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추승균 칼럼니스트] 3차전과 4차전에서의 완승으로 반전 드라마를 기대하게 했던 전자랜드의 기세가 결국 정규리그 1위 팀의 위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전주 KCC가 5차전 혈투 끝에 챔피언 결정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만나게 됐고, ‘전자랜드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발목을 잡은 체력의 열세
전자랜드에게는 전체적으로 아쉬운 경기였다. 초반의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다시 KCC의 안방으로 돌아온 5차전이지만, 3, 4차전에서 대승을 거둔 전자랜드가 확실히 상승세였다. 경기 전, 몸을 풀 때의 분위기도 전자랜드가 KCC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경기 시작 후에도 전자랜드는 슛이 터지면서 좋은 흐름을 가져갔다. 이 때, 골밑에서 쉬운 슛을 놓친 부분이 아쉽다. 그 득점이 이어지면서 점수차를 더 벌렸다면 이후의 경기도 더 나은 전개가 가능했을 것 같다.

전자랜드는 2쿼터 들어 갑자기 움직임이 무뎌졌다. 이때부터 체력적인 부하가 심하게 온 것 같다.

전술적인 변화나 다른 변수보다는 체력적인 문제가 컸다고 본다. 전자랜드의 핵심인 김낙현이 볼을 잡는 횟수가 2쿼터에 급격히 줄었다. 김낙현과 조나단 모트리의 2대2 플레이가 나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균열이 생겼다.

꾸준히 많은 활동량을 가져갔던 김낙현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면서 전자랜드의 강점이 줄어들었다. 국내 선수들이 둔해지자 모트리도 혼자 하는 플레이가 많아졌고,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전자랜드는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미 객관적인 전력이나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 4차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흐름을 바꿨다.

하지만 체력적인 한계로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점, 그리고 그러한 부분을 극복하는 정신력까지는 발휘되지 못했다는 부분이 아쉽다.

‘5차전에서는 항상 이기지 못한다’는 과거 이력은 전자랜드 선수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날 5차전에서 앞서다가 경기를 따라잡히는 순간, '과거의 기억이 오히려 전자랜드를 더 버겁게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시소게임을 가져갈 수 있는데, 경기를 따라잡힌 후 너무 쉽게 흐름을 내준 것 역시 그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선수들 스스로 그런 부분에 정신적으로 부담을 느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막판에 외국 선수 두 명을 모두 바꿨다.

이전의 선수들보다 잘 해주기는 했지만, 팀에 완전히 녹아들 수 있는 시간은 부족했던 것 같다. 이들에게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힘든 여건에서 국내 선수들은 시즌 내내 분전했다. 전자랜드는 이전에도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좋은 팀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목표에 올라서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이다. 끝내 정규리그 챔피언을 넘지 못했지만, 멋진 시즌이었다.

KCC에게 너무 비쌌던 예방 주사
KCC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먼저 2승을 챙겼다. 라건아가 확률 높은 미들슛 위주의 경기를 펼치며 흐름을 가져왔다.

하지만 3, 4차전에서는 전자랜드가 라건아에 대한 수비를 강화했고, 리바운드 적극성을 높이면서 오히려 분위기를 바꿨다.

반면 KCC는 안일한 모습이 나왔다. 리바운드 싸움에 밀리면서, 순식간에 무너졌다. 갑자기 주저앉는 모습은 정규리그 때, KCC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래도 5차전에서는 그런 모습을 탈피했다.

3, 4차전에서 열세를 보였던 앞 선에서의 대응이 좋았다. 유현준이 김낙현을 상대로 2대2 플레이를 펼쳤고, 김지완이 적극성을 보이며 컨디션을 찾은 부분도 수확이다.

앞 선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자 라건아에게도 이전보다 찬스가 많이 생겼다. 라건아 스스로도 효과적이고 정확한 스크린을 펼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긍정적이지 못한 모습이 3, 4차전에 나왔지만, KCC로서는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에게도 많은 공부가 된 시리즈였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예방 주사를 맞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했다는 점은 고민이 될 것 같다.

송교창의 몸 상태도 변수다. 5차전 경기 중, 블록슛을 한 후, 본인이 벤치에 교체 사인을 내기도 했다. 마지막에 다시 코트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몸 상태가 어떨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규리그 챔피언 VS 최고의 흐름을 유지하는 팀
플레이오프 시작 전에는 분명 KCC가 가장 유력해 보였는데, 시리즈를 통해 지는 법을 잊은 KGC의 분위기가 지금은 더 좋아 보인다. 모든 시선이 KGC의 제러드 설린저를 향하고 있다. 설린저는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더 무서워졌다.

설린저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고의 외국 선수로 인정받은 울산 현대모비스의 숀 롱을 무장 해제시켰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시리즈 내내 일방적으로 농락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는 라건아와의 대결이다.

설린저의 여유와 라건아의 활동량이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 같다.

라건아는 힘도 많이 쓰고,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리바운드 참여도 많다. 힘과 스피드, 활동량에서 라건아는 분명 설린저보다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린저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플레이오프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하고 있는 설린저가 라건아를 상대로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도 기대가 된다.

KCC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전자랜드는 강력하고 거친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는 KGC 역시 이 부분에서 전자랜드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KBL에서 가장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는 두 팀이다.

움직임이 상당히 많은데다가 포워드 진의 높이도 좋은 KGC이기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CC도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게다가 시리즈가 길어진다면, 6강 플레이오프를 거쳤음에도 체력적인 면에서 여유를 찾은 KGC가 더 유리해질 것 같다.

KCC는 송교창을 비롯해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가 걱정스럽고, 4강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른 피로도가 존재하는 반면, KGC는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과 팀 분위기 등이 이번 시즌 들어 지금이 최고조인 것으로 보인다.

서로의 약점을 찾아 집요하게 공략하는 것도 필요하다. 각별한 사이의 사령탑이 펼치는 맞대결인 만큼 기싸움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KGC는 KCC의 앞 선을 막는 것이 숙제가 될 것 같다.

요즘, 라건아는 로우 포스트에서 펼치는 플레이가 예전만큼 많지 않다. 앞 라인과 2대2 플레이를 많이 하면서 미들슛 위주의 경기를 펼치고 있다. 전자랜드가 3, 4차전에서 이러한 라건아에 대한 수비에 성공을 거두며,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었다.

KCC는 차라리 문성곤을 공략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문성곤의 적극적인 리바운드는 KGC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문성곤의 공격 리바운드는 팀 사기를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문성곤의 공격 리바운드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까다로운 설린저의 강의를 연달아 재수강해야 하는 상대 선수들은 고충이 상당할 것이다.

차라리 슛 기회를 문성곤에게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나마 현재 KGC에서 슛률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선수가 문성곤이다. 외곽에서 슛을 시도하면 공격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기는 힘들다. 문성곤이 가장 잘하는 것, 그래서 팀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또한 라건아가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설린저를 많이 움직이게 해야 할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설린저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다. 6경기 모두, 설린저는 자신이 그린 그림대로 경기를 마친 느낌이다.

플레이타임이 많아도, 체력을 많이 쓰는 농구를 하지 않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에도 쉬어갈 때는 쉬어가는 등, 확실하게 체력 안배를 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라건아가 이런 설린저를 최대한 많이 움직이게 하며, 흔들어야 할 것 같다.

KGC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만약, 한 번 패하게 되면 주춤하는 상황이 있을 것이다. 계속 잘되고 있던 게임 플랜이 한 번 접히게 되면, 코칭스태프나 선수들 모두 다시 생각할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추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흐름이 워낙 좋은데다, 경험도 많은 팀이다.

5차전까지 힘든 경기를 펼쳤지만, KCC는 홈에서 먼저 경기를 치른다는 면에서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재미있고 멋진 챔피언 결정전을 기대한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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