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KB 스타즈가 반격에 나섰다. KB는 청주 홈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82-75로 이기며, 2연패 뒤 벼랑 끝에서 첫 승을 거뒀다.

경기마다 강풍을 몰아치며 챔프전 2승을 먼저 챙겨, 유리한 고지에 올라가 있던 삼성생명은 주축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를 보이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업셋 우승의 꿈을 미뤄두게 됐다.

체력고갈에도 강했던 삼성생명
결과적으로 패했지만, 여전히 삼성생명은 좋은 경기를 했다.

누적된 피로로 인해 초반부터 발이 무거웠고, 움직임이 이전보다 훨씬 둔해 졌지만 경기 내용은 나빠지지 않았다. 끈질기게 상대를 따라 잡았다. 벤치 멤버들이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는 활약을 보여줬다.

김한별과 윤예빈의 몸상태는 경기 전부터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경기에 집중을 했다. 김한별은 40분을 모두 소화했다. 윤예빈도 손가락 부상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 코트에 있었다. 대단한 집중력과 투지였다.

다만 주축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체력 소진의 여파로 경기 초반 쉬운 이지 샷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1-2차전에서 KB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얼리 오펜스가 어려워졌다.

발이 무거워진 선수들의 파울이 다소 빠르게 쌓여가기도 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삼성생명은 습관적으로 쉬운 슛을 놓치지는 않는다. 3차전에서의 모습은 그만큼 선수들이 지치고 힘든 신체 상태를 견디며 경기를 뛰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아쉬움은 있지만 누구도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생명의 턴오버는 4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 15점 차까지 벌어 졌지만, 경기를 놓지 않았고, 종료 부저가 울릴 때까지 따라 붙었다. 무서운 집중력과 경기력이다.

정신적 지주이자 에너지의 원천인 김보미가 3쿼터 시작과 동시에 5반칙으로 물러난 점이 아쉬웠지만, 백업으로 이른 시간부터 코트에 모습을 보인 ‘간절함의 아이콘’ 이명관의 활약이 눈부셨다. 다른 선수들보다 컨디션이 상대적으로 너무 좋아 간혹 완급조절이 안 된 부분도 있지만, 벤치 멤버로서 그가 보여준 활약은 정말 놀라웠다.

삼성생명은 이날 KB가 지난 두 경기보다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펼쳤던 변형된 존 수비에 다소 고전을 했다. 하지만 큰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공략 과정에서 다른 때보다 움직임이나 패스가 날카롭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야투 성공률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비교적 찬스는 잘 만들어 냈다.

이번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삼성생명의 강점은 벤치도, 뛰는 선수들도 조급함이 없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빠른 것과 급한 것의 차이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알고, 코트 안에서의 문제를 잘 대처하고 있다.

오랜만에 미소를 보인 KB
정말 오랜만에 선수들의 밝은 모습을 보는 것 같다.

1,2차전의 패배는 굉장히 뼈아팠을 것이고, 특히 2차전의 패배는 다 잡았던 승리를 자신들의 실수로 놓치며 자멸했기에 그 충격이 더 컸을 것이다. 극복하기 쉬운 후유증은 분명 아니었다.

쓰라린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틀 만에 마음을 잘 추스른 심성영의 활약이 다른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줬다고 본다. 오랜만에 가드와 강한 센터의 제대로 된 조합을 여러 차례 보여주면서, 박지수와 심성영이 55득점을 합작했다.

2차전에서 혼자 8개의 턴오버를 범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자책이 심했을 심성영은 3차전에 35분 36초를 뛰며 단 1개의 턴오버도 범하지 않았다. 더불어 팀 전체 턴오버 9개. 삼성생명보다는 여전히 많았지만, 지난 두 경기에서 KB의 평균 턴오버는 18.5개였음을 생각하면 분명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심성영은 턴오버를 줄이기 위해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지도 않았다. 3점슛 5개 포함 25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확실히 기여했다.

오랜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37분을 소화한 염윤아를 보는 것도 반가운 부분이었다.

염윤아는 이번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리며,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의 부진이 안타까웠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 주었다. 2년 전 KB가 챔피언에 오르던 그때, 마지막 퍼즐로서 기능했던 모습을 보여줬다.

3차전에서 KB는 그동안 계속 지적됐던 선수들의 주저하는 모습이 많이 사라졌고, 박지수와의 투맨 게임 호흡도 나아졌다. 긴 시간을 뛰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투입된 김소담도 공수에서 알토란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여전히 보완점은 있다.

상대가 많이 지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존 수비에서 앞선의 움직임은 조금 더 활발해야 한다. 존 수비는 3점슛을 맞으면 불안해 지기 마련인데, 그 득점을 내줬을 때 이것을 한 번 더 견디고 갈지, 바로 수비를 바꿀 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

3차전에서 KB는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수비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더 기대되는 4차전
두 팀 모두 선수들이 지쳐 있다는 것이 경기 초반부터 드러났다. 다리가 휘청거리며 흔들리고 많이 넘어지면서 서로 엉키고 뒹굴었고, 일어나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힘든 가운데에서도 양 팀 선수들 모두 체력적인 부침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오랜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생명과 이 시리즈의 승부를 뒤집고자 하는 KB 모두, 승부에 대한 간절함이 경기 내내 느껴졌고, 선수들의 이런 모습은 훌륭했고 또 고마웠다.

1승만 거두면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삼성생명이 여전히 한 발 앞서있다. 선수들의 가용폭도 여전히 삼성생명 쪽이 더 낫다. 그러나 김한별과 윤예빈의 햄스트링 상태가 완전치 않다. 윤예빈은 손가락 부상도 있다. 길게 갈수록 좋을 게 없는 상황이다.

반면 KB는 주력선수들의 체력적인 여유에서 상대보다는 나아 보인다. 김소담을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추가된 것도 KB에게는 호재다. 객관적 전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KB이기에, 일단 삼성생명의 연승 분위기를 끊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될 것 같다.

삼성생명은 어떻게 해서든 4차전에 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KB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경기력 또한 나빠질 수 있다. 4차전부터는 정말 정신력의 바닥까지 드러내는 투지의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더 치열하고 집중력 있는 경기가 기대된다.

그리고 양 팀 모두 체력적인 한계와 마주하는 상황인 만큼, 부상 없이 치열한 시리즈를 끝내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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