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강하니 기자 = 시카고의 행보가 이상하다. 이번 오프시즌 들어 유난히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많이 내리고 있다.
ESPN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불스가 밀워키 벅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트레이드 내용은 2명의 선수를 1대1로 바꾸는 것. 마이클 카터-윌리엄스가 시카고 유니폼을 입고, 토니 스넬이 밀워키로 간다.
카터-윌리엄스와 스넬은 2013년 드래프트 동기다. 카터-윌리엄스는 당시 전체 11순위로 필라델피아에, 스넬은 전체 20순위로 시카고에 지명됐다. 그러나 이후 둘의 행보는 다소 엇갈렸다.
2013-14 시즌 초반부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며 신인상까지 수상했던 카터-윌리엄스는 기록과 비교해 실제 경기력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실책이 많고 슈팅 능력이 너무 떨어지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결국 카터-윌리엄스는 2014-15 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밀워키로 트레이드됐다. 밀워키 입장에서는 브랜든 나이트를 내보내는 강수까지 두면서 시도한 회심의 트레이드였다.
하지만 카터-윌리엄스는 이미 성장에 한계가 있는 선수였다. 슈팅력은 발전하지 않았고 3점슛 라인 안쪽에서의 마무리 능력도 평범했다.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도 아니었기에, 속공이나 돌파로 상대 수비를 휘젓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어려웠다. 현대 농구에서 돌파와 슛이 모두 되지 않는 가드는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카터-윌리엄스가 그런 선수였다.
토니 스넬은 데뷔 이후 세 시즌 동안 크게 주목받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탐 티보도 전 감독의 시스템 안에서 나름 자신의 역할을 잘 해냈다. 좋은 사이즈와 평균 이상의 3점슛 능력으로 준수한 3&D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14-15 시즌에 덕 맥더멋, 니콜라 미로티치가 동시에 시카고에 입단하면서 스넬의 입지는 좁아졌다. 지난 시즌에는 평균 5.3점 야투율 37.2%에 그치며 식스맨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졌다.
하지만 시카고가 이런 스넬을 내주고 마이클 카터 윌리엄스를 받아온 것은 굉장히 성급한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 근거는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라는 선수의 가치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 두 번째 근거는 시카고의 가드진의 상황이다.
시카고는 올여름 라존 론도, 드웨인 웨이드를 영입했다. 둘 모두 슈팅력이 부족한 가드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를 식스맨으로 쓴다면 재앙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식스맨은 식스맨끼리 손발을 맞추기도 하지만, 일정시간은 주전들과 함께 코트에 나서기도 한다. 카터-윌리엄스와 론도는 코트에 공존할 수 없는 선수들이고, 웨이드와 카터-윌리엄스 역시 좋은 호흡을 예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시카고는 백업 가드진에 아이재아 캐넌, 스펜서 딘위디, 제리안 그랜트까지 이미 포인트가드들이 즐비하던 상황. 여기에 굳이 카터-윌리엄스를 영입하면서 교통 정리가 더 어려워졌다. 캐넌과 딘위디는 프리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그랜트 역시 데릭 로즈 트레이드의 대가로 받아온 장신가드 유망주다. 가드를 더 영입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현재 시카고 상황을 고려했을 때 더 필요한 선수는 카터-윌리엄스보다 스넬이다. 시카고는 안정적인 3&D 자원이 많지 않다. 맥더멋은 수비가 약하고, 프리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폴 집서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세 시즌 경험을 쌓으며 나름 안정적인 백업으로 활약한 스넬을 내보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카터-윌리엄스와 스넬 모두 미국 날짜로 오는 31일 자정까지 소속팀과 연장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내년 여름에 제한적 FA 자격이 되는 상황이다. 결국 어차피 한 시즌 후에 떠나보내야 하는 선수라면, 당장 올시즌에 전력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수를 보유하는 게 낫다. 그 점에서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는 토니 스넬보다 딱히 가치 있는 선수가 아니다.
카터-윌리엄스는 최근에 새크라멘토의 벤 맥클레모어와 맞트레이드 소문이 돌았지만, 맥클레모어를 보유한 새크라멘토의 거절로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카터-윌리엄스의 가치는 많이 떨어져 있다.
라존 론도, 드웨인 웨이드 동시 영입에 이어 마이클 카터 윌리엄스 영입까지. 의문스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시카고 불스, 과연 시카고의 이 선택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