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우리는 사냥꾼이었습니다.”
“사냥꾼이었던 우리는 지난 5~6년간 사냥꾼에서 사냥감이 됐죠. 그게 뭐였든 말입니다.” 한국시간으로 12일, 리그 전체 1, 2위인 유타와 피닉스로 이어지는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한 뒤 드레이먼드 그린이 말했다.
“저는 그걸 둘 다 경험해봤는데요. 아무래도 당하는 쪽보단 사냥을 하는 쪽이 더 재밌더군요.”
정규시즌 70번째 경기 상대로 피닉스를 맞은 골든스테이트는 이날 122-116으로 승리했다. 4연승이자 최근 18경기에서 13번째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단독 8위를 사수한 골든스테이트는 9위 멤피스를 0.5경기 차로 제치고 플레이 인 토너먼트에서 중요한 한자리를 차지해냈다.

지금으로부터 꼭 한 달 전, 골든스테이트는 26승 28패로 서부 10위를 마크하고 있었다. 샌안토니오 그리고 멤피스와 순위 경쟁에 한창이던 그때도 사실 골든스테이트를 바라보는 팬들과 현지 전문가들의 시선은 비슷했다.
“저 경기력으로 플레이오프에 가면 뭐해?”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중반까지 골든스테이트를 상대하는 팀들의 기조는 마치 반지를 노리는 골룸처럼 한결 같았다. 커리, 커리, 커리, 커리를 막고, 커리를 막아라.
토론토를 비롯한 몇몇 팀은 박스 앤드 원 수비로 커리를 괴롭혔다. 박스 앤드 원이란 무엇이냐. 하프코트에서 4명의 수비수가 지역을 방어하고, 1명의 전문 수비수가 커리를 맨투맨으로 막는다.
주로 중학교나 고등학교 같은 아마추어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이 수비를 “장키 디펜스(janky defense, 낡고 구린 수비)”라고 부르는 커리는 데이비슨 대학 시절 이후 처음 보는 수비라고 고백하며 그의 동료들을 무시하는 “무례한(disrespectful)” 수비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낡고, 구리고, 무례한 수비로 NBA 29개 팀은 골든스테이트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공식은 간단했다. 커리가 막히면 골든스테이트는 졌다. 때문에 골든스테이트의 경기 결과는 매번 뻔했다. 커리를 수비 못하는 약팀에게는 강했고, 커리를 대처하는 강팀을 상대로는 매번 졌다.
단, 그것은 어디까지나 4월까지의 이야기다.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는 그러한 수비에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했다. 5월 12일 열린 피닉스전이야 말로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경기다.
커리는 피닉스전에서 22개의 야투를 던져 7개 성공에 그쳤다. 그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3점슛은 11개를 던져 1개 밖에 못 넣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이겼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리그 승률 전체 2위 피닉스였다.
“커리는 이날 내내 트랩에 걸렸습니다. 피닉스 선수들은 커리의 공을 빼앗기 위해 계속해서 달려들었습니다.” 그린이 말했다.
“커리는 오늘 밤 내내 그랬어요. 턴오버가 3개 밖에 안 되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죠. 두 명, 세 명의 수비수가 그에게 붙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동료들을 믿고 공을 돌렸습니다. 그게 우리가 오늘 이긴 이유죠.”
현지에서는 이미 ‘미스터 꾸준함(mr. Consistent)’이라 불리는 앤드류 위긴스도 그린과 함께 이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위긴스는 이날 트랩에 갇힌 커리를 대신해 38점을 넣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시즌 초반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우리는 가장 완벽한 시기에 하나로 뭉쳐지고 있어요.”

그린과 위긴스의 말대로 골든스테이트는 더 이상 박스 앤드 원이나 트리플 팀으로 커리만 막는다고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올 시즌 48% 야투율과 38%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인 2옵션 위긴스가 있고, 이날 통산 30번째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드레이먼드 그린도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그린이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날 29승 1패 전적을 자랑한다.
벤치도 두텁다. 한국 돈으로 연봉이 20억 원에 불과한 조던 풀은 피닉스와 유타 2연전에서 40점을 기록했다. G리그를 오가는 투웨이 계약으로 시즌을 시작했다가 최근 정식 계약을 체결한 후안 토스카노 앤더슨은 5월 치른 모든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음수의 코트 마진을 기록한 적이 없다.
‘NBC’의 켄드라 앤드류스 기자는 “골든스테이트는 오늘 승리로 올 시즌 리그 전체 승률 1, 2, 3위인 유타, 피닉스 필라델피아에게 모두 승리한 리그 5번째 팀이 됐다”라고 전했다.
이제 더 이상 골든스테이트는 약팀에 강하고, 강팀에게 약한 판독기가 아니다. 에이스 커리는 모진 견제 속에서도 31.8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으며, 커리를 도울 스쿼드 또한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사냥의 시간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