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농구 팬에게 10월은 특별하다. 양력 달력의 시작은 1월 1일부터지만, 농구 팬들의 달력은 자신의 응원 팀의 개막일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허수미 치어리더에게도 지난해 10월은 특별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부산 BNK썸을 올 시즌부터 맡아 농구장이 처음인 새내기 치어리더이기 때문이다. 부산 여자답게 솔직담백한 그녀는 거짓말하는 법을 모른다. 농도 짙은 부산 사투리로 “잘 몰라요. 농구 쫌 알려주세요”라며 눈을 크게 뜨고 말하는데, 글쎄... 이런 그녀를 농구장에서 보고도 안 가르쳐주고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  것이다.

 

새내기

그녀와의 인터뷰는 서울에서 진행됐다. 부산을 연고로 활동하는 RES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그녀는 역시 부산 출신의 토박이인데, 마침 서울에 올라오는 일정이 생겨 본지와 만남이 성사됐다. 인터뷰 및 촬영 장소는 잠실 석촌호수. 인터뷰 외 촬영만 세 시간 남짓 진행됐는데, 그녀는 정말로 촬영 내내 지치는 법을 몰랐다. 사실 <월간여신>에 출연하는 대부분 치어리더는 직업 특성상 체력이 워낙 좋은 편이긴 한데, 그중에서도 허수미 치어리더의 체력 그리고 텐션은 지금껏 볼 수 없던 경지였다.

“어, 벌써 끝이에요?”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아 촬영을 마치고, 그녀는 너무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지친 사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 힘드세요?”라고 되묻자 그녀는 “아, 제가 이런 촬영이 처음이라서요. 너무 신나요. 서울 나들이 온 것 같고...”라면서 못내 아쉬운 듯 주위 풍경을 둘러본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텍스트 매체의 한계로 인해 그녀의 감칠맛 나는 사투리를 100% 전달할 수 없다는 점. 그녀의 매력을 더 풍부하게 음미하려면, 큰따옴표로 인용되는 그녀의 모든 대화문은 부산 사투리로 읽으면 좋다. 

“치어리더님은 부산이 고향이시죠?”

“왜요? 말투 때문에요? 아, 저 오늘 서울말만 쓰고 있었는데... 사투리 티 나요?”

네? 조금요? 아니 평생 부산 밖으로 한 번도 안 나와 본 사람 같은데 조금은 무슨... 이렇듯 그녀는 부산 사람이다. 1998년 7월 14일 부산에서 태어나 지금껏 부산에서만 살았다. 치어리더가 된 건 2019년 봄. 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치어리더로 데뷔해 단상에서 어느덧 두 시즌을 보냈지만, 농구장은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치어리더는 친구 통해 알게 됐어요. 원래 걔가 치어리더를 하고 있었는데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옆에서 ‘야. 나도 한번 해보면 안 되냐’ 했더니, 친구가 ‘알겠다~ 말할게~’하더니 그 다음날 면접을 오라는 거예요.(웃음) 면접을 보고 그날 또 붙고 그렇게 덜컥 시작했죠.”

치어리더가 된 것까지는 물 흐르듯 아니 무슨 폭포수가 흐르듯 순식간에 해결됐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멀쩡히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공부하던 딸이 갑자기 공부를 제쳐놓고 전공과는 1도 관련 없는 웬 치어리더를 한다고 하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날벼락일 수밖에. 

“와. 처음에는 정말... 여기서 처음 밝히는 얘기예요 이건.(웃음) 진짜 언니들도 모르는 얘기. 사실 치어리더를 처음 한다고 했을 때 아빠가 너~무 심하게 반대하셔서 집에서 잠시 쫓겨났었어요. 그런데 또 저는 일을 하고 싶으니까 나갔죠.(웃음) 나가서 친구 집에서 일주일 정도 지냈어요. 그것도 혼자 사는 애도 아니고 언니랑 사는 애였는데... 언니가 맨날 보면서 ‘으휴, 니 언제 집 갈래’라고 핀잔도 주고. 하하. 그러다 ‘이래는 안 되겠다’ 싶어서 아빠 선물을 사 들고 집에 돌아갔어요. 아빠가 좋아하는 스포츠 의류를 위 아래로 싹 맞춰서요. 받으시고 마지못해 져주시더라고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허수미 치어리더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래서요? 아직도 반대하시나?

“지금도 지켜보는 중이세요. 아빠가 또 부산 사람이다 보니 그래도 야구를 좋아하시긴 하거든요. 근데 저는 또 마냥 싫어하시고 그런 줄 알았는데, 또 주위를 통해 들어보니까 저한테는 막 하지 말라고 그러시면서도 주위에서는 ‘우리 딸이~’ 막 이러면서 치어리더라고 말씀하시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좀 뭉클했어요.”

 

잠깐만요. 저 눈물 좀 닦고. 어쨌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서게 된 단상이다 보니 누군가에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녀에게는 하루하루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요새 치어리더 업계 추세는 보통 어렸을 때부터 춤을 잘 춰서 치어리더에 입문하게 되는 케이스가 많은데, 허수미 치어리더는 또 그렇지가 않다.

“저는 치어리더 하기 전까지 춤을 제대로 춰 본 적이 없었어요. 학교 다닐 때도 장기자랑이나 이런 데도 한 번도 안 나가봤거든요. 그래서 치어리더 처음 할 때 춤 때문에 가장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정말 팔꿈치를 다 폈다고 생각했는데, 언니들 말 듣고 보니 더 펴진다거나... 그런 게 진짜 많았죠.”(웃음)

그래서 2019년 봄, 사직 야구장에서의 데뷔전도 잊지 못한다고. 

“와...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상상도 못하지만, 처음 딱 경기장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제가 원래 스포츠도 잘 몰라서 어느 정도인지 이렇게 느껴본 건 또 처음이었거든요. 무대에 서자마자 ‘이게 정녕 내가 하는 일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근데 또 무대에서 인사하고 춤추고 응원하다 보니까 저도 엄청 신나는 거예요. ‘역시 내 일이다’ 싶었죠.”

“그런데 실수도 많았어요. 동선도 엄청 틀려서 저 혼자 언니 옆에 붙어 있으니까 언니가 막 앞에 관중분들 보면서 ‘수미야! 더 멀리 가!’ 이렇게 소리 지르고.(웃음) 그때 실수했던 기억이 아직도 많이 남아서 지금도 단상에만 서면 괜히 ‘수미야!’ 하는 소리를 저 혼자 들어요. 괜히 찔려서 환청이 들리는 거죠. 춤추다 말고 분명히 저 부르는 소리가 나서 ‘네! 언니!’했는데 아무도 안 불렀다고.”(웃음)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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