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박상혁 기자] ①편에 이어...
Q. 앞으로 B.리그와의 교류에 대해 어떤 플랜을 정립하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A. 우여곡절 끝에 아시아쿼터제가 시행됐고 그 결과 나카무라 타이치 선수가 현재 DB 유니폼을 입고 일본인 최초로 KBL에서 뛰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타이치 선수밖에 없지만 우리 선수들도 일본에 많이 진출하면서 교류가 더욱 늘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마다 신지 씨가 지난해 7월부터 신임 총재가 됐는데 난을 보내면서 축하의 뜻을 전했습니다. 시마다 씨가 총재가 돼서 든든하기도 하고 한일 교류에 있어서 허심탄회하게 더 확대될 수 있도록 하자고 합의도 했죠.
실무진들끼리는 연결 고리를 갖고 있으니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서로 교차 방문을 하고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처음 시작때보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얼마 전 국내 우수 엘리트 선수를 선발해 미국 IMG아카데미로 보내는 프로젝트를 시행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구상하고 실천에까지 옮기게 됐는지요.
A. 제가 유럽농구 연수차 스페인에 가 현지 바르셀로나 구단의 유소년 담당 디렉터와 이야기를 했는데 그쪽은 유소년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기준과 육성하는 시스템이 아주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핵심은 유소년 선수를 선발할 때 경기력만 보는 게 아니라 해당 선수의 학교생활, 친구, 인간 관계, 가정 환경 등을 전부 수집해서 경기력 외에 인성까지 파악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기왕에 엘리트 유망주나 유소년선수를 선발할 때면 심사위원들에게 인터뷰를 여러 차례 해서 그 선수들이 나중에 프로선수가 됐을 때 공인으로서 사회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현지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돼서 돌아왔을 때 플러스 알파가 많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이번에 가는 친구들은 비록 2개월 밖에 있다오지 못하지만 현지에서 기초는 어떻게 배우고 인간관계는 어떻게 쌓으며 학업은 어떻게 병행하는지 등을 보고 느끼고 와서 돌아온다면 그 파급 효과가 상당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때문에 선뜻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끝까지 추진할 수 있던 계기가 있다면
A. 이번에 두 선수가 가는데 총 8,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이것도 문체부 예산이 아닌 KBL 자체 예산으로 편성을 했지요. 큰 액수지만 우리가 다른 비용을 아끼고 절약해서 확대하자는 측면에서 보냈습니다.
지금 10개 구단 선수가 180명인데, 이렇게 미국에 1년에 2명씩 보낸다고 하면 10년이면 20명이고 여력이 되서 3~4명을 보낸다면 한 3~40명이 되죠. 이렇게 미국농구를 경험한 선수들이 KBL에서 뛴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리그의 질적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소년 선수 육성이 말 그대로 백년대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에 없는 살림임에도 불구하고 보낸 건 제가 이렇게 먼저 일을 저질러놔야 후임 총재님이 오셔서도 계속 이어가지 않겠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미래를 보고 하는 투자이니 이어가주시리라 생각하고 유소년 육성팀에도 어떤 분이 총재로 오셔도 이 부분은 잘 보고하고 설명해서 관철해나가라고 지시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Q. 2020-2021시즌이 개막돼 어느덧 중반에 이르렀습니다. 올 시즌은 어떻게 지켜보고 계신지요?
A. 다른 것보다 국내선수들의 경기 품질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외국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특히 높이의 문제에 있어서는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죠.
단,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은 외국선수 한 명이 잘한다고 이기는 팀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국내선수들이 앞선에서 잘해주고 호흡이 조화로워야 이기지 외국선수 한 명이 특출나다고 이기는 것은 요즘 별로 못 봤습니다. 그만큼 국내선수들의 경기력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계속 끌고 나가고 유망주들이 성장해 7~8년 후에 리그에 들어오면 KBL이 어떻게 될까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Q. 구단별로 자율적으로 유무관중 여부를 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단별로 반대 의견 같은 건 없었는지요.
A. 관중 부분은 각 구단에 자율적으로 맡긴 상태입니다. 아시다시피 수도권은 2.5단계이기 때문에 무관중으로 치르고 있고 2단계여서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지방 구단은 10% 정도로 유관중으로 치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KBL에서 어떤 하나의 의견으로 통일해서 나갈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왜 통일시키지 않느냐, 10%의 관중을 받게 되면 경기 운영 비용이 더 들어간다 등등의 의견이 있긴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자율에 맡겼습니다. 정부의 시책 때문에 못하는 구단은 무관중으로 하고 여력이 되고 단 한 명의 팬이라도 수용하기 원하는 구단은 하게끔 했죠.

Q. KBL의 가장 큰 현안으로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포기한 전자랜드 농구단에 대한 매각 작업이 있습니다. 어떤 기업들과 접촉을 했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A.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연맹 사무국에도 이야기했지만 KBL의 기본 방침은 ‘전자랜드의 인수 구단을 찾아야 한다’입니다. 사실 오늘 인터뷰 시간을 30분 정도 늦춘 것도 협상 대상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협조를 구하느라 그런 겁니다.
저도 그렇고 사무국 역시 열심히 노력중이지만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다들 어려워서 쉽지는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노력은 해야죠. 그리고 안됐을 때의 대안도 마련하라고 했습니다만, 기본 전제는 인수 주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지금은 이 정도로만 답하겠습니다.
Q. 총재로서 치르는 마지막 시즌입니다. 어떤 마무리를 짓고 싶은지 알려주십시오.
A. 앞서 언급했지만 다른 것보다 리그를 끝까지 치르자라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총재 임기를 생각하면 처음 왔을 때 제가 있는 동안 뭘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회사와 같이 연맹의 관리 조직과 시스템만 갖춰놓는다면 그걸로 나는 성공이라고 생각을 하고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KBL의 시스템이나 조직은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관리만 잘 해나가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죠. 어떤 조직이든 일하는 건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사기를 먹고 사는 존재니 (사기를) 죽이지 말고 북돋워줘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직원들 사기를 올려주고 일하게끔 해줘야 합니다.
Q. 총재에서 물러나시면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옛날처럼 자연인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웃음) 회사를 다닐 때는 30년 동안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일을 하느라 가정에 소홀히 했습니다. 그러다 은퇴를 하고 잘 쉬던 가운데 KBL에 오게 됐죠. 그러면서 같이 놀러 다니던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이 깨지게 됐습니다. 돌아가면 모임도 복원을 하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이제는 오롯이 내 시간을 갖고 주변 사람에게 베풀면서 살다가 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혹시 총재를 연임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A. 처음 제가 올 때도 총재사를 10개 구단이 돌아가면서 하기로 한 것이니 정해진 원칙에 맞춰서 따라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제가 이렇게 세팅을 해놓고 나가면 후임으로 누가 오시든 기업에서 추천을 받아서 온다면 관리 방식이 똑같기 때문에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질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연임은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여겨집니다.

Profile
이름 : 이정대
생년월일 : 1955년 10월 27일생
출신교 : 대전상고(현 우송고)-충남대
주요 경력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본부장, 부사장
현대자동차 기획조정담당 사장
현대자동차 경영기획담당 부회장
현대모비스 부회장
KBL 총재(2018년 7월 ~ 현재)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KBL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