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한국 시간으로 오는 12월 23일, 2020-2021 NBA 정규시즌이 개막한다.

공식적으로는 NBA 역사상 첫 ‘포스트 코로나 시즌’이 될 2020-2021시즌은 이전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NBA 사무국 차원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대한 양의 규정을 마련한 가운데, 각 구단은 무관중 혹은 평소보다 훨씬 적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를 전망이다. 템파베이에 위치한 아말리 아레나를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토론토처럼 아예 연고지를 임시로 이전한 구단도 있다.

또한 2020-2021 정규시즌은 기존보다 10경기 단축된 팀당 72경기 체제로 진행된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올스타전은 취소됐으며(인디애나 폴리스는 대신 2024년 올스타전을 개최한다.), 정규시즌 종료일은 4월이 아닌 5월이다. 또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각 지구 7위부터 10위까지 4개 팀이 플레이오프 하위 시드 2개 자리를 놓고 와일드카드전을 치르는 ‘플레이-인 토너먼트(Play-In Tournament)’ 형태의 단기전도 추가로 진행된다. 이것이 끝나면 5월 23일부터 7월 23일까지 두 달간 플레이오프가 열릴 예정이다.

달라진 것이 너무나도 많지만, 30개 팀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여전히 같다. 승리 그리고 나아가 우승이다. NBA 정규시즌이 개막하는 23일 전까지 ‘이동환의 앤드원’은 새 시즌을 앞둔 30개 팀의 로스터 변화와 전력을 짚어보고 각 구단별 이슈를 점검하는 프리뷰 기사를 여러분께 전해드리려 한다.

업로드는 컨퍼런스 구분 없이 2019-2020 정규시즌 승률 역순으로 진행된다. 열두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샌안토니오 스퍼스다.

 

*2020 오프시즌 주요 IN&OUT*
IN: 트레 존스(루키), 데빈 바셀(루키)
OUT: 브린 포브스, 마르코 벨리넬리, 치메지 메튜

*2020-2021 예상 로스터(임의적인 포지션 분류 포함)*
PG: 디존테 머레이 / 패티 밀스 / 트레 존스(루키)
SG: 데릭 화이트 / 데빈 바셀(루키) / 켈든 존슨
SF: 더마 드로잔 / 로니 워커
PF: 루디 게이 / 트레이 라일스 / 루카 사마니치
C: 라마커스 알드리지 / 야콥 퍼들 / 드류 이뱅크스 / 타일러 젤러

 

오프시즌 리뷰: 정말 이래도 괜찮아?

제아무리 오프시즌을 조용히 보내는 팀이라도 이야기할 거리는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샌안토니오는 정말 다룰 이야기가 없다. NBA 역사상 가장 조용한 오프시즌을 보낸 팀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더마 드로잔이 플레이어 옵션을 활용해 2,77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1년 더 남기로 했다. 내부 FA였던 야콥 퍼들(3년 2,625만 달러), 드류 이뱅크스(3년 529만 달러)와도 재계약했다. 타일러 젤러는 1년 243만 달러에 잔류를 택했다. 이게 샌안토니오가 올해 이적시장에서 보여준 움직임의 전부다.

내부 FA는 빅맨만 잔류시키되, 외부 FA에는 아예 관심도 두지 않았다.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조용했다. 라마커스 알드리지, 패티 밀스가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을 올렸지만 샌안토니오가 보인 실질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드래프트를 통해 데빈 바셀(1라운드 전체 11순위), 트레 존스(2라운드 전체 41순위)가 나란히 합류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그만큼 샌안토니오는 정말 고요하게 오프시즌을 보냈다.

기존의 자원들을 지키는 동안 드래프트로 유망주를 추가 수집하면서 오는 시즌 샌안토니오는 젊은 팀이 됐다. 현재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 중 무려 9명이 만 25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다. 20대 초반이라고 볼 수 있는 선수만 6-7명이 된다. 이는 곧 샌안토니오가 다가오는 시즌에 새로운 농구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다뤄보겠다.

 

2020-2021 샌안토니오에 던지는 세 가지 질문

① 그렉 포포비치의 새로운 농구는?

“이제 달라져야 할 때예요. 완전히 다른 방식의 농구를 할 겁니다.”

새 시즌 샌안토니오의 농구가 확 달라진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내린 결정이다. 1990년대 후반 팀 던컨-데이비드 로빈슨 트윈타워를 앞세워 리그의 강호로 우뚝 섰던 샌안토니오. 2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기록이 중단된 2020년, 포포비치 감독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인 것이다.

근 몇 년 간 NBA 경기에서 3점슛 시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포포비치 감독은 이 같은 트렌드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가한 바 있다. 그는 3점슛만 던지는 농구는 진짜 농구가 아니라며 강하게 비판했었다.

“(3점슛을 많이 던지는 농구가) 저는 싫어요. 저는 늘 그런 농구를 싫어해왔습니다. 20년 동안 계속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농담을 하곤 해요. 농구를 진짜 바꾸려면 4점슛도 생겨야 한다고. 왜냐하면 3점슛을 정말 다들 좋아한다면, 4점슛도 다들 좋아할 거니까요. 5점슛을 넣으면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겠죠? 멋질 것 같습니다. 이젠 (진정한) 농구는 사라졌어요. 농구의 아름다움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저한텐 3점만 던지는 농구가 꽤 지루해요. 하지만 그런 농구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고, 저도 상대가 그런 농구를 하는 것에 적응해야겠죠.”  2018년 11월 포포비치가 남긴 말이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포포비치는 입장을 바꿨다. 이제 포포비치는 빠르게 달리고 3점을 과감하게 던지는 농구를 추구한다. 포포비치가 이런 ‘태세 전환’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샌안토니오는 지난 8월 진행된 버블 시즌부터 4명의 가드와 1명의 빅맨을 함께 코트에 세우는 극단적인 스몰라인업 농구를 시도했다. 드존테 머레이, 데릭 화이트, 로니 워커, 켈든 존슨, 야콥 퍼들을 함께 기용하는 포-가드(four-guard) 라인업이었다.

당시만 해도 라마커스 알드리지의 버블 시즌 불참으로 인한 고육지책처럼 보였지만, 이 실험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샌안토니오는 버블 8경기에서 5승 3패를 기록했으며 22개 팀 중 페이스 부문 3위, 공격 효율 지수 9위를 차지했다. 평균 득점은 버블 이전 113.2점에서 121.1점으로 껑충 뛰었다.

“올랜도에서는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어요. 농구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올랜도 버블에서 했던 것과 같은 전략과 철학을 가지고 새 시즌을 치를 계획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새로운 농구에 적응해야 해요.” 포포비치의 말이다.

때문에 새 시즌부터 샌안토니오에서는 2명의 빅맨을 함께 코트에 세우는 모습을 많이 보기 힘들 전망이다. 라마커스 알드리지, 야콥 퍼들, 트레이 라일스 같은 선수들이 혼자 골밑을 책임지고 나머지 네 자리는 드존테 머레이, 데릭 화이트, 패티 밀스, 더마 드로잔, 로니 워커, 데빈 바셀, 켈든 존슨 같은 빠른 외곽 플레이어들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마 드로잔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바뀐 농구 안에서 선수들이 좀 더 편하고 자유로워졌습니다. 버블 시즌을 준비하면서 다들 흥분한 모습이었죠. 코트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보셨던 대로 자유롭게 코트에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극단적 변화를 택한 샌안토니오는 과연 정규시즌 장기 레이스에서도 달라진 농구를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까?

 

② 라마커스 알드리지, 얼마나 달라질까?

샌안토니오의 새로운 농구는 라마커스 알드리지의 플레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데뷔 후 첫 13시즌 동안 커리어 평균 3점슛 시도가 0.4개에 불과했던 알드리지는 지난 시즌 경기당 3.0개의 3점슛을 던지며 슈팅 범위를 더욱 넓혔다. 성공률도 38.9%로 상당히 좋았다.

이번 시즌엔 한술 더 뜰(?)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샌안토니오가 스피드와 스페이싱에 무게를 두기 시작하면서 알드리지는 지난 시즌보다도 더 많은 3점슛을 던질 예정이다.

달라진 알드리지의 모습이 프리시즌을 통해 이미 확인되고 있다.

알드리지는 지금까지 치른 프리시즌 2경기에서 도합 14개의 3점슛을 던졌다. 특히 첫 경기였던 오클라호마시티전에서는 무려 10개를 던졌다. 이날 알드리지는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3점슛을 던진 선수였다. 팀 내 최고의 슈터라 할 수 있는 패티 밀스(7개)보다도 더 많이 3점슛을 시도했다.

이 역시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알드리지는 승리를 원하는 친구입니다. 저희의 새로운 농구에 문제없이 적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즌에 3점슛 시도를 눈에 띄게 늘렸고, 이번 시즌엔 더 크게 늘릴 예정입니다. 여름과 가을 동안 알드리지가 3점슛 시도에 중점을 두고 개인 훈련을 진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확실히 따라줬어요. 알드리지는 3점슛을 적극적으로 던지는 것이 자신과 팀에 도움이 될 거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포포비치의 말이다.

단순히 3점슛 시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알드리지의 전반적인 공격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 시즌 알드리지의 공격 중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했던 포스트업 공격 빈도(32.2%)는 확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템포를 늦추는 대표적인 공격 방법이 포스트업이기 때문이다. 포포비치의 말대로 샌안토니오가 더 빨리 달리고 더 과감하게 슛을 던지는 농구를 하기 위해선 알드리지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대신 픽앤롤 공격 빈도(22.1%)와 스팟업 공격 빈도(16.1%)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코트를 넓게 쓰기 위해서다.

알드리지까지 3점슛 라인 밖으로 빠져나가 점프슛 시도에 좀 더 무게를 두면서, 샌안토니오는 이번 시즌 최소 4명, 많게는 5명의 선수가 3점슛 라인 밖에서 슛을 던지거나 넓어진 페인트존을 직접 공략하는 농구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알드리지의 변화와 희생은 과연 샌안토니오를 어떻게 변모 시킬까?

 

③ 유망주들의 성장과 활약은?

알드리지는 플레이스타일을 바꾸고 포포비치도 자신의 농구관을 바꿨다. 그리고 달라진 샌안토니오의 실속을 채워갈 선수는 젊은 유망주들이다.

샌안토니오가 최대 4명의 가드를 함께 코트에 세우는 극단적인 스피드 농구를 추구하면서 디존테 머레이, 데릭 화이트, 더마 드로잔의 팀 내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상수라고 봤을 때 변수가 될 수 있는 선수는 로니 워커, 켈든 존슨과 루키 가드 데빈 바셀, 트레 존스다.

버블 시즌 8경기에서 평균 11.3점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로니 워커는 데뷔 두 번째 시즌인 이번 시즌에 성장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선수다.

들쑥날쑥한 야투로 인한 기복이 문제지만, 워커는 기본적인 공격 재능이 상당히 뛰어난 편에 속한다. 이번 시즌 미션은 림 마무리 능력 향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워커는 레이업슛으로 공격을 마무리할 때의 야투 성공률이 45.4%로 낮은 편에 속했다. 레이업슛이 림 근처에서 이뤄지는 슛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수치가 꽤 낮았다. 더 빨리 달리고 코트를 더 넓게 쓰는 농구에서 림 마무리 능력은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워커의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

데빈 바셀은 이번 시즌 샌안토니오에서 주목하면 좋을 루키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샌안토니오의 지명을 받은 바셀은 201cm의 신장, 213cm의 긴 윙스팬에 좋은 운동능력을 겸비한 스윙맨이다.

비교 대상이 켈리 우브레(골든스테이트)로 꼽혔을 정도로 바셀은 탁월한 활동량과 스피드를 자랑한다. 사이드 스텝이 빠르고 수비 기본기가 좋아 공수 양면에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워낙 돌파가 빠르고 민첩해 샌안토니오가 올 시즌부터 추구하는 빠른 농구에도 무척 잘 어울린다.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이미 12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바셀은 16일 있었던 휴스턴전에서도 11점 4리바운드 4스틸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루키에 대해 좀처럼 칭찬을 쏟아내지 않는 포포비치 감독조차도 바셀의 수비 마인드와 경기 이해도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셀은 자신의 공수를 모두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가진 친구예요. 경기에 대한 이해도도 무척 높습니다. 경기 상황에 대해 한 수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2020-2021시즌 눈여겨볼 숫자: 9

지난 시즌 샌안토니오는 부상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팀이었다.

핵심 자원들이 대부분 건강하게 시즌을 치렀고, 그 덕에 60경기 이상을 출전한 선수가 9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모두 평균 15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가져가며 샌안토니오의 선수 로테이션에 힘을 보탰다.

새로 준비한 농구가 더 빨리, 많이 달리는 농구인 만큼 오는 시즌 샌안토니오는 로스터에 가용 자원이 풍부하게 준비돼 있어야 한다. 지난 시즌처럼 9-10명의 선수가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개막 전부터 부상자가 나오고 있다.

16일 기준으로 샌안토니오는 데릭 화이트와 켈든 존슨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

그렉 포포비치 감독에 따르면 둘 모두 시즌 초반 꽤 긴 기간을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발 부상을 당한 켈든 존슨은 앞으로 2주 정도는 경기를 소화하지 못할 전망이며. 왼발 엄지발가락에 아예 수술을 한 화이트는 이보다 더 오래 코트를 비울 가능성이 높다. 화이트의 경우 최대 한 달 안팎의 결장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시스템이 바뀌었는데 중요한 가드 자원들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이탈한다면 샌안토니오가 입는 데미지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전처럼 천천히 세트오펜스를 세팅하는 농구가 아니기에 부상자가 갑자기 등장하는 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그 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졌을 경우다. 포포비치 감독이 추구하는 새로운 농구가 제대로 이행되려면 최소한의 로테이션 인원은 확보돼야만 한다. 과연 샌안토니오는 건강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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