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원석연 기자] 2021년, 오늘날 LA 레이커스와 올랜도 매직은 르브론 제임스와 니콜라 부세비치의 팀이지만, 그럼에도 유튜브에 ‘Lakers vs Orlando’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얼굴은 코비 브라이언트와 맷 반스의 모습이다.
2010년 3월에 열린 경기로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이 더 된 경기 영상인데, NBA와 코비를 모르는 사람들도 인터넷 어디선가 봤을 아주 유명한 ‘볼 페이크’ 신경전이 있던 경기다.
코비의 레이커스와 드와이트 하워드의 올랜도가 서부와 동부를 대표하던 시대였다. 바로 직전 시즌인 2009 파이널에서 혈전을 펼쳤던 양 팀은 이날 경기 역시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특히 코비와 맷 반스의 신경전은 경기 내내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전반 내내 몇 번의 팔꿈치를 동반한 더티 플레이로 합을 겨룬 이들의 감정은 후반 들어 더욱더 격해졌다. 3쿼터 시작과 함께 주심은 더블 테크니컬 파울로 이들에게 한 차례 경고장을 날렸으나, 어째 이들의 승부욕은 시간이 갈수록 더 불타올랐다.

“시즌이 끝나가는 무렵 열렸던 경기였어요. 우리는 동부 가장 높은 곳에 있었고, 제 생각에 아마 레이커스도 서부 1위를 달리고 있을 거예요. 거의 플레이오프 경기나 다름없었죠.” 반스가 훗날 토크쇼에 출연해 당시 경기를 회상했다.
“왜, 코비가 평소에 하던 것들 있잖아요. 팔꿈치라든지 트래쉬 토크라든지 유니폼을 잡거나 혹은 꼬집거나… 덕분에 우리는 격렬해졌죠.”
올랜도가 59-55로 앞서고 있던 3쿼터 8분 29초가 남은 때였다. 반스는 골대 밑 베이스라인에서 인바운드 패서로 나섰는데, 그의 앞에 코비가 섰다. 심판이 휘슬과 함께 반스에게 공을 건넸고 이때 반스가 공을 코비의 얼굴에 던지려는 돌발 행동을 했다. 그러나 코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이는 훗날 코비의 맘바 멘탈리티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남게 된다.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반스가 말을 이어갔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그때 경기장 전체를 둘러보고 있었어요. 잘라 들어오는 빈스 카터에게 패스하려고 했죠. 심지어 코비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있었어요. 뭐,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에게 공을 던지는 척을 했죠.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더라고요. 마치 킬러 같았어요.”
이후 반스는 그해 여름 FA가 됐다. 데뷔 후 7년 동안 이미 7개 팀을 전전했던 그는 올랜도에 남고 싶었지만, 당시 올랜도를 지휘하던 스탠 밴 건디 감독은 반스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이때 반스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우리는 그때 컨퍼런스 결승에서 보스턴에 졌어요. 레이커스는 보스턴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죠. 그때 코비에게 전화가 왔어요. ‘이봐, 너 레이커스에 올 생각은 없어?’하더군요. 제가 웃으며 대답했죠. ‘나는 평생을 레이커스 팬으로 자랐는데?’라고요.”
반스의 웃음소리를 들은 코비가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
“나를 그렇게 엿 먹일 수 있을 정도로 미친놈이라면, 넌 아마 나랑 함께 뛸 수 있을 정도로 미친놈일 거야.”
4일 뒤 반스는 레이커스와 계약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NBA 경기 화면 캡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