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시작은 2015년이었다. 야구팀에서 데뷔해 구단을 대표하는 단발 여신으로 팬들을 홀렸다가 느닷없이 종적을 감췄다. 팬들은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치어리더를 그만 두고 회사에 다닌다는 말도 있었고, 결혼을 했다는 말도 돌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던 그때처럼 그녀는 조용히 다시 팬들 앞에 나타났다. 떠나던 그때보다 더 환한 미소와 함께, 더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88년생 애기

그녀를 만난 건 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7월 중순 어디쯤에 비가 온 다음 날이었다. 날은 더운데, 더운 만큼이나 습도도 높아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나는 그런 날. 평범한 하루였다면 아마 2020년 들어 가장 불쾌지수가 높았던 날로 기억됐겠지만, 합정역 근처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녀는 이 하루를 완전히 다른 날로 바꿔버렸다. 청량미. 한여름 무더위도 한 순간 잊게 만드는 허은미 치어리더는 그야말로 청량미 넘치는, ‘아, 8월에 섭외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여신이었다. 

허은미 치어리더는 어리지 않다. 그래서일까? 첫 만남에 건넨 인사도 호탕하고, 촬영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인터뷰도 막힘없이 시원시원하게 진행된 건 물론이다. 나무위키에도 가장 먼저 나와 있기에 굳이 부정할 필요가 없는 그녀의 나이는 33살이다. 1988년생으로 어리지 않다. 

“어휴, 어쩌겠어요. 뭐 거짓말한다고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웃음) 그래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SNS나 유튜브 같은 데서 가끔 19금 발언을 해도 그냥 웃어넘겨 주시고. 성숙미래요.”

성숙미라... 그런데 왜 프로필 질문 중 별명에 ‘애기’라고 적으셨어요... 아니다. 더 집요하게 굴면 애기 울겠다. 울어. 애기도 성숙미 넘칠 수 있지. 88년생 애기.

 

 

허은미 치어리더의 데뷔는 2015년이었다. 지금은 벌써 몇 년째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아산 우리은행 위비를 응원하며 농구팬들에게도 낯이 익지만, 첫 시작은 농구가 아닌 야구팀 두산 베어스였다고. 그런데 시작하게 된 계기와 사연이 꽤 재밌다.

“원래 일반 직장에 다니고 있었어요. 부모님이 안정적인 걸 좋아하셔서 평범한 사무직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냥 뭔가 앉아있으려니 답답하고 그런 거예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인터넷에서 치어리더를 모집한다는 게시글을 보게 된 거죠. 그때가 제가 25살 때. 면접을 바로 봤는데 합격도 했거든요? 근데 그땐 바로 못 시작했어요. 겁이 나더라고요. 20대 중반에 안정적인 걸 포기하고 생전 처음 해보는 분야의 일을 하려고 하니까.”

고민 끝에 그녀는 결국 면접만 본 채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렇게 회사를 3년을 더 다니다가 28살이 된 2015년, ‘더 나이 먹기 전에 도전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마침내 단상에 서기로 했다. 그렇게 그녀는 치어리더가 됐고 두산 베어스에서 한창 주가를 올렸다. 마침 허은미 치어리더가 데뷔한 2015년에 두산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녀의 인기도 수직상승. 하지만 그렇게 한 시즌을 마친 뒤 그녀는 불현듯 단상에서 사라졌다.

“여러 가지로 너무 힘들었어요. 늦게 시작을 해서 그런지 젊은 친구들 하는 것만큼 따라가기가 어렵더라고요. 이상하죠? 나이 먹은 지금은 오히려 힘든 게 하나도 없는데. 근데 그땐 이상하게 잠시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것저것 욕심이 많아 공부도 좀 하고 싶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쉰 게 되게 아쉽죠.”

재밌는 건 그녀가 종적을 감추자 팬들 사이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는 것. 허은미 치어리더는 이 자리를 통해 이에 대해 시원하게 해명했다.

“아니, 그때 커뮤니티 글들이나 댓글들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팬분들이 ‘허은미 치어리더 결혼했다더라’, ‘나이가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더라’라면서 저도 모르는 결혼을 시켜 놓으신 거예요.(웃음) 저 정말 결혼 안 했고, 지금 남자친구도 없거든요. 너무 억울해서 결혼했다는 글 찾아다니면서 직접 댓글 달았어요. ‘허은미 결혼 안 했던데?’ 이렇게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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