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이학철 기자] ‘야수’ 블레이크 그리핀의 모습이 완전히 실종됐다.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던 시절, 그리핀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덩커였다. 엄청난 탄력을 이용해 림을 부셔버릴 기세로 파워풀한 덩크를 꽂아대던 그리핀은 수없이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내던 대괴수와도 같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 그리핀의 이러한 야수와도 같은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덩크 횟수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현재까지 20경기에서 총 626분을 뛴 그리핀의 덩크 시도 횟수는 ‘0’이다. 데뷔 시즌이던 2010-11시즌 242회를 시도했던 덩크를 이번 시즌에는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그의 마지막 덩크는 2019년 12월 7일(이하 한국시간) 인디애나와의 경기에서 2쿼터 막판 기록한 덩크다.
*블레이크 그리핀의 데뷔 시즌과 이번 시즌 덩크 시도*
데뷔 시즌(2010-11시즌) - 총 야투 시도: 1,376회 / 덩크 시도: 242회(성공 214회)
이번 시즌(2020-21시즌) - 총 야투 시도: 222회 / 덩크 시도: 0회(성공 0회)

덩크뿐만이 아니다. 현재 그리핀은 골밑에 들어가기를 극도로 꺼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뷔 시즌 그는 1,376회의 야투 중 983회의 야투를 페인트-존 내에서 시도했다. 클리퍼스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보낸 마지막 시즌이던 2016-17시즌에도 971회의 야투 중 533회가 페인트-존 안에서의 야투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222회의 야투 중 페인트-존 내의 야투는 78회에 불과하다.
대신 그리핀은 3점 비중을 크게 늘렸다. 데뷔 시즌 단 24회의 3점슛을 시도했던 그는 이번 시즌 벌써 124개의 3점슛을 쐈다. 현재 그리핀이 시도하고 있는 야투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이 바로 이 3점슛이다. 문제는 효율이 전혀 없다는 것. 현재까지 그의 3점슛 성공률은 31.5%에 그치고 있다.
*그리핀의 야투 시도*
2010-11시즌 – 페인트-존: 983회(비중: 71.4%) / 3점슛: 24회(비중: 1.7%)
2016-17시즌 – 페인트-존: 533회(비중: 54.8%) / 3점슛: 113회(비중: 11.6%)
2020-21시즌 – 페인트-존: 78회(비중: 35.1%) / 3점슛: 124회(비중: 55.8%)
다시 말해, 현재 그리핀은 골밑에서의 공격 시도를 극단적으로 꺼리고 3점슛을 많이 던지고 있지만 3점슛 효율은 형편없는 파워포워드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그가 기록하고 있는 성적은 12.3점 5.2리바운드 3.9어시스트. 야투율은 36.5%다. 평균 득점의 경우 자신의 커리어-로우 수치다.
불과 2시즌 전인 2018-19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던 그리핀이다. 당시 그리핀은 평균 24.5점으로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찍었고, 7.5개의 리바운드와 5.4개의 어시스트를 곁들이며 올스타 선정과 ALL-NBA 써드 팀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당시에도 그리핀의 3점슛 비중은 경기 당 7.0개로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성공률이 36.2%로 나쁘지 않았고 총 1,341개의 야투 중 페인트-존에서 714개를 시도, 53.2%의 비중을 가져가며 지금처럼 극단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전성기에서 내려오기는 아직 이른 나이인 89년생 파워포워드의 기량을 앗아간 것은 결국 부상이다. 데뷔 전부터 무릎 부상으로 1시즌을 통째로 쉴 정도로 무릎 부상에 대한 이슈가 있던 그리핀은 선수 생활 내내 무릎 부상과 싸워왔다.
그리고 그는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8-19시즌 막판 또 다시 무릎 부상을 당한 후 플레이오프에서 무리하게 복귀했다. 결국 이 때의 결정이 그의 급격한 내리막의 시작점과도 같았다. 지난 시즌에도 내내 부상 여파에 시달리며 단 18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이번 시즌 장점이 완전히 사라진 선수가 되어 코트를 누비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야수와도 같이 코트를 휘젓고 다니던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디트로이트는 그리핀을 처분하기 위해 픽이나 유망주를 얹어서 트레이드를 시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섣불리 속단하기는 이르다. 과연 그리핀은 다시 반등에 성공해 코트 위에서 멋지게 포효할 수 있을까.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