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KCC는 최근 KBL에서 가장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는 팀이다.

5일 기준으로 KCC는 8연승을 질주하며 리그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아직 시즌 중반이기에 벌써부터 축포를 터뜨리기엔 아주 많이 이르다. 하지만 KCC의 최근 상승세가 선수, 코칭스태프, 사무국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능력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올 시즌 처음 KCC에 둥지를 틀며 팀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다. 타일러 가틀린(Tyler Gatlin) 코치다.

가틀린 코치는 미국 G리그에서 풍부한 코칭 경험을 쌓은 지도자다. 2010년부터 텍사스 레전즈, 베이커스필드 잼, 노던 애리조나 선즈, 스탁턴 킹스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가틀린 코치의 지도 속에 NBA로 콜업된 선수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 가틀린 코치가 올 시즌부터는 KCC에서 송교창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틀린 코치는 10년 동안 G리그와 WNBA 무대에서 코치 생활을 해왔으며, 오프시즌이면 유럽과 아시아 무대를 돌며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팅도 해왔다. 경험의 스펙트럼이 무척 넓은 만큼 국내에 있는 농구 팬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미국 무대를 꿈꾸는 한국 농구 유망주들을 위한 조언부터 NBA의 트렌드와 분위기에 대한 생생한 관점까지. [이동환의 앤드원]이 가틀린 코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타일러 가틀린(이하 TG). 반갑습니다. 타일러 가틀린이라고 합니다.

Q. 10월에 입국하신 뒤 한국에서 계속 지내고 계십니다. 한국 생활은 어떠세요?

TG. 너무 행복합니다. 

Q. 행복하다고 표현하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TG. 일단 구단에서 굉장히 잘 챙겨줍니다. 지내고 있는 구단 숙소 근처도 경관이 좋아서 산책하기도 좋아요. 환경적으로 생활하기 여러모로 좋습니다. 무척 만족스러워요.

Q. 이번 시즌에 한국에 오기 전부터 KBL과 인연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TG. 원래 저는 미국에서 G리그에서 스카우팅과 코칭을 하고 있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바비라는 친구를 알게 됐고, 같이 NBA 서머리그를 체크하고 NBA FA 선수들의 훈련 캠프도 다니면서 바비와 더 가까워졌죠. 함께 스카우팅 리포트를 만들고 다른 관계자들과도 네트워크를 만들어갔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립 허버트(전 KCC 코치)와도 알게 됐죠.

당시에 저는 미국에서 코칭을 했고 허버트는 KCC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시즌 중에 연락을 하면서 꾸준히 서로의 업무를 지켜봤고 여름이 되면 미국에서 만나서 일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바비, 허버트와 가족 같은 관계가 됐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허버트가 몸 담고 있던 KCC와도 인연을 맺게 됐고, 스카우팅을 돕고 외국선수와 관련한 자문을 KCC에 하는 일 등을 하다가 드디어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Q. KCC는 젊고 유망한 선수가 많은 팀입니다. 송교창, 유현준 같은 선수들을 코칭하면서 어떤 것들을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TG. 마인드와 훈련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훌륭한 선수들입니다. 그런 모습들이 두 선수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예를 들어 송교창은 제가 미국에서 KCC 경기를 체크하기 시작한 이래로 정말 많은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처음에는 로테이션 멤버였다가 나중에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죠. 이제는 자신감도 오를 대로 오른 것 같아요. 볼 핸들링 기술이 엄청나게 늘었고 골밑에서 득점을 마무리하는 능력, 미드레인지 점프슛 능력도 대단합니다. 요즘엔 3점도 정말 좋아졌습니다.

유현준은 포인트가드로서 어린 나이에 코트의 리더가 될 자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죠. 지금은 주변에 좋은 국내선수들과 외국선수들이 있으니 그 선수들을 포인트가드로서 끌고 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향후 몇 년 안에 더 큰 역할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팀의 고-투 가이(Go-to Guy, 팀의 에이스급 핵심 선수)가 될 수도 있고 앞으로 정말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봐요.

Q. 아시아 농구와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으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텍사스 레전즈(댈러스 산하 G리그 팀)에 계셨을 때 일본의 토가시 유키를 지도하신 적이 있고, 일본 B.리그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직접 일본을 가셨던 적도 있는 걸로 압니다. 아시아 농구에 대해서 코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예전부터 아시아 농구에 관심을 가져오셨던 이유도 궁금합니다.

TG. 좋은 질문입니다. 몇 년 전에 G리그에서 만났을 때 토가시 유키는 20살의 어린 선수였어요. G리그라는 완전히 새로운 무대에 도전했고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플레이메이킹을 할 줄 알았고 수비력도 좋았죠. 좋은 선수인 동시에 좋은 사람이었어요.

토가시 유키의 길을 따라서 다른 일본 선수들이 G리그에 도전했고, 그 선수들과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일본 선수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었어요.

물론 G리그의 농구는 일본, 한국의 농구와는 꽤 달랐습니다. 선수들의 플레이뿐만 아니라 지도자들의 코칭 방식도 달랐어요. 놀랄 만큼 대조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사실 제게는 꽤 흥미롭게 관찰할 만한 부분이었고 아시아 농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본 농구와 일본 선수들은 계속 발전해가고 있고, 그걸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일본 선수들이 NBA에도 진출하는 시대가 왔죠. 다만 저는 한국에도 NBA 무대에 도전할 만큼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선수들은 일본 선수들보다 신체 조건이 좋습니다. 일본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성숙해 있긴 하지만 신체 조건의 벽을 넘어설 만큼 뛰어난 건 아닙니다. 승부욕 같은 농구 외적인 부분도 한국 선수들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다만 일본은 미국 대학 무대에 진출해서 도전하는 선수들이 많은 반면에, 한국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음에도 미국 무대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선수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기술적인 완성도를 더 높이는 노력을 하면서 미국 무대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면 훨씬 더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그런 도전을 해볼 만한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요?

TG.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단 미국 무대 진출을 원하는 한국 선수라면 여름에 미국으로 건너가 꾸준히 대학 레벨의 미국 선수들과 코트에서 맞붙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술 훈련을 함께 하면서 미국 무대의 수준을 느끼고 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감각을 키워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KBL은 굉장히 수준 있는 리그입니다. 각 팀들의 경쟁력도 높습니다. 외국선수들을 중심으로 짜여진 로스터 운영이 상당히 원활하고 아름다운 농구를 하는 리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NBA와 G리그의 농구는 또 다릅니다. 아이솔레이션을 더 많이 하고 보다 자유롭게 1대1 공격을 과감하게 시도하죠. 때문에 미국 무대 진출을 원하는 한국 선수라면 오프시즌에 미국 선수들과 직접 부딪혀보는 경험을 쌓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KCC에서는 유현준, 이정현, 송교창 선수가 미국 무대에서도 충분히 도전하고 경쟁해볼 만한 선수라고 봅니다. 저는 이대성이 과거에 G리그의 이리 베이호크스에서 뛰는 모습도 직접 지켜본 적이 있는데요, 당시 이대성은 제한된 출전 시간에도 좋은 생산력을 보여줬었습니다. 이대성의 기술은 미국 무대에 맞게 다듬어진 느낌이었습니다. KBL 다른 팀에도 미국 무대 진출을 노려볼 만한 재능 있는 선수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선수들은 코트에서 여러 명의 미국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장 그들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더 미국 선수들과 부딪히는 경험을 해야 하고요.

 

Q. 코치님의 개인적인 스토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처음 프로 무대에서 코칭을 시작한 게 2010년 텍사스 레전즈에서 낸시 리버맨 감독(북미 역사상 최초의 남자 프로 팀 감독을 맡은 여성 지도자)과 함께 일할 때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일을 시작하게 됐고, 원래부터 그런 일을 꿈꿔오셨는지 궁금합니다.

TG. 아버지가 고교 시절부터 농구를 하셨던 전국구 유망주였고 대학교에서도 선수 생활을 하셨습니다. 그 영향으로 저도 어릴 때부터 농구공을 만지면서 자랐죠. 고등학교 때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마이크 콘리, 대럴 아써처럼 NBA에서 성공을 거둔 선수들과 농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대학교에는 선수 장학생이 아닌 일반 학생으로 입학했고, 연습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시야를 좀 더 넓게 가지고 농구와 관련된 일을 찾았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남자 팀, 여자 팀에서 모두 일을 했죠. 선수들을 스카우팅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2010년에 댈러스로 이사를 했는데, 그때 마침 텍사스 레전즈가 창단됐습니다. 덕분에 텍사스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리버맨 감독님 밑에서 인턴 생활을 했죠. 정말 많은 경기를 봤고 사실 그때는 농구 외적인 부분에 대한 일도 많이 맡았습니다. 다음 해 여름에 델 해리스 감독님(전 휴스턴, 밀워키, 레이커스 감독)이 텍사스에 새로 부임하셨고 비디오 분석 팀으로 보직을 옮겼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고 꾸준히 노력을 했죠. 비디오 분석을 하다가 에두아르도 나헤라 감독님이 온 뒤로는 본격적으로 코치가 됐고 선수 스카우팅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이후에 피닉스 선즈로 가게 되면서 제 커리어는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거기서 크리스 젠트라는 분을 만났죠. 엄청난 농구 전문가였습니다. 그곳에서 지도자로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고 선수들이 NBA로 콜업되는 모습도 많이 지켜봤습니다. 코칭뿐만 아니라 해외 선수 스카우팅도 함께 맡았고 그러면서 네트워크가 넓어지면서 KCC와도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그때부터는 다른 업무보다는 코치로서의 역량이 더 커졌고, 선수들을 육성시키고 해외 선수 스카우팅을 하면서 앞으로도 농구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스스로는 제 역량을 코칭에 국한시키기보다는 선수 스카우팅,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 등을 함께 하면서 꾸준히 저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기이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델 해리스 감독이 오시고 처음으로 비디오 분석을 하게 되셨을 때의 이야기가 좀 더 듣고 싶습니다.

TG. 저에겐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 일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거든요. 비디오 분석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도 몰랐고 여러모로 그 일 자체가 정말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감독님은 일에 대한 기준점 자체가 높은 분이셨고, 제게 어떻게든 맡은 일을 해내길 요구하셨죠.

개인적으로는 정말 큰 도전이었습니다. 일을 하나하나 해내는 데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감독님의 요구에 맞춰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비디오 분석에 몰두했습니다. 야근은 기본이었어요. 그때는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비디오 분석 업무를 배웠다기 보다는 업계에서 계속 생존하기 위해 일을 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경험이 제게 정말 큰 자양분이 됐습니다. 단순하게 선수들의 훈련을 도와주고 코칭을 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짧은 기간 안에 농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농구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Q. 사실 최근 NBA 쪽에서는 소위 ‘비디오 가이(video guy)’들을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마이애미의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도 비디오 분석가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고, 토론토의 닉 널스 감독 역시 그런 케이스로 알고 있습니다. 지도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비디오 분석 경험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TG. 에릭 스포엘스트라와 닉 널스는 제 우상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제 커리어 계획에도 정말 큰 영향을 끼쳤어요.

실제로 근래 들어 NBA에서는 비디오 분석 파트의 비중과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7명에서 8명의 비디오 분석원을 보유한 팀도 있습니다. 제가 시작했을 때는 보통 팀당 1-2명 정도였으니 정말 많이 늘어난 셈이죠.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습득하고 다양한 전술 지식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선수 출신이 아닌 사람들에겐 정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 비디오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 출신들은 비선수 출신보다 지도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플레이를 하면서 습득한 것도 많고 기본적으로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현역 선수들과도 보다 밀접하게 지내고 지도자의 기회를 얻는 것도 선수 출신이 비선수 출신에 비해 비교적 쉽죠. 비선수 출신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쏟는다는 전제 하에 밑바닥부터 단계를 거르지 않고 하나하나 차분히 밟아갈 수 있다면, 저 같은 비선수 출신 인물들도 농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지도자를 꿈꿀 수 있는 과정이 비디오 분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여담이긴 한데 에릭 스포엘스트라, 닉 널스, 브래드 스티븐스 같은 비선출 감독들이 지난 NBA 플레이오프에서 치열한 지략 대결을 펼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TG. 저도 봤습니다. 마치 체스 경기를 보는 듯한 두뇌 싸움이었어요. 경기 안에서도 수없이 많은 전략 변화가 있었죠.

하지만 저는 농구는 어쨌든 선수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득점을 만들어내고 상대 공격을 막는 건 결국 선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선수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곳에 활용하고 배치함으로써 접전을 한 경기라도 더 승리할 수 있도록 조금의 메리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봐요.

플레이오프 같은 무대에서는 감독이 만들어내는 메리트가 굉장히 중요해지죠.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팀과 나쁜 팀은 접전의 클러치 타임에 지도자의 역량이 얼마나 적절하게 발휘되고 그것이 승리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갈리니까요. 접전 상황에서는 모든 포제션이 중요하고 그런 포제션이 연속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가야 합니다. 때문에 평소 지도자들은 비디오를 보며 많은 공부를 하고 선수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관계 형성에 노력을 쏟곤 합니다.

여담으로 요즘 NBA의 코칭스태프 구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선수 출신의 유능한 감독이 있는 팀이라면, 코치들은 비디오 분석과 전략, 전술에 능한 인물들로 구성되곤 합니다. 반대로 비디오 분석가 출신의 인물이 감독을 맡는다면, 코치는 선수 출신으로 구성되죠. 마이애미가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 옆에 주완 하워드 같은 선수 출신의 코치를 두는 것처럼요. 균형을 맞추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선수 출신의 지도자와 비디오 분석 출신의 지도자는 저마다의 확실한 장점이 있거든요.

 

Q. G리그의 여러 팀과 WNBA의 피닉스 같은 팀에서 코치 생활을 하시면서 코치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경기의 디테일에 대한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경기를 앞뒀을 때 코치들의 준비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떤지 궁금합니다.

TG. 정말 많은 준비를 합니다. 일단은 앞선 정규시즌 맞대결이 있으면 그 경기 영상을 다시 한 번 체크합니다. 모든 포제션을 치밀하고 세세하게 확인하고 분석하죠. 우리 팀과 상대 팀이 맞대결에서 서로 보인 강점과 약점을 확인합니다.

상대 팀의 최근 경기들도 확인합니다. 최근 상대 팀의 전략, 전술의 스타일을 확인하고, 만약 달라진 게 있다면 그 부분에서 상성상 우리 팀이 어떤 우위를 가져갈 수 있고 어떤 약점을 보일 수 있는지 분석하죠. 만약 준비하는 경기가 같은 팀과의 연전이라면, 직전 경기를 보면서 디테일을 조정합니다.

정규시즌 경기가 가진 것을 열심히 쏟아내서 맞붙는 경기라면, 플레이오프에서는 모든 것이 현미경으로 보듯 크게 확대됩니다. 상대가 약점이 있으면 그걸 집요하게 극대화시켜서 이용하려고 하죠. 상대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합니다. 

사실 G리그 플레이오프는 NCAA 토너먼트처럼 단판 승부로 펼쳐지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불과 48분 안에 승자와 패자가 갈리죠. 그래서 이런 경기에서는 전술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고민하며 선수들에게 디테일을 요구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경기 중에는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걸 잘 해야 합니다.

만약 시리즈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 경기라면 더 집중적으로 분석을 하고 전술적인 조정을 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 단순한 슛 연습부터 팀 훈련까지 모든 경기 준비 과정에 다양하고 디테일한 변화가 발생하곤 합니다.

Q. 개인적으로 최근에 무척 궁금해진 것이 있습니다. 브루클린에서는 마이크 댄토니가 코치가 되어서 스티브 내쉬 감독의 코칭스태프에 합류하고, 새크라멘토에서는 엘빈 젠트리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루크 월튼 감독을 돕는 코치가 됐습니다. 골든스테이트에서는 마이크 브라운이 자신보다 지도자 경력이 훨씬 적은 스티브 커 감독을 돕고 있죠. 감독과 코치 선임에 있어서 한국 문화에서는 거의 나오기 힘든 경력 역전 현상이 NBA에서는 이제 정말 자주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미국 현지 업계에서는 젊은 지도자들이 감독이 되고, 베테랑 지도자들은 오히려 코치를 맡는 현상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TG. 10년, 15년 전과 지금을 놓고 비교했을 때 NBA에 벌어진 가장 큰 변화는 과거에는 NBA 팀이 ‘감독의 팀’이었다면 지금은 ‘선수의 팀’이라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NBA 자체가 선수들의 리그로 바뀌었죠. 선수들이 중요한 골을 넣고 중요한 장면을 만들고 직접 플레이메이킹을 하기 때문에 NBA에서는 선수들의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을 보조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요즘 NBA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소속 팀은 물론이고 함께 뛰고 싶은 동료, 어떤 스타일의 농구를 하고 싶은지도 모두 결정합니다. 때문에 NBA에서 감독이 한 팀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더 이상 감독이 예전의 감독이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감독의 역할은 선수 코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디어 대응, 팀 스케쥴 관리도 감독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경력이 오래 된 감독들은 이런 부분을 신경 쓰길 원하지 않습니다. 반면 루크 월튼, 스티브 내쉬처럼 젊은 감독들은 그런 부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죠. 그래서 젊은 지도자들은 오히려 감독이 되고, 경험 많은 지도자들은 자문을 하는 식으로 코칭스태프가 구성되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2부에서 계속.

 

사진 = KCC 농구단 제공, 현지 기사 캡쳐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