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지난 달 30일, 우리은행과 BNK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휴식기에 들어갔던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가 오는 22일, 하나원큐와 KB스타즈의 경기를 시작으로 재개된다.

휴식기 이전까지 팀당 6경기를 치른 WKBL은 예상을 빗나가는 승부와 치열한 순위 싸움이 초반부터 이어졌다.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 팀도 있고 그렇지 못한 팀도 있다. 각 팀들이 약 3주간의 휴식기를 거치며 전력을 보완하고 부상 선수들도 복귀하는 만큼 더욱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러면 시즌 초, 팀당 6경기를 통해 나타난 각 팀들의 모습과 휴식기 이후에 대해 간략히 예상을 해보겠다.

신한은행 (4승 2패, 공동 1위)
시즌 초,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이 신한은행이다. 사실, 리그 개막 이전에는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4강에 드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개막과 동시에 가장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신한은행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수비 조직력이다.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은 이전부터 수비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OK저축은행 시절에서는 선수들이 경험부족으로 인해 수비 이해도가 부족했고, 지난 시즌의 신한은행은 선수들끼리 맞춰 본 시간이 짧다보니 완성도가 부족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이런 부분들이 잘 맞는 것 같다.

공수에서 탄탄한 느낌이 보였다. 볼 없는 선수들도 시종일관 움직이며 플레이를 하는 걸 보면, 비시즌 준비가 정말 잘 된 것 같다.

한채진, 이경은 같은 베테랑들은 몸 상태만 좋으면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할 선수들이었다. 여기에 김아름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4번 역할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김단비도 달라진 포지션에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의 신한은행은 김수연의 몸 상태와 체력 관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 신한은행의 상승세에 가장 큰 몫을 한 선수가 김수연이라고 생각한다. 김수연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수도 있다.

한엄지가 공격에서는 더 나을 수 있지만, 높이와 리바운드 싸움 등 다양한 면에서 김수연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수연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신한은행은 김수연이 없는 상황에 대한 준비도 필요할 것 같다.

신한은행은 유승희의 컨디션도 더 올라올 것이고, 정유진, 김이슬, 김애나 등도 복귀할 것이다. 초반보다 훨씬 폭 넓은 선수기용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주축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들이 출전했을 때의 턴오버 관리가 중요해 보인다. 지난 시즌, 신한은행은 경기 당 14.2개로 가장 턴오버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8.7개로 턴오버 관리가 정말 잘 되고 있다. 우리은행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다. 주축이 아닌 다른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도 턴오버 관리를 지금처럼 잘해야 할 것이다.

KB스타즈 (4승 2패, 공동 1위)
‘역시 박지수’라고 정리할 수 있을 거 같다. 기록만 봐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음이 증명된다. 또한 안덕수 KB 감독이 개막 이전에 꾸준히 만족감을 보인 것이 이해될 만큼, KB는 박지수, 강아정 등 주축 선수들이 비시즌에 몸을 잘 만들어서 개막을 맞이했다. 최근 몇 년 간 이들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몸 상태가 좋은지 알 수 있다.

사실 처음 두 경기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준비한 것들이 잘 안되자 급격히 위축되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지 않았고, 특정 선수에게 미루는 모습이 나타났다. 공수에서 박지수에 대한 의존이 지나쳤고, 상대가 박지수를 끌어내서 공략하는 것에 다른 선수들의 대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3번째 경기인 신한은행 전부터는 자신들이 준비한 것들을 가져가는 모습이었다. 초반 2경기, 수비에서 약점을 보였던 강아정이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KB로서는 이런 변화가 훨씬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터지지 않던 3점슛이 이때부터 영점 조준에 성공하며 높이의 강점과 시너지 효과를 이뤄냈다. KB는 외곽이 터지면 박지수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데,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하고 있다. 성공률도 32.0%로 6개 구단 중 2위다. 외곽슛이 이렇게 터져주면 다른 팀들은 KB를 상대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김민정의 움직임이 조금 아쉽다. 김민정은 정말 성실하고 매년 발전하는 선수다. 하지만 지금은 4번으로 경기를 뛰는 만큼, 외국인 선수가 있을 때와는 조금 다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KB는 강아정, 최희진 등 ‘슈터’라고 말할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 있다. 가드인 심성영도 외곽슛에 강점이 있다. 김민정도 외곽슛이 나쁘지 않지만, 슈터처럼 움직이기 보다는 하이-로우 게임도 하고, 박지수에 대한 상대의 더블팀을 이용해 컷-인을 하거나, 인사이드로 달려드는 움직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 찬스에서는 과감하게 던져줘야 한다.

염윤아도 복귀할 예정은 KB는 전력면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3주간의 휴식기동안 느슨하게 준비하지 않고, 경기에 안일하게만 나서지 않는다면 여전히 독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은행 (3승 3패, 공동 3위)
주축 멤버의 결장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뭐라고 평가하기가 힘들다. 일단은 개막전에서 KB를 잡은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 경기를 놓쳤다면 더 나쁜 시즌 초반이 됐을 수도 있다. 라이벌과의 상대적인 부분은 물론, 자신감 측면에서도 KB와의 개막전 승리는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소니아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는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좋았던 점에 비해 극명한 단점이 너무 두드러졌다. 3승 3패라는 결과가 그동안 우리은행이 거둬왔던 성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처한 상황이나 경기력에 비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센터가 없는 우리은행이 매 경기 꾸준하게 최악의 외곽슛 적중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고민이다. 우리은행은 경기당 26.5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시도한 팀이다. 그러나 성공률은 21.4%밖에 되지 않는다. 지독하게 슛이 안 들어갔던 경기가 있는 게 아니라, 꾸준히 매 경기 안 좋았다. 상대가 외곽을 버리는 수비를 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모습이었다.

높이가 낮은 우리은행은 외곽이 어느 정도 터져줘야 한다. 우리은행은 활동량도 예전 같지 않다. 과거 우리은행은 활동량으로 다른 팀을 압도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선수들이 경험이 많아 움직임으로 커버를 해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몸싸움이 거칠고, 수비에서 바디체크를 가장 강하게 많이 하는 팀 컬러가 확실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젊은 팀들보다 활동량에서 앞서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최은실의 복귀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최은실은 캐치 앤 슛 능력이 있고, 높이도 있다. 우리은행에서 그나마 외곽이 가장 잘 들어가는 선수가 인사이드에 주력하는 김정은과 김소니아인데, 최은실은 자신이 외곽에서 슛을 던질 수도 있고, 때로는 최은실이 인사이드로 치중하고 김정은에게 3번 롤을 줄 수도 있다. 최은실로 인해 한 포지션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으므로 분명 숨통은 트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박혜진이 복귀해야 한다. 박혜진은 대체 불가다. 우리은행은 박혜진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농구를 해왔다. 견고한 우리은행의 농구를 구현하는 데에는 박혜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족저근막염 등 발바닥 부상은 예후가 좋지 않은 부상이다. 재활을 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겠지만,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때까지 우리은행은 전체적으로 힘든 시즌을 치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이니까 뭔가를 보여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버릴 수가 없다.

BNK (3승 3패, 공동 3위)
신한은행과 함께 가장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 팀이었다. 가장 큰 장점은 지치지 않는 체력인 것 같다. 비시즌 내내 유영주 BNK 감독은 체력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는데, 이 부문에서는 리그에서 가장 강점을 가져가고 있다.

지공 상황에서의 조율에 약점이 있었는데, 막상 개막 후에는 2대2 픽앤롤을 잘 구사했다. 박신자컵 때에는 이런 플레이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그 멤버에 안혜지가 더해지자 진안과의 2대2 플레이가 잘 됐다. 대책 없이 빠르기만 한 팀이 아니라, 정돈된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김진영이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김희진의 활약은 고무적이다. 특히 김희진은 많은 노력과 코칭스태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었는데, 휴식기 직전 두 경기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BNK가 외곽슛의 안정감은 떨어진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김희진의 역할은 분명 큰 수확이다.

하지만 경험의 약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속공을 많이 했지만 실패도 많다. 리그에서 속공 실패 1위다. 속공으로 마무리 할 때와 멈춰야 할 때의 구분이 필요하다. 

BNK는 휴식기 동안 구슬과 노현지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팀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고 클러치 상황에서 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인만큼 빠르게 정상 컨디션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진안의 체력적인 문제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정말 잘해주고 있지만, 확실한 빅맨 백업 자원이 없기 때문에 진안의 체력 안배와 함께 진안이 없을 때의 상황에 대한 플랜B가 필요할 것 같다.

삼성생명 (2승 4패, 공동 5위)
최근 몇 년간 삼성생명은 외곽슛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 외곽이 안터지다 보니, 인사이드가 빡빡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일대일에 의존하는 모습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는 김단비의 3점슛이 터지면서 이전과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삼성생명의 외곽이 살아나면 가운데에서 배혜윤이나 김한별이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개막전에서 삼성생명은 공격리바운드도 무려 28개나 잡아냈다.

하지만 개막전을 제외한 경기에서는 이전과 같은 모습이 반복 됐다. 외곽이 풀리지 않으면서 상대는 김한별과 배혜윤에 포커스를 맞춰서 가운데로 치중했다. 그러다보니 삼성생명은 코트를 좁게 쓰면서 조직적인 플레이보다는 일대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조금 더 다양한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결국 삼성생명도 외곽이 터져줘야 한다. 초반 6경기에서 삼성생명의 3점슛 성공률은 25.2%로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또한 완성도 높은 플레이를 위해 공격권 하나 하나를 아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공격도 좋지만 삼성생명은 종종 이런 면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필드골 시도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경기당 78.3개의 슛을 시도하고 있다. 슛 시도가 가장 적은 하나원큐는 경기당 62.2개를 시도하고 있고 나머지 팀들은 66~69개의 슛을 시도했다. 삼성생명이 리바운드가 가장 많은 팀이지만, 리바운드로 인해 공격기회를 많이 잡았다기보다 지나치게 슛 시도가 많았다는 느낌이다. 절제와 정돈. 찬스를 확실하게 만들어서 공격을 시도하는 플레이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휴식기 이후 삼성생명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배혜윤의 몸 상태가 될 것이다. 배혜윤이 확실히 중심을 잡아줄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상당하다. 

시즌 초반 배혜윤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몸이 다 올라오지 않은 느낌이다. 그리고 핸드 체킹이 강화된 규정도 배혜윤에게는 오히려 손해가 된 것 같다. 이번 시즌, 핸드 체킹이 강화되면서 손을 쓰는 수비에는 파울이 나오지만 오히려 다리에 걸리는 부분은 많이 안 불어주는 느낌이다. 

배혜윤은 페이스업보다는 로우 포스트에서 자리를 잡고 포스트업을 주로 하는 스타일이다. 등으로 밀고 가다가 스탭을 빼면서 플레이를 펼치는데, 여기서 하체가 부딪힐 때 파울이 잘 안 불리고 넘어지는 경우가 잦으면서 자기 리듬을 잃은 것 같다. 

3주의 시간이 충분했던 만큼 배혜윤이 컨디션도 끌어올리고, 흐트러진 리듬을 찾아 좋은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하나원큐 (2승 4패, 공동 5위)
시즌 초반, 가장 고전했던 팀이 하나원큐였던 것 같다. 기대했던 장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나원큐는 지난 박신자컵에서 스피드의 강점을 잘 살렸지만 외곽슛이 터지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강유림이 외곽에서 역할을 해주면서 결승에서 삼성생명을 이기고 우승했다. 정규리그에는 강이슬이 강유림 이상의 역할을 해줄 것이기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일단 강이슬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것 같다. 부상과 재활 기간이 길어서 비시즌에 몸을 충분히 만들지 못한 느낌이다. 강이슬의 슛이 터지지 않으면 하나원큐는 전체적으로 외곽 득점이 크게 줄어들 게 된다.

강이슬이 정상적이지 않고, 팀은 속공도 나오지 않으면서 보강된 센터 포지션에서는 높이 보강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안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나타난 만큼 확실한 진단과 함께 처방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강이슬의 컨디션 회복과 함께 센터들의 기본기와 리바운드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리바운드는 신장 뿐 아니라 개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기술적으로 요령과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필요하다.

몸 싸움에 약점이 있고 박스아웃 상태에서 스탠딩 점프로 리바운드를 잡는 데에 오히려 약점이 있다면 리바운드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리바운드를 잡은 이후에는 빠르게 첫 패스가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패스가 여의치 않을때는 직접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데, 지난 시즌 하나원큐는 마이샤 하인즈 알렌, 고아라 등이 그런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이번 시즌 빅맨들의 플레이에서는 이런 부분이 다소 아쉽다.

하나원큐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휴식기 동안 전략적인 부분에서 대책을 마련했으리라 본다.

강이슬이 회복하고 빅맨들이 스크린과 리바운드에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하나원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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