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절대 1강’으로 평가 받았던 KB와 플레이오프가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던 신한은행. 이번 시즌, 전문가들의 예측을 가장 빗나가게 만든 두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시종 정규리그 1위를 다툰 만큼, KB의 확실한 우세를 예측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팽팽한 대결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았다. 그만큼 시즌 막바지의 모습은 KB가 좋지 않았고, 신한은행은 절정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리라는 기대가 있었고, 결국 시종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 끝에 KB가 60-55로 어렵게 첫 경기를 가져갔다. 하지만 팽팽한 점수와는 달리, 두 팀의 경기력은 플레이오프에 어울리기에는 실망스러웠다.

완급조절에 실패한 신한은행
사실 신한은행이 경기를 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초반부터 다양한 변칙수비를 보여줬고, 빠른 트랜지션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풀코트 맨투맨 프레스로 상대의 볼 핸들러를 압박하면서 백코트로 내려오던가, 하프코트 존 프레스로 상대 공격시간을 지연시켰다. 기습적인 트랩으로 턴오버를 유발시키기도 했다.

가장 골치아픈 상대인 박지수에 대한 대응도 좋았다. 박지수의 포스트 공격에 대한 트랩 수비, 그리고 2대2 스크린 앤 롤 플레이에서 롤을 시도하는 박지수에게 투입되는 볼을 반대쪽 헬퍼가 트랩을 기다리지 않고, 스틸을 노리는 타이밍을 잡으면서 KB의 패스 미스를 유도했다.

스피드에 약점이 있는 KB를 상대로 경기 템포 자체를 빠르게 가져가며, KB의 흐름을 공수에서 모두 망가뜨렸다.

하지만 신한은행도 이 과정에서 완급조절에 실패했고, 경기 후반, 급격한 체력저하로 상대에게 경기를 내줬다. 아이러니하게도 KB의 많은 턴오버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본다.

KB는 전반에만 15개의 턴오버를 기록했다. 역대 WKBL 플레이오프 전반 최다 턴오버의 불명예다. KB는 경기 내내 21개의 턴오버를 범했다.

전반, 완벽해 보인 신한은행의 준비된 수비로 유발된 상대의 턴오버는 바로 속공으로 연결했고, KB가 범한 많은 턴오버 탓에 신한은행은 오히려 상대보다 공수에서 쉴 새 없이 달려야 했다.

경기 템포에는 계속 가속도가 붙었고, 오히려 신한은행도 당황했다. 상대의 볼을 빼앗아 왔지만, 자신들도 턴오버로 공격 기회를 놓쳤다. 신한은행의 턴오버도 늘어났다. 속공 8개를 시도해 6개를 실패한 신한은행은 전반 9개 포함, 15개의 턴오버를 범했다.

경기 주도권을 장악한 신한은행이 경기 전체의 흐름과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막상 점수차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던 이유다.

최종무기 박지수
그리고 KB에는 박지수가 있었다. 졸전 속에도 박지수는 23점 2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역대 두 번째로 20-20을 작성했다.

경기 초반, 박지수는 좋지 않았다. 신한은행의 강력한 수비에 묶였고, 좀처럼 볼을 잡지도 못했다. 효과적인 트랩 디펜스에 묶이며 첫 득점을 올리기 전까지 수없이 턴오버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피지컬을 활용해 신한은행을 공략했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제공권이다. 신한은행의 이날 리바운드는 27개. 박지수가 혼자 잡은 리바운드 수와 같다. 9개의 턴오버를 범한 것은 아쉽지만, 박지수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특히, 박지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발 더 뛰는 농구가 필요한 신한은행이 체력적인 부담을 보이자 박지수의 위력은 더 커졌다. 체력이 같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피지컬에서 압도적인 박지수를 이길 수 없다.

신한은행의 김단비는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15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 경기 초반, 팀플레이 전체를 아우르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지만, 체력이 떨어지자 김단비도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김단비는 승부처였던 4쿼터에 2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점슛 2개, 2점슛 3개를 놓쳤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몰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2차전은?
여전히 백코트 수비만으로는 신한은행에 승산이 없다고 본다. 베테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이 체력 소모가 높은 전술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신한은행은 1차전 같은 변칙 수비를 펼칠 것이다. 앞 선의 볼 맨을 압박하여 스코어링 에어리어에서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포스트와의 거리를 길게 해 박지수를 향하는 볼 투입을 방해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1차전에서 결국 이기지 못했다. 체력 소모의 한계도 나타났다. 게다가 기습적이었던 신한은행의 이러한 수비법을 KB도 인지했기에, 같은 상황이 1차전만큼 용이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공격에서도 더 다양한 루트가 나와야 한다. 한엄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엄지는 1차전에서 박지수를 외곽으로 끌어내고, 빈 공간으로 이동하는 볼 없는 움직임이 좋았다.

전체적으로는 3점슛의 정확도도 더 높여야 한다.

1차전에서 신한은행은 23개의 3점슛을 시도해 7개를 성공했다. 30.4%의 성공률이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신한은행이 정규리그에서 KB를 이길 때는 3점슛 성공률이 거의 40%에 육박했다. 외곽슛이 이렇게 터지지 않으면 신한은행이 원하는 농구가 펼쳐지기는 쉽지 않다.

외곽에서 미쳐주는 선수가 필요하다. 정규리그때는 한엄지나 김아름이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1차전에서 득점이 저조했던 한채진이나 이경은의 지원도 필요하다.

KB는 턴오버를 줄여야한다.

일단 상대의 압박 수비를 견뎌내고 싸우면서, 공격자 스스로가 공간 확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 수비가 원하는 대로 공격을 가져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비에서도 상대가 자신들이 원하는 타이밍에 슛을 던지도록 둬서는 안 된다. 1차전에는 이런 상황이 많았다. 자신들이 원하는 타이밍에 슛을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확률로 이어지게 된다.

KB와 상대하는 팀들은 기본적으로 공간을 넓게 쓰면서 박지수의 움직임을 크게 만들어 주거나, 스위치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공략한다. 이에 대한 보완이 리그 후반기부터 지금까지도 확실하게 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앞 선 수비자들이 1대1 수비로 어느 정도 커버를 해 줘야 한다. 다른 선수들의 수비가 뚫려 박지수가 헬프를 가는 상황도 줄여야 한다.

2차전 키 플레이어
이번 시즌 개막 이전부터 KB의 우승에 가장 큰 열쇠를 쥔 선수는 김민정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이번 시즌, 김민정은 기대에 못 미친다. 자신의 찬스에 슛을 던지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볼을 잡은 후 빠른 결정이 안 되고, 가끔 코트 위에서 집중력을 잃고 멍하게 있을 때도 있다. 이전까지 김민정이 보여줬던 성실하고 좋은 플레이보다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는 점은 안타깝다.

김민정은 1차전에서 35분 27초를 뛰며 9점 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김민정의 활약 여부는 2차전 한 경기가 아니라, KB의 남아있는 시리즈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신한은행은 1차전에서 김애나를 13분가량 투입 시켰다. 김애나에게는 플레이오프에서 조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데,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김애나는 여전히 볼을 잡으면 기대감이 생기는 선수다. 하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저돌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장점이지만, 이런 큰 경기에서는 조금 더 침착하고 노련한 완급조절이 필요 하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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