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밀워키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한국시간으로 11월 17일은 NBA 트레이드 시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코로나19 여파와 노사협약의 장기화로 굳게 닫혀 있던 NBA 이적시장의 문이 이날 마침내 다시 열렸다.

이적시장 첫 날, NBA를 가장 뜨겁게 달군 팀은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 팀 밀워키 벅스였다.

밀워키는 총 5명의 선수와 3장의 1라운드 지명권, 2장의 1라운드 지명권 교환 권리를 넘기고 즈루 할러데이와 보그단 보그다노비치를 뉴올리언스와 새크라멘토에서 각각 영입하는 트레이드에 구두합의했다. 만 37세의 젊은 단장 존 호스트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움직임이 돋보인 두 건의 대형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 시장 오픈을 앞두고 불과 몇 시간 전에 진행된 현지 취재진과의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며칠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 구단에겐 재밌고, 흥분되고, 뉴스거리가 많은 기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던 존 호스트 단장은 첫 날부터 빠른 움직임으로 밀워키 로스터에 큰 변화를 주는 데 성공했다.

 

 

즈루 할러데이,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영입은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밀워키에 의미를 가진다.

첫째, 3점슛의 보강이다.

지난 시즌 밀워키는 3점슛 시도(38.9개, 4위), 3점슛 성공(13.8개, 4위) 모두 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3점슛을 던지는 팀이었다.

하지만 팀에서 볼 핸들러 역할을 맡은 야니스 아데토쿤보와 에릭 블레소는 모두 3점슛 생산력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아데토쿤보의 3점슛 성공률은 30.4%에 불과했다. 블레소는 시즌 3점슛 성공률이 34.4%로 나쁘지 않았지만, 캐치앤슛으로 던지는 3점슛(26.4%)과 코너 3점슛(23.5%)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보였다. 그리고 이는 곧 플레이오프에서 아데토쿤보와 블레소 모두 상대의 노골적인 새깅 수비 대상이 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이 점이 밀워키를 고전하게 만들었다.

 

이 부분에서 즈루 할러데이와 보그단 보그다노비치는 확실한 업그레이드다.

즈루 할러데이는 지난 시즌 평균 3점슛 시도(5.7개), 3점슛 성공(2.0개), 3점슛 성공률(35.3%) 모두 블레소보다 좋은 선수였다. 캐치앤슛 3점슛 성공률(36.4%)과 코너 3점슛 성공률(42.1%)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월등했다. 3점슛 카테고리만 놓고 보면 할러데이의 압승이다.

보그단 보그다노비치는 새크라멘토에서 버디 힐드, 네만야 비엘리차 다음 가는 3점 슈터였다.

경기당 3점슛 시도(7.2개), 3점슛 성공(2.7개) 모두 버디 힐드에 이어 팀내 2위였고, 그 와중에 37.2%의 높은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캐치앤슛으로 던지는 3점슛은 경기당 2.0개를 성공했고 성공률은 무려 40.7%였다.

지난 시즌 밀워키에서 보그다노비치보다 캐치앤슛으로 많은 3점슛 성공을 기록한 선수는 단 1명도 없었다. 캐치앤슛 3점슛 성공률이 보그다노비치보다 높았던 선수는 카일 코버(43.2%), 크리스 미들턴(45.2%), 조지 힐(50.0%)뿐이었다. 즉 바로 다음 시즌부터 보그다노비치는 밀워키에서 크리스 미들턴과 더불어 팀 내에서 가장 무서운 슈터가 될 수 있다.

 

둘째, 플레이메이킹 능력의 보강이다.

즈루 할러데이와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모두 좋은 2대2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지난 2년 동안 밀워키가 마주한 가장 큰 고민은 플레이오프에서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봉쇄당했을 때 돌파구를 만들어줄 '샷 크리에이터(shot creater)'가 없다는 것이었다.

스피드가 떨어지고 볼 핸들링이 평범한 크리스 미들턴은 한계가 뚜렷했고, 에릭 블레소는 앞서 언급한 대로 새깅 수비조차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조지 힐도 장단점이 명백한 볼 핸들러였다.

아데토쿤보가 페인트존 밀집 수비에 고전할 때 밖에서 2대2 게임, 아이솔레이션으로 수비를 흔들며 공간을 벌려줄 수 있는 선수가 밀워키에겐 너무 필요했다. 그리고 즈루 할러데이와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모두 그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즈루 할러데이의 경우 스크리너를 잘 살려주거나 파생 효과를 잘 만들어주는 2대2 공격수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2대2 게임에서 자신의 득점을 확실하게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상대 수비에 위협을 주는 능력만큼은 확실하다.

지난 시즌 즈루 할러데이는 2대2 볼 핸들러로 경기당 5.1점을 생산했는데 이는 팀 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2대2 볼 핸들러 공격 빈도도 31.8%로 팀 내 1위였다. 지난 시즌 밀워키에서 2대2 볼 핸들러 득점 생산이 할러데이보다 높았던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공격 빈도가 할러데이보다 높았던 선수는 조지 힐(32.5%)이 유일했다.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역시 위력적인 2대2 공격수다. 지난 시즌 보그다노비치의 2대2 볼 핸들러 평균 득점 생산은 3.2점으로 디애런 팍스(7.7점), 버디 힐드(4.5점) 다음으로 높았다. 2대2 볼 핸들러 공격 시 야투율이 45.6%로 무척 높았다.

보그다노비치는 좋은 패서로 활약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보그다노비치는 어시스트(3.4개), 포텐셜 어시스트(6.0개, *실제 어시스트로 기록되지는 못했지만 패스를 받은 선수가 야투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던 패스) 모두 새크라멘토 내에서 3위를 기록했다. 총 패스 횟수 대비 어시스트 빈도는 10.8%로 디애런 팍스(12.8%) 다음으로 높았다.

 

밀워키에게 또 하나 고무적인 부분은 할러데이-보그다노비치 영입이 기존 밀워키 라인업의 강점인 사이즈와 수비력의 손실을 최소화한 움직임이라는 점이다.

즈루 할러데이는 리그 최고 수준의 가드 수비수로 꼽힌다. 할러데이는 2018년에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 2019년에 올-디펜시브 세컨드 팀에 선정됐을 정도로 수비력이 탄탄하다. 191cm의 신장에 탄탄한 몸을 갖췄고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볼을 건드리는 디플렉션을 유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실제로 지난 시즌 할러데이의 경기당 디플렉션 개수는 4.0개로 리그 전체 2위였다. 선수마다 수비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리그 최고 수준의 외곽 수비수로 꼽히는 벤 시몬스(3.9개), 카와이 레너드(3.5개), 지미 버틀러(3.4개), 로버트 코빙턴(3.4개), 크리스 폴(3.3개) 등과 비교해도 앞섰다.

때문에 사실 블레소가 할러데이로 바뀐 것은 수비적으로 오히려 업그레이드라고 봐야 한다.

보그다노비치는 아주 뛰어난 외곽 수비수는 아니지만, 많은 유럽 출신 가드들처럼 수비 구멍이 되어 상대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는 선수는 절대 아니다. 198cm로 슈팅가드로서 이상적인 신장을 가졌고, 211cm에 달하는 윙스팬을 활용한 압박과 견제도 준수하다.

이로써 다음 시즌 밀워키는 즈루 할러데이(191cm), 보그단 보그다노비치(198cm), 크리스 미들턴(201cm), 야니스 아데토쿤보(211cm), 브룩 로페즈(213cm)로 이어지는 사이즈 좋은 주전 라인업을 활용하면서도 슈팅력과 볼 핸들링은 한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현재 밀워키의 상황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갑자기 무주공산이 된 벤치다.

두 차례의 트레이드로 핵심 로테이션 자원이었던 조지 힐, 돈테 디빈첸조, 얼산 일야소바가 모두 팀을 떠난 상태에서 웨슬리 메튜스와 로빈 로페즈까지 옵트아웃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현재 밀워키에 남은 선수는 앞서 언급한 주전 5명에 타나시스 아데토쿤보, 저스틴 제임스까지 총 7명뿐이다.

제아무리 플레이오프에 초점을 맞춘 로스터라고 해도, 정규시즌를 안정적으로 치러내며 상위 시드를 확보하지 못하면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안정적인 정규시즌 소화를 위해 벤치 안정은 필수다.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 특유의 철저한 출전 시간 관리와 선수 로테이션을 유지할 수 있는 식스맨 자원을 추가 확보하는 것이 현재 밀워키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한편 트레이드로 1라운드 지명권만 3장, 교환 권리만 2장을 넘긴 탓에 지금 밀워키는 어느 팀보다도 절박한 ‘윈-나우’ 팀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밀워키의 행보에 대해 아데토쿤보를 반드시 붙잡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서 나온 ‘패닉 바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할러데이와 보그다노비치가 좋은 선수인 것은 맞지만, 둘을 영입하기 위해 대부분의 핵심 벤치 자원과 여러 장의 1라운드 지명권을 넘기는 것은 다소 과하다는 것이다.

전력 보강을 위해 벤치 자원과 지명권을 다수 포기하는 극단적인 행위는 연장계약 협상 데드라인(12월 22일)을 앞두고 아데토쿤보에게 팀의 절박함과 아데토쿤보에 대한 충성심(?)을 어필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번 두 건의 트레이드로 밀워키는 향후 2-3년 동안 우승에 준하는 성과를 거두지 않으면 안 되는 ‘벼랑 끝의 팀’이 됐다.

트레이드 시장 오픈과 동시에 밀워키가 단행한 두 건의 트레이드는 샐러리캡과 벤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배수의 진을 치는 행위나 다름 없었다. 때문에 이는 앞으로 밀워키 선수단과 구단 전체에 엄청난 압박감을 안길 것이 확실하다.

관건은 앞으로 밀워키가 그걸 이겨내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을 지다. 밀워키의 마지막 파이널 우승은 1971년으로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이었다. 카림 압둘-자바가 소포모어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시즌이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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