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KBL 전반기 일정이 마무리됐다. 잠시 숨을 고른 KBL은 오는 19일부터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팀당 30경기 안팎을 소화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질주하고 누군가는 추락했다. 누군가는 정체됐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후반기엔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전반기 정리는 필요하다. [이동환의 앤드원]에서는 각 팀의 전반기 경기력을 간략히 점검하고 후반기의 키워드까지 짚어보려 한다. 첫 번째 팀은 원주 DB 프로미다.

▶전반기 성적: 8승 22패, 10위
▶평균 득실점: 78.1득점(10위) / 83.0실점(7위)
▶공수 효율지수: 공격 102.3(10위) / 수비 109.0(4위) 
▶리바운드 7위(34.8개), 어시스트 9위(16.1개)
▶페인트존 슛 성공 8위(16.7개), 속공 득점 9위(6.6점)
▶상대 실책에 이은 득점 8위(10.3점), 세컨드 찬스 득점 5위(12.6점)
▶3점슛 성공 1위(9.4개), 3점슛 성공률 1위(36.8%)

 

전반기 GOOD&BAD

GOOD: 펑펑 터진 3점 파티

잇따른 부상으로 로스터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3점 화력만큼은 확실했다. 전반기 DB는 경기당 3점슛 성공 1위(9.4개), 3점슛 성공률 1위(36.8%)에 나란히 올랐다. 고비마다 3점으로 주도권을 빼앗거나 경기를 추격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상대 팀 감독들도 DB의 3점에 대해서는 매번 경계할 정도였다.

DB의 이 같은 높은 3점슛 생산성은 팀 전반적으로 높은 캐치앤슛(볼을 받은 후 드리블 없이 바로 던지는 슛) 생산성에서 비롯됐다.

‘시너지 스포츠’에 따르면 전반기 DB는 캐치앤슛 공격을 총 559회 시도해 612점을 만들어냈다. 시도당 평균 1.095점 생산.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캐치앤슛을 통해 던진 DB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38.2%. 경기당 16.2개를 던져 6.2개를 성공했다. 화끈한 3점 파티가 아니었다면 DB는 전반기를 더 힘겹게 보냈을지도 모른다.

BAD: 부상 그리고 외국선수

불운해도 너무 불운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김현호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DB는 이후 윤호영까지 허리 부상으로 장기 아웃되며 전력이 크게 흔들렸다. 김종규는 발바닥과 뒷꿈치에 부상을 당했고 두경민은 손목을 다쳤다. 허웅도 비시즌에 받은 발목 수술의 여파로 경기력에 기복이 생겼다. 시즌 초 강력한 MIP 후보로 꼽히던 배강률(무릎)과 식스맨 정준원(허리)까지 다치면서 DB는 매 경기 선수들의 부상을 관리하며 로스터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즌 전 치나누 오누아쿠의 합류 지연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외국선수 교체도 DB를 힘들게 했다. 오누아쿠를 대신해 합류한 타이릭 존스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기량을 드러냈다. 때문에 전반기 대부분의 경기를 DB는 당초 서브 외국선수로 영입했던 저스틴 녹스를 메인 외국선수로 활용하며 치러야 했다. 녹스는 나름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타팀의 메인 외국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내선수진은 부상으로 흔들리고, 외국선수진은 경쟁력이 부족했다. 어쩌면 DB의 전반기 부진은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전반기 KEY 스탯: 1.012점

지난 시즌 DB는 리그 최고의 트랜지션 공격 팀이었다. 윤호영-김종규-오누아쿠로 이어지는 프론트 코트를 앞세워 상대 득점을 봉쇄한 후 빠른 역습으로 손쉽게 득점을 쌓았다. 지난 시즌 DB는 총 666회의 트랜지션 공격을 시도해 808점을 쌓았다. 시도당 생산 득점이 1.213점으로 이 부분 리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했다. 김종규의 컨디션 난조와 부진, 윤호영과 오누아쿠의 이탈로 인해 철옹성 같았던 페인트존 수비가 무너지고 이로 인해 질 좋은 트랜지션 공격 기회가 줄어든 탓일까. 올 시즌 DB는 트랜지션 공격에서 시도당 1.012점을 생산하는 데 그치며 이 부문 리그 꼴찌에 머물고 있다. 전체 공격 중 트랜지션 공격으로 마무리되는 빈도도 17.4%에서 12.9%로 눈에 띄게 줄었다. 트랜지션 공격을 예년보다 더 적게 시도하고 있는데 효율마저 리그 최고에서 최하위로 내려간 셈이다.

 

전반기 MVP: 두경민

사실 전반기 두경민의 경기력이 대단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야투율은 커리어-로우 수준이었고 실제로 야투 감각이 매 경기 들쑥날쑥했다. 야투율이 30%가 안 되는 경기도 적지 않게 있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두경민은 전반기에 DB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수였다. 시즌 초부터 손목 부상에 시달렸음에도 가장 폭발적이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다른 DB 국내선수들의 경기력이 아쉬웠다는 얘기도 된다.

두경민은 전반기 종료를 앞둔 삼성전에서 허리를 다쳐 우려를 샀지만 다행히 경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부터는 정상적으로 팀 훈련에 합류했다는 소식이다. DB가 후반기 반격에 나서기 위해서는 두경민이 좀 더 기복 적은 모습을 보여주며 백코트 공격을 이끌고 가줘야 한다.

 

후반기 키워드: 건강

얀테 메이튼의 합류에도 DB는 전반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마지막 4경기에서도 1승 3패에 그쳤다. 현재 성적은 8승 22패. 산술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모든 걸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 1월 말부터 윤호영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두경민, 허웅, 김종규, 얀테 메이튼이 휴식기 동안 몸 상태를 끌어올리면 DB는 분명 무서운 전력을 구축할 수 있는 팀이다.

결국 DB의 후반기 키워드는 건강이다. 더 이상 부상자가 나오지 않아야 하고, 부상을 안고 있던 기존의 핵심 선수들은 컨디션 난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봄의 기적을 꿈꿀 수 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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