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제임스 하든이 커리어 2번째 이적을 단행했다. 그의 새로운 행선지는 스티브 내쉬 감독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알린 브루클린 네츠다. 카이리 어빙, 케빈 듀란트라는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하든까지 품에 안게 되면서 브루클린은 역대급 트리오를 구축해 우승 도전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종영된 '하든 드라마'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휴스턴에서의 8년

제임스 하든이 휴스턴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12-13시즌. 당시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식스맨 역할을 소화하고 있던 하든은 콜 알드리치, 대콴 쿡, 레이저 헤이워드와 함께 휴스턴으로 건너왔다. 대신 휴스턴이 오클라호마시티에 내준 선수들은 제레미 램과 케빈 마틴. 여기에 2013년 1라운드 픽(스티븐 아담스로 치환)과 2라운드 픽(알렉스 아브리네스로 치환), 2014년 1라운드 픽(미치 맥게리로 치환)이 넘어갔다.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도약한 하든은 리그를 대표하는 득점 기계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휴스턴에서의 첫 시즌 성적은 25.9점 5.8어시스트 4.9리바운드. 이후 하든은 매 시즌 평균 25점 이상을 기록하며 휴스턴의 에이스가 됐고 2017-18시즌 이후 3시즌은 평균 30점 고지를 정복하며 3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른다. 

 

이러한 하든과 휴스턴의 관계는 이번 비시즌부터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 휴스턴은 팀의 근간을 만들어왔던 마이크 댄토니 감독과 데릴 모리 단장이 나란히 사표를 쓰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든의 트레이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1월 중순 하든과 러셀 웨스트브룩이 팀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이후 휴스턴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니엘 하우스 주니어, P.J. 터커, 에릭 고든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언해피를 띄우며 팀을 향한 불만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왔다. 

이어 하든이 휴스턴이 제시한 연간 5,000만 달러 수준의 재계약을 거절하면서 본격적으로 하든 드라마가 시작을 알렸다. 팀의 연장 계약을 거절하는 동시에 하든은 자신을 브루클린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휴스턴에서는 더 이상 뛰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휴스턴은 끝까지 하든의 마음을 돌리고자 애썼다. 하든과 함께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웨스트브룩을 워싱턴으로 떠나보내면서 존 월을 받아온 것 역시 그 일환이었다. 사실 선수 가치만 놓고 보면 웨스트브룩이 월보다 우위. 부상으로 지난 2년을 허송세월한 월과 지난 시즌까지도 ALL-NBA 써드 팀 한 자리를 차지했던 웨스트브룩의 가치는 비교 불가였다. 그러나 ESPN 애드리안 워즈나로우스키의 보도에 따르면 하든이 웨스트브룩 대신 월과 함께 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즉, 하든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데리고 와 그의 마음을 돌리고자 하는 휴스턴의 노력이었다. 

사실 웨스트브룩과 하든의 사이는 그 이전부터 크게 금이 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에서는 하든의 말이 곧 법이었다. 그런 휴스턴의 문화에 웨스트브룩은 크게 반발하고 있었다. 다음은 휴스턴에서의 하든의 입지를 나타내는 ESPN의 보도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 휴스턴의 문화는 단 3단어로 요약될 수 있었다. "Whatever James wants(하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 휴스턴에서 일을 했던 스태프에 따르면, 하든은 휴스턴에 있는 동안 자신의 요구에 대해 팀으로부터 안된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 백투백 일정의 첫날이 아니라면, 휴스턴이 하든이 선호하는 도시에서 하루를 더 머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팀이 2~3일의 여유가 있다면 하든은 다른 도시에서 파티를 열 수 있는 전용기를 빌릴 수 있었다.

- 휴스턴은 하든이 파티를 열고 돌아와도 경기에서 50점을 폭발시킬 것을 알고 있었다. 확실히 휴스턴은 하든의 태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하든과 같은 최고의 선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좋은 비지니스라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 하든은 비시즌마다 로스터를 업그레이드하라고 팀에 압력을 넣었다. 그는 비행, 연습 일정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케빈 맥헤일 감독의 해고, 드와이트 하워드와 크리스 폴이 휴스턴을 떠난 것에는 하든의 입김이 있었다. 

- 크리스 폴은 하든과 함께 휴스턴에서 뛸 당시, 하든이 자신의 손에 공이 없으면 팀의 공격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에 불만이 있었다.

- 웨스트브룩은 휴스턴의 이런 문화에 대해 끔찍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하든은 그야말로 ‘휴스턴의 왕’이었다. 그리고 웨스트브룩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은 이러한 휴스턴의 문화에 크게 반발심을 느끼고 있었다. 매 시즌 그와 함께했던 핵심 동료들이 휴스턴을 떠난 것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어쨌든, 이렇게 웨스트브룩이 팀은 떠난 후 하든의 트레이드는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팀 훈련에 불참한 채 스트립 클럽을 드나드는 등 하든의 안하무인과 같은 태도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또한 다급해진 하든은 브루클린뿐만 아니라 필라델피아, 마이애미 등도 선호하는 행선지에 추가하며 트레이드를 촉구했다. 

그러나 하든은 결국 휴스턴의 유니폼을 입은 채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포틀랜드와의 시즌 첫 경기. 그는 혼자서 무려 44점을 퍼부으며 논란을 모두 덮어버릴 수 있는 실력을 보였다. 하든의 원맨쇼를 등에 업은 휴스턴은 주축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도 포틀랜드와 연장까지 치르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후 하든의 활약은 조금씩 잠잠해졌다. 휴스턴이 하든이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의도적으로 줄이며 그가 떠난 후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고 하든 역시 경기 내에서 의욕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노출했다. 

이처럼 자신의 역할이 줄어든 가운데 팀 역시 계속 패하자 결국 하든은 폭발했다. 1월 13일 열린 레이커스와의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하든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다 했다. 지금 상황은 말이 안된다. 고쳐질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불같이 화를 내며 인터뷰실을 떠났다. 

결국 휴스턴 역시 한계를 느꼈다. 하든의 인터뷰 직후 그의 트레이드는 급속도로 추진됐다. 결국 단 하루 만에 그는 휴스턴을 떠나 그토록 원하던 브루클린에 새둥지를 틀었다. 비시즌을 뜨겁게 달궜던 하든 드라마는 이렇게 다소 허무한 결말을 맞이했다. 

 

Harden In Brooklyn

하든의 트레이드에는 휴스턴과 브루클린 뿐만 아니라 클리블랜드, 인디애나 등 총 4개 팀이 참여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각 팀이 획득한 에셋은 다음과 같다. 

휴스턴 Get: 빅터 올라디포, 단테 액섬, 로디언스 쿠루츠, 2022, 2024, 2026 1라운드픽(From 브루클린), 2022년 1라운드픽(From 밀워키), 2021, 2023, 2025, 2027 브루클린과의 픽 스왑 권리

브루클린 Get: 제임스 하든, 2024년 2라운드픽(From 클리블랜드)

인디애나 Get: 카리스 르버트, 2023년 2라운드픽(From 휴스턴), 브루클린으로부터의 추가 2라운드픽 1장

클리블랜드 Get: 재럿 알렌, 터린 프린스

휴스턴과 인디애나, 클리블랜드의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뤄두자. 우선은 하든이 합류한 브루클린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어빙과 듀란트를 지키며 하든을 영입하는데 성공한 브루클린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BIG 3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적어도 공격 코트에서 이들의 위력을 막아낼 수 있는 팀은 지구 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이 정도의 재능이 셋이나 뭉쳐 있는 상황에서는 전술과 같은 부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1+1+1이 3 이상이 아닌 2.5 정도의 결과만 도출하더라도 상대 수비 코트는 폭격이다. 리그에서 가장 공격력이 뛰어난 재능 셋이 뭉쳤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결과가 바로 하든이 브루클린의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렀던 올랜도와의 경기다. 

이 경기에서는 어빙이 빠진 채 하든과 듀란트만 나섰다. 그리고 이들은 무려 74점을 합작하며 올랜도의 수비를 박살냈다. 하든은 브루클린 데뷔전에서 32점 14어시스트 12리바운드로 트리플-더블을 기록. 새로운 팀의 유니폼을 입은 데뷔전에서 최초로 30득점이 동반된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심지어 하든은 이 경기를 치르기 전 브루클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전혀 없었다. 즉, 재능 하나만으로 환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개인 사유를 이유로 자취를 감춘 어빙까지 합류했을 때의 완전체가 낼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 역시 드높였다. 

 

목표는 하나, 우승

브루클린은 이번 트레이드로 자신들의 1라운드픽 3장과 4장의 픽 스왑 권리를 휴스턴에게 넘겼다. 즉, 브루클린은 2027년까지의 미래를 완전히 휴스턴에게 저당 잡혔다. 이제 당분간 브루클린이 픽을 활용해 좋은 자원을 수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하든과 듀란트, 어빙의 시대에서 우승을 이뤄내야 브루클린의 이러한 승부수는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우승에 근접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우승이 아니면 무조건 실패다. 

브루클린은 7년 전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뉴저지에서 브루클린으로 연고를 옮긴 초창기에 그들은 이번과 비슷한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우승 도전에 나섰다. 당시 브루클린이 영입한 선수는 무려 케빈 가넷과 폴 피어스. 브룩 로페즈, 데론 윌리엄스 등과 함께 브루클린은 힘차게 우승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의 피어스와 가넷은 더 이상 예전의 선수들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넷은 당시 18년차의 선수였고 피어스도 무려 15년차의 노장이었다. 언제 기량이 떨어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였던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보스턴에서의 전성기와 비교해 효율이 뚝 떨어졌고, 결국 브루클린의 도전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후 브루클린은 기나긴 암흑기를 겪어야 했다. 가넷과 피어스를 영입할 당시 무분별하게 1라운드픽을 보스턴에게 퍼다 나른 탓에 미래가 전혀 없었다. 이런 팀에 대형 FA가 올 리도 만무했다. 

이처럼 첫 도전에서 처참한 실패를 겪은 브루클린은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방금 설명했듯 이번에도 팀의 미래 따위는 우주 밖으로 내던졌다. 오로지 현재의 우승만이 브루클린에게는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하든의 재계약 여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그를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이 2년이 남았다는 점이다. 르브론 제임스와 크리스 보쉬, 드웨인 웨이드가 뭉쳤던 마이애미의 BIG 3가 그러했듯 브루클린의 트리오 역시 첫 시즌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호흡을 좀 더 가다듬은 채 다음 시즌에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셈이다. 

 

클리블랜드와 인디애나, 어부지리?

이번 트레이드에는 당초 언급이 되지 않던 팀들이 2팀이나 참여했다. 클리블랜드와 인디애나가 그 주인공들. 

우선 클리블랜드는 완전히 남는 장사를 했다. 가지고 있던 밀워키의 2022년 1라운드픽과 2024년 자신들의 2라운드픽을 소비하긴 했으나, 떠난 선수는 단테 액섬 단 한 명이었다. 사실상 출혈이 거의 없이 재럿 알렌이라는 젊고 유명한 센터를 로스터에 추가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클리블랜드는 향후 후속 움직임에 대한 가능성도 남겨뒀다. 팀에는 이미 안드레 드러먼드라는 주전 센터가 있는 상황. 알렌과 드러먼드를 동시에 활용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이번 시즌 드러먼드가 볼륨 스탯은 잘 뽑아내고 있으나 경기 내에서의 효율은 마이너스에 가까운 상황이다. 거기다 드러먼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만기 자원이다. 센터 자원을 노리는 우승권 팀과의 추가적인 트레이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인디애나는 만기 자원이던 빅터 올라디포를 넘기고 그 자리를 카리스 르버트로 채우는데 성공했다. 르버트는 역할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20점 이상을 뽑아낼 수 있는 준수한 스코어러. 여기에 2022-23시즌까지 연간 2,000만 달러 이하의 저렴한 금액으로 묶여 있다. 

다만 트레이드가 확정된 이후 변수가 발생했다. 인디애나의 트레이드 주요 칩이었던 르버트가 MRI 검사에서 왼쪽 신장에 작은 덩어리가 발견된 것이다. 이로 인해 르버트는 무기한 아웃 되었고, 인디애나는 브루클린으로부터 2라운드픽 한 장과 현금을 추가로 받았다. 르버트의 건강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인디애나의 트레이드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트레이드의 주인공이었던 휴스턴. 사실 받아온 자원들은 기대 이하였다. 단테 액섬과 로디언스 쿠루츠가 사실상 의미 없는 자원이라고 봤을 때 올라디포와 브루클린의 픽만 받고(물론 그 픽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긴 하다) 하든이라는 역사에 남을 만한 스코어러를 넘긴 셈이다. 필라델피아가 결국 벤 시몬스가 포함된 딜을 제시했음을 고려하면 휴스턴의 선택은 상당히 의외다. 

이번 트레이드로 휴스턴이 걷게 될 노선은 명확해졌다. 이번에 휴스턴이 영입한 3명의 선수는 모두 이번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다음 시즌 휴스턴의 확정 샐러리는 약 8,600만 달러. 확실히 샐러리를 줄이는데 성공하며 향후 또 다른 준수한 선수의 영입 혹은 리빌딩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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