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18일(한국시간) 2016 리우올림픽 남자농구 8강전이 열렸다. 호주와 미국, 스페인이 각자 시원한 승리를 거두고 웃었다.
[2016 리우올림픽 남자농구 8강전 결과]
호주 90-64 리투아니아
스페인 92-67 프랑스
미국 105-78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 vs 세르비아
※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간의 경기 승자가 호주와 4강전에서 대결한다.
미국과 스페인이 또 만났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미국과 스페인은 이번 대회 4강에서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다.
그런데 두 팀의 이번 대회 행보가 다소 비슷하다. 미국과 스페인은 조별예선에서 다소 고전했으나, 8강전에서는 쉽게 승리를 거뒀다.

★ 해이! 해이! 해이!
미국은 예선 첫 두 경기에서 대승을 거뒀다. 중국전에서 119-62, 베네수엘라전에서 113-69로 승리했다. 단 한 번의 위기조차 겪지 않은 완벽한 낙승이었다.
그런데 이후 세 경기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98-88로 승리하긴 했지만, 경기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다. 세르비아전에서도 천신만고 끝에 94-91로 신승했다. 프랑스전 역시 100-97로 간신히 이겼다.
생각해보면, 미국 대표팀은 상당히 안일한 마음으로 이번 올림픽에 임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 다섯 경기에서 모두 압승을 거둔 탓에 다소 긴장의 끈을 풀었던 것 같다.
미국 선수들은 최근 리우데자네이루 관광을 다니고 있다. 몇몇 선수들이 스파인 줄 알고 성매매업소에 들어가는 해프닝이 일어나는가 하면, 각종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선수촌 대신 초호화 유람선에서 생활하며, 최근에는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비치발리볼을 즐기기도 했다. 카멜로 앤써니처럼 현지 아이들과 어울려 길거리 농구를 즐기는 선수도 있다.
'정신력'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어쨌든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순전히 올림픽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분명 낭만과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들이 조별예선에서 고전했던 것은 그래서 더 고마운 일이었다. 풀어진 마음가짐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팀의 수장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 역시 호주전 신승 이후 "(고전한 것은) 우리에게 명백히 좋은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무적함대, 부활?
'무적함대'로 불리는 스페인 역시 힘들게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첫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B조 최하위로 처지기도 했다. 스페인은 크로아티아와의 첫 경기에서 70-72, 브라질전에서 65-66으로 석패하며 수렁에 빠졌다.
대회 최약체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전도 결코 쉽지 않았다. 심지어 3쿼터까지 65-66으로 뒤지기도 했다. 스페인은 경기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서야 96-87로 간신히 나이지리아를 따돌릴 수 있었다.
세 차례의 예방접종을 끝낸 스페인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난적' 리투아니아를 109-59, 50점차로 압도해버린 것. 모든 것이 잘 풀린 그야말로 완벽한 경기였다. 스페인은 지난 2015 유로바스켓 결승전에서도 리투아니아를 80-63으로 제압한 바 있다.
기세가 오른 스페인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를 92-73으로 물리쳤다. 첫 세 경기에서 매우 고전한 뒤, 나머지 두 경기는 손쉽게 승리했다. 조별리그 초반의 고전이 약이 된 결과였다.
이날 열린 8강전도 다르지 않았다. 스페인은 프랑스를 92-67로 꺾었다. 초반부터 앞서나간 뒤 큰 위기 없이 이겼다. 리투아니아, 아르헨티나, 프랑스 등 세계의 농구강호들을 차례로 제압한 것이었다.
한편, 스페인은 2015 유로바스켓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조별리그에서 3승 2패로 고전하는 등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으나, 결국 최종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이쯤 되면 '슬로우 스타터' 기질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 비슷했던 8강전
미국과 스페인은 이날 8강전에서 나란히 완승했다. 미국은 아르헨티나에 27점차, 스페인은 프랑스에 25점차 낙승을 따냈다. 그런데 이들의 경기 양상도 상당히 유사했다.
미국은 이날 압도적인 벤치 생산력을 보였다. 105점 중 무려 50점이 벤치에서 나왔다. 아르헨티나의 벤치 득점은 고작 16점에 불과했다. 벤치 싸움에서 상대가 안 됐다. 폴 조지(17점 8리바운드)와 드마커스 커즌스(15점 2리바운드)는 양 팀의 벤치 타임을 지배했다.
스페인 역시 프랑스를 벤치에서 압도했다. 스페인의 벤치 득점은 무려 42점으로, 프랑스의 25점보다 17점이나 많았다. 파우 가솔의 백업 센터 윌리 헤르난고메즈는 12개의 야투 중 9개나 넣으며 18점을 기록, 프랑스의 골밑을 초토화했다.
페인트존 장악력도 비슷하다. 미국은 50점을 아르헨티나의 페인트존에서 뽑아냈다. 이는 아르헨티나보다 12점 더 많은 것이었다. 스페인 역시 프랑스보다 12점 더 많은 38점을 페인트존에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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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방접종은 끝났다!
8강전으로 보니, 미국과 스페인의 경기력이 본 궤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이들이 방심해서 패하거나 고전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단, 불안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아직 수비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았다. 공격에서는 선수들의 개인능력에 의존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수비는 그렇지 않다. 이에 미국은 8강전에서 드마커스 커즌스 대신 디안드레 조던을 선발 센터로 기용하는 등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그간 스페인의 문제는 파우 가솔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두 경기에서는 이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아르헨티나전에서는 루디 페르난데즈(23점 3점슛 4/5)가, 프랑스전에서는 니콜라 미로티치(23점 3점슛 5/8)가 시원하게 터졌다. 계속 이렇게 누군가는 가솔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두 팀은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 결승전에서 마주쳤다. 결과는 두 번 모두 미국의 우승. 과연 이번 4강전에서는 스페인이 설욕할 수 있을까. 아니면 미국이 또 한 번 스페인을 침몰시킬 것인가. 이제 예방접종은 끝났다. 팬들의 관심이 두 팀의 4강전에 쏠리고 있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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