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①편에 이어...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누군가의 자랑

부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보니, 친구들 역시 모두 KT 혹은 롯데의 팬이다. 그러나 처음에 면접을 보고 치어리더가 됐을 땐 가족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처음에는 전혀 말을 안 했어요. 뭔가 갖추고 나서 제대로 무대에 선 다음 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개막까지 두 달 정도 연습하다가 어느덧 개막전이 됐고, 이제 경기장이나 SNS에 치어리더 소개 영상 같은 게 나오잖아요? 그때 친구들이 알아본 거죠. 엄청 놀라더라고요.”(웃음)

치어리더가 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이냐고 묻자 말을 잘하는 ENTP답게 꽤 멋진 답변이 나왔다. 

“KT나 롯데나 워낙 팬분들 열정이 대단하시잖아요? 그중 저는 이 응원하시는 팬들을 대표로 단상에 나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자체가 너무 멋지고 영광이지 않나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부러워할 때가 많아요. ‘야 너는 매일 직관하냐’면서.(웃음) 요새는 또 야구가 개막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무관중 경기잖아요? 홈 경기 있을 때마다 친구들이 ‘또 가서 보냐, 부럽다’고 투정 부려요. 그러면 저는 ‘내가 더 열심히 응원하고 올게’하고 놀리고요.”

지금이야 인터뷰도 베테랑처럼 술술 하지만, 무대에 처음 섰던 데뷔 경기 땐 말도 못할 실수가 많았다고. 데뷔 경기 때 실수가 여태껏 치어리딩을 하면서 가장 큰 실수였단다.

“정말 떨렸어요. 처음이니 긴장도 되고 또 개막이란 단어가 주는 그 설렘과 벅참? 같은 느낌 있잖아요. 그런 거에 저도 팔려서 진짜 정신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개막전 무대를 하고 있었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는지 방송 카메라 감독님께서 저를 원샷으로 잡아주신 거예요. 그럼 더 신나서 춰야 하잖아요? 근데 그때 제가 당황해서 갑자기 춤을 멈춰버렸어요.(웃음) 잔 실수는 없었는데 그 실수가 너무 큰 사고였던 거죠...(요샌 안 틀려요?) 아~ 저를 뭘로 보시고. 이제는 안 틀리죠. 저 이번 야구 개막전에도 당일에 나온 선수 응원가 하나도 안 틀리고 잘했다니까요.”

뭔데요. 그 자랑스러운 표정은. 갑자기 농구 잡지 인터뷰에서 왜 야구 개막전 자랑을 해. 농구 자랑도 좀 해줘요.

“아, 저는 근데 농구가 더 재밌어요. 농구는 실내 좁은 공간에서 하잖아요? 그래서 치어리더와 선수들의 거리도 더 가깝거든요. 선수들의 말소리도 다 들리고, 땀이나 표정도 다 보인다니까요. 덩크슛이나 이런 거 하면서 선수들이 제 앞에서 날아다니는 걸 보면 4D 영화 보는 것처럼 진짜 멋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작전타임이라도 부르시면, 저도 더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네? 작전타임 때 치어리더분들은 무대에서 춤추지 않나요?) 아, 맞네...”

ENTP의 특성 8. 말을 나오는 대로 막 한다. 

 

 

외모를 안 보는 수지

사직 수지의 이상형은 독특하다. 본인 스스로 “저는 남자친구 외모를 잘 안 봐요”라고 한다. 

“외모보다는 성격적으로 웃음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그동안 만났던 전 남친들도 돌이켜보면 거의 잘생기진 않았어요.”

혹시 이걸 보고 계시는 박예진씨 전 남자친구 있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어쨌든. 그렇다면 이상형에 가까운 연예인은 누구일까?

“저는 외모는 안 보는데 음... 박해일이요. 섹시하면서도 되게 깔끔하시잖아요.”

외모 안 본다면서 좋아하는 연예인은 박해일이라고? 기자를 포함해 잠시 희망을 가졌던 독자들은 같이 손잡고 후퇴하도록 하자. 씁쓸했지만, 다시 기자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표정 관리를 하고 물었다. 좋아하는 영화나 음식은요?

“저는 ‘타이타닉’ 정말 좋아해요. 5번이나 봤어요. 한국 영화 중에서는 박보영 배우 나오는 ‘너의 결혼식’이요. 사람이나 영화나 웃기고 재밌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너의 결혼식’은 영화도 워낙 재밌고 그걸 예전에 서울에서 친구랑 봤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 저희가 있던 동네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더 감정 이입이 되면서 재밌게 봤었어요.”

“좋아하는 음식은 못 골라요. 먹는 건 다 좋아서. 연어 들어간 요리 좋아하고요, 뿌링클도 좋아해요. 뿌링클은 꼭 치즈볼이랑 같이 먹어야 되는 거 아시죠? 김치볶음밥도 좋아하고... 음... 싫어하는 건 거의 없는데 하나 꼽자면 조개 구이? 근데 조개 구이 파는 곳은 좋아해요. 무슨 뜻이냐면, 조개 구이는 보면 포장마차 같은 데서 소주 한 잔 시켜놓고 먹잖아요. 그런 분위기가 너무 어른스럽고 멋지거든요? 근데 먹지는 못 해요. 못 먹는데도 분위기가 좋아서 친구들한테 조개 먹으러 가자 한 다음 전 라면 시켜 먹어요.”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정신이 혼미해진다. 나도 그녀의 매력 없는 출구에 빠진 걸까? 아, 오타. 출구 없는 매력. 

 

롤모델

치어리더로 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나 선물이 있냐고 물으니 그녀는 곧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팬이 주신 손 편지요. 진심이 묻어나는 글씨체로 ‘예진이 덕분에 힘 받아서 간다. 고맙다’고 적어 주셨는데, 정말 감동했어요. 아직 저는 제가 팬이 있는 것도 어색하고, 이렇게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도 되게 낯설거든요. 대체 제가 뭐라고...”

조개 구이 얘기 듣고 한숨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어엿하게 답하니 또 사뭇 달라 보인다. 이렇게 사랑받는 게 너무 감사해 지금은 치어리더 외에는 다른 진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는 치어리더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떨어지지 않고 항상 함께한 사람이 하나 있다.

“아까 제가 면접 볼 때 기량 언니가 있었다고 했잖아요? 지금도 또 같이 응원하고 있거든요. 언니는 정말 프로페셔널 해요. 보고 배울 게 너무 많은 제 롤모델이에요. 언니를 보고 있으면 ‘아, 저래서 저렇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이제는 언니랑 좀 친해져서 옆에 붙어 있으면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시는데, 이때 잘 배워둬야죠.”

ENTP답게 사회생활도 잘한다. 그렇다면 마지막 사회생활, 팬들에게도 한마디하며 인터뷰 마무리 하시죠.

“좀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지금도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소통하며 친해지고 싶어요. 저는 항상 열려 있으니 유튜브든 인스타그램이든 언제나 편하게 말 걸어주세요! 가끔 무대에서 실수하더라도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고,(웃음) 지금 기량 언니처럼 언젠가 치어리더하면 박예진, 박예진하면 치어리더 할 수 있게 더 좋은 치어리더가 되겠습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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