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이학철 기자] 필라델피아가 마지막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시즌은 1982-83시즌이다. 당시 모제스 말론, 줄리어스 어빙 등을 앞세운 필라델피아는 파이널에서 레이커스를 물리치며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이후 38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필라델피아는 단 한 차례도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파이널에 진출한지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 필라델피아가 이번 시즌 기회를 맞았다. 현재까지 19승 10패의 성적으로 동부 컨퍼런스 1위. 과연 필라델피아는 긴 암흑기를 빠져나와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에 입맞춤할 수 있을까.
과감한 변화, 대성공?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는 43승 30패의 성적으로 동부 컨퍼런스 6위에 머물렀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1라운드 무대에서 보스턴을 만나 스윕을 당하며 조기 탈락을 맛봤다.
냉정히 말해 필라델피아의 지난 시즌은 처절한 실패였다. 그런 그들은 오프시즌 엄청난 변화를 단행했다. 휴스턴과 결별을 선언한 대릴 모리를 곧바로 팀의 새로운 사장으로 불러들였고, 브랫 브라운을 대신해 클리퍼스를 떠난 닥 리버스를 새로운 감독으로 불러들였다.

여기에 로스터 역시 큰 변화를 단행했다. 우선 벤 시몬스, 조엘 엠비드, 토바이어스 해리스 등 코어는 온전히 지켰다. 휴스턴과 불화를 겪던 제임스 하든의 유력한 행선지로 손꼽히기도 했으나 결국 시몬스를 지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엠비드와 동선이 겹치던 알 호포드를 오클라호마시티로 떠나보내며 정리했고, 조쉬 리차드슨 역시 댈러스로 보냈다. 반대급부로 영입한 선수들은 대니 그린, 세스 커리 등 슈팅에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 또한 드와이트 하워드를 FA 시장에서 잡는데 성공하며 부상이 잦은 엠비드의 보험을 확실히 들었다.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는 처참한 외곽슛 능력을 보였던 팀이다. 경기 당 3점슛 시도가 31.6개로 리그 22위에 그쳤고, 3점슛 성공 개수도 11.6개로 평균 이하(19위)였다. 팀 내에서 경기 당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킨 선수가 2.0개의 퍼칸 코크마즈. 기대를 모았던 리차드슨은 1.5개를 34.1%의 확률로 넣는데 그쳤다.
슛이 아예 없는 선수인 시몬스를 지키기로 한 이상 슈팅 능력을 갖춘 자원의 영입은 필수였다. 그런 점에서 커리와 그린의 영입은 팀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됐다.
새롭게 합류한 두 선수는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린은 경기 당 2.2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팀 내 1위다. 성공률은 37.5%. 여기에 커리의 경우 경기 당 2.1개를 무려 47.9%의 확률로 꽂아 넣고 있다. 수비수가 6피트 이상 떨어진 와이드오픈 상황에서는 무려 52.4%의 3점슛 성공률을 보이고 있는 커리다. 시몬스의 부족한 슈팅 능력을 보완해줄 자원으로는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또한 리버스 체제의 필라델피아는 공격 전개 과정에서 지난 시즌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브라운 감독 하에서 필라델피아는 활발한 볼 움직임을 가져간 이후 캐치 앤 샷의 비중이 높은 팀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28.9회를 시도하며 리그 4위. 이런 가운데 마땅한 슈터가 없으니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이번 시즌 리버스 감독은 캐치 앤 샷 비중을 유의미하게 떨어뜨렸다. 현재까지 필라델피아는 경기 당 23.7회의 캐치 앤 샷을 시도하며 리그 25위에 머물고 있다. 대신 리버스 감독은 돌파 비중을 증가시켰다.
2018-19시즌 필라델피아는 돌파 이후 시도한 야투의 성공률이 50.3%로 리그 3위였다. 지난 시즌에도 48.2%로 평균 이상의 수치를 유지했다. 그러나 돌파 빈도는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2018-19시즌 37.4회로 28위, 2019-20시즌에는 40.2회로 26위에 그쳤다.
이런 비중이 이번 시즌에는 달라졌다. 현재 필라델피아는 경기 당 44.2회의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리그 21위로 여전히 평균 이하이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해 4회 가량 증가했다. 성공률은 50.3%로 리그 8위. 여전히 최상위급 효율을 뽐내고 있다.
정리하면, 리버스 감독의 필라델피아는 캐치 앤 샷 비중을 줄이는 대신 리그 최상위급 효율을 뽐내던 돌파 비중을 증가시켜 효과를 보고 있다. 부족한 외곽슛은 새롭게 합류한 커리와 그린이 책임지고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19승 10패로 동부 컨퍼런스 선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필라델피아다.
*필라델피아의 캐치 앤 샷&돌파 비중 변화*
2019-20시즌 – 캐치 앤 샷: 28.9회(4위) / 돌파: 40.2회(26위)
2020-21시즌 – 캐치 앤 샷: 23.7회(25위) / 돌파: 44.2회(21위)

수비, 그리고 클러치
화끈한 공격 농구는 언제나 팬들을 흥분시킨다. 그러나 결국 팀의 우승을 이끄는 것은 수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필라델피아가 보여주고 있는 수비 능력은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다.
시몬스와 엠비드, 여기에 해리스까지. 평균 이상의 수비수들이 주축이 된 필라델피아는 기대대로 뛰어난 수비력을 선보이며 다른 팀들을 압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필라델피아의 경기 당 실점은 111.7점. 리그 12위의 수치다. 더 놀라운 점은 이번 시즌 필라델피아는 경기 페이스 수치에서 101.98을 기록하며 리그 5위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경기 페이스가 빠르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상대에게도 공격 기회를 많이 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라델피아는 이번 시즌 상대 팀들에게 경기 당 89.5회의 야투 시도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리그 21위의 수치. 공격 기회를 많이 내주면 실점 비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시즌 페이스가 가장 빠른 워싱턴(104.40)은 119.5실점으로 리그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는 빠른 페이스에도 불구하고 상대 실점을 최소화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를 보면 필라델피아의 수비 능력을 더욱 도드라지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필라델피아는 109.1의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를 기록하며 리그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요한 순간 필라델피아의 단단한 수비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이번 시즌 쿼터 별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를 살펴보자.
*필라델피아의 쿼터 별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
1쿼터: 104.7(4위)
2쿼터: 117.0(24위)
3쿼터: 112.0(16위)
4쿼터: 102.4(2위)
이를 보면 필라델피아는 가장 중요한 경기 시작(1쿼터)와 마무리(4쿼터)에서 더욱 뛰어난 수비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48분 내내 동일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베스트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할 때 더욱 중요한 순간이라고 여겨지는 1쿼터와 4쿼터 기록이 뛰어난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클러치 상황에서도 필라델피아의 수비 능력은 빛을 발한다. 이번 시즌 필라델피아는 총 15차례의 클러치 상황을 맞이했는데 여기서 기록하고 있는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는 81.8로 리그 전체 1위다.
클러치 상황에서 수비로 상대를 완전히 잠궈 버리는 것은, 곧 승리로 귀결된다. 이번 시즌 필라델피아는 클러치 상황에서 12승 3패를 기록하며 무려 80%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레이커스, 포틀랜드와 함께 리그 1위의 수치다.
필라델피아의 이러한 클러치 경쟁력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사실상 플레이오프는 매 경기가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리그 최상급의 클러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필라델피아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이다.

필라델피아가 극복해야 할 3가지 과제
1. 과도하게 높은 시몬스와 엠비드 의존도
필라델피아를 이끌고 있는 두 코어는 벤 시몬스와 조엘 엠비드다. 이들이 함께 뛸 때의 필라델피아는 무적에 가까운 팀이다. 이번 시즌 시몬스와 엠비드가 동시에 코트에 들어선 경기는 20경기. 여기서 필라델피아는 무려 17승을 쓸어 담고 있다.
문제는 둘 중 한 선수라도 빠졌을 시 발생한다. 시몬스는 이번 시즌 4차례 결장했는데 해당 경기들에서 필라델피아는 1승 3패를 기록하고 있다. 엠비드가 빠진 경기들은 더 심각하다. 6경기에서 1승 5패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엠비드와 시몬스 중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될 시 급격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팀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둘 모두 건강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엠비드는 51경기 출전에 그쳤고 시몬스 역시 57경기만을 나섰다. 만약 중요한 시기에 둘 중 한명의 공백이라도 발생할 시 필라델피아의 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될 확률이 크다.
*시몬스와 엠비드에 대한 의존도*
둘 모두 출전: 17승 3패
시몬스 결장: 1승 3패
엠비드 결장: 1승 5패

2. 우승 경쟁권 팀들의 강세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의 필라델피아는 충분히 강하다. 동부 컨퍼런스 1위의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다른 팀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결국 우승을 위해서는 이들을 모두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에 위협적인 팀들의 존재는 필라델피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우선 같은 동부 컨퍼런스에서는 브루클린의 강세가 돋보인다. 기존 카이리 어빙, 케빈 듀란트의 원투펀치에 트레이드로 제임스 하든까지 합류하면서 브루클린은 리그 최고의 폭발력을 갖춘 팀으로 거듭났다. 수비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공격력으로 상대 팀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서부 컨퍼런스에도 위협적인 존재는 넘친다. 우선 디펜딩 챔피언인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와 앤써니 데이비스의 코어를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데니스 슈로더, 몬트레즐 해럴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더욱 살찌웠다. 르브론은 이번 시즌 MVP 후보로 언급되며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최근 데이비스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쓰러진 것이 변수가 될 수 있으나, 결장 공백은 길지 않을 예정이다.
여기에 서부에는 유타라는 리그 최고의 팀이 군림하고 있다. 최근 유타의 페이스는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9연승을 질주하고 있으며 직전 21경기에서 무려 20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야말로 패배를 잊은 쾌속질주다. 환상적인 볼 움직임과 리그 최고 수준의 3점슛을 무기로 한 유타의 저력 역시 상당히 위협적이다.

3. 원정 승률
원정 승률 역시 필라델피아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비단 이번 시즌 뿐만이 아니라 지난 시즌, 지지난 시즌에도 필라델피아는 원정 승률이 좋지 않은 팀이었다. 2018-19시즌에는 원정에서 20승 21패를 기록했고 2019-20시즌에는 12승 26패로 처참히 무너졌다.
이번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까지 필라델피아는 원정에서 7승 8패에 그치고 있다. 홈에서 12승 2패를 기록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다.
모든 경기를 홈에서 치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거기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더욱 강한 상대들을 원정에서 마주해야 한다. 홈에서 거두고 있는 성적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원정 경기력은 유지해야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는 필라델피아다.
*최근 3시즌 필라델피아의 홈/원정 성적*
2018-19시즌: 홈 31승 10패, 원정 20승 21패
2019-20시즌: 홈 31승 4패, 원정 12승 26패
2020-21시즌: 홈 12승 2패, 원정 7승 8패
*이번 시즌 필라델피아의 홈/원정 경기력*
홈(12승 2패): 평균 118.4득점, 득/실점 마진 +6.0점, 야투율 49.5%, 3점슛 37.8%(11.9개 성공)
원정(7승 8패): 평균 111.1득점, 득/실점 마진 +0.0점, 야투율 46.7% 3점슛 34.4%(9.0개 성공)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