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KB는 높이의 팀이다.

165cm의 단신 가드 심성영이 주전으로 나서지만, 최장신 센터 박지수를 중심으로 180cm가 넘는 포워드들이 즐비하다. 비시즌 연습경기 때는 염윤아(177cm)-강아정(180cm)-최희진(180cm)-김소담(184cm)-박지수(196cm)로 구성된 평균신장 183.4cm의 빅라인업을 실험하기도 했다. 평균 신장이 챔프전 파트너인 삼성생명의 주전 센터 배혜윤의 키(183cm)보다 높다.

하지만 KB가 높이의 장점을 잘 발휘하는 팀은 아니다. 리바운드를 비롯한 제공권, 그리고 상대적 신장 우위를 활용하는 농구는 박지수에게게 의존할 뿐, 다른 포지션에서는 오히려 높이의 장점보다 활동력과 스피드의 약점을 더 들어낸다.

하지만 항상 상대 수비 2명 이상을 끌고 다니는 박지수로 인해 외곽에서는 훨씬 수월한 찬스를 많이 만들어낸다. KB는 다른 어느 팀보다 외곽 찬스를 많이 만들 수 있으며, 실제로 3점 라인 밖에서의 오픈 찬스가 다른 팀보다 많이 생기는 팀이다.

이론적으로 매우 이상적인 농구가 가능하다. 대항마가 없는 박지수가 인사이드에서 상대 수비를 모아놓고 외곽 찬스를 열어주면서 쉽게 공격을 가져가고, 그 외곽포로 안쪽 수비가 엷어지면, 박지수의 가공할 높이가 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외곽이 터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상대보다 훨씬 쉬운 상황의 외곽 찬스가 숱하게 생겨나도 넣지 못하거나, 심지어 슛도 던지지도 못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자초한다. 외곽이 터지지 않으니 상대의 수비도 안쪽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답답한 경기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

KB는 최근 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겨울잠에 빠진 외곽슛이 좀처럼 터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올 시즌 KB는 경기당 6.8개의 3점슛을 성공했고, 3점슛 야투율은 30.03%다. 두 부문 모두 리그 3위다. 그렇게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 수치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용이한 상황에서 던지는 외곽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수치다.

특히 팀의 대표 슈터인 강아정이 4쿼터 승부처에서 빅 샷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어서 부진한 외곽에 보정 효과가 있을 뿐, 초반에 완벽한 기회의 슛을 놓치면서 어려운 경기를 자초한 것이 여러 차례다.

박지수가 입단하기 전부터 KB는 ‘양궁 농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팀이었다. 변연하, 강아정, 홍아란, 정미란은 물론 모니크 커리, 쉐키나 스트릭렌 등 외국인 선수도 외곽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서동철 감독이 맡았던 2013-14시즌부터 2015-16시즌까지 3시즌 동안 KB의 3점슛은 경기당 7.06개(1위), 31.63%(1위)로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이었다.

이런 팀에 ‘최고의 센터’ 박지수가 입단했다. 외곽의 비중은 줄어들겠지만,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빈도수가 줄어들며, 성공률도 함께 떨어졌다. 2016-17시즌 부진했던 KB의 외곽은 이듬해, 회복세를 보였고, 우승을 차지했던 2018-19시즌에는 많이 넣지는 못했지만(6.3개, 리그 4위), 높은 성공률(32.3%, 리그 2위)로 팀 공격에 숨통을 틔워줬다.

하지만 올해는 확률도 떨어지는 가운데, 필요할 때 터지는 3점슛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7일 펼쳐진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도 마찬가지.

KB는 전반 내내 7개의 3점슛을 던져 1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대부분이 완벽한 찬스였다.

삼성생명의 로테이션이 아무리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해도 경기 내내 외곽 찬스를 봉쇄할 순 없다. 초반부터 오픈 찬스가 생겼지만 KB의 3점슛은 영점이 맞지 않았다. 쉬운 찬스를 놓치니, 이후에는 기회가 와도 슛을 던지지 못하고 자신감 떨어진 플레이가 반복됐다.

반면 삼성생명은 김한별 혼자 4개의 3점슛을 적중시켰다. 수비를 달고도 김한별의 슛은 림을 갈랐다. 김한별의 호조 속에 삼성생명의 분위기는 동반 상승했다.

후반, KB는 심성영이 3개, 강아정이 2개의 3점슛을 성공했다. 의미 없는 득점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궁지에 몰려야 터지는 KB의 3점슛은 시즌 중에도 몇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날 KB의 3점슛 성공률은 31.3%. 경기의 흐름을 내주고 따라가는 상황에서 3점슛이 터지며 확률은 복원했지만, 초반 부진했던 외곽은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갈 수 밖에 없던 원인 중 하나였음을 부인 할 수 없다.

반면 정규리그에서 27.5%의 확률로 3점슛이 가장 부정확했던 삼성생명은 20개를 던져 8개를 성공(40%)했다.

박지수가 팀에 입단한 2016-17시즌 이후, 지난 시즌까지 KB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총 4번 치렀다. KB는 이 4번의 포스트시즌에서 3점슛 성공률에서 앞섰던 시리즈는 모두 이겼고, 밀렸던 시리즈는 모두 졌다.

* 2016-17 플레이오프 3점슛 성공률
KB 13.2%(5/38) VS 삼성생명 27.3%(9/33)

KB, 시리즈 전적 0-2 패

* 2017-18 플레이오프 3점슛 성공률
KB 35.1%(20/57) VS 신한은행 33.3%(18/54) 

KB, 시리즈 전적 2-1 승

* 2017-18 챔피언결정전 3점슛 성공률
KB 20.7%(12/58) VS 우리은행 37.5%(21/56)

KB, 시리즈 전적 0-3패

* 2018-19 챔피언결정전 3점슛 성공률
KB 34.0%(18/53) VS 삼성생명 32.9%(23/70)

KB, 시리즈 전적 3-0 승

이번 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

KB는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 외곽슛 대결에서 41개 중 14개를 성공(34.2%)해, 올 시즌 3점슛 1위였던 신한은행(13/45, 28.9%)보다 우위를 보였다. 두 경기 만에 플레이오프를 정리한 KB는 그러나, 막상 챔프전 1차전에서는 3점슛 성공률에서 밀렸고, 경기도 내줬다.

박지수가 버티는 인사이드의 높이가 KB의 가장 큰 무기지만,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외곽이 함께 터져줘야 한다.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난 5일이었다.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날 줄 모르는 KB의 3점슛이 각성하지 않는다면, KB의 챔프전은 앞으로도 험난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인포그래픽 =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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