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규정의 딜레마, 공격력의 극대화? 수비 조직력의 완성도?

[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KB국민은행 Liiv M 2020-21 여자프로농구가 지난 10일 개막했다. 20-21 시즌의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외국인 선수가 없이 국내 선수로만 치르는 시즌이라는 점과 강화된 핸드 체킹 규정이다.

개막 첫 주말, 6개 구단이 한 경기씩 치른 가운데 이번 시즌 지켜봐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외국인 선수가 없는 가운데 모든 기대는 당연히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청주 KB스타즈에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KB는 홈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에 68-71로 패하며 예상보다 힘든 챔피언 탈환에 나서게 되었다. 

선수 스쿼드와 백업 자원이 가장 적은 우리은행은 최은실의 부상 결장과 단 4분 45초를 뛰고 벤치로 나오게 된 에이스 박혜진의 부상으로 힘든 출발을 하게 되었지만, 팀 특유의 강한 수비 조직력과 로테이션을 바탕으로 센터가 없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KB와 대등한 리바운드 개수를 기록했고, 공격 리바운드는 상대보다 1개를 더 잡아냈다. 사실상 KB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높이를 무력화 시켰다. 

수비에서는 박지수를 적절히 밀어냈고, 골밑으로 들어오면 강한 트랩과 빠른 로테이션, 조직력으로 턴오버를 유도 했다.

공격에서는 박지수를 끌고 나와 공간을 넓히고, 주득점원들의 개인 능력을 앞세워 1대1로 상대의 수비를 흔들었다. 잘 잡은 리바운드는 빠른 트랜지션과 연결됐고, 상대에게 체력 소모를 주면서 정신적인 부분을 흔들었다. 

이는 절대 강자로 보였던 KB에 대한 기본적인 대처 방법인데, 리바운드를 대등하게 가져가고, 팀 디펜스 조직력을 잘 준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 주었다. 물론, KB를 상대로 이런 조건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부분은 아니다.

리바운드와 수비 조직력이 중심이 되는 모습은 12일, 신한은행과 하나원큐의 경기에서도 나왔다.

선수들의 부상으로 신음하던 신한은행은 베테랑들의 공수 밸런스, 그리고 호흡을 맞추는 어린 선수들의 적극성과 투지로 기세를 잡아 홈 개막전 승리를 챙겼다.

신한은행은 공격력보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한 빠른 스위치와 로테이션을 보여 준 수비력이 훨씬 더 돋보였고, 하나원큐는 잘 안 풀린 공격력보다, 더 준비가 안 된 수비력이 문제였다. 

하나원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국내센터 자원을 보강했다.

지난 시즌 상승세, 비시즌의 좋은 분위기, 여기에 높이의 약점을 보완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하나원큐는 빅맨 자원 전원이 투입됐지만, 공수 양면에서 상대 센터 1명의 활약에도 미치지 못했다.

센터의 역할이 미진한 부분은 외곽의 찬스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첫 경기를 내줬다.

앞으로도 양인영, 이정현, 이하은 등 세 명의 선수가 기본적으로 2명분 이상의 역할은 해 주어야 하나원큐가 원하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비 조직력이 약하다는 것은 바로 리바운드와 귀결된다. 하나원큐는 신한은행에게 17개의 공격리바운드를 허용했고, 전체 리바운드는 14개나 부족했다. 

11일 진행된 삼성생명과 BNK의 경기에서도 BNK는 삼성생명에게 두 배의 공격 리바운드를 더 허용했다. 삼성생명은 이날, 28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냈는데, 이는 역대 WKBL 최다 기록이다. BNK 역시 하나원큐처럼 총 리바운드에서 상대보다 큰 열세를 보였다. 

BNK와 하나원큐 모두 달리는 농구를 지향하는 팀이다. 두 팀이 모두 상대에게 많은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했다는 것은 수비보다 공격에 너무 치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핸드체킹 규정의 강화로 인해, 더 빠른 스피드와 1대1 공격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고, 이러한 규정의 변화로 인해 수비 변화와 조직력 또한 더욱 중요해졌다.

직선 농구는 한계가 분명하다. 때로는 이를 곡선으로 바꿔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BNK나 하나원큐로서는 이 부분에 약점이 존재하는데, 개막전에서는 이런 부분이 두드러졌다.

달리는 농구, 공격적인 농구도 조직적인 수비와 리바운드를 잘 잡아 낸 후에 가능하다는 것을 두 팀 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 

시즌 첫 승리를 챙긴 팀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구심점 역할을 하는 베테랑 선수들과 블루워커 역할을 하는 선수가 존재했고, 공수 모두 선수 각각의 역할에 확실한 롤이 정해져 있었다.

첫 경기만 보고 올 시즌의 향방을 가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분 좋은 승리로 리그를 시작한 팀들도 선수 자원의 문제,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 그리고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적인 문제점이라는 고민을 갖고 있다.

개막전 준비에서, 그리고 운영에서 한 발 앞섰지만, 첫 날의 결과가 앞으로도 꾸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첫 경기에서의 문제점을 빠르게 수정할 팀도 있을 것이고, 나름의 장점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도 많을 것이다. 

개막 후 매 경기 접전이 벌어지며 재미있는 승부가 이어지고 있는 KBL처럼, WKBL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욱 기대감을 높이는 경기들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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