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골든스테이트의 이날 패배는 그들의 지난 시즌 시작을 연상케 한다. 만약 이게 올 시즌 골든스테이트가 겪을 일들의 신호라면, 워리어스는 지난 시즌만큼 비참할 수도 있다.” - 더 머큐리 뉴스

개막전과 크리스마스에 이어 한국시간으로 지난 2일,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98-123으로 대패할 때만 하더라도, 스테픈 커리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포스트업을 시도하다 트랩에 갇혀버린 베이스라인의 선수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이는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팀을 캐리할 능력이 없는 선수”, "파이널 MVP가 없는 이유", “제임스 하든도 케빈 듀란트,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과 뛰었으면 우승했겠죠”, “애초에 탱킹을 해야 했다”, “밥 됐다”

골든스테이트의 승패와 상관없이 커리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NBA 매니아’와 ‘NBA 갤러리’ 등 관련 커뮤니티는 언제나 최고의 트래픽을 자랑했다. 기자들에게나 팬들에게나 커리의 기록지만한 안줏거리는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건 1월 4일 전, 그가 62점을 넣기 전까지 이야기다.

 

개막 후 5경기에서 -79의 득실 마진을 기록한 스티브 커 감독과 골든스테이트는 그들의 6번째 경기를 앞두고 시스템을 전면 조정했다.

‘더 링어’의 케빈 오코너 기자에 따르면, 골든스테이트의 첫 5경기 중 커리가 하프코트에서 공을 잡은 횟수는 36분 기준 고작 31.0회. 이는 커리의 전성기를 연 마크 잭슨 감독이 있던 시절인 2013-14시즌 이후 가장 적은 수치였으며, 심지어 그의 동생인 세스 커리의 터치(33.2회)보다 적은 숫자였다.

그러나 시즌 6번째 경기였던 4일 포틀랜드와 경기에서는 달랐다. 커리는 이날 하프코트에서 무려 44번 공을 잡았다. 골든스테이트 왕조의 근간을 구축했던 모션오펜스를 잠시 내려 두고, 마침내 커리의 히어로볼이 시작된 것이다.

 

“커리는 이곳에 있고, 듀란트는 다른 길로 갔죠. 숀 리빙스턴, 안드레 이궈달라, 데이비드 웨스트, 자자 파출리아, 앤드류 보것, 우리와 5년을 함께 하며 최고의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제 여기 없습니다. 그럼 당신은 그 사실을 깨닫고 어떤 것들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합니다.” 드레이먼드 그린이 말했다.

아이솔레이션, 픽앤롤, 아이솔레이션, 다시 픽앤롤 그리고 또 아이솔레이션.

제임스 하든의 경기가 아니다. 골든스테이트와 커리는 이날 올 시즌 가장 많은 14번의 아이솔레이션을 기록했다. 이날 커리의 USG%(공격 점유율)는 무려 46.8%에 달했는데, 이는 커리가 데뷔 후 치른 통산 706번의 정규시즌 게임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리고 이 모든 기록을 한마디로 요약한 숫자, 62. 히어로가 된 커리는 자신의 커리어하이 62점을 기록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이게 그의 진짜 모습입니다.” ESPN의 간판 방송인 스티븐 A. 스미스가 말했다.

“커리는 인류가 여태껏 목격한 최고의 슈터입니다. 보세요. 데뷔하고 10년 동안 커리는 40%가 넘는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죠. 남들은 1년만 해도 축하를 받을 이 기록을 그는 10년을 통틀어 했다고요. 래리 버드? 레이 알렌? 레지 밀러? 크리스 멀린? 누구를 언급하든 난 신경 안 써요. 그들은 이렇게 훌륭한 슈터였던 적이 없었으니까.”

평소 독설가로 유명한 스미스의 과장 어린 찬사. 스미스의 말대로 커리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역대 최고의 슈터다. 하지만 이날 커리의 활약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가 기록한 62점 중 3점슛은 단 8개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커리는 만장일치 MVP를 수상한 2015-16시즌, 그의 평균 득점 30.1점 중 51%를 3점슛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커리가 지난 4일 올린 62점 중 3점슛으로 올린 득점은 단 39%(24점)에 불과했다.

그의 62점의 원천은 18개(18/19)의 자유투였다. 62점도 그의 커리어하이지만, 자유투를 한 경기에서 18개나 성공한 것 또한 커리어하이였다.

NBA 역사상 가장 정교한 슛을 가졌지만, 커리는 더 이상 외곽에서만 서성거리지 않았다. 아이솔레이션, 픽앤롤 등 커 감독과 동료들이 그를 위한 판을 만들자 커리는 이에 화답했다. 팀의 승리를 위해 페인트존으로 몸을 던진 그는 19개의 자유투를 얻어내며 마침내 ‘슈터’에서 ‘에이스’가 됐다. 

 

때문에 이날 커리의 62점 퍼포먼스에 더 잘 어울리는 찬사는 따로 있었다. ESPN 기자 출신의 분석가 크리스 팔머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짤막한 멘트야 말로 커리를 향한 최고의 칭찬이었다.

“오늘 폴 조지는 7개 3점슛을 넣어 39점을 올렸다. 스테픈 커리는 8개의 3점슛으로 62점을 올렸다. 라인으로 가라. 그리고 자유투를 던져라. 그게 바로 조지가 보낸 ‘멋진 밤’과 커리가 쓴 ‘역사’의 차이다.”

골든스테이트는 커리가 30점을 넣었을 때 4승 0패, 그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을 때 0승 3패를 기록 중이다.

자, 우리는 커리의 남은 경기들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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