투입하며 어찌저찌 공백을 잘 메웠지만, (브루클린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2라운드 시리즈에서는 디빈첸조의 공백을 절감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