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탐 티보도는 어딜 가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시카고도, 미네소타도 모두 티보도의 지휘 아래 성공 가도를 달렸다. 티보도가 일군 시대는 찬란했다. 시카고는 마이클 조던이 떠난 이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티보도와 함께 거뒀다. 미네소타는 2004년 이후 13년 동안 이어지던 플레이오프 갈증을 티보도로 인해 풀어냈다. 하지만 티보도는 뉴욕에서도 성공가도를 이어갈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지금 뉴욕은 NBA에서 가장 휘황찬란한 ‘감독의 무덤’이다.

탐 티보도의 이력서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탐 티보도는 현지 NBA 팬들에게도, 국내 NBA 팬들에게도 너무 유명한 감독이다. 뚜렷한 장단점 때문에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확실한 별명도 있다. 탐 티보도가 맡은 팀은 항상 성과를 냈지만, 동시에 문제도 있었다. 혹사 문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격 시스템이 늘 지적받았다.
그래서 탐 티보도는 흥미로운 연구대상이다. 뉴욕 닉스 부임은 더더욱 눈길이 가는 사건이다.
일단 티보도의 감독 초년생 시절을 되돌아보자. 2010년, 티보도는 명가 시카고 불스의 지휘봉을 잡는다. 비니 델 니그로의 후임이었다.
당시 시카고는 데릭 로즈, 조아킴 노아, 루올 뎅, 타즈 깁슨을 중심으로 동부 강호로 올라설 준비를 마친 팀이었다. 1년 전 벤 고든과 작별한 뒤, 2010년 여름 FA 시장에서 카를로스 부저와 카일 코버를 동시에 영입하며 탄탄한 로스터를 구축했다. 관건은 초짜 감독 티보도가 어떻게 구슬을 꿰내느냐였다.
티보도는 결과로 답했다. 2010-2011시즌 시카고는 62승 20패를 기록하며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데릭 로즈는 역대 최연소 MVP가 됐다. 1998년 우승 이후 암흑기를 겪다가 애매한 성적만 내던 시카고는 티보도 체제로 곧장 동부 결승 무대까지 돌파했다. 티보도는 루키로서 감독상을 받으며 순식간에 주목받는 지도자가 됐다.
5년의 시카고 생활을 마무리한 후에는 더 추운 곳으로 떠났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였다.
2016년 미네소타의 감독직과 사장직을 동시에 꿰찬 티보도는 두 번째 시즌인 2017-2018시즌에 미네소타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시카고에서 자신이 키운 지미 버틀러와 타즈 깁슨은 물론 칼 앤써니 타운스, 앤드류 위긴스, 제프 티그 등이 그를 지원 사격했다. 티보도가 이끈 플레이오프 진출은 미네소타 구단 역사에 남을 의미 있는 성과였다. 2004년 이후 14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뉴욕 닉스다. 닉스는 티보도의 세 번째 팀이다. 연고지도, 역사도 다르지만 뉴욕이 처한 상황만큼은 티보도 부임 당시 시카고, 미네소타가 처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뉴욕이 전하는 티보도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너무 간단하고 분명하다. “S.O.S”다.

티보도는 거대한 사과(Big Apple)를 삼킬 수 있나
도시 뉴욕엔 100년 된 별명이 있다. ‘빅 애플(Big Apple)’이다. 1920년대 스포츠 작가 존 피츠 제럴드가 뉴욕을 그렇게 부른 것이 지금까지 굳어졌다.
크고 먹음직스러운 만큼, 뉴욕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도시다. 때깔 좋고 매력적이지만 잘못 삼켰다간 독사과가 될 수 있는 것이 닉스라는 팀이다.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때론 근거 없는 루머가 사실처럼 떠돈다. 뉴욕에서 뛰는 스포츠 스타들이 이로 인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탐 티보도가 도시 뉴욕과 닉스를 무척 잘 아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티보도는 뉴욕주 근방의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자신은 물론이고 아버지를 비롯한 온 가족이 뉴욕 닉스의 팬이었다. 티보도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메디슨 스퀘어 가든이 최고의 낙원이었다고 회상한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티보도는 닉스 코치로 일하기도 했다. 1999년 패트릭 유잉, 래리 존슨이 이끈 8번 시드의 기적을 벤치에서 직접 목격하고 기적에 힘을 보탰다. 티보도의 머릿속엔 70년대와 90년대의 닉스 황금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뉴욕을 정말 사랑한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과 그곳을 찾는 뉴욕 팬들도 너무 좋아한다. 뉴욕에 오게 돼서 너무 기쁘다.” 닉스 부임이 확정된 후 티보도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이제 눈길은 티보도를 맞이하는 뉴욕의 로스터로 쏠린다. 애석하게도 지금 뉴욕은 어느 것 하나 안정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한, 리그 평균 이하의 로스터를 가진 팀이다. 현 시점의 역량이 뛰어나지 않을 뿐더러, 잠재력이 손꼽힐 정도로 훌륭하지도 않다.
R.J. 배럿, 미첼 로빈슨, 프랭크 닐리키나, 케빈 낙스, 데니스 스미스 등 아직 빛을 발하지 못했거나 기대만큼 크지 못한 유망주가 로스터에 가득하다. 리빌딩을 시작한 지가 언젠데, 프랜차이즈를 끌고 갈 만한 확실한 기둥이 아직도 없다. 티보도는 이런 뉴욕의 암흑기 탈출을 이끌어야 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대 5년. 하지만 그간 뉴욕과 제임스 돌란 구단주의 행보를 봤을 때 5년이 3년이 될지, 1년 혹은 2년이 될지 알 수 없다.
티보도에게 주어진 사과는 황금사과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최근 뉴욕의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은 대부분 독사과를 베어 물었다.

티보도가 넘어서야 할 2가지 허들
뉴욕과 티보도의 만남은 중요한 이슈를 2가지 만들어낸다. 이 이슈는 그간 티보도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 왔던 부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첫째, 뉴욕은 티보도의 혹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둘째, 티보도는 뉴욕을 좋은 공격 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
티보도가 자신이 선호하고 신뢰하는 선수에게만 유독 긴 출전 시간을 부여한다는 비판은 꽤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모두가 알고 있는 티보도에 대한 대표적 비판론이다.
‘흑장미’ 데릭 로즈는 티보도의 혹사에 희생된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지미 버틀러도 시카고와 미네소타에서 티보도를 만났을 때 유독 긴 시간을 뛰었다. 앤드류 위긴스와 칼 앤써니 타운스는 티보도와 함께 하는 기간 동안 출전시간 부문 리그 탑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티보도의 혹사 논란은 경기 출전시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훈련 시에도 티보도는 선수들에게 지구력을 요구하기로 유명하다.
이 같은 티보도의 혹사 논란은 새로운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내지 못한다는 비판과도 연결돼 있다. 자신이 확실시 신뢰하는 몇몇 핵심 선수에게만 출전 시간을 몰아주느라, 유망주의 성장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이다.
그래서 뉴욕과 티보도의 만남은 흥미롭다. 지금 뉴욕엔 데릭 로즈, 앤드류 위긴스, 칼 앤써티 타운스 같은 미래가 창창한 1순위 유망주도, 지미 버틀러나 루올 뎅 같은 팀의 지지대가 되어주는 든든한 베테랑도 없다. 농사로 치면 토양부터 다시 다져야 하고, 건물로 치면 기둥을 세울 주춧돌의 자리부터 찾아야 하는 젊은 팀이다. 물론 향후에 트레이드와 FA 영입을 통해 로스터에 큰 변화가 있을 순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뉴욕은 모든 것을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팀이다. 유망주 발굴과 성장이 현재 뉴욕의 1차적 목표다. 그런 뉴욕과 티보도가 만나다니. 재밌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올랜도 디즈니월드에서 ESPN 해설자로 훌륭한 해설을 보여주고 있는 스탠 밴 건디 전 감독은 뉴욕의 티보도 영입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티보도가 뉴욕의 팀 문화를 새롭게 다질 적임자라고 했다. 대중의 인식과는 반대되는 이야기다. 밴 건디는 티보도야 말로 리빌딩 팀 뉴욕에 어울리는 지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이 탐 티보도 감독을 데려온 것은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팀이기 때문이다. 티보도는 뉴욕에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어줄 것이다. 티보도는 구성원 모두가 알고 있는 원칙 아래에 유망주들을 진정한 프로로 성장시킬 것이다. 높은 기준을 가지고 유망주들을 몰아붙일 것이다.”
“물론 뉴욕은 아직 갈 길이 먼 팀이다. 티보도는 훌륭한 지도자이지만 뉴욕은 대성공을 거둘만한 로스터를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 하지만 티보도는 현재 뉴욕 로스터에 있는 유망주들의 재능을 극대화해낼 것이다.”
또 다른 의문은 티보도가 뉴욕을 좋은 공격 팀으로도 만들 수 있을지다. 2019-2020시즌 뉴욕은 평균 득점 29위(105.8점), 공격효율지수 28위(106.5)에 머문 리그 최악의 공격 팀이었다. 데이비드 피즈데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첫 22경기 동안에도, 마이크 밀러 코치가 대신 팀을 이끌었던 이후 44경기에서도 뉴욕의 공격은 변함없이 형편없었다.
이제는 너무 뻔한 이야기이지만, 현대농구에서 좋은 공격 팀이 되려면 페인트존과 3점슛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배제할 이유는 없지만, 3점슛과 페인트존 득점 중 하나만 가볍게 여겨도 아주 답답한 공격 팀이 되거나 횡재만 노리는 양궁농구 팀이 된다. 그런데 그간 티보도가 이끌었던 팀들은 유난히 3점 생산에 힘을 쏟지 않았다. 하나 같이 페인트존과 미드레인저 점프슛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두 시즌 반 동안 이끈 미네소타는 3점슛 생산이 꾸준히 리그 최하위권이었다.(30위, 30위, 23위)
다행히 팀 수비의 틀을 잡고 선수들에게 수비의 원칙을 심어주는 역량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티보도다. 시카고, 미네소타에서 거둔 성공도 모두 여기에 기반해 있었다. 보스턴 셀틱스가 2007-2008시즌에 어마어마한 수비력은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 수비 어시스턴트 코치였던 티보도의 공이 컸다. 시카고, 미네소타에서도 티보도의 수비 코디네이팅 능력은 빛을 발했다.
뉴욕에서도 티보도의 수비 코칭은 힘을 발휘할 것이다. 수비력만 달라져도 뉴욕은 동부지구 중위권 수준의 팀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 뉴욕이 수비도 형편없는 팀이었기 때문이다.(리그 23위) 관건은 공격까지 바꾸면서 뉴욕을 공수가 조화를 이루는 팀으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다.
‘빅 애플’은 티보도에게 어설픈 성공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시카고, 미네소타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고무적이고 역사적인 성공을 기대할 것이다. 리그 최고 빅마켓 뉴욕에게 그런 성공은 동부지구 제패, 나아가 파이널 우승이다. 이를 위해 티보도는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한계론을 깨부셔야 한다. 티보도는 뉴욕을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티보도도 바뀔 수 있을까. 지금 티보도와 뉴욕은 어느 때 묵직한 미션을 안고 함께 출발점 앞에 섰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